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4)
먼치킨 길들이기 24화
그사이 키네미아가 연금술사들을 지나쳐 하얀 포션을 달이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포션에 대한 설명을 듣는지 재차 고개를 주억거렸다. 배시시 웃으며.
‘또.’
저 멍청한 연금술사 앞에서는 또 웃는다.
제 앞에서는 일전에 부딪친 것이 미안하다면서 한 번 어설피 웃은 게 전부였는데.
‘…….’
못마땅한 표정으로 에이얀이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저 멍청이의 설명을 듣자 하니, 숨만 붙어 있다면 웬만한 외상은 포션으로 다 치유가 된다는 게 이야기의 골자였다.
‘가만히 놔두면 곤란하겠는데.’
에이얀은 곧장 연금술사에게 전음을 걸었다.
– 이봐.
연금술사가 두리번거리자 에이얀이 손을 흔들며 반갑게 웃어 보였다.
“……!”
당황한 연금술사에게 그가 다정히 말했다.
– 머릿속으로 직접 말을 걸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아. 그대로 대공녀와 대화하면서 듣도록 해.
눈을 굴리던 연금술사가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에이얀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좋아. 그럼 우선 내 소개부터 할까? 난 지금 이 시간부터 네 목줄을 쥐고 있는 에이얀 크로츠라고 하는데.
“예?!”
“……?”
연금술사가 고개를 번쩍 들자 키네미아가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왜 그러세요?”
– 머릿속으로 직접 말을 걸고 있다고 했잖아. 바보같이 보이기 싫으면 입 다무는 게 좋을 거야.
“아…… 아니, 아닙니다…….”
연금술사가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키네미아에게 두 손과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마법사인가……!’
동대륙에도 마법사는 있다. 그도 친척 중에 마법사가 있는지라 마법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다.
마법은 원래 마법을 구동하는 술식과 복잡한 계산, 강대한 마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
그러나 어떤 낌새도 없이 이런 전음이 가능하다는 건 정말 고위급 중에서도 고위급 마법사란 뜻과 일맥상통했다.
그런 마법사가 전음을 흘려 네 목숨줄을 내가 쥐고 있다고 협박한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봉변이란 말인가……!
식은땀을 흘린 연금술사가 바짝 긴장하는데 에이얀이 키네미아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스르륵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 사이에 걸며 연금술사를 노려보았다.
– 대공녀께서 걱정이 많으셔서 내 상처에 맞는 포션을 만들어 달라고 할 거야. 그러면 그런 약은 만들 수 없다고 해. 이건 고칠 수 없는 상처라고.
“……!”
잔뜩 주눅이 들었던 연금술사는 고칠 수 없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연금술사로서의 자부심에 금이 가는 일. 쉬이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제 상처를 고쳐 준다는데 당연히 반겨야 할 일이 아닌가?’
그러나 사악한 마법사는 무슨 생각인지 그저 생글생글 웃음만 지은 채였다.
결국 마른침을 삼킨 연금술사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부정의 뜻을 담아서.
– 흐응.
그러자 에이얀이 사르르 녹을 듯이 눈웃음을 쳤다.
– 내가 누구라고 했지?
“에…….”
연금술사가 무의식중에 답하려고 하는데, 갑작스럽게 입이 딱 다물렸다. 무언가가 제 입을 막아 버린 것처럼. 동시에 에이얀이 검지를 입에 댔다.
– 쉿, 대답하면 안 되지. 알아들었다면 눈을 깜빡여.
입이 막힌 연금술사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벌써 연금술사의 목과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무슨 맹수에게 노리개처럼 당하는 생쥐가 된 기분이다.
연금술사가 그렇게 에친놈에게 당하고 있는 동안, 키네미아가 에이얀을 연금술사 앞으로 데려왔다.
“에이얀, 상처 좀 보여 봐.”
“응.”
에이얀이 나긋하게 답하며 붕대를 풀었다.
“이걸 치료하고 싶어서 말이야.”
키네미아가 연금술사에게 말했다.
“아…….”
그제야 입이 풀린 연금술사가 작게 목을 울렸다.
‘대체 이건……?’
에이얀의 옆구리는 거칠게 파헤쳐져 있었다. 장기에 손상은 없어 보였지만…….
‘무슨 농간이지?’
연금술사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닦아 냈다.
아무리 봐도 아무는 상처를 줄곧 헤집어 댄 상처였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다만, 이 사악한 마법사가 계속 제 손으로 상처를 헤집은 게 분명했다.
