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62)
제 666화
169화. 원수의 성지로(1)
바멀 연합, 티칸 자유국 티칸궁.
진이 무사히 돌아왔고 발레리아를 가까스로 구하기는 했으나, 그날 이후 바멀 연합과 임시 동맹들의 분위기는 썩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우선 티칸은 발레리아의 부상이 문제였다.
탈라리스를 전담 치료하고 있는 성왕 라니는 물론이고, 아군 진영의 모든 치유사와 의료원, 묘인족의 능력을 동원해도 그녀가 입은 부상을 치유할 방법이 없었다.
“후우.”
의료실을 나선 진이 피곤한 듯 숨을 골랐다.
그는 발레리아의 봉인에 매일 마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최소 옥타비아 수준의 마법사는 되어야 발레리아의 복잡한 마법을 외부에서 유지할 수 있으니, 티칸에서는 오직 진에게만 가능한 일이었다.
진의 마력이 10성에 닿았어도 외부 마력 주입은 정신적 피로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그 말은 곧, 발레리아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동안 진은 늘 전력을 다 낼 수 없다는 의미였다.
“발레리아 히스터, 전부터 느끼긴 했지만 대단한 인물이긴 하군. 내가 알기로 보통 마법사는 의식을 잃으면 어떤 마법도 유지할 수 없을 텐데. 마법사뿐만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의식을 잃은 채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지.”
“시리스 님.”
시리스가 진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비궁의 힘으로도 도움을 줄 수 없어서 안타깝군.”
“그런 말씀 마십시오, 비궁엔 늘 은혜만 입어왔으니.”
비궁의 봉인기로 발레리아의 마법을 대체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시리스가 아니라 탈라리스가 회복된 상태여서 직접 시도한다고 가정해도 마찬가지였다.
“하…….”
내내 병실 앞에 앉아 있던 콰울은 진의 모습을 보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둔 재떨이엔 산더미만 한 꽁초가 가득했고, 그의 얼굴이 어찌나 퀭한지 죽을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콰울은 발레리아가 자신과 함께 세상의 미래를 짊어질 천재 발명가라 여기고 있었다.
어떤 면에선 자신보다도 더 위대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까지 생각했으며, 그녀가 만일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면 세상의 발전이 수백 년은 더뎌진다고 확신했다.
물론 그런 차원을 넘어서, 콰울은 동료들 중 발레리아와 가장 친한 인물이었다.
지난 3년간 그녀와 가장 유대감을 깊게 쌓은 게 바로 콰울인 것이다.
“가능하다면 내 목숨이라도 바쳐서 살리고 싶군. 어찌 이렇게까지 수가 없단 말인가…… 성왕과 탈라리스 켄도르마의 능력으로도 방법이 없다니!”
“……엔도르마라고, 엔도르마! 도대체 천재라는 인간이 어떻게 매번 한 글자를 틀릴 수가 있지? 그냥 날 우롱하고 싶은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까지?”
“지금 켄도르마인지 엔도르마인지가 뭐가 중요해! 발레리아가 없으면 우리가 그간 함께해온 연구는, 세상의 미래는 그냥 다 암흑이라고, 암흑!”
“당신은 무능했다면 백 번은 죽었을 것이다, 그중 내 손에 죽는 게 아흔아홉은 되었을 것이고.”
“그러니까 차라리 날 죽이고 쟤를 살려주라고!”
세상의 발전이 몇백 년 늦춰지는 것보다, 진 역시 당장 발레리아 없이 로사와의 결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병실에 있는 인물은 바로 발레리아, 폐인이었던 전생의 자신을 구원해준 사람이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겁니다, 콰울 님.”
“방법은 누메루스의 피나 눈물을 구하는 것뿐이다, 진…… 임시 동맹 놈들이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겠나? 눈물은 몰라도, 피라면.”
누메루스의 피.
과거 진과 단테를 살린 희망의 신의 유산, 지금으로서는 그것밖에는 희망을 걸 곳이 없었다.
‘환부에 섞인 혼기는 정화기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금처럼 봉인만 유지된다면 더 번지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심장을 비롯한 중요 장기 다수에 치명상이 생긴 건 신의 힘이 있어야만 치료할 수 있다.
“저도 그걸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우선 킨젤로의 답변을 기다려보죠.”
킨젤로.
칼드란 설원 이후 그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그 마수왕 오르갈이라는 놈이 언제 일어날 줄 알고? 그냥 지플에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게 낫지 않겠나?”
칼드란 설원에서의 전투 때문에 오르갈은 또다시 잠에 빠진 상태였다.
잠에 빠진 채 이따금씩 컥컥 피를 토하는, 킨젤로 단원들 입장에서는 악몽 같은 상태가 다시 시작되어 버린 것이다.
“킨젤로가 지플보다 우리에게 훨씬 호의적입니다. 로사가 여전히 휴페스터 외부를 타격하지 않고 있으니, 당장은 제가 급하게 전투에 나서야 할 일도 없고요. 그러니 킨젤로를 먼저 기다려봅시다.”
킨젤로에 수가 없다면 지플에 먼저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그건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우선, 이번 칼드란 설원에 가장 많은 인력을 투입한 게 지플이었다.
그리고 당시 설원에 있던 이들은 지플만을 빼놓고 모두 탈출해버렸다.
그 결과 지플은 미완성 단계의 생체 골렘 백여 기를 잃었고, 옥타비아와 카둔이 또 중상을 입었다. 파들러 룬칸델과 다른 초월 혼돈체들에게.
오르갈의 힘이 진짜로 다 소진되었다고는 하나, 지플의 입장에선 쉽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항이 아닌 것이다.
물론 헤도와 산드라가 진과 함께 탈출하기는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한동안 티칸에 머물다 지플로 복귀했다. 헤도의 의견을 따라서 말이다.
