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512)
EP.513)- 작은 임프들의 이야기 # 3
특별편 – 작은 임프들의 이야기 # 3
아버지 이사야는 과거의 일을 떠올린 건지 짧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세례식이라는 것이 있었다.”
“세례식.”
“솔로몬은, 마왕의 피나 마왕 간부들의 피를 이용해 으뜸 임프들을 만들어냈었지. 이를 세례식으로 불렀었다.”
“오.”
나도 기억나는 것이 있었다. 타르타르나 푸르푸르, 가르가르 같은 녀석들이 아직 야생의 임프였던 시절.
마르마르의 집을 빼앗고 마르마르를 못살게 굴었던 시절에 타르타르가 가르가르를 향해 ‘세례를 받았던 임프’라고 말했던 것 같다.
세례라는 것은 마왕 솔로몬이나 발란 교수 같은 고위 간부들의 피를 임프들에게 섭취시켜서 랭크업 같은 것을 꾀하는 것이라 했던가.
혹시 그것이 잔불의 임프들이 모닥불의 임프로 진화하는 방법이 아닐까? 굉장히 그럴 듯 해보였다. 다만 내 아버지 이사야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건 그냥 허례허식일 뿐이었어.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그게 진짜에요?”
“그래, 그런데 어째서 임프들이 키가 커지고 성장해서 어른이 되고 했는지는 솔로몬조차 알지 못했다. 그다지 궁금해 하지도 않았지.”
“아버지, 그 말은….”
“나도 모른다.”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마르마르의 꼬리가 축 늘어진다.
“아앗….”
내 아버지 이사야라면 마르마르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갑자기 미궁으로 빠져버리니 의기소침해진 것이리라.
나는 그런 마르마르를 향해 말했다.
“우리가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없겠네.”
그러자 마르마르도 꼬리를 높이 들며 소리쳤다.
“그러게!”
이것으로 우리들의 볼일은 끝이었다.
내 아버지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좀 더 자주 놀러 와라. 레오노이나, 작은 미르나 같은 아이들도 데리고.”라고 아쉬움을 표한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마르마르의 모습을 보며 잠깐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우물쭈물할 때 마르마르가 말한다.
“전 마왕님, 만나서 반가웠어요! 나중에는, 다른 임프들도 소개시켜 드릴게요!”
“…그런가. 그래, 나도 만나서 반가웠다, 마르마르. 덕분에 오늘은 편안하게 잘 수 있겠구나.”
“그럼 아버지, 우리는 갑니다. 다음에 명절 때 올게요. 열려라, 차원의 문.”
우리는 차원문을 통해 지상으로 다시 내려왔다. 임프들의 성장에 대해 알아낸 것은 별 것 없었다만 기분은 제법 좋았다.
“그래서, 이제 뭐부터 알아보지?”
나는 앙그마르 컴퍼니 본사의 정원을 둘러보며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댔다. 어디부터 어떻게 알아보면 좋을까. 마치 하얀 도화지 위에 지도와 계획을 차근차근 작성해나가는 느낌이다.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라 모험을 하는 것 같아 재밌었다.
그때였다.
“아앗-! 으뜸동지 마르마르가 도착한 것이다…! 마르마르 동지…!”
타르타르가 우리에게 다가와서 무어라 버둥버둥거렸다. 타르타르 녀석을 진정시킨 우리는 녀석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타르타르, 무슨 일이야?”
내 물음에 타르타르가 설명한다.
“이상한 임프가 재단에 찾아온 것이다…! 일단 응접실에 기다리도록 했는데, 이상한 말을 하니 얼른 가서 들어보는 것이다…!”
이상한 임프? 임프들은 전부 이상한 부분이 하나씩은 있지 않나. 하지만 타르타르가 호들갑을 떨 정도면 과연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 가서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 * *
응접실로 향해 그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나르나르가 있었다.
그리고 나르나르의 앞에 앉아 있는 기묘한 여성이 눈에 띈다.
그녀는 갈색의 낡은 로브를 입고 있었다.
