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85)
제 222화
89화. 테마르의 첫 번째 무덤(7)
광심장에 응축된 뇌기 때문에, 진의 가슴 한가운데에서 작은 태양이 빛을 뿜고 있는 것 같았다. 옷으로 가릴 수 없는 새하얀 광채가 주위를 밝혔다.
주위만 밝힌 것이 아니었다.
잠시 후 한 번 더 광심장에 뇌기가 모이자, 일순 어둑한 아공간 내부가 환해졌다.
수호자는 이 현상을 곧장 이해할 수 없었으나, 진에게 무언가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뇌기라, 테마르에게 듣던 대로 재미있는 힘이로군.]공격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제 수호자의 대검에선 웬만한 범선조차 일격에 가를 것 같은 거대 검기가 쏟아졌다. 진은 거의 검기에 파묻힌 채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는 형세.
그마저도 오래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광심장에 뇌기가 요동치기 시작한 직후부터, 진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나빠졌기 때문이었다.
투신기를 펼치기 위해 뇌기를 모으는 중이니 집중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실더레이 앞에서 그런 틈을 보여도 될 것 같더냐.]쎄에엑-!
직선으로 내리친 대검이 끔찍한 파공음을 일으켰다.
10성 기사란 평범한 종베기조차 절기라 부를 만한 위력을 담아낼 수 있었고, 당연히 움직임이 느려진 진으로서는 완벽하게 막아낼 수가 없었다.
최선은 회피다.
그래서 진은 이를 악물며 보법을 밟았다.
자세도 어그러지지 않았고, 실더레이의 대검은 분명 바닥을 내리쳤다.
하지만 10성 기사의 일격을 회피한다는 건 일반적인 기준을 한참 넘어서는 이야기였다.
단순히 검이 지나는 궤적을 피하는 것만으론 부족했다.
검이 허공을 긁으며 일으킨 유, 무형의 충격파마저도 8성 위력쯤은 되는 것이다.
스걱, 쉬익-! 충격파에 목젖 부근의 살갗이 베였다. 손가락 한 마디만 더 깊었어도 치명상, 거의 동시에 날아든 다른 충격파는 가슴팍과 어깨를 훑고 지나갔다.
시뻘건 선혈이 호선을 그렸다.
코트와 셔츠가 갈기갈기 찢어져 오러의 열기에 그대로 산화하자, 한껏 뇌기를 머금은 광심장이 드러났다.
밝았다. 갑작스레 광심장의 빛을 마주한 실더레이의 눈가가 일순 움찔거렸다.
그 찰나의 순간은 진에겐 공방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생긴 기회였다.
진은 공격을 내지르는 대신 거리를 벌렸다. 내내 둘 사이의 거리를 지배하던 쪽은 실더레이였던 만큼, 겨우 한 걸음 멀어지는 게 한계였다.
그 한 걸음의 여유가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왔다.
고작 한 걸음 따위에 공격권을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실더레이가 내뿜는 극악한 오러에서 벗어나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잠깐이나마 실더레이라는 활화산에서 멀어졌다고 빗댈 수 있을 터.
‘가까이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오러에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그나마 룬칸델의 축복받은 육체 덕에 버텼다.
이제 한 호흡을 얻었으니, 준비한 투신기를 완성시킬 때였다. 당장이라도 불타오를 기세로 빛나는 광심장 속에, 헤아리기 어려운 뇌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건 진이 가진 뇌기의 총량이었다.
[준비한 것이 완성된 모양이로군, 진 룬칸델.]기다렸다는 듯 수호자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진이 투신기를 완성할 수 있도록 완급을 조절해준 것이다.
그렇기에 수호자의 미소엔 다양한 감상이 담겨있었다. 진이 지닌 저력이 과연 어느 수준에 미칠까, 하는 기대심.
그리고 이것이 솔더렛의 안배가 아닌, 실전이었다면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질책.
“자존심 상하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쾅, 콰앙!
실더레이의 미소 속에 담긴 뜻을 읽어낸 진이, 검기를 흩뜨리며 말했다. 실더레이의 검기가 굉음을 일으키며 부서지고 있었다.
“실전이었다면, 저도 이토록 답 없이 실더레이 님과 싸우지 않았을 겁니다.”
