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45)
먼치킨 길들이기 45화
* * *
라이언은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 찰캉거리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저 미친놈! 완전 싸이코잖아!’
키네미아는 흥얼거리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눈을 떨었다. 완전 돌아 버린 게 아니라면 어린 여자애를 묶어 놓고 험한 짓을 준비하면서 콧노래를 부르진 않으리라.
‘이대로 미친놈에게 끔찍한 짓을 당한다고?’
싫어! 그럴 수는 없다. 지금 이때까지 단두대를 피하면서 어떻게 붙여 놓은 목숨인데.
‘울지 마! 울지 말자! 키네미아 리온은 할 수 있다!’
터지려는 눈물을 억지로 막은 채 키네미아가 입을 삐죽이면서 시선을 내렸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렁그렁 고인 눈물에 눈앞이 희뿌옇게 차올랐다.
그 순간이었다.
고개를 숙인 키네미아와 무언가의 눈이 마주친 건.
“……!”
키네미아는 무심코 비명을 지르려던 입을 걸어 잠갔다.
‘까…… 깜짝이야.’
허벅지 위에서 키네미아를 무섭게 쏘아보던 것은 주화입마에 걸린 토끼상이었다.
토끼는 얼굴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까지 져서 무슨 공포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비주얼로 자신을 쳐다보는 중이었다.
‘나이프…….’
순간 키네미아는 저 토끼 머리를 가르고 나오던 칼날을 떠올렸다.
심지어 미스릴이다. 이런 쇠사슬 따위 쉽게 잘라 버릴 수 있는!
세상에……. 베히모스가 나를 도우사- 곰 가죽이여, 영원하라.
키네미아는 팔꿈치 아래로 자유로운 손을 들어 조심스레 토끼를 쥔 채 등 뒤로 돌렸다.
먼저 손목과 어깨 아래를 묶은 쇠사슬을 잘라 내고, 발목까지 풀면 끝.
이대로 나이프만 꺼내기만 하면 된다.
주의해야 할 것은 단 하나.
‘소리가 날 거야.’
쇠사슬을 흔들어 소리를 묻으면 되지만 시끄럽다며 라이언이 제 쪽으로 고개를 돌릴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키네미아가 칼로 쇠사슬을 잘라 내는 걸 보고 있지만은 않겠지.
‘신속하게 움직여야 해.’
그렇지만…….
‘생각처럼 잘될까.’
키네미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하늘에 계신 조상님들. 엄마, 아빠. 한 번만 힘을 주세요.
엄마, 나 매일 아침마다 연무장에 나가는데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죠?
마음을 다잡은 그녀가 속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찰캉- 찰캉- 찰캉-
연신 몸을 흔드는 사이, 쇠사슬이 요란한 금속성을 내며 부딪쳤다.
키네미아는 라이언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토끼의 귀를 밀었다.
찰칵-
라이언이 몸을 돌린 것은 이와 거의 동시였다.
‘……!’
별안간 그와 눈이 마주친 키네미아가 숨을 들이켰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렇게 보채지 않아도 다 됐어. 오래 기다렸지?”
그가 도구를 든 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트레이에는 소름 돋는 공구들이 준비된 상태였다.
“에이얀을 원망해.”
그리 말한 라이언이 키네미아에게 다가간 순간이었다.
쉬익-
쇠사슬을 잘라 낸 키네미아가 손에 든 토끼 나이프를 한 번 휙 돌려 잡고는 라이언의 눈꺼풀을 베어 냈다.
“아악!”
그 찰나를 틈타 키네미아가 발목을 감싼 쇠사슬을 잘라 냈다.
서걱-
“너어어어!”
노성을 지른 라이언이 키네미아를 잡으려고 손을 휘저었다. 힉! 키네미아는 몸을 아래로 숙이며 피했다.
“이게-!”
바짝 약이 오른 그가 무섭게 다가와 팔걸이를 쥐었다. 키네미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종아리에 칼을 박아 넣었다.
“끄아아아악!”
라이언이 괴성을 질러 댔다.
키네미아가 칼을 뽑고 라이언이 휘두르는 팔 밑으로 몸을 숙여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바로 눈앞에 열려 있는 문이 보였다.
라이언은 마력을 끌어 올리려 했지만 고통 때문에 쉬이 마력이 모이질 않았다.
마법의 발현은 집중과 안정된 정신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애써 집중하려고 했으나 예상치 못한 고통과 흥분, 키네미아가 도망치는 급박한 상황에서 제대로 마법을 쓸 수 있을 리가.
“제기랄!”
작은 동물처럼 후다닥 뛰어나가는 키네미아를 보며 라이언이 다리를 절뚝였다. 종아리 상처 때문에 제대로 뒤를 쫓을 수가 없었다.