꽤 오래되어 보이는 것으로 여기저기 헌 옷감을 덧대어 놓은 것을 보니 주머니 형편이 그다지 좋지 못한 듯했다. 그러나 로브 아래로 드러난 팔과 다리는 무척 길쭉길쭉했다.
가슴도 크다.
내 호색한 센서가 울리는 것을 보니 D컵은 된다. 다만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은 늘씬한 팔다리도 멋진 볼륨도 아닌 이마의 뿔이었다.
그렇다. 뿔. 응접실을 찾아온 여성의 이마에는 붉은 단발머리의 이마 쪽으로 한 쌍의 뿔이 좌우로 자라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엉덩이 쪽에는 세모난 꼬리가 좌우로 살랑거리고 있다.
저 녀석, 임프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커다랗게 자란 임프.
낯선 세모꼬리의 임프가 말했다.
“그래서, 나르나르 자매라고 했었나? 네가 이 커다란 건물의 주인인 으뜸 임프인 것 맞지?”
“제가요?”
“겸손할 필요 없어. 다른 임프들은 아직 작고 조그맣고 풋내기 같은데. 너는 제법 훌륭해 보이네. 「ㄴ」 항렬의 임프들은 나름 봐줄만 하니까. 「ㄱ」 항렬 임프들보단 부족하지만.”
“아뇨, 저는 으뜸 임프가 아니에요. 당신은 그러니까 이름이….”
“나는 기르기르야. 기르기르 기르노이. 위대한 첫 번째 항렬, 기역자의 임프지. 말하자면 당신의 선배 정도 되겠네. 이제 내가 누군지 알겠지?”
기르기르라.
내가 알기로 임프들의 이름은 만들어진 때에 따라 그에 걸 맞는 돌림자를 사용한다. 「ㄱ」부터 「ㅎ」까지.
「ㄱ」로 시작하는 이름의 임프들은 가장 처음에 탄생한 임프들로서 마왕군의 소간부로 대륙 곳곳에서 활약했다고 전해진다.
마왕이 가장 위에 정점으로 군림하고, 그 아래에 발란 교수 같은 4장군. 그들의 아래에 임프 소간부들이 있고 그 아래로 잡졸들이 주르륵 있는 것이 마왕군의 직렬이라 했었지.
고압적이고 못된 소악마 임프들의 전설은 대부분 이 「ㄱ」 항렬의 임프들이 만들어낸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나. 말하자면 유능한 마왕군 중간관리직이다.
참고로 마르마르나 모르모르처럼 「ㅁ」 항렬-임프들로 따지면 네모난 이름의 임프들은 성격이 밝고 명랑해서 마왕군에서 많은 총애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토록 임프들은 이름에 따라 성격이 달라졌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생산라인 같은 게 있었던 게 아닐까?
생산라인에 따라 성격과 특성이 달라져서 라벨 붙이듯이 돌림자 이름을 사용해 구분하고 있었던 걸지도.
내가 추리한 것이지만 나름 납득이 가서 스스로 놀라고 있을 때였다.
“가르르르, 가르르르르…!”
우리 옆에서 얌전히 있던 가르가르가 참을 수 없어진 것인지 응접실의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마르마르가 “아앗-! 안 돼!”하고 말려보려 했으나 가르가르의 막무가내를 막을 수는 없었다.
“가르르르, 가르르르…!”
“이, 이 녀석은 뭐얏-!”
자신을 기르기르라고 밝혔던 늘씬한 임프가 가르가르의 난입에 빽 소리쳤다. 가르가르는 그러거나 말거나 손님의 앞에 놓인 카스테라를 입에 물고 구석으로 도망쳐 주위를 흘끔거린다.
“가르르….”
마치 생선을 낚아챈 고양이가 아무에게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주변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손님 임프 기르기르는 이 난동에 어이가 없다는 것처럼 자신의 옷을 손바닥으로 탁탁 털었다.
“한 벌밖에 없는 옷인데…! 정말 뭐야! 저 이상한 임프는…! 아, 짜증나…!”
가르가르가 난동을 부릴 때 엎지른 컵 때문에 쏟아진 차가 옷을 젖게 만들었기에 기분이 매우 나빠진 모양이었다.
나르나르가 말했다.
