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128)
EP.129) 지혜로운 여왕 # 4
129 – 지혜로운 여왕 # 4
스륵스륵스륵.
아이라가 허공에 쥔 손을 동그랗게 말아 앞뒤로 움직였다. 그것은 꼭 남자의 성기를 쥐고 앞뒤로 흔드는 움직임과 비슷하다.
실제로 아이라는 염동력으로 내 물건을 쥐고 앞뒤로 흔들어주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내 물건이 착취되어 지고 있는 듯한 감각에 나는 그만 꼬리뼈부터 머리털 끝까지 찌릿찌릿 번개가 통하는 기분을 느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다니.
여러모로 새로운 세계의 지평이 넓혀지고 있다고 봐도 좋다.
“기분 좋니? 얼굴을 그렇게나 붉히고.”
“그게-.”
솔직히 기분은 좋았다만.
마치 억지로 정액을 착취당하는 종마가 된 기분이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체온의 교류도 없고, 부드러운 살내음도 없는 기계적인 착취.
자칫 잘못 움직였다간 내 물건이 염동력으로 뜯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서 마음 놓고 즐길 수도 없다.
빨리 사정하는 게 좋겠어.
나는 일부러 사정감을 높이기 위해 시각적인 흥분거리를 찾기로 택했다.
속옷에 가려진 아이라의 가슴이나 하얗고 늘씬한 허벅지 같은 걸 바라보며 온몸의 피를 달구고 있기를 몇 분.
“윽.”
부륫, 부륫, 부륫.
마침내 나의 물건이 움찔거리는 경련과 함께 정액을 토해냈다. 그 사정력은 매우 강해서 허공에 앉아 있었던 아이라의 몸에 정액이 잔뜩 묻을 정도다.
“기분 좋았던 모양이구나.”
주르르륵.
아이라의 하얀 얼굴과 가슴, 배나 허벅지에 내 정액이 주르륵 길게 늘어진다. 그때서야 아이라는 염동력으로 쥐고 있었던 내 물건을 놓아주었다.
포로에 잡혀있다 풀려나는 것처럼 안도감이 듬과 동시에, 아이라의 몸을 내 정액으로 더럽혀서 화라도 내는 건 아닐까 싶은 긴장이 마음에 자리 잡는다.
아이라는 백탁에 젖은 자신의 몸을 무감동한 눈으로 내려다보더니 말했다.
“생각보다 더 끈적끈적하네.”
손가락을 탁 튕기자 아이라의 몸을 더럽히고 있었던 내 악의의 씨앗들은 아주 흔적도 없이 깔끔히 사라져 없어져버렸다.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주 깔끔하게.
“그럼 이제 씻어야겠어.”
아이라의 태도 또한 매우 깔끔하고 뒤끝이 없어서 내가 더 얼떨떨해질 정도였다.
* * *
나는 아이라의 머리를 감겨주고, 몸에 비누칠을 해서 물로 씻어주었다.
그 일은 마치 예술가들이 조각상을 깎는 것처럼 숭고한 작업같이 진행되어서 대화나 이야기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
“…….”
나는 그저 묵묵하게 아이라를 씻기고, 아이라는 그저 나를 기계나 시종처럼 마땅히 당연하게 생각할 뿐.
방금 있었던 일을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려는 듯한 기분도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라는 항상 그랬었다.
자신의 몸에 칠했던 비누들을 핥게 할 때에도.
나의 방에서 내 바지 속으로 손을 파고 들었을 때에도.
항상 먼저 야릇한 일을 시키려고 해놓고, 막상 그게 끝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색해서 의식되는 느낌.
마치 숨기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숨겨?
아이라는 내게 숨기고 싶은 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질 즈음 아이라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깨끗하게 씻으니 기분이 좋구나.”
“감기 걸리실 수 있으니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세요.”
