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75)
제 222화
88화. 축하 사절단, 의외의 만남(2)
델키 왕국, 성국, 빌가, 볼타가, 맥로란가.
직접 만나기로 한 다섯 세력의 사절 중, 델키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사절을 이끌고 온 것은 델키의 3왕자, 라이카였다.
“진 공자, 아니. 이제 경이라고 불러야겠군요. 오랜만입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이카 왕자. 이전처럼 편히 부르셔도 됩니다.”
“기수가 되셨는데 계속 공자라고 부를 순 없지요.”
-제게 원하는 것이 있군요. 말씀해보십시오, 라이카 왕자.
-차후 공자께서 기수가 되었을 때, 저희 델키에 더 많은 수호기사를 파견해주십시오. 룬칸델이 갖고 있는 델키 금광의 지분을 조금만 돌려주시고요.
쿠잔과 싸운 후, 라이카의 별장에서 깨어나자마자 나눴던 대화.
진은 예비 기수 시절 그에게 두 번이나 큰 도움을 받았다.
쿠잔과 처음으로 싸웠을 때, 라이카가 아니었으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쿠잔을 포섭할 때도 라이카 덕분에 조슈아보다 먼저 그를 찾을 수 있었다.
“요즘 델키는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덕담을 다 나누고, 진이 묻자 라이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부적으론 큰 문제가 없습니다. 형제들끼리 우애도 좋고, 민심은 여전히 왕가를 향하고 있죠. 그러나 지플 극렬 추종자들이 문제입니다.”
지플 극렬 추종자.
메리가 진에게 사용한 최상급 인명살상용 마력 폭탄은 모두 그들에게서 빼앗은 것이었다.
놈들은 세계 각지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리며 지플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었다.
예전엔 그저 광신도들의 지나친 찬양에서 비롯된 테러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요즘의 극렬 추종자들은 지플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모양새였다.
점조직 형태로 무작정 날뛰던 놈들이 별안간 조직적으로 마력 폭탄을 공수하고, 모종의 지휘 계통을 형성해 휴페스터 전역에 테러를 가했다.
게다가 이제는 6성 이상의 뛰어난 마법사들도 적잖이 가담하는 상황. 거대 세력의 지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심증’일 뿐, 휴페스터는 아직 지플과 극렬 추종자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놈들의 테러에 날마다 적으면 두어 명, 많을 땐 수십 이상의 양민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무슨 수를 쓴 건지 잡아서 고문해도 윗선을 절대 부는 법이 없으니 여간 골치가 아닙니다.”
“미안합니다, 라이카 왕자. 지플이 본격적으로 놈들을 지원하는 것에 내 책임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군요.”
극렬 추종자가 이렇게 된 것은 정확히 진이 정체를 드러낸 시기와 겹쳤다.
이미 휴페스터 세력들 사이에선 ‘진 룬칸델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경께서 예비 기수 마지막에 지플의 황금성을 무너뜨렸으니, 그에 대한 보복 차원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진 경. 어차피 공자가 아니었어도 언젠가 지플은 추종자들을 부렸을 겁니다. 정의라는 가면이 벗겨졌거나, 자신들이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면 언제든 말이죠.”
라이카의 말이 옳았다.
룬칸델과 지플의 ‘전쟁’은 어떤 형태로든 필연적으로,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추종자들의 기승은 그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는 더 많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죽어갈 것이다. 사람이 죽지 않는 전쟁이란 있을 수 없었다.
시작을 진이 했든, 누가 했든 지플을 단숨에 쓸어버릴 힘이 없다면 결국 똑같은 결과가 나왔을 터.
그럼에도 진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전 경을 잘 알지 못하나, 경이 휴페스터를 끝내 지금보다 부강한 땅으로 만들 인물이라 믿고 있습니다.”
“과찬을 하시는군요.”
“아부가 아닙니다. 머리 텅텅 빈 귀족들이야 경 때문에 귀찮아졌다며 헛소리를 하고 있지만, 민심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주십시오. 적어도 델키의 백성들은, 경께서 예비 기수 시절 보여준 용기와 결과를 잊지 않고 있으니까요. 저는 언제나 경의 편에서 지플과 싸우겠습니다.”