수호자의 입가가 씰룩였다.
그는 방금 진이 보여준 모습에서, 자신이 가장 존경하고 따르던 한 사람의 청년 시절을 엿보았다. 테마르 룬칸델, 그도 늘 그랬다.
어떤 상대를 만나든, 도전적이되 오만하지 않았고, 무모한 듯 냉철했다. 그래서 테마르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를 신비롭게 여겼었다.
[닮았구나.]“썩 좋아하진 않는 평가입니다.”
쿠즈즉-!
광심장 속에서, 무언가 으스러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광심장 표면에 드러난 압축된 뇌기들이 굵은 끈처럼 엉켜있어, 언뜻 보면 심장이 깨진 듯 보였다.
진이 펼치려는 것은, 명왕검 투신기 10검.
투신기의 마지막 장이자, 전체를 아우르는 최강의 오의.
명왕군림검 – 개開
반이 진에게 투신기 10검을 전수하며 일러준 이야기는, 그것은 단지 적을 말살하기 위한 살인 기술에 불과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명왕군림검은, 한 사람이 빛의 왕들 사이의 정점에 섰음을 알리는 선언이자 포효였다.
크직, 쩌억……!
두 사람이 딛고 있는 땅이 갈라졌다.
지대가 뒤틀렸고, 벌어진 틈이 용암을 분출하듯 뇌기를 토해냈다. 날카로운 뇌기로 사방이 숨조차 쉴 수 없도록 뒤덮이는 건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단지 표현이 그렇다는 게 아니었다. 뇌기의 홍수로부터 몸을 보호할 능력이 되지 않는 이들은 몇 초도 버티지 못하고 재가 될 것이다.
가까스로 보호막만 칠 수 있는 이들도 머잖아 질식할 것이며, 그건 진의 의사와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불이 사람을 가려서 붙지 않듯이.
명왕군림검의 뇌기 속에선, 마땅한 자격이 있는 자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최소 지상 최강의 종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이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이었다.
[그래서 나의 형제들은 더 이상 내게 테마르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실더레이 경.]진의 목소리가 변했다. 마치 수십 명이 동시에 말하는 것 같은 기묘한 목소리엔 당연하게도 깊은 위엄이 배어났다.
눈동자와 머리칼도 뇌기로 물들어 시퍼런 빛을 내고 있었다. 만인의 추앙을 받는 뇌신이 있다면, 꼭 이런 모습일 것 같았다.
수호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생각과 별개로 현혹되지 않을 통찰력을 갖고 있을 뿐.
[겉모습이 초월자처럼 변했다고 하여, 실제로 초월한 것은 아니지. 흥미롭긴 하구나.]10성, 스스로 느끼기에도 한없이 최강에 가까운 영역.
그 영역에 도달했기에 수호자는 진짜 초월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건 오직 창성에 다다른 이에게만 허용되는 칭호였다.
명왕군림검을 발현시켰다 한들, 수호자가 보기엔 진이 가진 잠재력이 일순 폭발한 것에 불과했다.
물론, 그것이 놀랍지 않은 건 아니었다.
[확연히 빈틈이 줄었구나. 다시 시작하도록 하지.]우우웅!
다시금 수호자의 대검에서 검기가 쏟아졌다.
검기들은 마치 물속을 휘젓듯 뇌기를 뚫고 나아갔는데, 진에게 닿을 때쯤엔 확연히 위력이 줄어들었다.
뇌기를 거스르느라 위력이 반감되기 때문.
마찬가지로 실더레이의 움직임 또한 조금은 제한이 걸렸다.
반면 명왕군림검을 펼친 상태의 진에게 뇌기란 공기보다도 더 친숙한 힘이었다.
뇌기에 저항하느라 위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수호자와 달리, 진의 검은 보다 날카로워졌다.
명왕군림검은 일회성 공격이 아닌 일종의 각성이다.
평범한 종베기조차 절기로 만드는 능력.
그건 이제 수호자뿐만 아니라 진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저번에도 이야기했을 것이야, 진 형제. 그대는 명왕족의 형제이며, 후예이자 나의 전승자라고. 그러므로 그 누구를 만나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야.
