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50
“와아아아아!”
도시의 하늘을 수놓는 검기의 번쩍임.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레오의 검이 상대의 검을 갈랐다.
“어딜 지나가려고.”
고층 건물을 통해 구시가지를 한달음에 돌파하려던 공성 측 참가자가 길거리로 추락했다.
그들이 근처로 왔을 때부터 길가로 물러나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레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미 이러한 일에 익숙한 모습.
스텔라리움의 주민들에게 탑 소드는 하나의 축제였다.
“항복! 항복!”
레오가 격추시킨 인물은 추격타가 이뤄지기 직전 양손을 들고 항복을 선언했다.
일격에 검이 부러진 시점에서 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명백했다.
막 자신 쪽으로 왔던 한 명을 쓰러뜨린 참이지만 쉴 시간은 없었다.
-그쪽으로 또 간다!
“발만 빨라가지곤!”
탑 소드 제1라운드는 제도 스텔라리움 전역을 무대로 삼는다.
그를 위해 경기 규칙 중에는 민간에 대한 피해를 제한하고 있었다.
“이 자식들, 건물이랑 사람들이 방해되니까 죄다 공중전을 노리잖아?”
하늘.
다른 말로는 천공(天空).
공(空)은 그곳이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어 있다는 뜻이었다.
공성 측도 전력을 쓸 수 없는 상태로는 막아서는 수성 측을 뚫어내기가 요원했다.
하지만 공중에서라면 전력을 다해도 주변에 피해가 갈 걱정이 없었다.
“날아오는 놈들을 죄다 떨어뜨려! 지상에 붙어서 싸우면 우리가 유리하다!”
반대로 양쪽 다 거리로 내려와서 싸우면 전력을 다할 수 없었다.
이 경우에는 서로 고만고만한 힘만 쓸 수 있었으므로 전투가 지지부진해진다.
시간을 끌어야 하는 수성 측에 유리해지는 것이다.
-레오 씨 도와주세요! 또 엄청 강한 놈입니다!
“알았다! 금방 간다!”
그리하여 수성 측은 요격 팀이 위로 지나가려는 이들을 떨어뜨리면, 나머지가 아래에서 붙잡고 늘어지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무형검에 능숙하지 않은 이들은 허공을 걸을 수는 있어도 공중전까진 커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방식으로 수성 측은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방어를 해내고 있었다.
“레오 선배!”
“티우 양인가?”
계속해서 움직이는 레오에게 어느새 티우가 가까워져 왔다.
“그 둘은요?”
“여전히 반응이 없군. 들어온 연락도 없었다.
“설마 당한 건 아니겠죠?”
“참가자 중에 다른 녀석도 아니고 그 둘을 조용히 처리할 수 있을 만한 실력자는 없다고 생각한다만…….”
찍 소리도 없이 둘을 쓰러뜨릴 수 있는 고수가 있다면 진작 황궁이 뚫리고 끝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확신은 할 수 없는 일이지. 당장 노아 녀석 본인부터가 혜성처럼 등장했으니까.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강자가 참가했을 수도 있다.”
무명이었던 인물이 탑 소드에서 화려하게 데뷔전을 치르는 경우는 드물지 않았다.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국제대회다.
국가 단위에서 작정하고 참가하는 쪽도 있다 보니 참가 전까지 일부러 대외적인 활동을 피하면서 실력을 숨기는 경우도 있었다.
“베로니카 님도 작년에 나이트레이에 입학하기 전까진 소문만 무성한 케이스였고.”
“역시 그때 확실하게 확인을 해보는 게 나았을까요?”
“후회는 경기가 끝난 다음에 반성회에서 해도 늦지 않아. 판단 자체는 지금 생각해도 상식적인 선이었다고 본다.”
다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그쪽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합류할 가능성을 조금 낮춰 잡아야 했다.
“그보다는 당장의 상황이 우선이다. 화려하게 성벽을 뚫어대기에 걱정했다만 생각보다 적의 공세가 약해.”
대놓고 일을 벌인 것치곤 꽤나 막을 만했다.
단순히 공성 측의 공격이 제각기 따로따로 이루어지는 탓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뭔가 꺼림칙했다.
