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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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나는 그저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한 손을 들어올렸다.
내 손에 이목이 집중되자 꾹하고 말아쥐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재능이 별로 없었소.”
” ……”
임성진도 장홍도 긴장한채로 내 공격을 기다릴 뿐이었다. 공격이 최고의 방어라는 말이 있지만 내 위압감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의외인 것은 장홍의 무공이 임성진보다 훨씬 나아보인다는 것이다.
저 정도면 지금 실력으로 잘하면 모용휘도 쓰러뜨릴 수 있다.
‘ 정체를 숨기고 있었군.’
장홍의 정체도 이번 일이 끝나는대로 알아봐야겠다.
나는 왼 발을 내딛으며 말했다.
” 그런 나도 백타(白打)만은 그럭저럭 남보다 괜찮은 수준으로 익혀지더군.
수련이 되지 않을 때는 근처 암벽으로 가서 내공을 실은 주먹으로 바위를 쳤소.
손이 아프고 피가 났지만 그래도 좋았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두들기는 기분이 좋았지.”
” 무슨 말을…”
” 그러던 중에… 이십만 번 정도 쳤을 때… 뭔가가 느껴지더군.”
그 때는 손이 부숴질 뻔 했지만 그래도 기뻤다…
나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꾹 쥐며 단호하게 말했다.
” 그 진가를 실전에서 체현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밖에 없어. 각오하시오.”
” 얕보지 마.”
임성진이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그건 아니다. 살아온 세월이 다르니 수준이 차이나는 건 당연하다. 나는 어떻게든 그들과 같은 입장에서 대등하게 싸우기 위해 제약을 건 것 뿐이다. 어떤 대결에서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웅
나는 왼발을 움직여서 날듯이 지면을 날아서 장홍에게로 덤벼들었다. 장홍은 흠칫하고 놀라더니 자신의 검에서 붉은 빛의 검강을 토해내며 철저히 수비자세를 잡았다. 나는 그가 검강을 쓴다는 사실에 적지 않게 놀랐다.
나이로 보자면 쓴다는 게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검강에도 질의 차이가 있다. 검강을 쓴다고 나대는 백도의 후기지수들은 소모력이 너무 커서 겨우 검 주변을 옅게 둘러싸는 정도이다.
하지만 장홍의 검강은 선명하게 그 형태를 갖추고 이지러짐이 없어서, 그가 천무학관에서도 상대가 몇 없을 정도의 고수라는 걸 깨닫게 했다.
‘ 제법이군.’
나는 비연신법을 청요호위(淸曜號威)의 수법으로 전개시키며 잔영을 남기며 피했다. 그 순간 임성진의 붕곤이 원같은 파장을 펼쳐내며 내 사방을 옥죄어 왔다. 그 기세 또한 보기 드물게 강맹해서 생사를 도외시했단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팟
반보를 밟으며 앞으로 나와서 전개를 피했지만 재차 장홍이 상하로 검격을 날려 왔다. 내 팔꿈치로 그의 검면을 튕기며 그 반동으로 움직여서 붕곤 위에 왼발로 섰다. 임성진은 곤에 경력을 넣어서 튕겨내려 했지만 내가 반대로 경력을 넣어버리자 허공에 멈춘 형태가 되어 버렸다.
예전에 연화가 하던 걸 따라해 보았다.
” 합!”
임성진은 급격히 곤을 뒤로 빼며 곤법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원형 변화가 상당히 익숙했다. 나도 더 이상 서 있을 수는 없어서 허공으로 다시 몸을 옮겼다. 승산을 느꼈는지 장홍이 옆으로 돌아와서 허공으로 검막을 확 뿌렸다.
검막을 공격용으로 쓸 수 있는 걸 보면 역시 제법이었다.
나는 제자리에서 사회전을 하며 왼발의 회전을 축으로 전신을 압축했다. 그리고 검막의 기세를 유연하게 돌파하면서 장홍에게 별안간 일 권을 꽂아넣었다. 그 속도에 장홍이 탄식을 터뜨렸다.
