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64
“아시겠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이잭과의 싸움에서 마안을 꺼내면 안 돼요.”
“아니 왜?”
“마안에 익숙하지도 않은 당신이 그걸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마안은 오러를 볼 수 있는 눈이다.
하지만 기사들이 만들어내는 검기는 마안이 없어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힘인 오러를 물리적인 효과를 발휘할 정도로 뭉친 것이 바로 검기.
이 경우에는 육감을 개화시키지 않은 일반인조차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럼 마안으로 검기를 보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안에게 검기는 강렬한 빛의 덩어리나 마찬가지에요. 보는 걸 조절하는 데 익숙하지 않으면 검기에 눈이 멀어 버릴 수도 있다고요.”
가이잭 정도의 강자를 상대하다가 갑자기 눈이 멀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대련이라곤 해도 피차 서로의 실력을 아는 만큼 위험한 기술도 서슴없이 교환한다.
그런 와중에 상대가 눈이 멀어 당연히 받아낼 줄 알았던 기술에도 당해 버린다면?
살수를 쓸 생각이 없어도 얼마든지 사고가 날 수 있었다.
“오히려 죽이려고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더 위험하죠. 그만큼 살기를 느끼기 힘드니까요.”
노아의 마안은 아직 희미하게 보이는 정도.
이 상태로는 문제 될 게 없겠지만 싸우다 갑자기 마안을 완전각성 하기라도 하면 순간적인 변화에 상대의 움직임을 놓칠 수도 있었다.
“애초에 저도 이런 걸 걱정하는 것조차 어이가 없긴 한데요…….”
율리우스는 현재 노아의 단계에서 마안의 완전각성까지 1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나 좀 막힌다 싶으면 휙휙 벽을 뛰어넘던 노아의 성장 곡선을 생각하면 언제 갑자기 눈을 떠도 이상하지 않았다.
‘게다가 월식도 포함해 워낙 특이 케이스이기도 하니.’
이러다 보니 노아 또한 베로니카의 걱정을 마냥 괜한 것이라 치부할 수 없었다.
“알았어 알았어. 가이잭이 강하다는 건 나도 잘 아니까. 익숙하지도 않은 걸로 승부를 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마안을 사용하지 않고 싸우면 결국 이전과 다를 것 없는 랭킹전일 뿐.
때문에 노아는 곧 있을 자신의 랭킹전보다는 베로니카에 대한 것을 더 걱정했다.
“그러는 너야말로 잘 되어가고 있어? ‘검령’의 인식 말이야.”
“아쉽게도 그건 아직이네요.”
월식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할 뿐, 모든 완성된 성련검에는 검령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은 베로니카의 검인 글레이시아도 마찬가지라는 뜻.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베로니카와 율리우스는 자신의 검을 돌아보게 되었다.
‘성련검은 사용자의 검술 그 자체나 마찬가지.’
이는 역으로 성련검을 통해 자신의 검술을 되돌아볼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자신이 쌓아올린 검술의 정수는 곧 심검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마안의 소유자는 검령과의 교감을 통해 심검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작 월식을 통해 암월과 만나볼 수 있는 노아는 아픈 애 좀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제지를 당했지만 어쨌든.
심검에 도달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정립되지 않은 시점에 이는 시도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다녀올게. 그때까지 암월을 잘 부탁해.”
“예?”
베로니카는 노아가 내민 암월을 받아 들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선물한 그 시절의 검집에 들어간 암월이 그녀의 손 위에 올라와 있었다.
“걔는 내가 다른 검만 쓰면 난리법석을 부린단 말이야. 그나마 너는 대화도 나눠본 사이니 암월도 얌전히 있겠지.”
그렇게 말하는 노아의 손에는 월식과, 일반 강철검 20자루가 든 소드박스가 들려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근접격투술에 특화된 가이잭을 맨손으로 이기는 건 무리였는데. 월식의 기억 중에 비슷한 게 있어서 다행이지 뭐야.”
검을 소모품으로 쓰는 싸움.
노아는 엔야의 방식으로 랭킹전에 나섰다.
* * *
“오잉? 스승이 암월을 두고 나왔는데요?”
“하다못해 성련검도 아닌 강철검이라니. 상대를 너무 얕본 거 아닌가요?”
노아의 랭킹전을 관람하러 온 한별과 나루는 암월 없이 경기장에 등장한 노아를 보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함께 있던 펠릭스도 마찬가지였다.
