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127)
EP.128) 지혜로운 여왕 # 3
128 – 지혜로운 여왕 # 3
“꼬리?”
방금까지 나를 엄하게 문책하고 있던 아이라의 표정이 확 풀렸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코앞에 둔 아이처럼 확 밝아져서, 방금까지의 긴장감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태오, 네게 꼬리가 있었단 말이니?”
내가 꼬리를 갖고 있다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사실 꼬리가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쥬지도 앞으로 자라난 꼬리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으니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다만 아이라가 기이한 방면으로 더 큰 오해를 하기 전에 나는 얼른 몇 마디 설명을 더 붙였다.
“그, 남자들에게만 자라는 꼬리입니다….”
이쯤 되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대강 다 알아들을 게 확실했다. 그러나 아이라는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오히려 더 흥미를 보였다.
“남자들에게 꼬리가 자라난다니. 그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어. 태오야, 네게 꼬리가 자라난다는 말은 한 번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잖아.”
“그게….”
이쯤 되면 일부러 날 놀리기 위해 이러는 건 아닌가 싶다. 다른 녀석들이었으면 무조건 놀리는 것이었을 텐데. 아이라는 역시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
“태오야, 네 꼬리를 보여 줘.”
괜히 꼬리라고 했나. 아이라가 더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잖아.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멋대로 물건을 크게 부풀린 나의 잘못이라는 걸 말이다. 변명에 변명을 덧붙여 봤자 기름을 부은 불처럼 상황만 종잡을 수 없이 타오를 뿐.
“아이라 님, 정말 아이라 님을 헤하려는 태도가 없다는 것만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라 님을 결코 욕보인다거나, 얕잡아보는 의도도 없음을 알아주셔야 합니다.”
스륵스륵.
나는 매듭을 풀고 바지를 밑으로 끌어내렸다. 속옷을 벗지는 않았지만 이 쯤 되면 아이라도 내 꼬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릴 게 확실했다.
이 정도면 솔직히 유치원생도 알아 들을 거야.
“…흐응?”
아이라는 부풀어 오른 내 속옷을 바라보며 가느다란 눈을 떴다. 그녀가 잠깐 말을 멈춘 몇 초의 시간. 넓은 탈의실이 침묵에 잠긴다.
내 머릿속에는 약간의 수치심과 속옷만 입고 있는 아이라의 앞에서 나도 속옷을 보이고 있다는 기묘한 흥분 그리고 자칫 불경죄로 단죄당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뒤죽박죽 섞였다.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태오야.”
아이라의 목소리가 유난히 서늘했다.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은 얼음장 같은 노여움이다.
“이건 꼬리가 아니지 않니. 내게 거짓말을 했구나. 내가 거짓말 하는 걸 가장 싫어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고오오오오.
아이라에게서 박력이 뿜어졌다. 피부가 찌릿찌릿하다. 이대로 있으면 아이라의 마력폭풍이 내 정신을 찢어버릴지도 모르는 일. 나는 황급히 준비해두었던 말을 내뱉었다.
“해명의 기회를 한 번만 주시지 않겠습니까?”
“내게 거짓을 고한 죄는 커. 변명 같은 것을 들어줄 이유는 없지만. 태오야, 지금까지 네가 나를 위해 충성해온 것이 많으니 들어주도록 하겠어.”
아이라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스륵스륵.
보이지 않는 마력 발판이라도 엉덩이 밑에 깔아놓은 건가 궁금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쪽이 아니라서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던 것들을 정리해 말했다.
“감히 아이라 여왕님의 앞에서 어울리지 않는 경박한 단어들을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거짓말인 줄 알지만 꼬리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경박한 단어라면?”
“음….”
“어서 말해보렴.”
“남성기를 지칭하는 말들이요. 그런 이야기들로, 아이라 여왕님의 목욕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가 말했지만 그럴듯한 변명이었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뭐.
문제는 이제 아이라가 내 이야기를 수긍해주냐 어떠냐인데. 아이라는 그저 가느다란 눈을 뜬 채 내 속옷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역시 무슨 생각인지 머릿속을 읽을 수가 없다.
앞으로 어떤 말을 더 장전해야할지 열심히 고민하고 있던 그때 아이라가 무거운 입술을 열고 말했다.