머리를 잘 말린 아이라는 하얀 가운을 몸에 걸친 채 깨끗한 이불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커다랗게 입을 벌려 하품하는 걸 보니 졸린 모양이다.
“태오야.”
한참 어색하게 있을 때 아이라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할 말이 있으십니까?”
“언제나처럼 네 성품과 마음을 다해서 여왕을 섬겨야 해. 알았니?”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는 데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나도 아이라에게 숨기는 것이 잔뜩 있고. 아이라도 분명 내게 말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게 확실하기 때문일까.
나도 아이라도 서로 가면을 쓰고 본심을 말하지 않고 있는 찝찝함이 느껴졌다.
문득, 나는 이것이 아이라가 보고 있는 세상이 아닐까 생각했다.
거짓과 진실을 구분할 수 있는 아이라로서는 모든 사람들을 대할 때 이렇게 가면을 쓴 것처럼, 사람들과 자신 사이에 벽이 있는 것처럼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까.
“아이라 님.”
“무슨 일이니?”
안녕히 주무세요.
그렇게 말을 해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이제 아이라를 자게 내버려두고, 나는 혼자서 방금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 스스로 피드백을 할 시간도 가져야 했으니까.
다만 나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다른 것이었다.
“함께 산책을 하시지 않겠습니까? 비가 온 뒤라, 공기가 맑고 좋을 겁니다.”
“오늘따라 어리광이 심하구나, 태오야.”
“어리광요?”
“네가 내게 이렇게 이것저것 부탁해오는 것은 처음이지 않나 싶은데. 혹시 내게 할 말이 있는데, 하지 못하고 숨기거나 하고 있는 것이라도 있니?”
스륵.
아이라가 내 얼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순간 미르나가 내 볼을 꼬집었던 일이 떠올라서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긴 했는데.
슥슥.
아이라는 그저 나의 볼을 자신의 손으로 슥슥 쓰다듬을 뿐이었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이라는 다른 영애들처럼 내 볼을 꼬집거나, 꿀밤을 때리거나 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이렇게 쓰다듬을 뿐.
조금 의외네.
나는 아이라의 손바닥의 온기를 느끼며 고개를 조아렸다.
“주무셔야 할 텐데 무리한 부탁을 한 것 같네요. 없었던 이야기로 해주셔도 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아냐. 조금 걷도록 하지 뭐.”
가운 위로 코트를 닮은 로브를 걸친 아이라. 나는 그런 아이라와 함께 싱글 넘버즈의 근처에 마련되어 있는 산책로를 걸었다.
도보용 길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서 조용하고 단아한 느낌이 드는 산책로. 오랜만의 밤산책에 기분이 좋아진 것인지 아이라는 먼저 이것저것 조잘조잘 이야기했다.
“그래서 내 언니가 만든 케이크를 먹었을 때. 오빠들 모두 맛있다고 해줬던 거야. 사실 소금과 설탕이 바뀌어서 엄청 짰을 텐데.”
“그렇군요.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
괜히 산책 나오자했나.
어색함만 더해지는 것 같아서 선택이 조금 후회된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히 느끼는 점이 있다면, 이 아크에 와서 아이라의 성격이 전에 없이 밝고 명랑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왕좌에 앉아서 히스테릭을 부리고 있었던 시절과 다르게, 아크의 산책로를 걷는 아이라는 그냥 순박한 공주님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아이라 님. 아크에서의 생활은 마음에 드십니까?”
“그래, 휴가를 나온 것 같아서 즐겁구나.”
아이라의 대답이 무척 솔직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대답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해서, 나는 더 없이 당황하고 말았다. 아이라는 최근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구나.
오히려 아이라가 물었다.
“그러는 태오, 너는 어떠니. 생활은 즐겁니?”
“저요?”
“그래, 궁정에 있었던 너는 항상 곧잘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잖아.”
“그야-.”
그야 신경 쓸 게 많았으니까 그렇지.
