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20)
그것은 수장인 킬러비조차 마찬가지였다.
스르르륵.
그 꽃이 만개하며 마각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끼아아악!
소름끼치는 괴성과 함께 만개한 꽃에게서 송곳니가 잔뜩 돋은 거대한 입이 모습을 드러냈다.
“으아아아악!”
그제야 정신을 차린 킬러비와 혈족들이 비명을 지르며 넝쿨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휘릭, 꿀꺽!
휘리릭, 꿀꺽!
그 괴물 꽃이 넝쿨을 움직여 그들을 하나씩 삼키기 시작했다.
“으아악! 사, 살려주십시오 살주!”
“안 돼! 당장 멈춰라! 이 괴물!”
혈족들의 처참한 죽음을 보다못한 킬러비가 악신에게 쓰려고 아꼈던 신살의 독침을 괴물꽃에게 날렸다.
쐐애액!
화살처럼 날아간 독침이 혈족을 잔인하게 삼키는 꽃의 아가리에 꽂혔다.
그 어떤 마수도, 심지어 신성을 가진 신조차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킬러비 일족 비전의 독.
독침을 맞자 꽃이 꽃잎을 파르르 떨더니 석상처럼 멈췄다.
‘됐다!’
곧 독이 퍼져 처참하게 녹아내릴 괴물 꽃의 모습을 기대하며 킬러비가 음험하게 눈을 빛냈다.
-끼히히히히!
하지만 비명대신 들려온 것은 소름끼치는 여자의 웃음 소리였다.
그 괴물꽃이 환희하듯 꽃잎을 만개하며 킬러비를 굽어보고 있었다.
신마저 죽이는 비전의 독침을 맞았음에도 시들기는커녕 오히려 방금 전보다 더 화사하게 피어난 괴물 꽃의 모습에.
“서, 설마!”
킬러비는 오래 전 읽었던 일족의 문헌을 떠올렸다.
유일하게 자신들의 독이 통하지 않았던 존재.
삼천 년전 대륙의 인구 90퍼센트를 먹어치운 최악의 흉신 ‘소리 없이 기어오는 악몽’의 사도.
나이트 로즈, 일명 악몽의 꽃.
그것이 지금 눈 앞에 있었다.
꿀 대신 끈적이는 군침을 질질 흘리는 아가리를 벌린 채.
쩌어어억!
“으아아악!”
꿀꺽!
스르르륵.
킬러비와 혈족들을 모두 삼킨 꽃은 임무를 마쳤다는 듯 유일신의 머릿속으로 사라졌다.
드르렁! 쿨쿨!
잠시 후, 그곳엔 유일신이 요란하게 코고는 소리만이 남았다.
***
띠띠띠띠띠! 띠띠띠!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소리에 난 부스스한 몰골로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벌써 아침인가?
“끄윽~!”
그때 갑자기 입에서 헛트림이 나왔다.
“으. 왜 이리 속이 더부룩하지.”
밤에 뭐 먹은 것도 없는데 말이다.
“뭐 아무렴 어때.”
아침 먹는 것도 귀찮았는데 잘됐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난 대충 씻고 츄리닝을 챙겨입은 후, 공원으로 나갔다.
이른 아침이라 공원은 한산했다.
‘좋아, 새로 얻은 권능이나 시험해볼까?’
내가 평소답지 않게 이렇게 일찍 일어난 것은 바로 새로 얻은 권능을 시험해보기 위해서다.
내가 이번에 얻은 권능은 두 개다.
하나는 소리 없이 기어오는 악몽에게 받은 ‘밤에 피는 장미’.
그리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준 ‘검의 극의’ 다.
‘천검의 보고’ 의 대여권은 세 번 밖에 이용할 수 없으니 좀 신중하게 사용하기로 하고, 지금은 이 두 개에 집중해보자.
일단은 [소리 없이 기어오는 악몽]이 준 권능부터.
난 정신을 집중하며 시동어를 외쳤다.
“권능 [밤에 피는 장미]!”
조용.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황하고 있을때 갓메이커에 메세지가 떴다.
띠링!
[권능 발동에 실패했습니다. 권능 개화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소리 없이 기어오는 악몽’의 고유권능 ‘밤에 피는 장미’를 쓰기 위해서는 소유주가 일단 잠들어야 합니다.]
“잠들어야한다고?”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구겨졌다.
뭐 이런 어이없는 권능이 있냐?
어쩐지 순순히 공짜로 준다고 했더라니!
이름이 구려서 별 기대는 안했었지만 짜증이 났다.
막말로 잠들었을 때 발동하면 이게 무슨 능력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후, 괜찮아. 이건 분명 쓸만할거야.”
심호흡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내겐 아직 시험해볼 권능이 하나 더 남아있다.
나는 품에 챙겨왔던 칼을 꺼냈다.
예전에 다이써에서 무려 오천원이나 주고 산 사시미 형태의 식칼이었다.
