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ing to Fight Bulk RAW novel - chapter 150
물론 나 역시 결국엔 녀석의 뜻대로 클럽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백성원 원장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 모든 것은 그저 연기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실감나는 연기를 통해 높은 출연료가 적힌 계약서에 사인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하,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그건 남영진 씨 본인이 더 잘 알 텐데요.”
“검사님 눈에는 제가 선보다는 악 쪽으로 비춰지나 보군요.”
“아닌가요?”
“그거야 사람마다 다르죠. 어떤 사람 눈에는 악으로 보이고, 어떤 사람 눈에는 선으로 보일 테니까요.”
“뭐… 착각이야 그쪽 자유지만 제 눈에는 영락없는 악으로 보이네요.”
피식.
커피 잔에 가려진 남영진의 입.
그러나 양쪽으로 올라가 있는 입꼬리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이해가 안 되네요. 그러면 여기를 왜 오신 거죠? 백성원 원장님은 이제 저희를 악으로 보지 않으며 저희와 함께할 의사가 있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원장님이 저희를 선택하실 때 동반자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셔서 저희는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쨍—
커피를 음미하던 남영진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유리 받침대에 커피 잔을 내려놓고서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꼬아지는 남영진의 한쪽 다리.
너무도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다.
“그런 백성원 원장의 뜻에 검사님 역시 동의하신 것 아닙니까? 그렇기에 이곳에 오신 거고요.”
“아니요. 저는 백성원 원장님을 존경하기에 이곳에 온 겁니다.”
“흠… 저희를 인정하지는 않지만 백성원 원장님 때문에 억지로 뜻을 따르겠다는 겁니까?”
“아니요. 뜻을 따르겠다는 게 아니라 궁금했을 뿐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분의 가치관이 흔들릴 정도로 당신들이 대단한 건지.”
“하하, 제 귀에는 과연 ‘나도 꼬실 수 있을까?’라고 들리는데요.”
남영진과의 팽팽한 대화가 이어졌다. 백성원 원장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나는 전혀 백성원의 눈치를 살피지 않았지만, 남영진은 백성원 원장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백성원 원장이 자신의 편에 서서 도와주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백성원 차장은 바라보기만 할 뿐 입을 열지 않았다.
“두 분이 어떻게 연이 되어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리로만 보자면 국정원장님이 평검사를 설득 못 했다는 게 이상하군요.”
“무슨 뜻이죠?”
“한 검사님이 백성원 원장님의 위에 있다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입니다.”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저는 그저 원장님을 존경하기에 이곳에 온 겁니다.”
“하하, 이거 점수를 따야 되는데 자꾸 깎아 먹는 느낌이 드는군요. 죄송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납득이 안 가서 그렇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녀석의 눈치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녀석을 무시한 채 대놓고 이런 작전을 쓰는 건 아니었다.
계약에서의 유리함을 차지하기 위한 모습과 백성원 원장의 권위를 동시에 보여 줄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클럽은 스카우트를 할 때 모든 것을 신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업무를 맡는 것이 저이기에 짚고 넘어가는 것이니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어떤 걸 짚고 넘어간다는 말씀이시죠?”
“백성원 원장님이 당신과 함께 클럽에 들어가겠다는 조건을 거셨고, 저희 클럽은 한 검사님 역시 마음에 들어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 검사님이 여기에 계신다는 건 한 검사님 역시 백성원 원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걸로 보이고요.”
“자꾸 똑같은 말씀을 되풀이하는 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아니요.”
남영진이 내 말을 끊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게 아니라 제가 이해가 안 가는 건 검사님이 백성원 원장님을 존경해서 여길 찾아온 과정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겁니다.”
“왜 이해가 안 간다는 건지 모르겠군요.”
“백성원 원장님이 같이 가자 말했고, 한 검사님은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이 들어가려는 조직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이곳을 찾아왔다?”
“네.”
