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5)
먼치킨 길들이기 25화
그사이 키네미아는 로우를 발견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요정님, 안녕하십니까.”
“앗, 냥파파도 여기 있었네.”
첫 만남이 스리슬쩍 지나가게 되어 통성명이 아직이었던 둘은 어느 사이엔가 서로를 ‘요정’과 ‘냥파파’로 부르고 있었다.
“야옹이는 잘 있어?”
“예, 덕분에 좋은 사료를 먹고 잘 크고 있습니다.”
로우가 내내 안고 있던 그 고양이의 이름은 야옹이였다.
‘귀여웠지.’
동물을 좋아하는 키네미아는 야옹이를 위해 먹을 만한 사료와 간식을 구해 주곤 했다.
그때 로우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요정님, 선물입니다.”
짠, 그가 펼쳐 든 것은 뜨개질로 만든 목도리와 손모아 장갑 세트였다.
진주색 바탕에 귀여운 분홍 토끼가 목도리 양 끝과 장갑 손등 부분에 놓여 있었다.
예쁘다!
키네미아는 보드라운 털실 목도리와 장갑을 받아 들었다.
“이제 추운 겨울이니 단단히 챙겨 입으십시오.”
“응응, 잘 쓸게. 고마워.”
로우가 흐뭇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커다란 강아지 같아. 키네미아도 흡족하게 웃으며 품에서 연금술사들이 주었던 젤리를 꺼냈다.
“이거 같이 먹을래?”
“좋죠.”
그렇게 두 사람이 입에 젤리를 넣고 우물거렸다.
“음…….”
“…….”
옴뇸뇸 먹기 시작한 키네미아의 미간이 이내 우그러졌다.
‘이거 좀…… 한약에 담근 인삼 맛인데…….’
힐긋 보니 로우는 제법 입에 맞는지 표정 변화 없이 잘 먹는 중이었다.
‘왜 보약을 달고 살았던 전직 한국인인 나보다 잘 먹는 거지?’
로우가 키네미아의 표정을 읽었는지 작게 웃었다.
“여기서 일하다 보면 자주 먹게 됩니다.”
“여기서 계속 일하는 거야?”
“예, 사부님을 모시니까요.”
사부님이라면 쉔 티엔 오라버니를 말하는 거지? 키네미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냥파파는 대체 정체가 뭐지?
원작에서 쉔 티엔에게 제자가 있었단 이야기는 읽은 적이 없는데.
키네미아는 원작의 내용을 다시 되살리기 시작했다.
‘으음…….’
아무리 곱씹어 봐도 쉔 티엔의 제자는 없는데.
‘그럼 누구지?’
그냥 엑스트라인가?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까지 원작에 세세하게 나와 있진 않았으니까.
‘저게 뭐가 그리 좋다고.’
에이얀의 시선 끝에선 키네미아가 선물받은 목도리와 장갑을 끼고 로우에게 보여 주는 중이었다. 로우가 귀엽고 예쁘다고 하자 키네미아는 볼을 발갛게 물들이면서 좋아했다.
‘매일 듣는 소리면서 뭐가 그리 좋다고.’
아까부터 줄곧 무언가가 신경을 손톱으로 죽죽 그어 대기라도 하는 것처럼 거슬리고 불편한 기분이었다.
저 덜 진화한 영장류가 마법을 회피해서?
아니면 키네미아가 저런 하잘것없는 실뭉치에 기뻐 보여서?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래, 이 거슬림의 근원은 거기서부터 오는 것이리라.
모른다는 것.
그렇다면 알아야 한다.
7장 로또 던전
– 오늘 자로 라이언의 근신이 풀렸다.
전송구 너머로 스승의 손가락이 또 부산히 움직였다. 타다다닥, 타다다닥. 스승은 테이블 위를 치면서 말을 이었다.
– 주의하거라. 야심이 큰 녀석이라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으니.
“그으렇습니까?”
에이얀은 실뭉치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면서 성의 없이 대답했다. 그는 실뭉치를 쫙 늘리다가 코바늘에 묶기도 하고 돌돌 돌리기도 하면서 대화 내내 연신 꼼지락대는 중이었다.
– 이 녀석아! 스승이 말씀하시는데, 좀 제대로 들어!
