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89)
제 444화
137화. 모두 좋은 계획들을 갖고 있었으나(1)
스아악-!
조슈아가 한 차례 검을 휘두르자 마법사 다섯 사람의 몸이 양단되었다. 근처에 있던 다른 마법사들은 도주를 시도하다 옆에 있던 흑기사, ‘제인’의 검에 단말마의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진입 이후 30분이 지났다.
그들은 그 시간 동안 이백 이상의 관리자와 마법사들을 죽였고, 운 나쁘게도 그 광경을 목격한 킨젤로의 단원과 수인들도 서른 이상 베었다.
벌써 드락카와 2마탑에서 나온 지원군들이 지하 건조장으로 들어선 상태였다.
우선 킨젤로를 제압하느라, 또한 건조장이 워낙 넓은 데다 조슈아 일행의 은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아직 마주치지 않았으나 결국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조슈아와 제인은 계속 이동하는 대신 핏물을 털어내며 다른 흑기사를 기다렸다.
“몬이 왔소, 2기수.”
제인의 말에 조슈아가 고개를 돌렸다. 몬이라 불린 흑기사는 지난 20분 동안 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대신, 진 쪽의 동향을 살폈다.
조슈아가 몬에게 진의 뒤를 밟으라고 지시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과연 진이 2마탑에 설계도가 존재한다는 걸 파악하고 있는지를.
“어떤 것 같았소?”
“17, 19구역까지 최단 경로로 이동하지 않더군. 킨젤로 단원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피는 듯 보였소.”
“내 동생들이 말하는 걸 직접 들은 바는 없소?”
“12기수 쪽의 경계가 심하고, 지플 지원군들도 계속 추가되고 있었으니. 무엇보다 무라칸의 감각이 예민했소, 조금만 더 붙었어도 문제가 되었을 것이오.”
흑기사라 할지라도 모든 게 가능한 건 아니다.
이곳에서 들키지 않고 진과 무라칸, 디푸스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접근하는 일은 흑기사에게도 무리였다. 그나마 동선이라도 엿볼 수 있던 것은 몬이 흑기사이기 때문이었다.
최단 경로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조슈아가 그 사실을 속으로 되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막내가 2마탑에 함선 설계도가 존재한다는 걸 확실히 인지했다고 상정하며 움직이는 게 좋겠소. 불길한 예감이 맞아버렸군.”
“나도 같은 의견이오. 설령 2마탑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할지라도, 킨젤로의 테러를 보고 눈치챘을 거요. 12기수는 예리하고 통찰력이 있는 인물이니 놓쳤을 리 없지.”
“지금부터라도 막내를 적극 활용해야겠소. 킨젤로도 테러에 가담하지 않고 있는 진짜배기들은 2마탑에 보낼 테니.”
“처음부터 4기수와 12기수에게 2마탑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게 걸리긴 하지만 말이오.”
“그건 문제 될 게 없소, 몬 경. 제인 경. 단지 공을 독점하고자 동생들에게 2마탑에 대한 내용을 공유해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조슈아는 진심으로 진과 디푸스가 건조장 내부에서 시선을 끄는 쪽이 설계도 획득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었다.
킨젤로가 이런 식으로 나오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맞소. 진짜 문제는 킨젤로에 우리 정보가 유출된 것이지. 우리 셋의 경계를 뚫고 정보를 빼낼 수 있는 인물은 우선 요나 룬칸델이나 무명왕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건만. 무명이 이번 일에 개입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군.”
“킨젤로 단장이 특수한 힘을 사용했거나, 마족의 개입이 있었을지도 모르오. 당장 예언자 또한 함선 설계도의 위치를 그런 식으로 알려주지 않았소.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몬과 제인은 그렇게 답했으나 사실, 예언자가 함선 설계도의 위치를 알아낸 일에는 수많은 인간들이 사용된 흔적이 남았다. 그의 예언과 마법에는 늘 살아있는 인간이 촉매로 사용되는 것이다.
다만 두 흑기사가 그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유출 경로는 차후 예언자를 통해 확인하도록 하겠소.”
잠시 생각에 잠기는 조슈아.
‘정보 유출 경로가 무엇이든, 확실한 건 킨젤로와 경쟁을 하는 구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막내는…… 나와 킨젤로가 엮이는 틈을 타 2마탑을 털려는 생각을 하고 있을 테지.’
