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11)
제 333화
95화. 그녀를 찾는 사람들(2)
* * *
1799년 3월 21일, 진과 길리, 무라칸은 오랜만의 휴가를 끝내고 검의 정원으로 복귀하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룬칸델 강철마차를 이끄는 말들의 발굽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진은 마차 창밖으로 보이는 칼론의 행인들에게 종종 손을 흔들어주며 미샤가 알려준 발레리아의 은신처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마미트라…….’
무법자들의 도시 마미트.
발레리아는 현재 아리아 아울하트라는 가명으로 그곳에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마미트에 가면 달빛우물이라는 여관이 있다. 그 인간쓰레기 소굴의 거두들이 스스로를 왕이라 칭하며 기거하는 곳이지.
-생도 시절 그곳에서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아리아 아울하트가 그곳에 있는 겁니까?
-그래. 종종 마미트를 거점처럼 사용하더구나. 열넷 무렵엔 아예 그곳에서 살기도 했었지.
-이런 미친, 열네 살짜리 인간 여자애가 그런 범죄자 소굴에서 살았었다고? 그 아리아라는 녀석도 확실히 보통내기는 아닌가 보군. 게다가 그곳 대장들이 머무는 여관에 있다면, 아리아도 거기서 한자리 하고 있는 건가?
-글쎄, 그것까지 자세히 알아보진 않았으나 잘 벼려진 검 같은 아이인 건 맞다.
미샤의 주점 장막을 떠나기 전 나눈 대화였다.
진이 마미트에 머물고 있을 옛 스승을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쯤 마미트에 있을 것 같긴 했어. 생각보단 낭만적인 도시라고 설명하던 모습이 기억나는군.’
진이 알기로 발레리아는 그곳에서 2년을 살았다.
그렇기에 생도 시절 마미트로 임무를 나갔을 때 주점 점원에게 ‘히스터’라는 이름을 쓰는 자가 있냐고 물어본 것이다.
‘스승이 마미트를 거점 중 하나로 잡고 있는 건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목적 없이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니…….’
진과 발레리아는 스물다섯, 스물셋일 때 만나 3년 정도를 함께했었다.
그 시기에 두 사람은 자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내면을 엿본 순간도 많지만 진이 발레리아의 모든 행적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생보다 스승을 무려 6년이나 일찍 만나게 되는군.’
궁금했다.
발레리아에 대해 무엇을 더 알게 될 수 있을지, 전생에서처럼 함께할 수 있을지.
잠시 발레리아를 떠올리던 진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재회는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 그녀를 만나기 전 괜히 감상적인 마음을 가져봐야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이 품에서 두 개의 영기 구슬을 꺼냈다. 첫 번째 것과 두 번째 것은 크기와 색감으로 구별할 수 있었다.
“신기하네요, 도련님. 그 작은 구슬이 기록 장치였다니.”
길리가 영기 구슬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그 아리아라는 녀석이 장치를 복원할 수 있다면, 나도 한 번 직접 보고 싶기는 하군. 곧장 마미트로 갈 거냐?”
“바로 갈 거야. 검의 정원에 내가 곧장 처리해야 할 일이 없다면.”
마차가 멈췄다.
수호기사들이 문을 열어주자 페트로가 다가와 인사를 올렸다. 그는 아까부터 검의 정원 입구에서 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페트로.”
“도련님, 휴가는 어떠셨습니까?”
“오랜만에 푹 쉰 기분이었어. 자네는 별일 없었나?”
“도련님이 계시지 않을 때 제가 할 일이라곤 간단한 서류 정리와 방 관리가 전부죠. 한가롭게 보냈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페트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는 진이 부재한 동안 볼타의 영지를 살폈고, 디노와 의논해 진에 관한 기사들을 관리했으며 진에게 배당된 기수 자금을 각종 안전 사업에 투자했다.