“보통은 반대가 되야 맞죠. 검사님이 클럽에 들어가려 했고, 존경하는 분과 같이 가고 싶어 백성원 원장님을 찾아가 같이 가자고 말하며, ‘그래. 어떤 곳인지 한번 보기나 하자’ 이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녀석이 말하고 싶은 건 백성원 원장과 나에 위치가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었다.
나보다 직위가 훨씬 높은 사람이 제안했는데, 제안을 한 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 직위가 낮은 사람이 찾아와 확인해 본다?
그것이 남영진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물론 내가 남영진과 같은 상황이라면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상하긴 하니까.
“아까 물으셨죠. 어떻게 인연이 됐냐고.”
“네. 제가 보기엔 공무적으로 만난 것 같지는 않네요.”
클럽에 들어가지 못하는 순간.
내가 세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그리고 한 번의 실패는 두 번 다시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또한 들어간다고 해도 녀석의 의심을 깔끔히 지우지 못하면 언더커버 수사를 원활히 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의심스러운 사람에게는 뭐든지 숨기려 할 테니까.
그렇기에 모든 것에 있어 확실해야 한다.
단 일말의 의심도 남겨 두어서는 안 될 것이며, 연기 또한 완벽해야 할 것이다.
“네, 맞습니다. 공무가 아니라 제가 아는 부장검사님을 통해 사석에서 만났고, 꽤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습니다.”
“아하∼ 도움을 주고받았다는 말씀은?”
“서로에게 필요한 걸 주고받았다는 말이죠.”
“흠… 인연은 사석에서 만들고 주고받은 건 공무라고 이해해도 될까요?”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지만, 백프로 공무라고는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남영진에 눈초리를 돌리기 위하여 은근슬쩍 미끼를 던져 보았다.
“하하하하!”
그 미끼를 본 남영진은 박장대소했다.
정의롭지만은 않다.
당신과 대한민국 국민이 알고 있는 검사 한치우의 모습이 전부는 아니라는 뜻이 담겨 있는 미끼를 말이다.
“결국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파트너 관계라는 말씀이군요.”
“…쉽게 생각하면 그렇죠.”
“아∼ 이제야 이해가 좀 되는 것 같군요.”
다행히도 남영진은 그 미끼를 문 것 같았다.
“그리고 완벽해 보이는 검사님도 저희와 똑같다는 걸 방금 인정하셨습니다.”
“무슨 소리죠?”
“방금 우리는 악으로 보지만 백성원 원장님은 검사님에게 있어 선이라는 말씀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두 분이 주고받은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공무가 아니라면 결코 세상에 밝힐 수 없는 것일 테니까요.”
“…….”
정곡을 찔린 듯한 표정.
당황해하며 녀석의 페이스에 말린 듯한 표정.
그리고 결정적으로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땀 한 방울.
이 모든 것을 연기할 수 있다니 배우를 했어도 꽤 괜찮은 선택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야 검사님과 편히 대화를 할 수 있겠군요.”
녀석은 연기란 걸 눈치채지 못하고, 아까완 다른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나를 휘감으려는 능구렁이 같은 표정이 아니라 이미 잡은 먹이를 어떻게 요리할까 하는 미소로 말이다.
“사람이란 게 참 간사합니다. 선과 악은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며, 선과 악을 선택할 수 있는 건 검사님처럼 능력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는 거죠. 대부분 평범한 국민들은 가진 사람들을 악이라 판단합니다. 가진 사람은 소수이며 가지지 못한 사람은 다수이기에 결국 우리 같은 사람이 악이 되는 거죠.”
“저는 그 대부분의 평범한 국민의 편이 되어 당신 같은 악을 처단하는 일을 하는 검사입니다. 그런 저에게 악에 편이 되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그저 검사님을 깨우쳐 드리고 싶은 겁니다. 검사님은 우리 편에 서실 능력이 되고, 그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요.”
꽈악.
테이블 밑으로 모아진 주먹을 꽉 지었다.