‘저 녀석…….’
혼자 조용히 노아의 랭킹전을 관람하려 했던 펠릭스는 도중에 유니아에게 들통나 버려, 강제로 검은 달의 여성진과 합류하게 되었다.
“펠릭스 선배는 오라버니가 저럴 거라는 걸 알고 계셨나요?”
“그럴 리가. 같은 곳에 살고 있던 너희들도 몰랐던 일일 테지? 아마 지금 자기 랭킹전을 하러 간 이들도 몰랐을 거다.”
검은 달 사람들도 각자 자신의 랭킹전이 있어, 현재 노아의 경기를 보러 온건 한별, 나루, 유니아에 펠릭스뿐.
물어본 건 아니지만 그쪽도 노아의 저런 행동에 대해선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대신 한 가지만은 확실하군.”
“한 가지라면……?”
“저 녀석은 대충 할 생각으로 저러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힘의 차이를 보여줄 생각이군.”
“힘의 차이요?”
유니아가 그에 대해 물어보려는 순간 경기가 시작되었다.
파앗!
가이잭의 모습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앗?”
멀리서 보고 있음에도 시야에서 놓칠 정도의 가속.
유니아가 헛숨을 삼키는 순간 두 사람이 격돌한다.
육감을 사용하지 않으면 공방의 전개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고속전.
노아는 일반 강철검을 가지고도 엄청난 강도의 검기를 덧씌워 가이잭의 공격들을 받아냈다.
‘하지만 평소에 비해 소극적이다. 아무리 검기로 감싸도 기본적인 강도 차이를 넘을 수 없는 거야.’
노아는 계속해서 정면 충돌을 피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단순히 공격을 흘려내는 것과는 달리, 아예 충돌 자체를 피해야만 하면 행동이 제약되기 마련.
가이잭이 그걸 놓칠 리가 없었다.
“역시 밀리잖아요! 도대체 왜 저런……!”
“아니, 지금부터다.”
“네?”
“저게 전부라면 20자루로 그칠 것도 없이 100자루 200자루씩 들고 가서 마음껏 부숴먹으며 싸웠을 테지.”
노아가 20자루만 들고 올라갔다는 것은 그거면 충분하다는 뜻.
그리고 펠릭스의 예상은 적중했다.
키이이잉!
노아가 강철검을 월식에 집어넣는 순간, 가이잭은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은하섬.
아니, 오버드라이브도 암월도 없이 펼친 그것은 장대한 은하수가 아니라 한 줄기 혜성에 불과했다.
하지만 혜성이라도 절대적인 위력을 품고 있는 것은 동일.
경기장이 반으로 갈라진다.
먼저 움직인 가이잭은 그 공격을 피해냈지만 노아는 이미 두 번째 검을 월식에 장전하고 있었다.
“설마설마했다만 저 녀석 진심으로 할 생각인가……!”
약식 은하섬.
20연.
그날 나이트레이의 3위와 4위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세워졌다.
* * *
노아의 압승.
이전에 보여줬던 은하섬이 전부인 건지, 아니면 실력 자체가 뛰어난 건지.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주목된 3, 4위전에서 노아는 압도적인 힘으로 가이잭을 찍어 눌렀다.
그로 인해 나이트레이 내부에는 묘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어쩌면 2년 연속으로……?
-또다시 학생 마스터 나이트가 나타나는가?
연승전에서 노아 이후 나머지 전원을 홀로 쓰러뜨린 율리우스.
그런 율리우스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던 베로니카.
4위 아래로 확실하게 선을 그어버린 노아.
이 셋의 실력이 정말로 다른 15인에 비해 한 수 위라는 것이 확실해진 상황.
그 와중에 율리우스는 작년에도 아슬란, 알렌과 비벼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던 인물이었다.
자연스레 여론은 올해의 이 셋이 작년의 그 둘만큼 강한 게 아닌가 하는 식으로 흘러갔다.
또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
매년 마지막 학기는 기사 서임을 위한 졸업 준비에 쓰인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 셋이 승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은 다음 랭킹전의 날이 마지막이었다.
“말은 안 해도 다들 저 셋 중 마스터 나이트가 나오길 바라는 분위기군.”
“바깥이 어수선하니까요.”
레지나는 싱클레어 가문에서 보내온 공문을 내려놓고 창밖으로 펼쳐진 나이트레이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율리우스는 올해로 졸업이다.
