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227
마인전쟁 이후 카인이 어디로 사라졌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었다.
실제로 광휘제 또한 그의 구체적인 행선지는 몰랐다.
때문에 그가 예고도 없이 생텀 킵에 나타났을 때, 아르니는 또 뭔가 사고라도 친 건지부터 걱정했다.
“아니, 사고는 광휘제가 치는 거고.”
“저번에 오셨을 땐 시내의 검술도장에 이상한 검술을 뿌리고 가셨잖아요. 마스터 나이트의 검술이라고 소문이 나서 얼마나 난리였는데요!”
“아, 그거라면 무간의 원본검술이라 그것만 배워가지곤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텐데.”
8개의 심검을 얻기 위해 카인은 8가지 검술을 만들어 익혔다.
그중 오로지 심검을 막기 위한 용도로 개발된 무간의 검술은 그것만 가지곤 의미 없는 몸짓에 가까웠다.
“나름 규모 있는 기사단에서 그걸 가져가 익혔다가 원래 쓰던 검술도 못 쓰게 되었다면서 항의도 해왔었다고요!”
하얀 마녀와 북해검왕이 둘 다 리타이어된 지금, 생텀 킵에는 마스터 나이트가 없었다.
아르니가 구심점이 되어 나라를 꽉 잡고 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것.
이대로라면 실질적인 무력이 필요해질 때마다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마침 그 문제를 해결하러 온 거니까.”
“……?”
“일단 검왕님을 뵈러 갈까.”
북해검왕은 외상이 대부분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한 상태였다.
단순히 다친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능에 당한 탓.
“일반적인 치료법이 안 통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이건 어떨까?”
그렇게 말하며 카인이 꺼내든 것은 오는 길에 오필리아에게도 하나 전해주었던 엘릭서였다.
“카인 님 그건?”
“마인전쟁이 한창이던 시기부터 나는 조직의 연구소들을 털고 있었지. 그건 바로 모든 마인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강력한 재생력을 원했기 때문이다.”
마인의 능력은 원본이 되는 마수의 이능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어떠한 마수의 유전자를 이식받았든,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들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강력한 신체 능력과 재생력.
“특별히 재생에 관한 이능을 가진 경우가 아니더라도 그렇더군. 나는 그 점에 주목했다.”
오러만 충분하다면 어떠한 상처라도 재생하는 그 힘.
그 힘은 단순한 외상뿐 아니라 병균이나 노화에도 강했다.
“또 다른 마수의 이능에 대해서도 강하지.”
“그렇다면……!”
“이 약이라면 목숨 걸고 마인화를 시도하지 않아도 북해검왕을 치료할 수 있을 거다.”
그가 개발한 물약의 효과는 실제 마인이 되는 것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그것도 일시적인 재생 효과에 불과했다.
그러나 엘릭서라 이름붙인 이 물약만큼은 달랐다.
“일단 마시게 해보지. 의식이 없으니 천천히.”
처음 보는 물약의 존재에 걱정이 될 법도 하건만 아르니는 은인인 카인의 말을 믿고 따랐다.
그리고 잠시 후.
“여, 여기는……?”
북해검왕이 눈을 떴다.
* *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격의 부녀재회 이후, 다시 만난 아르니는 카인의 손을 붙잡고 울었다.
놀라울 정도로 잘해내고 있기에 다들 간과하고 있었으나, 아르니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제대로 된 사회 경험도 없는 아이였다.
그러한 와중에 가족과도 같았던 호위기사와, 아버지를 동시에 잃고 홀로 생텀 킵을 장악한 것.
당장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아버지를 따르던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해질 판이라 떠밀리듯 일했고, 전부 해내기까지 했지만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불안한 어린아이의 모습이 계속 남아 있었다.
“카인 님과 노아 씨에게 받은 은혜는 평생을 다해도 갚지 못할 거예요……!”
“벌써부터 갚을 생각을 하면 쓰나. 아직 한 병 남았는데.”
카인은 그런 아르니를 안아주다, 그녀가 진정된 후 또다시 엘릭서를 한 병 꺼내 들었다.
“받아.”
“네? 이건 또 왜…….”
“그건 네 거다.”
말 그대로의 뜻이었다.