그런데 이제 와서 내 생활이 즐겁냐니. 나는 내 즐거움 같은 건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물어오니 말문이 막힌다.
확실히 지금은 그때보단 좋다.
반란이 일어날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화가 난 아이라가 누구의 목을 떨어트리는 건 아닐까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다.
문제가 있다면 아이라를 내가 어떻게든 함락시켜야 한다는 사실 뿐.
오늘 느낀 것이지만 아이라와 나 사이의 격차는 너무 압도적으로 커서 이걸 뭐 어떻게 공략하면 좋을지 감도 잘 오지 않았다.
“야, 너희들 밤늦은 시간에 뭐해?”
그때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그것은 하얗게 허벅지를 다 내놓은 채 긴 츄리닝을 목까지 치켜 올리고 도보를 달리고 있었던 엘가였다.
“뭐야, 엘가로구나.”
“아이라, 네가 웬 일로 이 시간에 다 나와서 걷고 있네. 너 항상 일찍 자잖아.”
“오늘은 태오가 산책을 하고 싶다고 해서 말이지.”
“산책?”
“그래, 태오의 꼬리도 구경했고 말이지.”
“꼬리? 웬 꼬리?”
엘가가 가느다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푸른 눈동자에는 “야,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냐?”라는 의도가 담겨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으-음.”
그때 작게 입을 벌리는 아이라. 하품이다.
“그런데 엘가, 네 말을 들으니 졸리네. 이제 슬슬 들어가서 자야겠어. 태오야, 마중하도록 하렴.”
“알겠습니다.”
나는 아이라를 방에 데려다 주었다. 그녀가 침대에 사르륵 들어가는 모습을 본 뒤에서야 방문을 닫고 고개를 돌린다.
거기에는 엘가가 나를 짐짓 화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라랑 산책이라니. 무슨 꿍꿍이야?”
“꿍꿍이라니요.”
“너, 설마-.”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말하다가 입을 다무는 엘가. 할 말을 도중에 멈춘다니 엘가답지가 않아서 내가 역으로 물어봤다.
“설마 뭐요.”
내가 확실히 말하라고 재촉하자 엘가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주변을 슥슥 둘러보고는 내게만 들릴 목소리로 귀띔했다.
“너 설마, 아이라도 노리고 있는 거 아니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입니까?”
“그렇지? 아무리 너라도 그렇게 머리가 맛이 가진 않았을 거야. 아이라는 말이야. 좀 미쳤어. 너도 알겠지만. 정상인이 아니야.”
머리 옆에 손을 대고 빙글빙글 돌리는 리오네스의 영애 엘가.
자신의 사촌이자 여왕인 아이라를 뒤에서 이렇게 흉볼 줄이야.
역시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엘가 또한 아이라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마법사가 되면서 미친 것이겠지. 6위계를 돌파하는 마법사들은 진리의 문인지 뭔지를 보면서 정신이 맛 간다고 하니까.”
“흐음.”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다. 아크 이사회의 검은 마법사 할아버지도 6위계에 달하며 머리가 맛이 갔다고 했었지.
순간 문득 겁이 났다.
혹시 나도 6위계를 돌파하면 맛가버리는 거 아니냐.
우스스스, 소름이 등 뒤로 돋고 있을 때 엘가가 팔짱을 끼더니 “흠-.”하고 침음했다.
“그래도 요즘, 아이라가 예전이랑 많이 달라지긴 했지. 성격도 차분해진 것 같고. 나랑 대화도 곧잘 나누고.”
“엘가님이 봐도, 아이라 님이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까?”
“그래. 근데, 원래 생각해보면 아이라는 원래 그런 애였어. 언니랑 오빠들이 사고를 당한 뒤로 애가 좀 폐쇄적이게 변해서 그렇지.”
“아.”
엘가는 아이라가 공주였던 시절을 알고 있는 듯했다.
“공주였던 시절의 아이라 님은 어땠습니까?”