계엄령이 내려진 상황인 이상 이는 결정 사항.
연말이면 그는 싱클레어 가문의 후계자로서 대령 계급을 달고 기사단에 입단해야 했다.
“아무리 그래도 학점 다 채우면 졸업식 전까지 자기들이 데리고 있겠다니. 이건 날 못 믿는다는 소리잖아.”
물론 마스터 나이트인 코코아마저 행방불명된 지금 불안해하는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여기는 해외가 아니라 제국의 중심부인 나이트레이.
검의 여왕이라 불리는 레지나가 지키고 있는 곳이었다.
“싱클레어의 가주는 이쯤 되면 소심한 걸 넘어서 나에게 모욕을 주고 싶었던 거 아닐까?”
“확실히 마스터 올베르트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이긴 하죠.”
쿠이나는 레지나의 반응에 하는 수 있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보통 마스터 나이트가 될 정도면 실력도 출중하고, 그에 대한 자신감도 있기 마련이었다.
덕분에 대다수의 마스터 나이트는 하나같이 당당한 성격이었으나, 싱클레어의 가주인 올베르트만은 아니었다.
“그 양반은 걱정이 너무 많아서 마스터 나이트가 된 게 틀림없어요. 막 ‘나중에 마스터 나이트와 싸울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나도 심검을 얻어둬야겠다’ 이러면서요.”
쿠이나가 우스꽝스럽게 올베르트의 목소리를 흉내 내자 레지나는 그녀를 한번 째려봐 주었다.
계엄령이 내려 8대 가문의 가주와 검림의 마스터들에겐 군권이 주어진 상황.
사소한 불평이라도 생각지 못한 문제로 이어질 수가 있었다.
‘쓸데없는 기 싸움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던가. 그때의 일을 반복할 수는 없다.’
예상치 못한 적의 증원보다 무서운 것이, 예상치 못한 아군의 배신이었다.
전쟁에서는 지원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그래놓고 이쪽의 사정이 나빠져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버리면, 그것만으로는 마스터 나이트를 함부로 처벌할 수 없다.
그들이 정말로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베르트 같은 자는 위험해.’
나이트레이 내부에는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이 뒤섞여 있었다.
어디서 이야기가 새어나갈지 모른다.
그녀에게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도를 숨겨야 할 이유가 있었다.
“부탁했던 건 어떻게 됐지, 쿠이나?”
“주인님의 말씀에 따르면…… 충분히 가능하답니다.”
레지나의 요청을 생사령에게 전달했던 쿠이나는 암문에서 되돌아온 답변을 전했다.
“하지만 진짜로 하실 거예요? 블랙 하운드를 고용한다니. 그건 안 좋은 생각 같은데요.”
“아니, 누가 적인지 모르는 상황에선 오히려 믿을 수 있는 놈들이다.”
블랙 하운드 용병대.
제국이 한창 정복전쟁을 벌이던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수백 년 역사의 용병대.
이들은 정식 기사가 아닌 용병이었지만, 그 실력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징집되지 않기 위해 기사 작위도 마다하고 용병 일을 하는 놈들이다. 이쪽에서 먼저 계약 사항을 어기지 않는 이상 놈들은 신뢰를 배반하지 않아.”
“하지만 가격이 미쳤잖아요.”
“실력도 미친놈들이지.”
평화의 시대가 온 이후 블랙 하운드는 일거리를 찾아 검림에 합류했다.
그것만으로도 검림의 4대 문파 중 일익을 차지한 것이 바로 블랙 하운드 용병대.
그 대장인 노커는 마스터 나이트에 이른 놀라운 실력자였다.
“마스터 나이트 하나와 기사 팔천. 하핫, 숨 한번 내쉴 때마다 평범한 사람이 평생 벌어야 할 금액이 녹아내리는 셈이네요.”
“그러니 써야 할 곳을 정확히 짚어야겠지.”
자금의 흐름을 숨기면서 그들을 부릴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연말까지가 한계.
그마저도 전투수당을 생각하면 제대로 쓸 수 있는 건 두어 번이 한계.
‘하지만 그거면 충분해.’
최악의 경우 무력개입까지 상정한 행동이었다.
이를 평화롭게 해결할 방법은, 이제 노아가 마안을 이용해 광휘제를 붙잡아주는 것 뿐.
‘부디 늦지 마라.’
모두가 연말을 마지노선으로 보는 가운데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