무엇보다 진을 대신해 가문의 정세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결과, 페트로는 한 가지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님께서 부재중이시니, 복귀 신고를 따로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 가셨지?”
“죄송합니다, 도련님. 그건 알 수 없었습니다.”
마차 근처의 수호기사들을 의식하며 말하는 페트로.
진은 곧장 그의 말을 알아듣곤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서자 페트로가 입을 열었다.
“도련님, 마님께선 비먼트의 귀곡새성城으로 가셨습니다.”
귀곡새성.
흑왕단과 더불어 세계 최대, 최악의 용병 집단으로 악명 높은 ‘귀신대’의 본채.
로사가 이 시점에 그곳을 찾을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켈리악 지플을 만나러 가셨군.”
비공식적으로 양가의 수장이 서로의 안전을 도모하며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았다.
귀곡새성은 일종의 중립지대로서, 예로부터 룬칸델과 지플의 비밀회담장으로 쓰였다.
귀신대가 흑왕단에 비해 훨씬 적은 의뢰를 수용하면서도, 비슷한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본채를 회담장으로 제공하며 양가로부터 매년 일정한 지원금을 받는 덕이었다.
“어떻게 알았나? 극비였을 텐데.”
“가문 문사장이 루나 아가씨께 빚을 진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빌미로 알아냈습니다.”
말하자면 페트로는 문사장을 뜻대로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패를 하나 소모한 것이다.
본래 진에게 보고를 올리고 행함이 마땅한 일이었으나, 진은 나무라지 않고 가만히 페트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페트로가 그렇게 행동한 것엔 이유가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페트로의 판단 근거는, 조슈아였다.
“최근 원로 회의에서 2기수에 대한 포상을 논의했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내용은 알 수 없으나, 포상이 결정된 직후 마님께서 귀곡새성을 찾으시더군요. 그래서 필시 중한 일이라 판단했습니다.”
“정확히 무슨 공에 대한 포상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나?”
“죄송합니다, 도련님. 그건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잘했어. 그 두 가지 사실 사이에 뭔가 인과 관계가 있는 건 분명해 보이는군.”
진은 즉시 이런 판단을 내렸다.
조슈아가 뭔가 공을 세웠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로사가 직접 지플에게 거래를 제안할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무언가다.
그게 아니라면 로사가 이토록 갑자기 귀곡새성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바르톤 비체나. 어머니가 그자에 관한 이유로 켈리악을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럴 것이라면 내게 임무를 내리기 전 만났을 테지.’
조슈아가 세운 공이 무엇일까?
페트로는 문사장을 이용해 로사와 켈리악의 회담이라는 극비를 알아냈다.
그러나 조슈아의 공과 상이 무엇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그건 곧, 조슈아가 이번에 세운 공적이 양가 수장의 비밀회담보다도 중요한 문제라는 뜻이었다.
고민하려는 찰나, 바깥에서 성큼성큼 발소리가 전해졌다.
“막내! 막내 있느냐!?”
걸걸한 목소리.
제드였다.
진은 그를 마주하자마자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결전기 낙화의 개량을 성공하셨나 보군.’
진과 페트로, 길리가 고개를 숙였다.
“숙부님.”
“이놈의 자식, 휴가를 간다면 말을 하고 갔어야 할 것 아니냐?”
“숙부께서 서운하게 여기실 줄 몰랐습니다.”
“서운한 게 아니라, 흠! 됐다. 네가 없어서 이 숙부가 망신살이 뻗쳤느니라.”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망할 놈의 뒷방 늙은이들이 이 숙부의 말을 도통 믿어주지 않는 것이 아니냐. 흐흐, 따라오너라. 오늘이야말로 그 노친네들의 코를 눌러줄 때로군.”
중급반 시절엔 상상할 수 없던 일이지만.
진은 잔뜩 흥분한 제드의 모습이 무척 친근하게 느껴졌다.
“예, 가시지요. 숙부님.”