일단은 막내의 장단에 맞춰주자.
조슈아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내 본래 계획엔 킨젤로 없이 단독으로 2마탑에 침투하는 것이었으니 막내와 무라칸, 디푸스의 합세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어. 게다가 어차피 막내도, 킨젤로도. 이것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조슈아가 잠입복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한 물건을 매만졌다.
열쇠였다. 산드라 지플이 목에 걸고 있던, 2마탑 금고의.
소타 사막에 잠입하기 전, 예언자는 2마탑의 금고 위치와 그 내용물을 확인하며 이 열쇠까지 완벽하게 복사한 것이다.
-이 열쇠가 없으면 2마탑의 금고에 빠르게 접근하는 건 불가능하답니다. 수백 이상의 환상 결계와 경계 마법들이 포진해 있거든요. 열쇠를 소지하고 있으면 발동하지 않죠.
-확실한가?
-내가 언제 거짓을 말한 적이 있던가요?
-그렇다면 차라리 설계도 그 자체를 복사하지 그랬나.
-또 무능한 소릴 하는군요. 더 많은 재료를 줬다면 그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 내가 그 부족한 재료들로 침투로와 열쇠를 만들고, 금고 위치까지 알려준 것에 감사할 줄은 모르고. 죽은 론텔기우스 람펜 따위가 이런 걸 할 수 있었을 것 같아?
-……뭐라고?
-네가 그 마족 놈에게 의지하고 있던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나? 고아가 하는 짓이 애처롭고 우스워서 눈감아주고 있었을 뿐. 이번엔 반드시 성공해, 함선 설계도와 물건을 가져오란 말이다.
출발 전 예언자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예언자가 람펜에 대해 알고 있을 줄은 몰랐으나 이제는 상관없다. 영기 구슬의 정체는 막내가 대신 밝혀낼 것이고, 그게 내 직감만큼 유의미한 물건이라면 그때 빼앗으면 돼.’
언젠가부터 매번 빈정거리며 자존심을 긁어대는 것도 모자라 배신할 낌새를 보이기도 했으나, 예언자는 분명 조슈아의 가장 큰 무기였다.
‘게다가 단장을 비롯한 킨젤로의 특수 능력자들이 예언자보다 뛰어난, 혹은 그에 준하는 권능을 갖고 있었다면. 작전 시간뿐만이 아니라 이 열쇠도 함께 빼돌렸을 터.’
여전히 2마탑의 물건들을 탈취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자신이었다.
생각이 정리되자 다시금 상황이 자신의 계산 하에 움직이리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몬 경.”
조슈아가 납검하며 말했다.
“말씀하시오, 2기수.”
“이제 내숭은 그만 떨고 빨리 움직이도록 하지. 경은 지금부터 지플의 시선을 끌어주시오.”
벌써 이백 이상의 관리자와 마법사, 서른 이상의 킨젤로를 베었으나 조슈아 일행은 어디까지나 잠입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테러로 인해 사살이 잦았을 뿐.
조슈아의 말은 잠입을 멈추고 파괴를 시작하라는 뜻이었다.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흑기사다.
건조장에서 날뛰고 있는 돌격대장 이하 수준의 킨젤로 단원들이 잡어라면, 흑기사는 고래였다. 잡어들이 그 존재감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나와 제인 경은 곧장 2마탑으로 향하도록 하겠소. 파괴 이후 가능하다면 합류하되, 생존과 탈출을 최우선으로 여기시오.”
“알겠소.”
“그리고 막내 일행이 이동한 경로를 알려주시오. 다시 한 번 녀석과 내 손발을 맞춰볼 때로군.”
* * *
멈칫.
한창 달리고 있던 진 일행이 동시에 걸음을 멈추었다. 송곳이 툭 튀어나온 것처럼, 난데없이 강한 기운과 폭발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계속 테러가 이어지고 있기는 했으나 경지에 이른 이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변화였다.
“엥, 뭐야. 킨젤로 잡것들 중에 이만한 기운을 가진 놈이 있었던가? 이 정도 진동이라면, 저쪽 구역 두어 개는 통째로 사라진 것 같은데?”