녀석의 말에 분노가 치밀었다. 그 분노가 모아진 양손으로 전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게 되는 순간, 검사님에게 있어 선은 우리가 되는 것이고 악은 대다수의 국민이 될 겁니다.”
“하… 도저히 못 들어주겠군.”
주먹은 진심이었고, 입에서 나오는 말 역시 진심이었다.
그리고 녀석에게 보여 줄 연기가 웃음이 아니라 분노였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녀석에게 웃음을 보여 줄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물론 검사님은 연기를 하겠죠. 검사님 말대로 대다수의 선인인 국민들의 편에 서는 게 바로 검사이니까요.”
쾅.
책상을 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지금 이 행동이 내 연기의 클라이맥스가 될 장면일지도 모른다.
꾸벅.
“죄송합니다, 원장님. 도저히 견딜 수가 없네요.”
백성원 원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리고 원장님에 대한 마지막 배려로 이번 일은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만.”
문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
남영진이 나를 붙잡을지 말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판다는 건 계약에 있어 너무도 중요한 말이었다.
“잠깐만요, 검사님.”
* * *
“아직 커피가 식지도 않았는데 제 얘기는 마저 듣고 가시죠.”
역시나 들려오는 남영진의 목소리.
“커피 향은 참 좋은데 그쪽에서 나는 악취를 견딜 수가 없네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설득될까 두려운 건 아니고요?”
남영진의 말은 다시 천천히 문쪽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을 멈추기에 충분했다.
“뭐?”
“제 말에 설득돼 지금껏 정의롭게만 사시던 검사님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지금껏 누리지 못한 모든 걸 누려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냐고 여쭙는 겁니다.”
몸을 돌려 다시 남영진에게 향했다.
마음 같아선 얼굴에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었지만 고작 감정에 일을 그르칠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그리고 녀석의 도발에 넘어가 주는 게 앞으로 이루어질 대화를 내 뜻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꾸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시죠. 지금 당장에라도 당신을 검찰로 끌고 갈지 모르니.”
“하하, 무슨 죄로요? 법을 지키셔야 할 검사님이 감정에 못 이겨 저를 불법 체포라도 하시겠다는 겁니까?”
“그거야 당신을 구금할 48시간 동안 알아보면 되는 거고. 없으면 하나 만들지 뭐. 당신이 무언가 착각하는 게 있나 본데. 나는 법을 비웃고 틈이 많은 법망을 피해가는 놈들을 법적으로 잡지 않아. 잡을 수도 없고 말이야. 그래서 가끔은 편법 쓰고, 혹은 주먹도 쓰고, 정 안되면 불법을 저지르기도 하지.”
일단은 녀석의 뜻대로 분노를 표출했다.
도발에 넘어간 사람에게 나올 너무나도 당연한 감정을 말이다.
“하하, 이래서 마스터가 당신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마스터?”
“저희 클럽의 정신적 지주이자 모든 사안을 결정하시는 분이죠.”
“기분이 더럽군. 나쁜 짓하는 놈들 우두머리한테 인정받는 기분이.”
“한 검사님이 마음에 들어 모든 걸 참아드릴 수 있지만, 마스터님을 모욕하는 건 참아드릴 수 없습니다.”
녀석의 표정이 너무나도 차갑게 식어 버렸다.
아니 소름끼치도록 변해 버렸다.
아까 보인 남영진의 표정에서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더욱 소름이 끼치는 것 같았다.
“아이고∼ 무서워라. 마스터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보죠?”
“그 누구도 모욕할 수 없는 분이죠. 그리고 그런 분이 당신을 좋아하고 있고요.”
“왜죠?”
“여쭈어 보지는 않았지만 지금 보아하니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루어 내는 당신의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네요.”
“그래요. 그럼 전해 주시죠. 이번에도 반드시 악의 무리인 당신들을 처단하겠다고.”
“휴… 좋습니다. 그냥 톡 터놓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너무나도 확고한 모습에 녀석은 한발자국 물러서려는 듯 꼬아진 다리를 풀었다.