” 허어!”
장홍이 황급히 땅을 구르며 피했지만 나는 놓칠 생각이 없었다. 연이어서 손 끝으로 지력을 뻗어내어서 장홍의 헛점을 정확하게 때렸다. 그리 큰 내공을 싣지는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압박을 받는지 장홍이 이마에서 땀을 비오듯이 흘렸다.
구우우웅
임성진의 붕곤이 제자리에서 공기를 울려대었다. 나는 힐끔 그 모습을 곁눈질로 보았다. 그의 곤법은 패력과 강력을 추구하니 저 일격은 염도도 함부로 맞받기 힘든 위력이 있을 것이다.
‘ 지금이다.’
스윽
나는 장홍을 몰아붙이는 걸 멈추고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숨을 죽이고 시간의 간격을 재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임성진의 곤이 소리의 장벽을 찢으며 있는 힘껏 날아들었다. 필생의 공력을 실었는지 강기마저 띄고 있었다. 이게 임성진이 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일 것이다.
그러니까… 맞받아친다.
명왕(冥王)이라 불리던 어떤 승려가 그런 말을 했었다.
돌을 부수기 위해 주먹으로 충격을 준다고 보자. 하지만 돌 뿐만 아니라 모든 물체엔 저항이 있어서 그 충격은 완전히 전해질 수가 없다. 그러니까 거기에 낭비되는 충격이 생기는 거다.
그럼 낭비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이렇게 주먹을 세워서 돌에 첫 일격을 가한다. 그리고 그 첫번째 충격이 돌의 저항과 부딪히는 순간에 주먹을 꺾어서 두번째 충격을 넣는다. 그렇게 하면 두번째 것은 저항을 받지 않고 충격이 완전히 전해져 돌은 가루가 된다.
사실 물리적으로 인간이 익히기엔 불가능한 기술이라 생각했다.
나도 처음엔 그저 허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불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충격의 반작용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바위를 부술만한 위력을 내는 주먹을 내지른다고 해도, 바위는 부숴질지는 몰라도 손으로 그와 동일한 충격이 오게 된다.
무도에서 격파는 힘보다는 스피드와 요령으로 좌우되는 것이다. 단순히 힘으로 격파한다면 손이 남아나질 않는다. 특히 그 기술의 경우 권법 형태상 충격을 고스란히 받는 형태로 되어있기때문에 더더욱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충격은 크기와 관계없이 진행 속도가 같기 때문에 첫번째 충격으로 저항이 사라진곳에 충격을 넣는다 라는 말은 말이 안 된다. 두번째도 첫번째와 똑같이 물체의 저항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세계에 온 이후로, 내겐 점차 자신과 확신이 생겼다.
바로 ‘내공’의 존재 때문이다.
만일 기발(氣拔)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을 감싸는 기공이 그 반작용을 버텨낼 수 있다면 어떨까? 기공의 반탄력으로 더욱 저항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충격의 진행속도마저 의념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내 시간으로 5년 전에 이미 이권(二拳)은 터득했다. 그러나 그게 한계라고 생각해서 더 이상은 이론으로만 세워두었다. 이제야 나는 태을신공을 극성으로 터득해서 호신기공이 전신을 감싸고 있는 상태. 이론의 육권(六拳)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오른손의 미세근육 하나하나가 뇌내에 각인된다. 근육의 움직임과 신진대사까지 잡힌다. 왼발을 축으로 시작된 진동이 허벅지를 타고 올라와 심장, 그리고 팔까지 전달되는데는 찰나의 시간이면 족했다. 팔에 충분한 경력이 전달되었지만 거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기묘한 진동음과 함께 왼발이 제자리에서 한 번 더 대지를 박찬다. 이중의 경력이 합쳐지자 그것은 차라리 나선경(羅線經)에 가까워진다. 그때가 되자 점차 근육이 팽창하면서 혈관이 짓눌리고, 신경이 비명을 질렀다.