그사이 키네미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 * *
복도를 빠르게 달리던 키네미아가 숨을 들이켜며 주위를 살폈다. 라이언은 종아리의 상처 때문에 쉽게 쫓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여긴 대체…….’
라이언이 데려온 곳은 오래된 저택 같았다.
눈앞에는 라이언과 그의 가족들로 보이는 거대한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초상화 옆으로 보이는 창문에는 온통 새카만 어둠뿐이었다.
‘밖이 안 보여…….’
키네미아가 밖을 살피던 바로 그때, 창문으로 검은 나비의 날개 끝이 보였다.
“……!”
키네미아는 바로 몸을 돌려 가까운 방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잠근 그녀는 칼을 꼭 쥔 채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가라앉혔다. 제 심장 소리를 듣고 라이언이 자신을 찾아낼 것만 같았다.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기를 반복하자 심장 소리는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에이얀…….’
키네미아가 조용히 그의 이름을 속삭였다.
‘여기서 무사히 탈주하면 너랑은 절교다!’
* * *
“제기라아아아아알!”
사역마를 푼 라이언이 오른쪽 다리의 상처를 부여잡았다.
코테른 왕국 내에 호텔을 몇 개나 가진 부유한 집안의 자랑스러운 막내아들. 천재 중의 천재.
에이얀이 나타날 때까지 그 모든 것이 그만의 수식어였다.
그만 아니었어도 최연소 리카샤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자신이 이런 병신이 되어 버리다니!
“허억…… 허어억…….”
라이언은 바닥에 주저앉아 제 피로 술식을 그렸다. 그냥 죽여 버려야겠다. 사역마가 그 애를 찾아내기만 하면 당장에라도!
그렇게 작정한 라이언이 술식을 완성한 순간.
찰캉-
잘린 쇠사슬을 밟으며 제 이름을 부르는 자가 있었다.
“라이언.”
에이얀이었다.
에이얀은 쇠사슬의 단면을 보다 고개를 들었다. 서늘하게 가라앉은 새카만 눈동자가 환부를 붙잡고 있는 그의 행색을 훑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가늠하는 듯이.
조그만 여자애 하나도 당해 내지 못한 자신을 그는 모두 꿰뚫어 보는 듯했다. 가슴이 답답해 미쳐 버릴 것 같은 순간이었다. 지금 상태로는 에이얀의 작은 도발에도 참지 못해 숨이 멎을 것이다. 그 정도로 굴욕적이었다.
“키네미아는?”
그러나 에이얀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키네미아부터 찾았다.
에이얀답지 않은 반응에 문득 허탈한 숨이 새어 나올 정도였다.
역시. 맞잖아. 에이얀이 끔찍이 여기는 단 하나.
그 순간, 라이언은 제가 우위에 있는 것처럼 이죽거렸다.
“키네미아? 아아, 그 대공녀 말인가?”
“…….”
늘 저런 얼굴이 보고 싶었다. 강자의 여유나 무심함이 사라져 버린, 초조해서 견딜 수 없어 하는 저 얼굴을.
“글쎄. 내가 그 애를 가만히 놔뒀을 것 같…… 큭! 끄아아아악!”
라이언이 잘린 귀를 틀어막았다. 바닥으로 제 왼쪽 귀가 나동그라져 있었다.
“네 얘기 따위 들어 줄 시간 없어, 라이언. 키네미아는 어디로 갔지?”
“이 개새끼가-!”
에이얀이 미간을 찌푸렸다.
정신계 마법에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는 게 지금처럼 화가 날 때가 있었을까.
정신계 마법을 사용할 수만 있다면 뇌를 헤집어서 키네미아가 어디 있는지 불지 않고는 못 견디게끔 했을 텐데.
줄곧 욕설을 지껄여 대는 라이언을 향해 에이얀이 손을 튕겼다.
“크아아아아악!”
라이언이 잘린 손목을 감쌌다.
“지금 얘기해야 편하게 죽을 거야, 라이언. 키네미아는?”
에이얀은 라이언의 비명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키네미아의 위치를 캐물었다.
그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이 조급했다. 어디에 있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안심할 수가 없었다.
쇠사슬의 잘린 단면이나 라이언의 상태를 볼 때, 어디론가 도망친 것 같기는 한데, 라이언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에이얀이 그렇게 조급함을 숨기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던 라이언의 눈빛에는 더욱 광기가 어렸다.
만족스럽다. 언제나 여유로운 개자식이 아니라, 초조해서 견딜 수 없어 보이는 저 얼굴이.
라이언은 독을 타기로 했다. 비록 짧은 순간일지라도 더 괴로워해야지. 개새끼야.
고통을 잊은 것처럼 라이언이 히죽 웃었다.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