“갈아입을 옷을 드리죠. 가르가르의 무례를 용서해주세요.”
“흥, 그래, 가르가르 자매는 엄청 무례하네. 가르가르…, 가르가르…!? 아니, 정말 그 가르가르란 말이야…!?”
손님 임프 기르기르가 깜짝 놀란다.
그녀는 곧 젖은 옷을 털다 말고 구석에 으르릉 거리며 카스테라를 먹고 있는 가르가르에게 다가가 그 뺨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세상에, 선배! 진짜 가르가르잖아!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이 영락해버린 몰골이 그 가르가르 선배가 맞아…!? 우리들의 으뜸 임프였던 선배가 어쩌다 이런 꼴이…!”
“가르르, 가르르르…!”
“이 기르기르가 동굴 속에 갇혀 있었던 동안, 대체 세상이 어떻게 된 거야!? 마왕 군은 전부 괴멸했고! 모르는 사람들이 잔뜩 있고!”
뿅뿅. 뿅뿅.
“그리고 이 망할 님프텐도라는 건 대체 뭔데…!?”
손님 기르기르는 패닉을 일으켰다. 이제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마르마르가 앞으로 나섰다.
“저기, 기르기르라고 했지?”
“너는 또 뭐니? 조그마한 게!”
“으, 응?!”
앙칼진 기르기르의 물음에 마르마르의 네모난 마름모 꼬리가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기르기르라는 임프는 생각보다 성격이 나빴다. 어쩌면, 저게 임프의 본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나, 나는 마르마르인데….”
마르마르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세에 눌린 것처럼 말을 더듬었다. 마르마르의 이름을 들은 기르기르가 “감히 네모난 항렬 님프가 내게 말을 걸다니. 나때는…”이라고 으르릉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가르르르, 가르르르…!”
콱-!
카스테라를 먹고 있던 가르가르가 손님 임프 기르기르의 손바닥을 콱 물었다. 그에 기르기르는 크게 당황하며 버둥거린다.
“끼약…! 선배, 왜 그래! 나야 기르기르! 날 기억 못하는 거야…!? 왜 날 물어!”
그러자 나르나르가 가르가르의 허리를 붙잡아 떼어주며 말한다.
“아마 마르마르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서 그런 걸 거에요. 마르마르 양은 우리들의 으뜸 임프거든요. 이 건물의 주인은 이 마르마르 양이에요.”
그러자 기르기르는 방금 손을 깨물린 것보다 더욱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그럴 수는 없어! 네모난 이름의 임프가 으뜸 임프라고? 나 때는 말이야, 그런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어! 이 세상은, 뭔가 잘못 되었어!”
뭔가 잘못 되고 있긴 한 것 같았다. 이 이상 혼란을 일으켰다간 나의 평화로운 나날에 흠집이 생길 것 같아서 나 역시 대화에 끼어들기로 했다.
“저기, 일단 좀 진정합시다.”
“이 녀석은 또 뭔데? 누군데 나한테 명령을….”
팍-인상을 찌푸린 기르기르였다. 하지만 기르기르는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더니 응접실에 깔려 있는 카펫에 얼굴을 문질렀다.
“으읏, 어째서 내가…!? 뭐지…!? 몸이 움직여지질 않아…!”
“어중간한 각오로 태오 경의 앞에서면 그렇게 되는 법이죠. 기르기르 자매, 당신의 몸에 새겨진 마왕군의 본능이 알고 있는 거에요.”
“그아앗…!”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기르기르는 점점 더 납작해져갔다. 이대로 있다간 쥐포가 될 것만 같아서 무엇이든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니, 편하게 있으세요.”
“프핫…!”
그때서야 기르기르는 정신을 차렸다. 우선 우리는 기르기르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우선 당신이 누구인지 이야기 좀 해주세요.”
옛 마왕군에 대해 아는 것 같은 임프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흥미가 생겨났다. 기르기르는 우리가 영 못 미더운 것인지 눈치를 흘끔흘끔 살폈다만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기르기르야. 마왕군의 제1 임프여단 소속이고. 큰 지진에 갈라졌던 땅을 조사하던 도중에 엘프 검사로부터 습격을 받아서 갈라진 벼랑 틈으로 떨어졌어.”
