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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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재앙이요?”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위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비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것도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두 가지 재앙 중 하나에 당한 불쌍한 피해자입니다.”
비장한 목소리였다.
“겉으로는 그다지 큰 피해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사물에는 모두 이면이 있지요. 겉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그렇군요. 확실히 성급한 결론은 금물이지요.”
이번 말에는 위강도 납득이 가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 여인이 당한 재앙은 무엇입니까?”
비류연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호환(虎患)이죠!”
좌중들의 인상이 단숨에 구겨졌지만 비류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깐 그 호환과 마마 중에 그 호환을 말하는 것입니까?”
다시 비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흠, 호환이라니……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로군요. 제가 이곳에서 벌써 오십 년 이상을 살아왔찌만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군요.”
예리한 그들의 반문에는 의혹의 그림자가 잔뜩 드리워져 있었다.그게 당연한 반응이라고 모두들 생각했다.
“혹시 증거를 제시할 수 있습니까?”
마침내 나와서는 안 될 그 말이 위강의 입에서 나오고 말았다.
그러나 비류연의 대답은 모든 이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물론이죠!”
비류연의 이 시원시원한 대답에 좌중들의 눈이 왕방울처럼 커졌다.
“노사님!”
비류연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조용히 누군가를 불렀다. 누구를 부르는 걸까?
“여기 있네!”
느닷없이 풀숲을 헤치고 나타난 사람, 그는 바로 빙검이었다. 중인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들의 눈은 이미 보름달이라도 들어갈 정도로 휘둥그레져 있었다.
“얼음땡이, 자네……”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건가?’ 라는 염도의 뒷말은 비류연의 쾌속한 팔꿈치 치기로 인해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좌중들의 놀람은 비단 빙검 때문만이 아니었다.지금 그 빙검이 어깨 위에 메고 있는 ‘어떤 것’ 때문이었다.그것은 너무 부피가 커서 땅에 질질 끌리고 있었다.
그래도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빙검의 내공 화후가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있다.
빙검의 어깨위에서 뭇 좌중들을 경악 속에 빠뜨린 그것은 바로 거대한 ‘범’이었다.그것도 그 거대한 앞발은 곰조차도 일격에 거꾸러뜨릴 수 있을만큼 커다란 ‘대호’였다.
“수고하셨어요.”
비류연이 웃으며 치하했다.
“별거 아니네!”
밤새 야산을 헤매며 저런 ‘대호’를 잡아오는 게 별거 아닐 리가 없다. 빙검의 전신은 야밤 산행 때문인지 이곳저곳이 너덜너덜한 게 꼴이 말이 아니었다.
평소의 차가우리만큼 단정한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 이럴수가……”
다들 놀라워했다.
동시에 황당해했다.
이윽고 은설란의 심문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역시나 천살의 초혼환령대법 떄문에 중요한 기억은 봉쇄된 모양이었다. 하긴 천겁령쯤 되면 일을 허술하게 할 리는 없다. 나는 오늘은 별로 일이 없을 거라고 여겼다.
약 이틀 후, 본격적인 계곡으로의 입장이 이루어졌다. 나는 그때까지 지친 몸을 쉬어두고 검의를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제는 단순히 초식을 연습하는 것보다는 검초를 명상하는 시간이 더욱 필요한 시기였다.
계곡에 들어가는 도중에 마천칠걸과 눈이 마주쳤다.
침묵이 감돌았다.
” ……”
” ……”
그들은 나를 강하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선두에 서 있는 왠 미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또한 나를 발견하자 주목했다.
얼음조각 같은 수려한 용모, 무심히 빛나는 암울한 두 눈동자. 게다가 무정한 두 눈동자는 빛을 삼키며 어둠을 내뿜고 있는 것 같았다. 전신에 넘치는 비범한 기개, 위엄 넘치는 왕후(王侯)의 풍모.
나는 그 순간, 그 자가 바로 지금까지 나와 맞서왔던 대공자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대공자는 나를 바라보더니 전음을 날렸다. 상당한 내공화후가 느껴졌다.
[ 만나서 반갑군.]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대공자의 정체를 주변에 폭로할 처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증거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무심한 눈으로 고개를 까닥이고는 말했다.
” 이전부터 본의 아니게 마주치는 것 같구려.”
” 그런가?”
대공자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 나는 단순히, 네가 그쪽에 있을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사문과 명예가 아니다. 오직 나만의 길, 나만의 목적이 필요할 뿐이다. 그것은 사파인의 사고방식과 도리어 닮아 있었다. 더욱이 천겁령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 그럴지도.”
유천영과의 짧은 대면이 끝난 후, 마천칠걸 중에서 한 명이 대공자에게 전음을 날렸다.
[ 대공자. 위험합니다… 저 자는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쳤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아서 대공자의 정체를…] ” 상관없다.”대공자 비의 한마디에 그는 주눅이 들고 말았다. 엄청난 위엄 때문이었다. 대공자는 마치 유천영과 같이 무미건조한 눈으로 유천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그럴 자가 아니다.”
[ …….] ” 나는 확신한다.”
대공자의 입에서 절대적인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 때가 되면, 저 자는 우리가 회유하든 그렇지 않든… 이 쪽으로 오게 될 것이다.”
대공자는 몇 마디를 더 덧붙이고 싶었지만 속으로 삼켰다. 그의 눈에는 알 수 없는 복잡한 심경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이어질 말을 잊어버리려 애쓰며 걸음을 옮겼다.
‘ 그렇지 않으면 분노에 불타는 용안의 마왕과 상대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