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37)
제 555화
145화. 전조(7)
* * *
검황성 바깥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룬칸델 진영으로서는.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단지 적들을 말살하는 것이라면 로사가 나설 것도 없이, 기수와 흑기사 일부, 혹은 흑검회 1진만 투입해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 아군을 한 사람도 죽지 않게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막사에 적막이 감돌았다.
다들 진이 보여준 신적인 무위를 떠올리고 있으니 할 말을 잊어버린 듯했다.
원로들이 헛기침을 하며 로사의 눈치를 살폈다.
“12기수는 나날이 충격적인 모습만 보여주는군요. 가당키나 한 무위란 말입니까?”
“마검 회귀를 선언했을 때 보여준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소. 이제는 정통성이라는 가치로 12기수의 마검을 폄훼할 수도 없겠군…….”
란과 뷔고, 뮤와 앤 역시 막사에 함께 있었다.
형제는 수시로 고개를 젓거나 끄덕이며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반면, 자매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로사는 자매에게 시선을 두었다.
‘내가 조슈아를 떨어뜨린 이후, 확실히 저 두 아이는 어딘가 변했다.’
로사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뮤와 앤에게 관심을 둔 적이 없었다.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다른 자식들에게 항상 그래왔듯이.
그중에서도 뮤와 앤은 특히 볼품없는 자식들이었다.
자극을 주기 위해 짓밟거나 나무라는 것조차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그날 이후 느낌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본래의 두 사람이라면 지금도 주제를 모르고 길길이 날뛰며 헛소리를 해대야 하건만, 침착한 모양새가 기이했다.
때문에 로사는 요즘 그녀들을 곁에 두고 지켜보고 있었다.
‘어떤 깨달음을 통해 무게를 얻을 수 있을 만한 재목들이 아니었다.’
무엇이 딸들을 변하게 만들었나.
‘막내의 그토록 압도적인 모습을 보고도 평정을 유지한다…… 그러나 죽을 날만 기다리며 모든 것을 포기한 눈치도 아니다.’
로사는 곧 결론을 내렸다.
‘예언자를 만난 모양이군. 그래서 막내가 보여준 것보다 더 대단한 힘이 자신들과 함께한다는 믿음이 있을지도 모르지.’
로사가 시선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
“제약이 있을 것이다.”
웅성대던 이들이 말을 멈추었다.
“막내가 아무런 제약 없이 그만한 힘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면, 가문의 후계 전쟁은 진즉에 끝이 났다.”
“그건……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12기수는 그림자의 계약자이니, 어떤 조건을 통해 솔더렛의 힘을 빌렸을 겁니다.”
“아티팩트를 사용했다는 보고도 있지 않았습니까. 그게 신의 물건일 수도 있겠군요.”
“또한 막내는 자신이 그 정도의 힘을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걸 몰랐을 것이다. 알고 있었다면 전쟁이 시작됨과 동시에 그 힘을 드러냈을 터. 마검 회귀 선언을 하기 전과 달리, 막내는 이제 자신의 힘을 숨길 필요가 없는 입장이지.”
막사에 모인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이 있고, 신의 도움이 있었다면 납득할 수 있는 힘이었다.
룬칸델은 신의 계약과 거리가 먼 가문이고, 다들 너무 큰 충격을 받은 탓에 그 생각을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1차전은 검황성의 완벽한 승리로 끝난 셈이다. 그러나 지플은 그 하얀 돌이라는 물건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군.”
막사 문이 열리며 두 명의 흑기사가 들어섰다.
“가주 대행, 지플의 병력 이동이 확인되었습니다.”
“규모는?”
“코젝을 비롯한 비행 함선 오십 척 이상,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으나 망령대를 포함한 최소 삼백 이상의 최고 마법사들이 탑승해있으리라 추정됩니다. 총지휘는 옥타비아 지플이 맡았지만, 켈리악 지플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켈리악 지플이……?”
“허.”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고, 그럴 수 있다는 보고일 뿐이었다.
그러나 2차 지원군은 켈리악이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규모였다.
켈리악 지플.
세계 제일가의 수장이자 마법의 정점.
지플에서 그가 직접 움직이는 것은, 룬칸델에서 시론이 나서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로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켈리악이 참전할 수도 있다는 근거는?”
“화룡 카둔이 1마탑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또한 1마탑 마법사들의 구성이 급격히 2진으로 변환된 것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켈리악이 나서는 건 거의 확정이로군.”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가주 대행.”
“검황성에 도착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 것 같나?”
“이틀입니다. 과거 가이파 군도와 이번 전쟁의 1차전에서 보여준 순간이동 능력은 사용 불가한 눈치입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술이지. 그것도 뭔가 한계가 있나 보군.”
또 다시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룬칸델과 지플은 수시로 크고 작은 싸움을 해왔다.
천 년이나 이어진 싸움은 이제 전쟁이 아니라 일상에 더 가까웠다.
싸움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시론과 켈리악이 젊었던 때였다.
그들이 아직 가주에 오르지 못했을 때, 두 가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싸움을 펼쳐왔다.
그리고 각각 가주가 된 이후에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때부터는 가주들이 직접 맞붙는 순간, 한쪽은 반드시 끝장이 나고, 다른 한쪽 역시 멸망 직전에 놓이게 되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시론과 켈리악은 직접 권속을 이끌고 전장에 나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어쩌다 출정하더라도, 그들이 나타나는 순간 어떤 전장이든 전쟁은 그 즉시 끝이 났다.
