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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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은가면은 그 말에 멈칫했다. 내가 그를 추격해도 서로의 수준이 비슷하니 그를 잡는 건 지난한 일이다. 다만 지금 은가면의 정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으니, 한 번 이야기를 걸어보는 것이다.
은가면은 서서히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한 번 움켜쥐더니 말했다.
” 역시 자네는 다르군. 그 며칠 되지 않는 사이에 또다시 성장한 것 같으니, 자네야말로 검의 귀재(鬼才)라고 할 수 있네.”
‘ 흥.’
나는 그가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내두르는 말에 현혹되지 않았다. 그가 쓸데없는 말을 하기 전에 내가 할 말만 하기로 했다. 지금 내게는 시간이 많이 없다.
” 너도 나도 없는 경지가 바로 무상검이라고 하오. 무공은펼쳐져도 펼치는 자가 없어질 때 비로소 어떤 제약도 없는 무상검의 진정한 위력이 나오는 것이라 하오. 당신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오?”
천무삼성(天武三星) 검성(劍聖).
당대 무림에서 검 하나만으로 우뚝 선 절대고수는 내 물음에 침묵했다. 그는 이번에야말로 당혹으로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가 서서히 물었다.
” 자네는 그 말을 어디서 들었는가?”
” 당신과 나의 경지는 백중. 그러하면 당신도 아마 이 경지에 대해 나와 같이 고민해 보았을 것이오.”
” 으음.”
잠시 침음성을 흘린 검성이 말했다.
” 그건 우리 중에서도 검후(劍后)만이 한 발을 걸치고 있네. 그녀가 가장 앞서가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이 시작되었다.
” 그 물음에 대해서는 나도 많이 생각해 보았지. 전설의 고수처럼 숲의 나뭇잎을 세기도 하고, 나 자신의 의식을 잃을 때까지 무위(無爲)를 이루려 했어. 그 결과 작은 성취가 있어서, 은하류 개벽검을 만들게 된 것이네.”
” 모용휘가 그 길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 그건 더 이상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네.”
검성은 힐끔 저만치에 쓰러져 기절해있는 모용휘를 보며 말을 이었다.
” 자네와 지내면서 저 아이는 드디어 자신의 재능을 개화(開花)했더군. 아마 재능만으로는 모용세가 역사상 최고라고 할 수 있을게야. 한 명의 무인(武人)으로써 우뚝 선 아이에게 더 간섭하는 건 너무 뻔뻔스러운 일이지.”
” 그렇소?”
” 육합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기 전에… 자네는 누군가?”
검성은 의혹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 차라리 그 정도의 천재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자네에게서 느껴지는 건 그것과는 틀려!
우리와 함께 천겁령과 겨루었던 원로고수들에게서 느껴지는 연륜과 경험, 그리고 기백… 그건 어떤 천재도 이룰 수 없는 걸세. 자네에게서 느껴지는 수양의 시간은 적어도 백여 년에 이르는군.”
” ……”
나는 잠시 후 대답했다.
” 그건 내게 지워진 업(業)이라 생각하시오.”
잠시 후 자리를 옮겨서 검성과 문답을 하기 시작했다. 검성 또한 나와 문답을 하는 건 이득이라고 생각했는지 별 거부감이 없었다. 검성은 자신의 은하류 개벽검에 담긴 검리(劍理)를 말하며 육합에 대해 이해하는 바를 말했다.
” 혼원(混元) 태극(太極) 양의(兩意) 삼재(三才) 사상(四象) 오행(五行) 육합(六合) 칠성(七星) 팔괘(八卦) 구궁(九宮) 십간(十干) 십이지(十二支).
이 근본이치를 깊게 탐구하고 뜻을 깨달으면 누구라도 극의에 이를 수 있어. 자네의 경우는 육합이며, 나의 경우에는 삼재에 가깝겠다. 각 문파의 무공에도 근본원리가 내재되어 있어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절대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내가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은 거의 없어. 단지 경험에 비추어볼 때, 여섯 개나 되는 기운을 합일(合一)시키는 건 이론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워!
시간이 멈춘 곳에서 수십수백년을 일심(一心)으로 연마해야 하거늘, 그 정도의 시간이 인간에게 주어지겠는가.”
” … 역시 그렇구려.”
나는 예상했던 대답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나도 익히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왠지, 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열흘의 하루.
나는 그 생각을 심중에 감추어둔 채, 나머지 시간을 검성과 토론하는데 썼다. 나중에 열흘째에는 검성 스스로가 놀라서 말문을 닫아버릴 정도가 되었다. 내가 그의 검학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데 놀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