1단계가 끝나자 무의식이나 다름없는 세계에서 다음 단계로 달려나갔다. 숨을 끊고 기다린다. 힘의 흐름이 살짝 끊기자 곧장 몸에 어마어마한 반작용이 흘러온다. 그 일순간을 견디고 다시 한 번 왼발을 박찬다.
쿠르르릉
이번에 충천한 기운은 마치 화염처럼 번득거리며 전신의 경맥을 일깨웠다. 태을신공의 힘이 반발력을 견뎌내며 한층 강대한 힘을 전신에 불어넣었다. 나는 압축된 힘을 끌어모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곤의 첨단과 맞닿인다. 마주친 곤의 경력은 일단 부숴버린다.
지금의 힘은 파천(破天) 그 자체. 당해낼 것 따위 없다.
첨단의 끝이 부숴지는 순간 힘의 공백이 생겼다. 그 공백 사이로 의념을 불어넣어 저항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 반발력도 태을신공의 힘이 흡수해 버린다. 나는 다시 한 번 공백 사이로 파천의 힘을 찔러넣었다.
팔꿈치가 아프다.
이번엔 다시 곤의 남은 부분이 보인다. 거기로 다시 힘을 들여보내다가 공백을 만든다. 손을 펼쳐 손바닥을 만들었다가 다시 주먹을 만들어 다시 뒤틀어서 친다.
여기까지가 바로 5의 극점이다.
피잉
마지막 극점은 검지 손가락이 튕기듯이 뻗어나가며 화룡점정을 이루었다.
손가락 끝에 태양이 맺힌 느낌과 함께 조그마한 표면적이 상승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광대한 기력이 전신의 힘을 먹어치우며 그저 앞으로 뻗어나간다.
부순다.
부숴버리자.
이게 바로 이론이며 극점이다.
콰과과과광
임성진의 붕곤이 수십만 조각으로 잘게 부숴져서 바늘처럼 허공에 비산한다. 원래 가루였다고 생각될 정도로 철저하게 부숴졌다. 임성진 본인은 파괴력이 손아귀까지 닿일 때까지 깨닫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손에서 시작된 힘이 전신으로 퍼져나가 자신의 몸을 전력으로 밀어낼 때야 경악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는 천근추의 수법으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려 했지만 폭풍 앞의 풀잎과 다름없었다. 임성진의 몸이 대포에 맞은 것처럼 십 장 밖으로 엄청난 속도로 튕겨나갔다.
퍼엉
절벽에 임성진의 등이 닿이는 순간이었다.
꽈르릉하면서 임성진을 타고 날아간 힘이 절벽이 박혀들어간다. 등허리에서 시작된 힘이 원형 구멍을 만들며 절벽을 짓눌렀다. 보이지 않는 투명한 구가 절벽에 떨어져버리는 느낌이다.
그 불합리한 현상이 2초간 지속되었을 때, 절벽은 소용돌이에 휘말리듯 거대한 힘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해 버렸다. 절벽의 절반이 움푹 파여들어가며 바위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해 버렸다.
쿠구구구구구구구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절벽에 상하반신이 그대로 박혀버린 임성진은 이미 기절해 있었다. 끝내 자신이 당한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임성진의 선공부터, 이 모든 일이 고작해야 1초만에 일어난 것이라 장홍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굳어버렸다.
절벽은 점차 무너지고, 바위는 아직까지도 계속 조각나서 떨어지고 있었다.
차라리 몽환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나는 장홍에게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장홍이 움찔하자 조용히 말했다.
” 팔십 오 초 남았소. 계속 해 보겠소?”
장홍은 급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혼자서는 결코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간신히 내게 물어 왔다.
” 그, 그건 뭔가.”
” 반권극점(反拳極占) 육련포(六連砲).”
반권이라고 한 것은 초절정에 이르러야 겨우 시도할 수 있는 미친 수법이기 때문이다.
” 반권… 극점…?”
장홍은 이해가 되지 않아 보였다.
나는 그를 내버려둔 채로 안명후를 향해 걸어갔다.
그가 깨어나면 이 일의 전말을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