“한 병은 네 아버지 북해검왕의 몸을 치료하기 위한 것. 그리고 한 병은 네 선천적인 오러 거부 체질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카인의 진짜 목적이었다.
카인의 연인이자 부인이었던 엔야가 죽은 이유.
그것은 근본적으로 종말의 마수나 노아 때문이 아닌, 그녀의 선천적인 체질 탓이었다.
“검술을 배우지 않아도 세상에 오러가 가득한 이상 네 수명은 그리 길지 않을 거다. 엔야와 같은 오러 컨트롤을 기대할 순 없으니 아이를 가지는 것도 불가능하겠지.”
“엘릭서가 체질도 고칠 수 있다는 말이신가요?”
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그것을 위해 만든 약이니까.”
대전쟁 도중 엔야가 나서기로 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계속.
탈영하여 반역자로 몰리면서까지 카인은 치료법을 찾아 전 세계를 헤맸다.
엔야와 같은 체질인 아르니와 알게 된 것도 바로 그 과정에서 일어난 것.
결론만 따지면 결국 카인은 제때 치료법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엔야가 죽은 뒤에도 그는 치료법 찾기를 멈추지 않았다.
“더 이상 그 체질로 사람 죽는 꼴은 못 본다.”
비록 늦었지만, 한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었다면 무의미한 일은 아니었다.
“……이거면 된 거야.”
“카인 님…….”
잠시 저 멀리 황가의 무덤이 있을 스텔라리움을 바라보던 카인은 이내 아르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젠 그 좋아하는 검술을 지켜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배워도 볼 수 있겠구나.”
“상처나 병만이 아니라 체질마저 고칠 수 있다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 약을 만들어내신 거죠?”
“사실 아직도 완성형은 아니다. 효과가 너무 미약하거든.”
“이게 미약하다고요?”
“너나 북해검왕, 그리고 오필리아의 손에 쥐여 보낸 것은 얼마 없는 재료로 만든 특제품이라 효과가 뛰어난 것뿐이다.”
“뭐로 만들었기에…….”
그거야 간단했다.
“종말의 마수.”
아르니가 마신 것은 세상에 다시없을 비약이었다.
“감사 인사는 다른 사람에게 해라.”
“네?”
“나 혼자 만든 게 아니거든.”
* * *
펠릭스가 손을 쓰자 오필리아가 요구한 자리를 만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이로비에게도 이야기를 공유해야 했지만, 그녀는 로젤리아에게만 들키지 않으면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펠릭스, 오필리아, 나이로비 세 사람은 테오도르와 마주할 수 있었다.
“자네는 분명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지. 하지만 별로 그런 쪽으로 조예가 깊어 보이는 인원들은 아니다만?”
만일 세 사람이 리나리아를 미끼로 다른 이유에서 자신을 불러낸 것이라면 테오도르는 검을 뽑아 들 생각마저 있었다.
눈앞의 세 사람이 어느 정도의 실력자인지.
또 건드렸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주요 인물들이라는 점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냉철하게 충분한 고려를 마친 뒤,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말씀드린 약입니다.”
오필리아는 간을 볼 것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출처는 카인 씨입니다. 마수를 오러 흡수를 위한 영약으로 가공하는 대신 재생약으로 만드는 기술이지요.”
“영약으로서의 효력을 회복력으로 돌렸다는 이야기인가? 말은 그럴싸하군. 하지만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약이지만 효력이 부족할 가능성.
약이 아닌, 독일 가능성.
카인의 이름을 건 게 거짓일 가능성.
아니면 카인이 오필리아를 속였을 가능성까지.
듣도 보도 못 한 약을 거절할 이유야 차고 넘쳤다.
반면 오필리아는 그런 테오도르를 설득할 능력이 없었다.
자신은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그러니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다.
서걱!
“선배!”
양옆의 두 사람이 경악하는 가운데 오필리아는 떨어진 자신의 손을 주워들었다.
절단된 손목 단면은 깔끔했다.
약의 효과가 확실하다면 다시 붙이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그녀는 손목을 맞춰놓고 엘릭서의 일부를 부었다.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살은 빠르게 아물었다.
잠시 후에는 손가락도 움직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됐나요?”
기사로서의 생명을 건 증명.
하반신 마비와 절단된 상처의 봉합은 분명 다른 문제였으나, 이렇게까지 보여준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소리는 할 수 없었다.