즉, 지플은 헤도와 산드라가 진과 함께 탈출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답답하군. 지플 놈들, 다 같이 일을 하다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건데 쪼잔하게 삐져 가지고는.”
실제로 지플은 칼드란 설원 이후 티칸과 킨젤로가 보낸 서신에 아직 답을 주지 않으며 분노한 기색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번 일로 임시 동맹이 깨지지는 않겠지만, 긴장감이 다소 조성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와 킨젤로의 연락에 아직 답변하지 않고 있는 건 화가 난 것도 있겠지만, 보상이나 기타 요구 사항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요.”
“그들이 누메루스의 신물을 줄 테니 몇 가지 불편한 요구들을 들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어떤 요구냐에 따라 다른 문제겠지. 그딴 걸 질문이라고 하나, 이름도 못 외우는 멍청이라 그런가?”
“어떤 요구든지 수용하는 게 좋다. 혹 시공간 장치를 돌려달라고 말하더라도. 발레리아가 더 중요해.”
“콰울 님, 나랑 저쪽 가서 담배 하나 태워요. 거참, 나리께서 얼마나 현명한지 잘 아시는 분이. 이번에도 분명 임시 동맹들에게 빼먹을 것만 다 빼먹으실 테니 심란한 소리는 접어두시죠. 자자, 갑시다, 이 제트가 밀라산 최고급 담배를 챙겨놨으니.”
제트가 눈치 좋게 콰울을 데리고 나갔고, 진은 생각에 잠겼다. 발레리아를 구출한 이후 계속 그래왔지만, 도통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공자, 조금이라도 쉬십시오. 얼굴이 너무 안 좋습니다.”
“맞아요, 공자. 지플이 설마 그렇게까지 무리한 요구를 하겠어요?”
카시미르와 엔야, 동료들이 다가와 위로의 말들을 건네주었다.
그 말을 따라 잠시 머리라도 식힐 겸 티칸궁의 앞뜰로 나간 찰나, 칠색조로부터 보고가 들어왔다.
“국왕 전하, 진 경! 킨젤로 제1기함 그르닐이 티칸으로 접근 중입니다.”
고개를 돌린 진과 일행의 눈에도 저 멀리 그르닐의 형체가 보였다.
“즉시 입국 허가하고 이곳으로 모셔라!”
“예, 전하!”
진과 동료들은 당연히 비슈켈이나 베락트 등의 간부들이 찾아왔으리라 생각했다.
단장의 상태를 알릴 겸, 앞으로 지플과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할지를 의논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르닐에선 제피린과 비슈켈, 마르지엘라, 부바르, 란케와 더불어 오르갈이 직접 내리는 모습이었다.
그의 흐린 몸은 이전보다 빛이 약해져 있었다.
“오르갈, 회복이 끝난 것인가?”
[그건 아니…… 컥, 컥.]“주인! 여기 물, 휴지.”
[고맙군…… 제피린.]오르갈은 회복은커녕 당장이라도 다시 쓰러질 것 같은 상태였다. 제피린은 짜증 나는 기색을 드러내며 그의 피를 닦아주었다.
“그러게 제가 그냥 서신으로 알려주라고 했잖아요, 아니면 진 룬칸델을 우리 쪽으로 부르거나.”
[커허헉.]“아, 진짜…….”
한동안 오르갈은 늙고 병들어 쇠약해진 인간처럼 기침을 해댔다. 이내 기침이 조금 가라앉자 아주 짧게 상투적인 인사말들이 오간 후, 곧장 오르갈이 본론을 꺼냈다.
[내가 여길 찾아온 건 히스터에 대한 네 문제에 답을 해주기 위해서다, 진 룬칸델.]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바로 표정이 변하는군. 이거 꽤 재미있는, 컥컥, 흠흠. 좀 더 즐기고 싶지만 그럴 수 없겠어.]“당신이 직접 찾아올 정도면, 설마 누메루스의 신물을 가져온 것인가?”
“그게 있으면 널 주겠냐!”
“그래, 널 주겠냐!”
부바르와 아이나스가 동시에 소리쳤다.
[우선, 누메루스의 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눈물이 아니면 누메루스의 신물로는 히스터를 살릴 수 없을 것이다.]“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내가 긴 세월을 존재해오며 그 피를 몇 방울이나 써봤을 것 같나?]“그럼 어떤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직접 행차했나? 심지어 그런 상태로.”
[히스터를 내가 직접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제피린의 말처럼 너를 오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행여 지플이 티칸을 찾았을 때 네가 부재중이라면 그림이 이상해지거든. 너희와 우리만 따로 만나는 모양새가 되었을 테니…… 곧 지플에서도 사람이 올 거다.]오르갈은 티칸을 찾아오며 지플에도 미리 연락을 해두었다. 칼드란 설원의 일에 대해 의논을 하자고 말이다.
[내 상태를 보면 지플도 우리가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테지. 그보다, 그들이 오기 전에 히스터를 어서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오르갈이 허튼짓을 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진은 그를 발레리아의 병실로 안내해주었다.
“히스터로부터 확인하고 싶은 게 무엇이지?”
[완전마력체의 개방 수준. 히스터가 개방이 잘 된 상태라면, 누메루스의 눈물 없이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오르갈이 몇 분쯤 발레리아의 봉인 위로 손을 얹은 채 눈을 감았다.
이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을 안심시켜주었다.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군. 이 정도면 컥(이번엔 진이 피를 닦아주었다), 별다른 대가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어떻게 하면 되지?”
진의 물음에 오르갈은 이렇게 대답했다.
[히스터를 데리고 지플의 성지로 찾아가면 된다. 그곳에서 조금만 시간을 보내도, 이 여자는 완전히 회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