“남성기를 지칭하는 말이라면 어떤 것들을 말하는 거니?”
진짜로?
그걸 내게 지금 말하도록 시킨다고?
아이라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서 농담이 아닌 듯했다. 여기서 어물쩡거렸다간 화가 난 아이라가 내 머리통을 염동력으로 뽑아버릴지 모르는 일.
나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그게, 남성기를 지칭하는 말이라면 아무래도….”
“아무래도?”
“좆이나, 자지 같은….”
내가 말해놓고도 눈앞이 그만 아찔해진다.
여자의 앞에서, 야릇한 상황이 아님에도 이런 단어를 맨정신으로 말하려니 무척 부끄럽고 동시에 기묘한 흥분감도 생겨났다.
내가 입과 혀의 말로 아이라의 귀를 능욕하는 기분이 들었다 해야 하나. 기왕 이렇게 된 것 나도 질 수 없다는 느낌으로 자신만만히 덧붙여줬다.
“고풍스럽게 이야기하면 남근이나 음경 정도가 될 테죠.”
“흐응….”
아이라의 반응은 밋밋했다. 화를 내지도 않고 그저 잠잠한 호수의 위를 떠다니는 오리처럼 여유마저 느껴졌다.
당장 분노를 하지 않는 것만 해도 이미 내 계획이 절반 이상 먹힌 것이니까, 나로서는 호재다.
“태오야, 네 뜻은 잘 알겠어. 그렇지만 나의 귀는 겨우 그런 이야기를 좀 들었다고 더럽혀지지 않는단다.”
아이라는 여유를 잃지 않고 도도하게 말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까만 머리칼 사이로 빠져나온 아이라의 귀가 몹시도 붉게 물들어 있다.
거기서 얼마 전 7레벨에 달한 직업 ‘호색한’의 특성이 발현되는 게 느껴졌다.
아이라는 역시 야릇하고 음란하고 경박한 단어들에 면역이 없구나-라는 것이 확 와닿았다고 해야 할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라는 왕가(王家)에서도 막내공주로 태어나 온갖 귀여움을 받고 자라났을 동화 속 프린세스 그 자체. 음담패설 같은 걸 들을 수 있을 리가 없었겠지.
비록 지금은 해가지지 않는 나라 앙그마르의 여왕이 되었다지만, 오히려 여왕이기에 그녀를 향해 음란하거나 천박한 말을 할 만큼 간을 내놓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터다.
아이라는 음담패설에 약하구나. 금융대신 벨모트를 향해 근친상간이니 어쩌니 말했던 게 생각나는데, 듣는 것과 말하는 건 차이가 좀 있나?
아무튼 내 머릿속에 잘 적어 놓도록 한다.
“그럼 이제 바지를 올려도 되겠습니까?”
“아니, 잠깐.”
또 왜.
아이라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긴장하고 있을 즈음 아이라가 슬쩍-하고 다리를 들어 올렸다. 덕분에 나의 단단하게 선 물건이 아이라의 발끝에 닿았다.
“그럼 어째서 이렇게 네, 그것을 세운 거니?”
“그것이라면-.”
“네 이것 말이야. 어째서 이렇게 딱딱하게 세운 거냔 이야기야.”
“그야…. 아이라님처럼 아름다운 여성과 속옷만 입은 채 단 둘이 있으면, 누구라도 이렇게 될 겁니다.”
“흐응, 어째서?”
“어째서냐면. 남자는, 원래 그렇게 되도록 태어난 생물이니까요.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해도 좋죠.”
“그렇게 만들어져? 왜지? 왜 이렇게까지 단단할 필요가 있는데?”
꾸우욱.
아이라가 내 물건을 발로 눌렀다. 아무래도 아이라는 거짓말을 한 내가 괘씸했던 모양이다. 마치 손에 잡힌 쥐새끼를 바라보는 고양이처럼 나를 갖고 놀 생각이 만만한 듯하다.
어쩌면 처음부터 다 알고 있음에도 날 괴롭히려고 한 걸 수도 있다. 애초에 아이라는 모나크 시티의 내 집에서 내 물건을 쥐고 사정하도록 유도한 적도 있었으니까.
그냥 내가 당황하고 우물쭈물하는 걸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침착한 상황 판단!