“스승님도 잘 아시잖습니까. 라이언은 죽음을 각오해도 제 상대가 못 돼요.”
– …….
그건 그렇지만. 스승이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그 때문에 라이언이 더더욱 에이얀에게 미치는 것이었다.
그로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천부적 자질, 그리고 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능력과 여유, 더해서 저 얄미운 태도까지.
‘제자가 적을 만들고 다니는 녀석이라 내 근심만 느는구나.’
스승이 숨을 폭 내쉬었다. 아무래도 요즘 위가 안 좋은 건 다 저 녀석 탓인 것 같다.
요즘 혜민원 포오션이란 것의 효능이 좋다는 이야기가 자자하던데, 그거라도 한 잔 들이켜야겠다고 생각하며 스승이 눈을 세모꼴로 만들면서 물었다.
– 아직 2차 각성의 기미는 없고?
“근래 들어 관절이 뻐근하긴 합니다.”
– 그것마저 문제로구나.
스승이 쯧쯧쯧 혀를 찼다. 2차 각성의 증상은 누구에게나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해 줄 수 있는 조언조차 없었다.
그저 조용히 지나가길 바랄 뿐.
– 그런데 대관절 다 엉킨 실뭉치로 뭘 하는 중인 거냐, 넌.
그제야 에이얀이 고개를 들었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스승님.”
제법 진중한 얼굴이라 스승이 당황할 정도였다. 습격을 당하든, 옆구리가 뚫리든 늘 싱글벙글한 저 녀석을 저렇게 만들다니.
그가 긴장하며 되물었다.
– 뭔데 그러는 거냐.
에이얀이 입술을 잠시 깨물었다가 나직이 물었다.
– 뜨개질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마법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에이얀이 중얼거렸다.
‘에친놈이 뜨개질은 왜?!’
스승은 자신도 모르게 마탑의 별명을 떠올릴 정도로 당황했다.
스승의 머릿속에서 뜨개질과 에이얀 크로츠는 4억만 년 정도 떨어진 사이였다.
설마 사람을 뜨개질하려는 건가? 사람과 사람을 뜨개질해서 이어붙이는 마법을 연습하기 위해서?!
– 아니 된다! 스승은 허락 못 해!
“왜요?”
– 그런 무시무시한 짓을 하려고 하다니!
“뜨개질이 언제부터 무시무시한 짓이 됐습니까?”
어리둥절하다는 듯 에이얀이 고개를 갸웃 기울이자 스승이 한결 누그러진 태도로 되물었다.
– ……진짜 뜨개질?
“예, 실로 무언가를 만들어서 작달막한 것들의 눈을 홀리는 그거 말입니다.”
– 작달막한 것들의 눈을 홀린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이냐.
에이얀은 별다른 대꾸 없이 되물었다.
“아십니까? 뜨개질하는 방법.”
– 모르지. 나도.
마탑의 마법사가 뜨개질하는 법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거 몰라도 세상 사는 데 한 점 불편함이 없는데.
“쯧.”
그러나 혀를 찬 에이얀의 눈에는 ‘너 정말 쓸모없는 스승이구나.’라는 기색이 깃들어 있었다.
– 이놈이! 내가 널 거둬 주고 먹여 주고 키워 줬는데 눈빛이 그게-!
뚝.
스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송구의 송신이 끊겼다.
“에에에에에에이얀-!”
스승이 노성을 내질렀다.
“…….”
한편 에이얀은 엉킨 실뭉치를 보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여태 온갖 자질은 한 몸에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어 온 에이얀이었다.
하고자 해서 해내지 못한 것이 없었고, 원하지 않아도 거머쥐었다.
그런데…….
에이얀의 시선이 털 뭉치에 닿았다.
이런 털 뭉치 하나에 고심하다니. 제 길지 않았던 인생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코바늘을 드니 다채롭게 얽히고설킨 털실이 길게 늘어졌다.
‘시험해 봐야 하는데.’
어째서 대공녀가 고작 한 번 웃어 주던 것 때문에 이렇게 자신의 기분이 더러운지.
에이얀은 멍청하고 덜 진화된 영장류를 떠올리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냥 그걸 죽여 버릴까.’
쉬운 방법과 어려운 뜨개질 사이에서 고심하며 에이얀이 실뭉치를 손안에 넣고 꾹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