라이카는 각종 보석과 뛰어난 무구들을 가져왔으나, 그가 준비한 진짜 선물은 진정성이 담긴 응원과 격려였다.
라이카의 말대로 휴페스터의 수많은 백성들은 진을 지지하고 있었다.
지플의 위선을 밝히고, 지플에게 짓밟힌 이들을 위해 싸우고, 희생자들을 헤아리며 분노하는 것은.
목숨을 건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고맙습니다, 라이카 왕자. 그대와의 약속은 올해가 지나기 전에 이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라이카가 돌아간 다음엔 빌가의 사절이 찾아왔다.
정작 쟌 왕가의 사절은 만나지 않고 빌가의 사절만 받는 셈이니, 사절을 이끌고 온 셈버 빌은 극도로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지, 진 공자님! 아니, 진 경! 룬칸델의 위대한 12기수시여! 반드시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셈버, 네 덕에 예비 기수 생활을 편히 시작했지. 반갑군.”
마찬가지로 한동안 덕담이 오갔다.
“쟌은 요즘 상황이 어떠한가?”
“아주 평화롭습니다! 지플 극렬 추종자들도 쟌 왕국에선 테러를 벌이지 않고 있습니다.”
“킨젤로 때문이겠군.”
쟌 왕국은 수인들의 땅과 밀접한 위치에 있으니, 추종자들이 함부로 활동하지 않고 있었다.
“맞습니다, 진 경. 성국 사건 때 킨젤로가 세력을 드러낸 이후, 오히려 쟌 왕국은 전보다 범죄가 줄어들었습니다. 심지어 안전하다는 인식에 더불어 킨젤로와 거래하려는 무역상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지요.”
킨젤로가 그저 그런 3류 테러단체라는 인식은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지플, 룬칸델, 비먼트에 이어 제4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지플은 여전히 킨젤로와 전면전을 치르는 걸 부담스러워하고 있군. 쟌 왕국만 테러가 없는 걸 보니, 극렬 추종자들을 지플이 지휘하고 있는 것도 확실해. 자칫 수인들이 테러에 엮이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 거다.’
이어서 셈버가 의외의 소식을 전했다.
“진 경, 그리고 팽이, 라는 이름의 금설족을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지. 브라다만테를 가문에 되돌려준 친구들이잖나.”
“최근 팽이가 이끄는 금설족 상인들은 저희 빌가를 뛰어넘어, 쟌 왕국 제일가는 거부가 됐습니다. 믿겨지십니까? 고작 1년 만에 벌어진 일이죠. 룬칸델에서 받은 돈을 굴려 이것저것 사업을 벌였는데, 하는 것마다 미친 듯이 대박이 나더군요.”
“그래?”
금설족이 부자가 되었으리라곤 예상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예, 제 아버지조차 혀를 내두를 수완이었다고 합니다. 갑작스레 팽이 얘길 꺼낸 것은, 그가 제게 경을 만나거든 이야기를 하나 전해주라고 부탁했기 때문입니다.”
“말해봐.”
“사업은 준비되었으니 경께선 오기만 하시라…… 라고 하더군요. 공자만 만날 수 있다면 휴페스터의 돈을 다 쓸어 담을 것 같은 기세였습니다. 단순히 돈만 벌려는 속셈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귀여운 녀석들, 진이 그 말을 삼키며 미소를 지었다.
“알겠다고 전해줘.”
뭔지는 몰라도 금설족이 준비한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셈버는 한참이나 더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떠들다 돌아갔다.
그가 남기고 간 것은, 당연하게도 막대한 양의 금화였다.
진은 그 금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길리에게 주었다.
셈버가 떠난 다음엔, 성왕 라니의 사절단이 검의 정원을 찾았다.
그녀는 룬칸델로서도 특별한 손님인 만큼, 로사가 직접 마중을 나왔다.
그러나 라니는 로사와 의례적인 인사만 나눈 후 콜론 생존자들을 축복해줬고, 곧장 진을 찾았다.
라니는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닌 인물이 되어있었다.
두 눈빛은 바위처럼 단단하고 몸가짐엔 성스러운 위엄이 배어있으며, 휴화산 왕관이 결코 모자라지 않은 태도.