“성벽을 부순 건 시선을 끌기 위함이었다는 건가요?”
“그래. 그렇게 될 경우 놈들의 노림수는 따로 있을 거다.”
의문은 금방 풀렸다.
콰아아앙!
-서쪽 방면도 뚫렸다!
앞서 뚫린 곳으로 근처의 병력이 몰려 있는 상황.
수성 측의 병력은 동쪽에 치우쳐 있었다.
“……그 둘이 더 그리워지는군.”
* * *
서쪽이 뚫렸다는 소식에 필리스의 외인부대 대장인 송곳니가 어디 한번 보자는 듯이 베로니카의 의견을 물어왔다.
“이봐, 서쪽으로 들어온 녀석들이 진짜 본대인 것 같은데. 이제 어쩔 거지?”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제한시간의 반을 버텼으니 충분히 이득을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작전을 바꾸죠.”
베로니카는 먼저 중앙에 남아 있던 예비대를 서쪽으로 보냈다.
“서쪽에 남아 있던 인원들은 예비대와 합류할 때까지 그대로 후퇴하세요.”
“예비대와 합류하려면 한참 물러나야 할 텐데? 기껏 번 시간을 다 날리는 셈이 아닌가?”
“병력의 손실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합니다. 퇴각을 최우선으로 해주세요.”
“아직 적의 의도도 모르면서 잘도 그런 결정을 내리는군.”
송곳니가 비아냥댐과 동시에 아군의 전령이 지휘부로 들어왔다.
“서쪽 방면에서 리카르도와 마데이라의 참가자들을 확인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해당 인원들 10명이 전원 그쪽에 있었습니다.”
“마데이라 놈들을 찾고 있었던 건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와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이들이니까요.”
지금의 상황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내용.
게다가 저건 믿을 수 있는 인원을 각 방면마다 심어뒀다는 뜻이었다.
송곳니는 놀랍다는 듯이 베로니카를 돌아보았다.
“전령으로 온 저 녀석은 나이트레이가 아니지 않나?”
“꼭 나이트레이에서 참가한 이들이 아니라도 제국 출신 참가자들은 제게 협조적이거든요.”
“한방 먹었군. 손발을 다 떼어냈을 때 어떻게 하나 보려고 했었는데.”
베로니카를 제외한 나이트레이 인원들이 가장 외곽인 성벽에 배치된 것은 수비 측의 정치적인 문제였다.
송곳니는 지휘권을 가진 베로니카가 자신의 측근들을 안전한 곳에 배치하는 등,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베로니카는 그 의견을 받아들여 나이트레이의 참가자들을 가장 탈락 위험이 높은 내성벽에 배치한 것.
“덕분에 제 발언권이 높아졌으니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리고?”
“나이트레이는 강합니다. 고작 1라운드에서 탈락할 사람은 없어요.”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베로니카는 기다렸다는 듯이 연달아 지시를 내렸다.
“송곳니 당신은 외인부대를 이끌고 서쪽 방면의 퇴각을 도우세요.”
“알겠다.”
“성식자들 쪽이랑 합류하실 때까진 추가 지원 없으니 알아서 하셔야 합니다.”
예비대를 모두 내보내는 것이었다.
황궁으로 기습해 오는 것을 막을 인원은 남아 있어야 하니 중앙에는 더 이상 뺄 수 있는 인원이 없었다.
“……부하들한테 장난 좀 쳤다고 일부러 그러나?”
“부하가 아닙니다. 제가 잠시 대표하고 있을 뿐 그들은 저와 동등한 참가자예요. 그리고 싸우는 건 원래 좋아하시지 않았나요?”
“……먼저 지휘를 맡겨보겠다고 한 건 나니까 이번 라운드는 끝까지 따라주도록 하지.”
송곳니를 보내고 난 베로니카는 동쪽 방면의 병력이나 나이트레이 인원들에게도 추가 지시를 내렸다.
“도대체 이 둘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상황에서 쌍으로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사고뭉치들.
베로니카는 노아와 펠릭스를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리카르도가 발견된 건 다행이네요.”