라프라로사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명왕군림검을 익힌 뒤 반이 해준 이야기.
그녀는 이로써 더 이상 진에게 전승할 것이 남지 않았다고도 덧붙였었다.
이제부터는, 진이 스스로 나아갈 영역밖엔 남지 않은 것이다.
프즛, 시이익-!
전장을 뒤덮은 뇌기가 시그문드의 궤적을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시그문드와 대검.
진은 올려쳤고, 수호자는 내려쳤다. 둘 다 잔영이 남을 정도의 쾌검, 두 자루의 검이 부딪히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세가 이어졌다.
박빙.
그 누가 이 두 사람의 전투를, 10성과 8성의 대결이라고 생각할까?
서로를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두 자루의 검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대단하구나!
수호자는 그런 진부한 칭찬을 늘어놓지 않았다. 감탄을 내지르며 흡족한 기색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건 근본적으로 보다 아래의 영역에 머무는 이들에게나 보여줄 법한 태도였다.
수호자는 눈앞의 아득하고도 어린 ‘자신들의 후예’를 더 이상 그렇게 평가할 필요가 없었다.
이 무덤의 수호자로서 마지막 싸움에 부족하지 않은 상대로 인정하면 될 뿐.
그건 더 이상 어쭙잖게 여유를 부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진이 전력을 다하고 있듯, 자신도 가진 것을 다 내놓아야 했다.
쾅, 콰강! 쩌엉!
충격파에 아공간이 무너지며 영기가 모래바람처럼 휘날리고 있었다.
뇌기와 검기, 영기가 뒤섞여 만든 이 혼돈스러운 풍경은, 과연 위대한 무인들의 전장이라 불릴 만한 것이었다.
실더레이가 자만하지 않은 것처럼 진 역시 자신이 그와 대등하게 싸운다는 사실에 취하지 않았다.
‘이 상태로 오래 버틸 수 없다, 최대한 빨리 승부를 내야 해.’
시그문드를 따라 미친 듯이 집중되는 뇌기에.
처음으로 수호자가 뒷걸음질을 쳤다. 진은 기세를 몰아 또 다른 투신기, 3검 단죄를 펼쳐 그를 재차 압박했다.
명왕군림검이 발현된 상태에서의 단죄는, 당연하게도 평소의 진이 펼칠 수 있는 위력을 한참 상회하고 있었다.
한꺼번에 세 개가 형성된 단죄의 송곳이 수호자에게로 쇄도했다.
명왕군림검은 본래 개, 전, 결을 모두 펼칠 수 있어야 완성이었다. 아직 진은 개를 간신히 펼치는 것에 머무는 단계.
그 단계에서 또 다른 투신기를 함께 펼치는 건 분명 버거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단죄를 꺼낸 이유는 명확했다.
수호자에겐 축복받은 육체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명왕군림검의 단죄를 받아내려면 실더레이 경도 무리하게 오러를 운용해야 한다. 똑같은 손해를 보더라도, 내 쪽이 이득일 확률이 높아.’
진의 판단은 정확했다.
시종일관 무감하게 대응하던 수호자, 실더레이 룬칸델도 이번만큼은 부담스러운 듯 표정이 굳었다.
당연히 두려움에서 기인한 표정은 아니었다.
각오였다.
[룬칸델 선조들의 유산을 보여 주마, 후예여.]카드드득!
단죄의 송곳들이 실더레이의 보호막을 내리쳤다.
곧장 균열이 일었고, 눈동자를 한 번 깜빡일 틈이면 깨질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틈이면 충분했다.
천 년 전, 테마르와 십대기사가 이룩한 룬칸델 검술의 정수 중 하나를 꺼내기에는.
룬칸델 비기 – 실더레이
‘대검의 왕’
‘……미친!’
송곳에 힘을 불어넣던 진이 헛숨을 삼켰다.
안 그래도 육중한 수호자의 대검이, 실로 무섭도록…… 거대해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오러로 검신을 늘리는 건 수행을 하며 수도 없이 많이 지켜보았으나.
저토록 무지막지한 검신은 단연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순식간에 하늘을 뚫을 기세로 솟은 대검의 그림자가, 뇌기 사이를 어지럽게 떠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