“4, 11구역 쪽입니다, 무라칸 님. 조슈아와 흑기사들이 있던 곳이니, 지원을 온 망령대와 그들 사이에 전투가 벌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뇨,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둘째 형님. 이런 규모의 폭발이 마법에 의해 이뤄졌다면, 건조장 내의 마력 흐름이 변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조슈아가 4, 11구역을 진짜로 공격했을 수도 있겠군.”
“제가 예상했듯, 조슈아가 흑기사 한 사람을 건조장에 남겨 수작을 부리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흑기사가 진짜로 4, 11구역을 친 것처럼 꾸미고, 자신은 그 틈을 타 2마탑으로 가려는 것이다?”
본래라면 그건 지나친 추측이 아니냐고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디푸스는 앞서 조슈아의 임무 속행 결정을 보며 진을 신뢰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적어도 이번 임무에서만큼은 말이다.
“어찌 됐든 이제부터 지플 지원 병력은 저쪽으로 몰리겠군요. 우리가 2마탑으로 들어설 최적의 순간이 임박했다는 뜻입니다. 잠시 대기해보죠, 진동이 멀어지는지 가까워지는지.”
진동은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흑기사가 맞는 것 같…….”
거기까지 말하던 진이 돌연 숨을 죽이며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 그 모습에 무라칸과 디푸스도 급히 기척을 죽였다.
먼 비명이 들려왔다.
현재 진 일행은 17구역 인근에 있었는데, 그들도 조슈아 일행과 마찬가지로 이곳까지 오며 지플과 킨젤로를 대부분 죽인 상태였다. 특히 2마탑에서 지원을 나온 마법사들은 한 사람도 살려두지 않았다.
말하자면 17구역 인근엔 살아있는 이들이 별로 남지 않은 상태고, 따라서 새로 도착한 지원군이 아니라면 누군가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발소리가 느껴질 일도 없어야 했다.
‘지원군이라기엔 발소리가 너무 적어. 그리고 발소리가 너무 빠르다. 마법사가 아니라 극한까지 단련된 무인들이 전속으로 달리는 것처럼.’
누군가 17구역 인근의 잔당들을 학살하며 진 일행 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다.
디푸스와 무라칸도 더는 거칠 게 없다는 듯 조심성 없이 돌진하는 그 발소리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일행은 17구역 초입의 배관에 숨어있다가, 두 개의 인영이 빛처럼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슈아와 흑기사다……!”
가장 먼저 디푸스가 말했다.
흑기사는 한 사람뿐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막내의 예상이 적중했다는 사실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오, 꼬마. 네놈 말대로군.”
무라칸도 신기한 듯 휘파람을 불었으나, 진은 두 사람과 달리 다소 굳은 얼굴이었다.
“그리 좋아할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디푸스 형님.”
디푸스가 눈동자에 물음표를 새겼다.
“왜?”
“흑기사 하나를 남겨 시선을 끌고, 그사이 2마탑으로 진입하는 것까지는 완벽히 들어맞았으나. 꼭 우리가 보라는 듯이 2마탑으로 향한 것 같지 않습니까?”
“으음.”
“전속으로 달리고 있다면, 당연히 그만큼 빠르게 가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이쪽도 2마탑으로 가는 길에 가까운 편이긴 하지만 최단 경로는 따로 있죠. 즉, 조슈아는 다른 길을 사용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쪽이 아니라.”
듣고 보니 그랬다.
“네 말대로라면, 조슈아가 우리 뒤를 밟으며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꼬마, 그냥 급하게 달리다 보니 별 생각 없는 것일 수도 있지 않냐?”
“무라칸, 아까 뭔가 우리 뒤꽁무니를 쫓아오는 것 같다고 하지 않았어?”
“어어, 그러긴 했지. 좀 긴가민가하기는 했는데.”
“그리고 나와 디푸스 형님도 그런 느낌을 받았었죠?”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후, 그래. 조슈아는 몰라도 흑기사라면 먼 거리에서 우리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것쯤은 가능했을 거다. 그렇다면 왜? 이동 경로를 확인한 건, 당연히 2마탑에 우리 몰래 들어서려는 목적이어야 하지 않나? 일부러 알릴 이유가 없잖아?”
디푸스가 답답한 듯 말하자 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쎄요, 뭔가 자신감이 있으니 이러는 것일 텐데. 그게 무엇인지는…… 솔직히 저도 곧장 생각나지 않는군요. 아무래도 이번엔 우리가 조슈아에게 끌려가야 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