“그야 여기저기서 귀여움 받았지. 얼마나 귀여움 받았냐면, 완전 인형처럼 언니들 손을 잡고 졸졸 따라다니는데-.”
무언가를 말해주려는 것 같더니 엘가가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런 엘가의 미간이 가득 찌푸려지고는 이내 나를 향해 으르릉거렸다.
“야, 태오 가스펠. 아이라의 공주였던 시절은 왜 궁금해 해?”
“아뇨, 그냥-. 왕국의 충성된 신하로서-.”
“너, 지금 당황했지.”
나는 그 뒤로 엘가를 설득하는 데에 진땀을 빼야만 했다. 엘가의 방에 들어가서 열심히 몸을 마사지 해주었다고 해야 할까.
도중에 야릇한 분위기가 되어서 돌핀팬츠와 속옷만을 슥 끌어내린 채 그대로 내 앞꼬리를 찔러 넣은 것은 덤이었다.
“야, 누가 멋대로-, 흐응, 으응…! 앙…!”
엘가도 처음에는 싫은 척 했지만 뒤에서 마구 찌르는 나의 공격에 침대 이불보만 바드득 붙잡고 엉덩이를 치켜 올릴 뿐.
그렇게 한 번의 질내사정 후에, 열심히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방금까지 토라져 있었던 것 같았던 엘가도 조금은 말랑말랑하게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하긴 뭐, 네가 돌아버리지 않는 이상 아이라를 건드리려고 하겠니. 후으으-.”
사실 엘가도 감히 몰락귀족 출신의 노예였던 내가 아이라 여왕을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는 진심으로 생각하지도 않은 듯했다.
그냥 내가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니 토라졌던 것이겠지. 여심이란 어렵구나.
“그래서, 그건 뭐야. 좀 좋아 보인다?”
내가 바지춤을 치켜 올리고 있을 때, 엘가가 내 허리 뒤에 달려 있는 마법 스크롤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나는 엘가에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잘조잘 이야기해줬다.
조잘조잘.
“헤라클레스 말벌을 잡았다고? 좀 하네? 그 놈들, 보르자 근처에도 사는 놈들인데. 벌집 짓고 사는 게 여간 처리하기 힘든 게 아닌데.”
내가 상대했던 헤라클레스 말벌이 꽤 유명한 해충이었던 모양이다.
엘가는 내가 말벌을 사냥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 듯했지만 내 생생한 묘사에 이내 마지못한 느낌으로 수긍했다.
“너, 아무리 그래도 실력이 너무 빠르게 자라고 있는 거 아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법 하나 못써서 빌빌 거렸잖아?”
내 빠른 성장을 의심하고 있는 건가. 확실히 의심이 들 만 했다. 나처럼 빠르게 마법 실력을 키운 사람은 아크 내에서도 이례적이라고 하는 듯하니까.
“반 요정이라서 그런 것이겠죠.”
“그런가.”
내가 두루뭉술하게 넘기니 엘가는 과연 그렇구만-하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 아크의 이사회 영감들이 너 찾더라. 오늘 출입심사 문제 때문에 이것저것 바빠서 이사진들이랑 얘기했었거든.”
“이사회 영감이면, 하이로드의 현자님들을 이야기하는 겁니까?”
입학식 때 봤었던 대마법사들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그들이 내게 마법적인 연구를 도와달라고 했었는데. 입학 후에 한참 연락이 없어서 까먹었나-라고 생각했었건만.
엘가가 덧붙여 설명해줬다.
“그때 우리가 발란 교수 쓰러트렸잖아. 발란 교수가 사실 무슨, 마왕의 주문에 지배당하고 있는 꼭두각시 같은 것이었고. 그것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나 봐.”
“그렇군요.”
“자세한 건 나도 몰라. 발란 교수가 정신을 차렸다나. 아무튼 나는 얘기해줬다.”
발란 교수인가.
잘 됐다. 나도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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