제드가 잔뜩 신이 난 소년처럼 앞장서서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카가 자신을 보자마자 이용해 먹으려고 계산을 끝냈다는 사실은 까마득히 모르는 채.
스릉!
훈련장에 도착하자마자 제드가 검을 뽑았다.
“자, 한 번 보아라. 이 숙부가 네가 보여준 명왕검 폭포라는 검에 비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결전기를 개발하였으니.”
“숙부님, 그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제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숙부님께선 그냥 개량된 낙화에 숙부님의 존함을 붙이십시오.”
제드가 눈을 부라렸다.
“갑자기 왜?”
“문득, 다른 원로분들께 제 능력을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진 것들을 과시해봐야, 그분들은 어차피 절 인정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이 몸은 이미 노친네들에게 이야기를 끝냈다. 네가 돌아오거든, 네 덕에 가문 결전기가 발전한 걸 증명하고 그에 대한 상을 내리기로 말이다. 게다가 6결전기 전광에 대해서도 벌써 말을 해놨단 말이다.”
“6결전기 전광이라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설마 4기수가 원로들에게 제가 가진 다른 검에 대해서도 떠벌린 것입니까?”
“그게 문제가 된단 말이냐?”
그러자 진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숙부님, 저는 기수로서 이 험한 가문에서 살아남을 패를 그다지 많이 쥐고 있지 않습니다. 잘 감추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만 하나씩 사용해도 모자랍니다.”
“그건…… 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긴 하겠구나.”
“게다가 원로들께선 어차피 절 달갑게 보지 않으시는데, 그분들에게 제가 가진 것을 굳이 나눌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내야. 이 숙부도 체면이라는 것이 있지 않더냐? 네가 증명해주지 않으면, 이 숙부는 자존심에 못 이겨 거짓말을 한 꼴이 된다.”
“4결전기 낙화의 개량에 대해서만 숙부님의 공으로 돌리십시오. 6결전기 전광에 대해선 어떤 것도 증명하지 않을 겁니다. 명왕검 폭포를 제가 그분들 앞에서 펼칠 일도 없을 것이고요.”
완강한 진의 태도에 제드는 순간 가슴이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갑작스레 왜 이렇게 태도가 돌변했는지는 이해할 수 없으나,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휴가 동안 무슨 일이라도 있던 것인가? 이 녀석이 갑자기 왜…….’
거기까지 떠올린 제드의 뇌리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이놈, 내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구나……!’
그러고 보니 진이 묘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막내야.”
“예, 숙부님.”
“나와 거래를 하고 싶은 것이냐?”
그러자 진이 고개를 저었다. 매우, 대놓고 능청스러운 태도로.
“이 망할 놈이. 바른대로 말해라. 내게 원하는 것이 합당한 선이라면, 내어주도록 하겠다.”
“예,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2기수, 제 큰형님이 대체 무슨 공을 세웠기에 어머니께서 귀곡새성으로 향하신 겁니까?”
제드의 눈동자가 커졌다.
“뭐? 이제 막 돌아온 네놈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단 말이냐?”
“말씀해주십시오.”
“말해주지 않으면 이 숙부의 체면을 똥통에 처박을 기세로군.”
“저도 룬칸델의 기수입니다. 가문에 그만큼 중한 일이 있었는데, 배제되고 싶지 않습니다.”
얄밉지만 이번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제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막내야, 조슈아의 공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나도 알지 못하는 바다.”
“제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드렸군요, 죄송합니다. 돌아가 보겠습니다.”
진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 홱 돌아서자 제드가 이를 악물었다.
“야, 야. 이 자식아!”
“예, 숙부님?”
넘어왔다.
진이 확신하며 제드와 눈을 맞췄다.
“지금 내가 해주는 말은 절대, 어디서도 함부로 말해선 안 될 것이다.”
“맹세하겠습니다.”
“혹시.”
히스터라는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느냐?
제드의 뒷말에, 진은 하마터면 헛기침을 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