뭐 결국 집에서 밥을 잘 안해먹어서 계속 방치해두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것치고는 녹도 없고 일반적인 식칼보다는 한뼘 정도는 길어 뭔가 진짜 칼을 잡은 느낌이 났다.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자신의 고유권능 ‘검의 극의’를 쓰고 검을 잡는다면 그 어떤 달인도 당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거라고 단언합니다.]나는 천검이 내게 권능을 줄때 보냈던 메세지를 떠올리며 식칼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좀 떨리는데.”
어릴 때 즐겨보았던 무협지의 주인공이 신검을 손에 넣고 무림 최고의 고수가 되는 스토리가 떠올랐다.
자고로 검은 남자의 로망이 아니겠는가.
“권능 [검의 극의(極意)]!”
권능을 쓴 나는 기대하며 이후에 벌어질 일을 기대했다.
어쩌면 무협 고수처럼 막 검기를 날리고 멋진 검법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조용.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이번에는 실패 메시지조차도 없었다.
느낌이 쌔하다. 사기 당한 기분이다.
“이것들이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결정했다.
“좋아, 집에 있는 신검인가 뭔가는 팔아버리자.”
애초에 그 자칭 신검은 ‘천검의 보고’ 대여권을 모두 쓰고 나서 돌려주기로 계약한거라, 아직 내 서랍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팔면 적어도 고철값은 나오겠지.
그리고 이참에 그 스토커놈들하곤 인연을 끊어버려야지.
-······싶다.
“응?”
그때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베고 싶다······.
처음에는 모기소리처럼 작았지만, 그 음성이 점점 뚜렷하게 들리는게 아닌가?
나는 황급히 주위를 살폈지만 공원에는 나밖에는 없었다.
“설마?”
난 의심하며 내 손에 쥐어진 식칼을 바라보았다.
“에이, 아니겠지.”
하하, 요즘 하도 별의별 일을 겪고 나니 이런 시덥잖은 생각도 드네.
-베고 싶다!! 베고 싶다!!
웅웅웅웅!
식칼이 무서운 기세로 진동하더니 내 귓속으로 엄청난 고성이 파고들었다.
“으윽!”
츠츠츠츠!
순간 내 안에 걷잡을 수 없는 강렬한 충동이 치밀어올랐다.
세상을 모두 베어버리고 피로 물들이고 싶은 엄청난 살기가 파도처럼 내 머릿속을 잠식한다.
그리고 잠시 후.
내 입술 사이로 광기에 젖은 음성이 새어나왔다.
“크큭, 베고 싶다······.”
끝
ⓒ 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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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家和萬事成]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한자성어.
하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그냥 중국집이다.
“허억! 허억!”
나는 가쁜 숨을 헐떡이며 내 앞에 산처럼 쌓여있는 내 광기의 희생량을 노려보았다.
야채는 얼마나 얇게 잘랐는지 안이 투명하게 비쳤고, 핏기 하나 없는 고기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깍둑썰기 되어 있었다.
그리고 저기 손질된 생선은 자신의 뼈는 물론 잔가시 하나 몸에 남기지 못하고 도륙되었다.
“이럴 수가! 우리 가게에서 사흘 영업할 식재를 한시간도 안되서 손질하다니!”
후덕한 인상의 중국집 사장님이 감탄을 토했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식칼을 쥔 내가 다짜고짜 식재를 썰게 해달라고 할때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었지만 말이다.
하긴 내가 만약 이집 단골이 아니었다면 신고당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만족······. 했다······.
내 손에 쥐어진 식칼이 배부른 사자처럼 나른하게 웅얼거렸다.
“아, 그래요. 만족하셨어요?”
XXX! 입으로 욕이 튀어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내가 아침부터 중국집에서 이 지랄을 한건 이놈 때문이었다.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이 욕망을 방치했다가는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베고 싶은 충동이 들었기에.
잘못하면 희대의 살인마가 될 뻔했다.
“단골 총각! 우리 가게에 취직 안할래? 월급 많이 줄게!”
“어허, 사장님. 바지 늘어나요!”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중국집 사장님을 차도남처럼 매정하게 뿌리치고 부리나케 귀가했다.
“그래, 먼저 이것부터!”
드르륵! 탕!
치이익! 찌지직!
집에 오자마자 난 서랍에 식칼을 던져버리고는 박스테이프로 단단히 밀봉했다.
씩씩! 내가 다시는 저걸 잡나봐라.
검을 봉인한(?) 후에 내가 몸만 빠져나왔던 이불속으로 다시 누웠다.
젠장, 아침부터 뻘짓을 했더니 삭신이 다 쑤시네.
“큭, 두고보자. 이 망할 사기꾼 신들.”
오늘 일은 절대로 잊지 않겠다.
시계를 보니 아직 7시도 되지 않았다.