엘프 검사라면 스텔라의 오빠였던 오팔인가? 기르기르는 벼랑으로 떨어진 이후 많은 날을 그 안에서 살아남았다고 했다.
“괴상한 생물도 있고, 동식물도 있어서 살아남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지. 하지만 어떻게 해도 위로 올라갈 수가 없었던 거야.”
기르기르가 그 벼랑 틈에서 빠져나온 것은 비교적 최근이라 했다. 그러니까, 마왕군과 영웅들이 싸우고 있던 반세기 동안 이상한 곳에 갇혀 있다가 세상으로 빠져나온 것이다.
“세상에 나왔더니, 마왕군은 괴멸했다고 하고. 웬 이상한 것들이 잔뜩 돌아다니고. 나는 일단 임프자매들의 소식을 쫓아서….”
“그래서 이곳으로 온 것이구나! 딱한 사정이네!”
마르마르가 와락 손을 들어올렸다. 기르기르는 아직 마르마르가 수상쩍고 의심스러운 것인지 슬쩍 눈치를 보았지만 입술을 달싹일 뿐 더는 호통을 치거나 하지 않았다.
“가르르르….”
마르마르의 옆을 성난 이리 같은 가르가르가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손님 임프 기르기르는 아직 그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 듯했다.
“그래도, 이곳에 오길 잘했어. 가르가르 선배를 만나게 될 줄이야. 가르가르 선배는 정말 굉장했는데. 지금은 ‘현명한 가르가르’라고 불렸던 지성의 편린조차 느껴지질 않네.”
“가르르…!”
일찍이 타르타르나 푸르푸르가 미친 임프 가르가르를 향해 사실은 마왕군에서 굉장한 직위였다고 떠들어댔던 것이 떠올랐다.
나는 그냥 허풍 떠는 것인 줄 알았는데, 기르기르의 말을 들어보면 가르가르는 마왕군에서 상당한 고참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냥 가르가르지만….
아무튼.
* * *
앙그마르 컴퍼니의 임프 자매회에서는 올드 루키 기르기르가 머물 장소를 마련해주기로 했다.
다만 기르기르는 영 적응을 못하는 듯보였다. 하긴, 50년 전 사람이 현대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겠지.
한국전쟁 때 사라졌던 사람이 21세기에 짠-하고 떨어지면 얼마나 세상이 이상하게 보이겠어. 그야말로 이세계처럼 보일 터.
기르기르에게는 모든 것이 이상하게 보이는 듯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마르마르였던 것 같다.
“마르마르라고 했니? 설마 네모난 이름의 임프가 모든 임프들의 위에 서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그것도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자그마한 임프가 말이야. 사실, 굉장한 마법사라거나 그래?”
“나는…, 인형을 잘 만들어! 또, 요리도 잘하고 빨래도 잘해! 또, 내 꼬리는 네모난 다이아 몬드 모양이야!”
“뭐야, 그게. 인형을 잘 만들어서 으뜸 임프가 된다니? 이상한 세상이네. 그치만, 다이아몬드 꼬리는 조금 멋지다.”
“내 친구 모르모르는 별 모양 꼬리를 갖고 있어.”
“그거 대단하네. 별 꼬리는 엄청 희소한데.”
기르기르는 자신의 방을 안내받으며 픽-웃었다.
옛 마왕군이라 불렸기에 혹시 폭주해서 나쁜 짓을 저지르는 건 아닌가 긴장했다만, 의외로 잘 어우러진다.
그러다가 문득 오랜 옛날의 이야기를 해오는 기르기르를 보며 무언가 떠오르는 듯했다.
“기르기르, 당신은 옛 마왕군의 간부라 했죠?”
“응? 아, 응, 어, 맞다고 해야할지…요. 뭐, 그런 느낌이기는 한데….”
“그럼, 지금의 임프들은 모르는 비밀들을 잔뜩 알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어떻게 하면 임프들의 키가 더 커지는 지 같은 이야기 말입니다.”
“뭐야…, 그 말은, 지금은 아무도 그걸 모른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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