그러고는 상체를 기울인 후 두 손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은 채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사실 백성원 원장님을 클럽으로 모시기 이전부터 클럽은 한 검사님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는 차분히 얘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본래 말씀드려서는 안 되는 얘기이지만, 저희는 한 검사님을 원하고 있으며 특히 마스터가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별로 없기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들어나 봅시다.”
덕분에 아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남영진은 도발까지 해 가며 나를 자리에 다시 앉혔고, 갑의 행세를 해보려 했지만 어느새 을이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이 대화는 내 뜻대로 흘러갈 것이다. 또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 테다.
“저희는 그동안 한 검사님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하루 빨리 모시고 싶었지만 도저히 기회가 없었죠. 잠깐 사이에 검사님이 너무나도 유명해지셨고, 한 검사님의 행동 하나하나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말끝을 흐리며 고민하는 남영진.
녀석에게 나올 말이 무엇인지 대충 예상이 가지만 갸우뚱거리며 시치미를 뗐다.
“검사님이 얼마 전 기소하셔서 구속된 김수철 국방부 장관이 저희 클럽 소속이었습니다. 클럽원 입장에서는 검사님을 반대할 이유가 충분한 거죠. 하지만 마스터와 클럽 관리자들은 검사님을 더욱 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건 무슨 소리죠?”
“대한민국에서는 도저히 건들 수 없는 존재인 클럽원들을 기소해 구속까지 한 검사님을 적으로 두기에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였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당신 같은 사람들한테는 일도 아니잖아요.”
“하하, 살인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죠. 어떤 식으로든 흔적이 남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한 검사님은 버리기에 너무도 아까운 카드입니다. 즉, 저희 클럽은 한 검사님을 영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단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자신의 패를 전부 오픈해 내 흥미를 이끌어낸 남영진.
하지만 패를 오픈한 순간부터 결정권은 나에게 넘어온 것이다.
그리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기 전까지 남영진은 계속해서 새로운 패를 오픈해야 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저는 클럽이란 곳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데요.”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검사님에게는 특별한 제안을 드리려고 합니다.”
“무슨 제안이요?”
“클럽에는 마스터를 기준으로 네 명의 관리자들이 있습니다. 마스터와 독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자, 마스터와 같이 중대 사안을 결정하며 사안을 만들기도 하죠.”
고개를 여러 번 저었고, 분노와 거절을 보인 끝에 드디어 내가 원하던 패를 오픈하기 시작하는 남영진이었다.
“그리고 마스터는 네 명의 관리자 중 한 명이 한 검사님이 되어 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낙하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텐데요?”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관리자들과 마스터를 제외한 모든 클럽원은 서로의 신원을 알지 못하며, 현재 네 명의 관리자 자리 중 한 분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탓에 비워져 있습니다. 물론 지금 이 사실을 알고 계신 백성원 원장님은 불만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남영진이 백성원 원장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나도 한 검사의 능력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저와 뜻을 함께해 준다면 아무 상관없습니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백성원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자신이 뜻을 전달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 물론 원장님도 저희에게 있어 꼭 필요한 인재입니다.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원장님에 대한 대우 역시 남부럽지 않게 해 드릴 테니까요.”
당연히 필요하겠지.
녀석은 숨기고 있지만 조정식 전 국정원장 역시 클럽 소속이었다는 걸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래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스터가 간절히 원한 인물을 추천해 주셨으니 마스터가 원장님을 꽤 마음에 들어 하고 계실 겁니다. 아마 다음번에 관리자 자리가 나게 된다면 그 자리는 원장님이 차지하게 되시겠죠.”
“그렇게 된다면 좋겠네요.”
“그렇게 되실 겁니다. 두 분 다 그럴 능력이 충분하시니까요.”
백성원 원장을 향해 말했지만, 남영진의 눈빛은 나에게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 눈으로 물었다.
내 의중이 어떤지.
“하… 원장님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하신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