미리씨와의 트레이닝 약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그동안 모자란 잠이나 마저 잘까?
그때 갓 메이커의 알람이 다급히 울렸다.
띠링! 띠링!
참, 이것도 간만이네.
“그래. 이번엔 무슨 일이냐?”
졸린 눈으로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어? 이것들 왜 이래?”
내 신도인 흰개미 성녀와 검은 개미들이 빌빌거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
난 인터넷으로 개미 치료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하지만 개미 박멸법은 많이 떴지만, 정작 내가 찾는 치료법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걸 보니 사람들이 개미를 단순히 해충으로 밖에 취급하지 않는다는걸 알 것 같았다.
뭐 나도 그랬었지만.
“음.”
붉은 개미라면 치가 떨리지만, 이 검은 개미들에게는 그래도 애완동물 정도의 애정은 가지고 있다.
처음에 별 생각 없이 짓눌러 죽였다는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이 들긴 하고.
[‘성녀’와 그 휘하 101명의 신도들이 유일신님께 간절히 구원을 요청합니다.]바들바들 떠는 몸으로 내게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저 모습들이 불쌍하고 동정심이 들었다.
내 능력이 닿는다면 살려주고 싶다.
혹시나 해서 설탕가루를 뿌려보았다.
전에 애들이 이걸 먹고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에는 환장하고 달려들던 개미들이 영 반응이 없었다.
‘대체 원인이 뭐야?’
혹시 어디서 개미약이라도 주워 먹은 거 아냐?
젠장. 뭐 말이 통해야 물어보기라도 하지.
하지만 내게는 아쉬운 대로 이 눈이 있다.
나는 빌빌거리는 성녀와 개미들에게 정신을 집중했다.
[눈 먼 신의 눈의 권능이 발동합니다.]띠링!
[감정에 성공했습니다. ] [‘성녀’와 그 휘하 101마리의 신도]-‘유일신’을 섬기는 검은 부족들이다.
특이사항 : 킬러비 일족이 뿌린 독에 중독되었다.
중독되었다고? 그런데 킬러비면 그 아프리카에 자생하는 독벌 말하는거 아닌가?
“에휴, 니들은 어쩌다가 벌독에 중독돼서 이러고 있냐.”
설마 내가 안보는 사이에 꿀이라도 먹고 싶어서 벌집이라도 털었나?
-켁!
그때 유난히 빌빌거리던 개미 한 마리가 검은 체액을 토하더니 움직임이 멎었다.
[신도 하나가 중독되어 사망했습니다.]파스스스.
죽은 개미의 몸이 회색빛으로 변하더니 먼지처럼 사라졌다.
“주, 죽었어?”
게다가 그렇게 죽은 개미에게서는 코인조차 드랍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너무나도 허망한 죽음이다.
비록 하찮은 개미라 할지라도, 나를 따르고 의지하는 생명들이다.
한심한 삼류 작가에 불과한 나를, 자비롭고 위대한 신으로 여기는.
“살려주고 싶다······.”
안타까움과 탄식을 담아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띠링!
[신도를 생각하는 유일신의 간절한 마음으로 인해 [기적] 메뉴가 활성화됩니다.]그러자 갑자기 갓 메이커가 반응했다.
“기적이라고?”
[기적]-신도에게 신의 존재 의의 중 하나는 바로 ‘기적’입니다.
당신이 베푸는 기적에 성향에 따라 신도들은 당신을 더욱 더 경외하거나, 혹은 두려워하며 신앙을 바칠 것입니다.
[중독되어 죽어가는 신도들을 위해 기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킬러비 혈족의 독을 치유하는 기적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일신님의 신력과 갓코인 100,000이 필요합니다.
기적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es/No) ]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코인은 넘쳤고 신력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게 내게 있다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Yes.”
띠링!
[갓코인 100,000을 사용합니다.] [현재 유일신님이 사용할 수 있는 갓코인은 4,886,342 입니다.] [유일신의 의지에 따라 신도들에게 기적을 실행합니다.] [유일신께서 흡수했던 ‘세계수의 열매’ 의 일부가 기적의 재료로 사용됩니다.]쏴아아아!
갓 메이커의 화면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눈부신 황금빛을 머금은 빗물이 중독된 개미들에게 닿자, 그들을 괴롭히던 독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죽어가던 개미들은 갑자기 일어난 기적에 놀란 듯 머리를 번쩍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들의 눈에 빗물 섞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성녀’와 휘하 신도 100 마리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유일신님을 찬양합니다.]약간의 쑥스러움과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나도 이 개미들한테 정이 좀 들었나보다.
그런데 이상하네?
“으, 갑자기······ 왜 이리······ 졸리······?”
온몸에 힘이 쑥 빠져나가는 기분과 함께 지독한 졸음이 밀려왔다.
나는 몸을 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털썩! 쿵!
갓 메이커의 알림음이 들렸지만 이미 의식이 사라진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띠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