“……증명할 방법은 달리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대뜸 자신의 손목을 잘라 버린 오필리아의 행동은 테오도르로서도 놀라운 일이었다.
치료 효과가 확실하다고 해도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여기선 굳이 오필리아가 자신의 손목을 자를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오필리아에게는 그래야 할 이유가 있었다.
“피를 흘린 아픔보다는 친구의 절망이 더 고통스러우니까요.”
조금이라도 더 빨리 리나리아를 치료할 수 있다면 잠깐 아픈 것쯤은 중요하지 않다.
평소 말이 없어 그 생각을 짐작하기 힘든 오필리아였으나, 그녀가 모두를 친구라 생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친구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변한 적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게까지 리나를 아끼는 줄은 몰랐군.”
“리나만이 아니죠.”
테오도르는 그 말의 의미를 단번에 알아들었다.
오필리아가 굳이 로젤리아 몰래 그를 만나러 온 이유.
‘로제가 변한 것은 단순히 리나가 다쳤기 때문만이 아니다.’
다른 기사들에 비해 젊다 못해 어리긴 했으나 쌍둥이 또한 기사였다.
기사로서 싸우는 것이 얼마든지 다치거나, 경우에 따라선 죽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다.
다만 그 부상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것이며, 근본적인 원인은 자신이 검술로 리나리아를 앞서 나간 탓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된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리나리아의 몸이 낫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오필리아의 행동은 바로 그 점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리나, 들어가겠다.”
잠시 후 그들은 검기의 보조 없이 두 발로 일어선 리나리아를 볼 수 있었다.
* * *
“하아.”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쌍둥이를 화해시킬지에 대한 회의를 끝내고 나온 펠릭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필리아의 계획은 마지막에 와서 급격히 허술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걸 대충 기워 맞추긴 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확신하기 힘들었다.
“요는 결국 로제 선배에게 리나 선배의 실력을 보여주고 마냥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전하는 건가.”
실제로 심검을 빼면 리나리아의 실력은 로젤리아에 비해 크게 뒤쳐지지 않았다.
리나리아는 1년 이상 검을 손에서 놓았고, 심지어 이제는 재해급 영약 하나만큼의 차이가 있었음에도 말이다.
‘리나 선배도 다리가 낫고 처음에는 놀라는 눈치였지만, 얼마 안 가 눈빛이 바뀌었지.’
검술에 모든 것을 바친 기사라면 그걸 포기했을 때의 상실감만큼이나 되찾았을 때의 환희도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그녀는 지난 1년간 놀고만 있지 않았다.
‘오히려 다치기 전보다 강해졌어.’
자신과 같은 검술을 사용하는 로젤리아의 훈련을 보며, 리나리아는 자신의 검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미리 보았다.
기사를 포기해야 했던 리나리아가 어떤 심정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던 건진 알 수 없었다.
다만 어떤 심정이었든 간에 리나리아는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대신 로젤리아를 바라보았고,
그것은 현재의 그녀에게 확실한 이득이 되었다.
“이거 나도 우승을 걱정해야겠군.”
탑 소드에 마스터 나이트는 참여하지 않는다.
딱히 규칙이 있는 건 아니었으나, 암묵적으로 합의가 된 부분이었다.
그들이 등장하면 다른 이들의 경쟁이 무의미해지기 때문.
광휘제 또한 마스터 나이트 간의 랭킹전은 다른 방법을 준비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러니 지금의 펠릭스라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수 있었지만, 오필리아를 포함해 여러 강적들이 참가한 지금이라면 쉽사리 승리를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문득 펠릭스는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카인 씨가 리나리아 선배의 약까지 챙겨줄 정도로 친했던가?”
테오도르는 대전쟁 이후 활동을 시작했으므로, 카인과는 딱히 옛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리나리아 또한 카인과 잘 아는 사이는 아니리라.
‘아들과 친했다고 챙겨줄 정도…… 라고 보기에는 약의 효과가 심상치 않던데.’
영구적인 손상조차 단번에 치료되는 약이 평범한 것일 리가 없었다.
그런 엄청난 약을 딱히 연도 없는 리베리에 무상으로 넘길 정도인가 생각해보면, 카인에겐 그럴 만한 이유가 없었다.
“그럼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