‘제정신인가?’
문득 방금 쉔 티엔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기 선녀님 옆에 싱 카칸보다 미친놈이 있으니까.”
과연, 그 말은 허언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생또라이인 싱 카칸도 이런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연금술사가 머뭇거리는데, 에이얀이 다시 전음을 걸었다.
– 내 소개 다시 할까? 나는 네 숨통을 끊어 버릴 에이얀 크로츠라고 해.
긴장하고 있던 연금술사의 어깨가 흠칫 튀어 올랐다. 심연같이 새카만 눈이 눈웃음을 치며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 알아들었으면 눈 깜빡여.
연금술사가 눈을 길게 깜빡였다.
– 좋아. 약은 그 누구도 못 만든다고 말해.
“저어…… 아기 선녀님. 이건 포션으로 치유할 수가 없습니다.”
“어? 왜? 저번에 보니 마물에게 입은 상처도 전부 치유하던데.”
왜냐고요? 저 미친놈이 낫기를 원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연금술사는 차마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 사악한 저주가 걸려 있다고 말해.
“사, 사악한 저주가 걸려 있어서요.”
연금술사는 사악한 저주는 상처가 아니라 저 마법사라고 생각하며 답했다.
“그래?”
실망했는지 키네미아가 입꼬리를 추욱 늘어트렸다.
에이얀은 연금술사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
– 잘했어. 재깍 그렇게 했어야지. 우리 사이가 나빠지지 않게 말이야.
하라는 대로 전부 다 했는데 왜 사이가 나빠진단 말인가! 연금술사가 새파래진 얼굴로 어깨를 떨자, 키네미아가 고치지 못해도 괜찮다며 그를 달랬다.
* * *
“사부님, 언제 오셨습니까?”
약재를 나르던 로우가 어딘가를 보고 있는 쉔 티엔을 발견하고 물었다.
“방금.”
“오셨으면 말씀을 주셨어야지요.”
로우가 그의 행색을 힐끔거리자 쉔 티엔이 허리춤에 단 술병을 뒤로 숨겼다.
“넌 언제 네 적성을 찾으러 갈 거냐.”
“제가 있을 곳은 여깁니다, 사부님. 그보다 그 병 좀 봅시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이건!”
“술 아닙니까? 보여 주시죠.”
“상놈은 몰라도 돼!”
쉔 티엔이 빽 소리를 지르고는 다시 힐긋 눈동자를 돌렸다.
“그런데 힐끔힐끔 뭘 자꾸 보십니까?”
“누군가의 애처로운 발버둥을 보고 있네.”
쉔 티엔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키네미아와 에이얀, 그리고 연금술사가 서 있었다.
‘뭔가 했네, 했어.’
그게 아니면 우리 자랑스러운 연금술사가 자기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라 고개를 내저을 리가 없었다.
쉔 티엔은 역시 저건 맛이 간 놈이라면서 술병의 뚜껑을 땄다.
“엇, 저 사람은 요정님?”
그때 로우가 키네미아를 발견하고 팔랑팔랑 뛰어갔다.
“……?!”
“요정님, 오셨습니까!”
거길 왜 가! 로우의 무모함에 술을 뿜을 뻔한 쉔 티엔이 황급히 입을 닦았다.
‘이 상놈은 그때 당하고서도 학습 능력이 없나?!’
태어나서부터 내내 검만 잡았다더니, 배움이 부족해서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로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키네미아의 근처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그가 키네미아에게 닿기 전, 역시나 에이얀이 먼저 손을 썼다.
딱-
“……!”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낌새를 느낀 로우는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촤아아악-
바닥을 긁으며 드리프트를 한 로우가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로우와 에이얀의 눈이 마주쳤다.
‘피했어?’
에이얀이 설핏 미간을 찌푸렸고, 마법을 피한 로우가 다시 나비처럼 팔랑팔랑 움직여 키네미아에게로 다가갔다.
“요정님!”
“흐응-”
에이얀은 흥미롭다는 듯 목을 울렸다.
워프 마법은 대상의 좌표와 목적지의 좌표를 계산해 대상을 목적지로 이동시키는 것.
때문에 마법이 발동하기 전에 대상이 움직이게 되면 워프는 실패한다.
이론상으로는 그렇지만…….
에이얀은 리카샤였다. 마법 발동에 드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짧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마법을 피할 수 있는 건 대륙에서도 한 손에 꼽는 기사들 정도.
그가 아는 기사들 중에 저놈이 있던가. 에이얀이 고심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