두 사람은 문자 그대로 세상의 절대자인 것이다.
그런 켈리악이 직접 나서고 있다.
휴페스터가 아닌 검황성을 향하고 있지만 그 앞을 가로막는다는 건 곧, 전면전을 의미했다.
다들 그 이름이 나오자마자 전면전을 신경 썼으나, 로사는 그들과 생각이 달랐다.
“켈리악, 그자는 가주와 달리 협상을 우선하는 자다. 비록 흑해에 있다고는 하나, 가주가 정정한데 함부로 우리와 전면전을 할 생각은 하지 못할 터. 다들 잊었나? 그는 가주를 두려워한다.”
로사는 켈리악이 자신과 협상을 하기 위해 직접 찾아오고 있는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전면전을 아예 상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흑기사들은 즉시 흑해로 가 가주께 사태를 보고하라.”
이미 시론은 흑해의 심부 이상으로 들어섰을 테니, 흑기사라 할지라도 신속한 보고는 불가능했다.
어쩌면 아예 만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로사는 일원들이 그런 것을 우려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반드시 보고가 닿을 것처럼 명령을 내렸고, 흑기사들은 그 뜻을 즉시 이해했다.
“존명!”
“또한 보고자를 제외한 흑기사 전체와 집행기사, 흑검회 1진, 수호기사, 모든 기수를 소집하고 동맹들을 대기시켜라. 내 명령이 떨어지면 즉시 전쟁 시나리오에 맞춰 움직일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흑검회의 원로들 일부와 책사들이 로사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다급히 막사를 나섰다.
“전면전은 어디까지나 배제할 수 없는 것일 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하얀 돌이다. 1차전에서 함대를 소환한 것에서도, 지금 또 대규모 지원군이 오는 것에서도 이미 증명이 되었다. 하얀 돌은 놈들에게 없어선 안 될 물건이다. 그러나 우린 아직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는군.”
“검황성에 사람을 보내볼까요?”
책사의 말에 로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막내가 하얀 돌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반드시 가문에 필요하다는 확신을 가졌다면 먼저 가문에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아직 막내도 판단을 내리고 있을 터. 무엇보다도 비궁주가 함께 있다. 괜히 그녀를 자극하는 꼴이 될 수 있어. 일단 이틀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조금 더 지켜본다.”
“흐음, 12기수가 검황성을 떠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알 수가 없군요. 참전 목적이 단테 하이란을 구출하기 위해서였다면 지금 기회가 될 때 떠나야 할 텐데 전혀 그럴 기미가 없습니다.”
로사도 그 부분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막내는 지금이라도 단테와 하이란의 기사들을 이끌고 후퇴를 해야 한다. 더 큰 지원군이 오리라는 것도 모를 리 없고. 이쯤에서 하이란을 흡수하고 여론전에 돌입해 지플과 제국을 흔들며 가문이 나서도록 종용하는 것이 막내의 방식이건만, 검황성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지?’
떠날 수 없기 때문인가?
단지 단테가 고집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막내는 그를 반쯤 때려죽여서라도 강제로 검황성을 떠나게 만들 인물이었다.
단테뿐만이 아니라 하이란의 다른 기사들까지 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로사가 아는 막내라면 단테를 인질로 삼아서라도, 그보다 더한 협박을 해서라도 충분히 하이란 전체가 검황성을 떠나도록 조치할 수 있었다.
“킨젤로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도 수상합니다. 현재까지 보고된 바로는, 수인들의 땅에선 그 어떤 병력 이동도 없었습니다.”
“검황성 테러 때처럼 그들도 차원문을 이용해 갑자기 전장에 나설 수 있겠지. 계속 예의 주시하라.”
룬칸델은 알지 못하지만 킨젤로는 현재 단장의 힘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따라서 그들이 검황성전에 참전하려면 이미 병력 이동이 시작되었어야 했다.
“12기수가 마지막으로 사용한 마법은 리올 지플의 유산입니다. 가주 대행, 어쩌면 켈리악이 움직이는 이유가 하얀 돌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리올 지플의 마법을 회수하는 것도 목적에 포함되었을 것 같군요. 또한 12기수가 사용한 아티팩트 역시 지플의 물건일 수도 있고요.”
호민회장, 텔롯 룬칸델이 말하자 로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사는 그의 말에 숨겨진 의미를 정확히 읽어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막내를 걱정하고 있군요, 호민회장.”
“……조슈아는 끝장이 났고, 그는 이제 1기수를 제외하면 가문 최고의 인물이외다. 걱정할 수밖에.”
“켈리악이 하얀 돌뿐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마법과 아티팩트까지 찾으려는 목적이라면, 그래서 나와 협상하고 싶다면. 그 부분은 협상 내용에 포함하지 않을 것입니다. 빼앗은 것을 돌려달라고 곧이곧대로 들어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혹 전면전이 아니라 협상을 하게 되더라도 진이 손해를 보는 일은 절대로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런 걱정을 하다니, 호민회장께선 나를 바보로 생각하시나 보군요.”
농담하는 투였으나 아무도 웃지 못했다.
텔롯만이 허허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런 식으로 로사의 농담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은 가문에 정말 몇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상, 회의를 종료하겠다. 각자 위치로 향하도록. 그리고 뮤와 앤, 너희 두 사람은 잠시 남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