“진 경.”
“성왕 전하.”
한동안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보지 못한 동안, 각각 얼마나 진하고 깊은 성장의 시간을 지나쳐왔는지 알 것 같았다.
“더 강해지셨군요.”
“전하 또한 예전의 나약함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끼리 있을 땐 그렇게 격식을 갖추지 마시죠, 섭섭합니다.”
“그럴까, 라니 살로메.”
비록 함께한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두 사람은 끈끈한 유대를 느꼈다.
한 우직한 기사의 희생을 함께 지켜보았고, 성국이 잠식되는 걸 같이 구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라니가 미소를 지었다.
“1년 좀 넘는 시간이 지났으나, 아직 성국은 혼란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일부 매국노가 살아서 숨을 쉬고 있죠.”
“그래도 네가 왕권을 확실히 잡아가고 있으니, 머잖아 다시 진짜 성자들의 나라가 될 테지.”
“경이 무사히 돌아와 기수가 되었다는 소식에, 오랜 쇄국에 지쳤던 신민들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비투라 경도 아율라의 품에서 지켜보고 있겠죠.”
“비투라 경의 가족들은 루나 누님의 영지에서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어. 네가 왕위에서 내려오기 전에, 그들만큼은 비투라 경이 누구보다 명예로운 성기사였다는 걸 알게 되면 좋겠군.”
“그리할 것입니다. 진 경, 제가 가져온 선물이 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말해줘.”
“성자입니다. 오늘 이후 휴페스터에 한정해 쇄국을 멈추고, 성자들을 파견하겠습니다. 구제 대상은 지플 극렬 추종자들에게 당한 양민 피해자들이고요.”
진의 무거운 마음을 헤아리고, 덜어주려는 라니의 배려였다.
“아직 혼란스럽다며, 그럴 만한 여유가 되나?”
“오백 명 정도의 성자를 파견하는 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대신, 경께선 성국의 운영 자금을 지원해주십시오.”
진이 우려했던 수준까진 아니나, 성국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플이 괜히 성국에 황금을 제안했던 게 아니었다.
물론 성국이라는 국가의 특별성 때문에 사건 이후로도 후원을 하려는 세력은 많았다.
그러나 라니는 그 어떤 세력의 후원도 받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진이 돌아오기를 말이다.
“후원을 받는다는 건 곧 성국이 그 세력과 공식적으로 동맹을 맺는다는 의미지요. 나는 전에도 말했듯, 진 룬칸델 경과 동맹을 맺고자 합니다.”
라니는 룬칸델이 아니라 진 룬칸델이라는 발음에 힘을 실었다.
“운이 좋군, 라니 살로메. 12기수 자금으로 할당되는 돈만으론 성국을 본격적으로 후원할 수 없는데, 마침 방금 전에 뛰어난 자금줄이 하나 생겼거든.”
“기대하겠습니다. 정확히 얼마나 지원해달라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죠? 공자와 저 사이에 그만한 정도 없으리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우린 친구니까요.”
라니는 일부러 경 대신 옛날처럼 ‘공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능글맞은 구석이 생겼군. 하긴, 일국의 왕이 되었으니 필수적인 요소지. 넘치게 줄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휴페스터에 성자단을 파견하는 건에 대해선 내 입김이 작용했다는 걸 공식적으로 발표해줘.”
“역시,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군요. 아율라의 뜻이었다고만 발표하고 싶었는데. 그나저나, 제가 구해준 검은 고양이는 어디에 있나요?”
“불러올 테니 차나 한 잔 마시도록 하지. 그런데, 녀석이 오면 성왕이나 돼서 종교쟁이 소리를 들을 텐데. 괜찮겠어?”
“뭐, 그 별명이 썩 싫진 않더군요.”
무라칸은 라니가 무척 반가운 듯, 크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한참이나 수다를 떨었다.
라니는 저녁에 떠났다.
그리고 자정이 가까워질 때까지도, 길리의 본가인 맥로란은 사절단을 보내지 않고 있었다.
검의 정원은 진에 관한 모든 사절을 오늘만 받기로 했으니, 맥로란은 진을 축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왜 죄송해?”
“제 가문이 도련님께 결례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건 아마 저 때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