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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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흑랑채에 도착했을 때였다. 난데없이 흑의를 입은 자들이 흑랑채에 와 있었다. 임개와 부하들은 그들에게 포위당한 채 대비하고 있었다. 임개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
“웨…,웬 놈들이냐?”
그는 지금 본능적으로 치솟아 오르는 공포와 맞서 맹렬히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선두에 선 흑의 중년 사내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그가 바로 이들을 이끄는 총대장인 것 같았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임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그 자는 무미건조하고 감정이 철저히 배제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승·사·자! 너희들의 제삿날이 내년 바로 오늘이다.”
그것은 지옥에서나 어울릴 듯한 목소리였다. 사방을 가득 채운 살기에 배짱으로 먹고 산다는 흑랑채의 부하들도 한마디도 내뱉지 못한 채 입을 봉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최소한 기본적인 욕설만이라도 먼저 쏟아부었을 것이다.
“걱정 마라! 한꺼번에 저승길로 보내줄 테니 외롭지는 않을 거다.”
“니기미, 쓰불! 누구 맘대로! 얘들아, 쳐라!”
‘ 지금.’
딱 적당하다.
나는 그 때 바로 장내로 난입해서 흑랑채의 편으로 섰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저 검은 그림자들이 좋은 놈들은 아니라는 사실은 알겠다. 이송과 임개가 놀란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엉? 너는…”
” 소협은 대표단이라면서 어찌하여 여기까지 되돌아오셨소?”
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과 한가롭게 말을 섞을 정도로 눈앞의 놈들이 만만한 놈들이 아니었다. 최소 수십년동안 사람 죽이는 법과 은신하는 법, 합공하는 법을 연마한 놈들이다. 이대로라면 흑랑채는 말 그대로 학살당하고 말 것이다.
검을 치켜든다.
추운축전(追雲逐電)의 자세.
내 기세를 은연중에 느꼈는지, 그 중년인이 침중하게 말했다.
” 대단한 고수군! 누구인가.”
” ……”
우우웅
내 검기는 흑랑채의 산적들은 물론 검은 그림자들까지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게 했다. 내공이 노화순청에 이르고 오기조원에 가까워지면서, 사방 5장 이내는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어마어마한 검기가 적들의 몸을 흩어버릴 것이다.
나는 임개에게 말했다.
” 꺼져라.”
” 뭐, 뭐라?”
임개가 폭발하려고 했지만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 자기와 상대의 실력차 정도는 알고 있겠지? 이 자리에서 저 놈들의 손에 뒈지고 싶지 않으면 꺼지는 게 좋을거다.”
” ……”
임개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단순무식하고 도끼밖에 휘두를 줄 모른다고 해도 명색이 한 무리의 수장이다. 내 말이 옳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 때 이송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 채주. 도망칩시다.”
” 에이, 어쩔 수 없군. 먹물! 튀자!”
임개는 산채의 수하 50여명을 이끌고 재빨리 퇴각하기 시작했다. 싸우고 싶지 않은 듯 했다. 하긴 저쪽은 하나하나가 일류고수급, 혹은 그 이상이니 매우 현명한 결정이었다. 중년인은 살벌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다가 말했다.
” 선룡마검이었던가. 이 자리가 네 무덤이 될거다.”
” 그래.”
이 놈들은 내 정체를 알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물어봤자 통성명 따위는 안해줄 것이다. 싸우는 길밖에 없다고 여기며 천천히 검을 들었다. 극도로 정제되어 무색투명해진 검기가 소리없이 뻗어나갔다.
써컹!
” 크흑!”
검기의 압력에 짓눌린 검은 그림자 하나가 비틀거렸다. 그들은 내 기세가 상상이상이란 걸 알고는 더욱 움츠러든 모습이었다. 중년인이 손을 들자마자 적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유운검법을 전개했다.
이 몸, 구름이 될지어다.
그 때 눈부신 검광이 폭죽처럼 피어오르며 그들의 눈을 어지럽혔다.마치 느닷없는 검의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뜻밖의 사태에 대경실색하여 황급히 전력을 다해 병기를 휘둘렀다.
‘ 뭐, 뭐야 이건?’
‘ 한 자루 검으로 어떻게 이런 조화(造化)가…’
파파파팍!