아무리 그의 지략이 대단하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일단 이쪽의 시야 안에 들어온 이상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어요. 공성 측을 빠르게 장악한 건 놀랍지만 이번에는 당하지 않아요.”
* * *
한편 서쪽 성벽이 뚫리기 조금 전.
광휘제와의 만남을 끝낸 노아와 펠릭스는 곧바로 아군과 합류하는 대신 내성 바깥의 신시가지를 크게 돌고 있었다.
“네가 말한 그 할아버지가 바로 빈센트 님이었다니…….”
“그게 그렇게 놀라운 일이야?”
“당연하지. 빈센트 님은 내 증조부이신 벤 마이어 님과 같은 세대라고. 100년도 전부터 활동하신 분이시다!”
“어쩐지 엄청난 강체술을 가지고 계시면서도 백발이 성성하시더라니.”
“나이가 나이시니 어쩔 수 없지.”
-!
“적이다.”
“나도 확인했어.”
한창 이야기를 나누며 내성벽 바깥을 돌던 두 사람은 적의 기척이 느껴지자 곧바로 숨을 죽였다.
“마데이라군.”
“스텔라리움에 올 때 같은 열차를 탄 녀석들이야. 꽤 강해.”
“베로니카 님도 저놈들의 리더가 한가락 하는 녀석이라고 했었지. 리카르도라고 했던가?”
두 사람이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리카르도와 마데이라의 기사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도 있었는데, 그 숫자가 어마어마했다.
“100? 200? 이쪽이 놈들의 본대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리카르도가 저들을 이끌고 있는 것 같군. 근처를 봐라.”
펠릭스가 가리킨 곳에는 20명 정도의 인원이 따로 떨어져 있었다.
“1라운드에는 보통 참가에 의의를 둔 녀석들도 많은 편이다. 태반은 무형검에 이르지 못한 수준이야. 하지만 저기 모인 녀석들은 죄다 상위 랭커급인 것 같군.”
“대박이다. 이거 봐. 역시 내 말대로 하길 잘했지?”
노아와 펠릭스가 광휘제와 헤어진 후 본대에 합류하는 대신 성벽 바깥을 돌기 시작한 이유.
그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저쪽은 우리가 보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
“당연하지.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상상이나 했겠어?”
광휘제는 노아와 만나기 위해 몰래 그를 찾아와 주변을 차단하기까지 했다.
그 탓에 모두가 노아와 펠릭스의 위치를 놓쳤다.
“지금 우리 위치는 누구도 몰라. 당연히 그냥 합류하는 것보단 이렇게 따로 도는 게 유리하지.”
얼핏 보기에 그 둘이 없어도 아군이 잘 막아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노아는 다시 합류하는 것보다 이걸 어떻게든 유용하게 써먹는 쪽이 낫다고 판단한 것.
실제로 그들이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은 아군도 몰랐다.
“근데 저놈들 저기서 뭐 하는 거지?”
“여기선 소리가 안 들린다. 좀 더 접근해야…….”
콰과과광!
뭔가 한다는 느낌이 든 순간, 다수의 참가자들이 일제히 무형검을 뽑아내 성벽에 검기를 날렸다.
천둥이 치는 소리와 함께 성벽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대기하던 인원들은 일제히 그곳을 통해 돌격해 들어갔다.
“저런 식으로 벽을 뚫었던 건가…….”
“잠깐, 저길 봐라.”
리카르도 측은 성벽을 부순 후 따로 떨어져 있던 20명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따로따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리카르도와 마데이라의 기사들은 공성 측의 인원들과 함께 진입, 나머지 인원들은 부서진 성벽을 뒤로한 채 다른 곳으로 향했다.
“뭐지? 쟤들은 어디로 가는 거야?”
두 사람은 은신을 유지한 채 의문의 무리에 접근했다.
딱히 은신술이 장기인 건 아니었으나, 상대 입장에서는 적들이 여기까지 나올 것이라 예상할 수 없는 위치였다.
자신들의 진지라는 생각에 긴장을 놓고 경계가 허술해져 있으니 둘의 접근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상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접근한 노아는 그곳에서 상대의 계획을 엿들을 수 있었다.
“미친.”
리카르도의 진짜 계획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