재능 《침착한 사고》에 의해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모든 직업 경험치 + 5」
역시 그렇구만. 못된 계집애.
나는 아이라가 이야기의 큰 축이 되었던 거대 악역, 악당들의 여왕이었다는 걸 떠올리게 됐다.
아크에 와서 조금 얌전해진 줄 알았는데, 그 가학적이고 폭군적인 면모는 역시 어딜 가지 않았던 것이다.
“말해 봐, 태오야. 어째서 이렇게 네 이것을 커다랗게 만든거니?”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건 이미 현 여왕 아이라와 나의 권력 싸움 그 자체.
그래서 나는 품에 넣은 비수를 꺼내듯 말했다.
“…왜냐하면 그게 수컷이라는 생물인 겁니다. 여성을 임신시키기 위해 이렇게 팽창하게 되는 거죠. 깊숙한 자궁에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요.”
“자궁에 씨앗을…?”
스르르, 가느다랗게 떨리는 아이라의 눈동자. 앙그마르의 마지막 후예로 이대로 지고만 있을 수도 없었던 나는 그녀를 향해 회심의 한 방을 먹여주기로 했다.
“여성의 부드러운 질내를 파고들기 위해, 남자들은 이렇게 단단해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내가 아이라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전혀 생각도 못했다. 그건 아이라 역시 마찬가지였겠지.
당황했을 게 분명하다.
그 때문인지 아이라는 내 물건에서 발을 스르륵 떼어냈다.
“태오, 그 말은, 네 이것이 단단해진 것은 나를 임신시키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는 소리니?”
“…그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자, 이제 아이라는 어떻게 나올까.
내가 등과 이마에서 또르르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느낄 때였다.
“쿠후흐-.”
쿠후흐흐흐-하고 아이라가 난데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라가 이렇게 웃음을 터뜨렸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던 나였기에,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가 그리 우습지?
한참 웃던 아이라가 마침내 눈가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검지로 우아하게 슥 훑으며 말했다.
“태오야, 5위계의 대마법사도 되지 못한 네가 날 임신시킬 수 있을 리 없지 않니.”
“그건, 그렇네요.”
생각해보니 그랬다.
아이라는 7위계의 대마법사. 그런 대마법사와 통정하는 것은 일종의 위험을 동반한다고 했나?
마법사들에게 성교라는 것 자체가 서로의 감정과 마력 등등을 교환하는 중요 행위기 때문에 격(格)이 맞지 않는 상대와 관계를 맺을 때 상대가 치명적인 위험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라의 결혼상대로 5위계의 대마법사인 투르키 왕자 카심이 점쳐지고 있었던 것이었고. 물론 아이라는 카심의 이름만 들어도 질색을 했지만….
아이라가 말했다.
“불가능한 일인 걸 알면서도 그렇게 단단해지고야 만다니. 남자란 가여운 생물이로구나.”
“그렇네요.”
이야기가 잘 풀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자칫 잘못 발기된 것으로 내 목이 날아가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왜인지 아이라는 재미난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기분이 확 풀려버린 듯한 상황.
그럼 이 공방전은 살아남은 나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네.
므흐흐흐-.
그렇게 속으로 스스로의 승리를 자축하고 있을 즈음-.
스르륵.
나의 속옷이 멋대로 내려가 버렸다. 마치 무언가에 끌어내려진 것처럼.
“태오야, 네 아이는 가져줄 수 없어. 그렇지만 여왕으로서, 여러모로 고생하고 있는 신하에게는 마땅한 포상을 내려야 하는 법이겠지.”
스륵.
허공에 동그랗게 손을 움켜쥐는 아이라.
동시에 배꼽을 향해 빳빳하게 고개를 치켜 올린 내 물건이 무언가에 사로잡히는 감촉이 느껴졌다.
그것이 염동력으로 이루어진 손이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질 않았다.
“저, 아이라님-!?”
“가만히 있어야 해. 자칫 힘 조절에 실패해서 으깨버릴 수도 있으니까.”
으깨버린다니.
그것보다 무서운 이야기가 또 있을까. 철근마저 찌그러트리는 아이라의 염동력을 지켜봐 왔던 나이기에 그보다 무서운 협박이 없었다.
스륵스륵.
그러나 그런 무서움도 하반신으로부터 처음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에 의해 머릿속이 그만 하얗게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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