삽시간에 세찬 경기와 구름 같은 검풍(劍風)이 장내를 휩쓸어버렸다. 전방에 서 있던 세 명의 무사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옆으로 도망쳤고, 그 틈에 두 명의 고수가 뛰어들었다.
” 제길! 대열을 흐트리면 안 된다!”
쌍창과 단사모를 쥔 두 명은 상당한 고수로 보였다. 최소한 절정고수 수준은 되어보였다. 지금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전력을 다해 유천영의 검광을 뚫으려고 했다.
하나 채 단창을 절반도 휘두르기 전에 그는 입을 딱 벌린 채 비명을 내질렀다. 어느 새 한 줄기의 검광이 쐐기처럼 그의 상반신을 절반으로 가르고 있었다.
“으악!”
그는 가슴이 쩌억 갈라진 채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다가 숨이 끊어졌다.
쌍창의 최후는 그보다 더욱 비참했다.
휘리리릭
그는 비록 자신의 가슴을 향해 날아오는 첫 번째 검광을 피할 수 있었으나, 미처 몸을 가누기도 전에 뒤이어 날아오는 두 번째 검광에 옆구리를 잘렸다.
” 으.”
그의 신형이 휘청거리는 순간, 어느새 다가온 세 번째 검광이 그의 목덜미를 그대로 가르고 지나갔다. 쌍창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목에서 피분수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윙윙윙윙
단숨에 두 명의 고수를 베어넘기고도 검광은 여전히 다른 네 명을 향해 폭풍노도와 같은 기세로 휘몰아쳐 갔다.
‘ 히… 히익!’
남은 서른 명은 안색이 시커멓게 변한 채 사력을 다해 맞섰으나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검광의 움직임은 그들로서는 도저히 대항할 수 없는 것이었다.
” 이… 이토록 무서운 검법이 있다니…”
경악과 공포가 그들의 전신을 지배할 때 처절한 비명 소리가 연거푸 터져 나왔다.
“크아악!”
“아악!”
순식간에 다시 두 명의 그림자들이 허물어지듯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멈춰라!”
참지 못한 그림자가 다급한 외침을 내지르며 장내로 뛰어들었으나 이미 나머지 두 명의 요원들도 허리가 두 동강이 난 채 바닥에 나뒹군 다음이었다.
갑자기 주위가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중인들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두 눈을 부릅뜬 채 유천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특히 후퇴하던 임개과 이송을 비롯한 흑랑채의 인물들은 거의 망연자실한 모습들이었다. 그들은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칠 생각이었지만 말도 안 되는 학살극을 보고 말았다.
이송은 생각했다.
‘ 저건…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검법인가? 그럴 리가 없어! 그건 전설일 뿐이라고 생각했건만…’
그야말로 숨 몇 번 내쉴 만한 짧은 순간에 여섯 명이 처참한 몰골로 비명횡사해 버린 것이다.
“이… 이런 제기랄…”
십이혈마대의 대주, 적혈의 입에서 고함인지 신음인지 모를 음성이 새어 나왔다. 처음의 경악이 가시자 터질 듯한 분노가 그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태워 버렸다.
어떻게 모은 고수들인가?
가뜩이나 고수들의 수가 부족하여 온갖 정성을 기울여 모은 놈들이 죽어 버렸으니 적혈은 솟구치는 분노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최소한 3년의 시간을 버렸다.
하나 그가 다음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유천영은 어느새 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후웁
다들 한 줄기 숨을 몰아쉬었다. 다음 순간, 혈전비와 마룡권, 혈령도 등 십이혈마대의 고수들이 일제히 유천영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한숨이야말로 폭풍 전의 고요였던 것이다.
유천영은 주저 없이 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미 그에게 이성은 거의 남지 않았다. 오로지 철두철미한 살의(殺意)가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이미 오늘 크게 살계(殺戒)를 어기기로 결심했으며, 일단 마음을 정한 이상 행동이나 손속에 추호의 사정도 보려 하지 않았다.
세 명의 고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 하압!!”
유천영을 향해 덤벼드는 혈전비의 양손에는 언제 뽑아 들었는지 반 자 길이의 비도(飛刀)가 세 개씩 쥐어져 있었다. 바로 그의 명성을 떨치게 했던 무극비도(無極飛刀)를 뽑아 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