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이번에는 엘리스가 시작 NPC인가 보네.”
카르페는 지체할 필요 없이 디맨션 게이트를 열어 룸으로 이동했다.
룸은 아직도 업그레이드 중이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남아 있는 시간은 앞으로 약 15분.
“이제는 진짜 곧이네.”
엘리스에게 퀘스트 받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딱 끝날 것 같았다. 카르페는 곧장 공방으로 이동했다.
“어서 오세요. 후예님! 마침 잘 오셨어요.”
그녀는 평소보다 살짝 더 고양되어 있었는데 손에는 커다란 책을 들고 있었다.
“여기 이것을 보세요! 지하에서 들고 온 연구일지인데 여기서 드렛슈 님의 유물에 관한 단서를 발견했어요!”
“그렇군요. 어, 그런데 지하에서 들고 온 연구일지면 이미 엘리스가 다 읽어 봤던 거 아닌가요?”
그런데 갑자기 거기에서 단서를 찾아냈다고?
카르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엘리스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하하. 맞아요. 사실, 이 연구일지는 수천 번은 더 읽었던 자료랍니다. 그런데 여기 이 부분 보이시죠? 원래 이곳은 빈 백지였는데 조금 전에 갑자기 글자가 떠오르지 뭐예요? 아마, 후예님의 성장하셔서 마력이 강해지자 거기에 반응해서 글자가 나타난 것 같아요. 드렛슈 님이 후예님을 위해 안배를 남겨 놓으신 거겠죠.”
“오호.”
-흐음. 그런 설정인가? 하여간 이 게임은 웃기다니까. 그냥 ‘레벨을 달성했으니 퀘스트가 주어집니다!’ 하고 바로 창 띄우면 될 것을 굳이 이런 면에서 디테일을 챙긴단 말이지.
“뭐, 디테일이 살아있으면 게이머로서 흡족하긴 하죠.”
“자자, 후예님. 여기를 보세요.”
엘리스는 어떤 페이지를 가리켰으나 카르페는 읽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아크람의 문자인 모양이었다. 카르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못 읽겠네요.”
“아…… 드렛슈 님이 조금 악필이긴 하시죠. 그럼 제가 요약해서 필요한 정보만 알려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애초에 악필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았지만 엘리스가 요약해 준다니 얌전히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음…… 그러니까.”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다섯 번째 유물의 이름은 ‘적마(赤魔)의 세실리아’라는 모양이었다.
종족은 드래고니안(Dragonian).
용의 피가 흐르는 반인반룡의 종족으로서, 마력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엘프 이상의 재능을 보여 주는 마법의 종족이었다.
“내용에 따르면 드렛슈 님이 세실리아 님의 육체와 영혼석을 어딘가에 봉인해 뒀다고 해요.”
“……어딘가라고 함은?”
“다행히 뒤에 위치도 적혀 있네요. 세 개의 달이 머무는 곳. 두 번째 달이 연못에 잠겼을 때, 다섯 개의 안개꽃이 피어나며 길이 열리리라.”
“엑? 그게 갑자기 무슨…… 아.”
말을 하다가 깨달았다.
이건 그거다. 게임이나 만화에서 종종 나오는 ‘수수깨끼를 풀면 정확한 위치가 드러난다!’라는 패턴이다.
그리고 그 말이 사실이라는 듯 카르페의 눈앞으로 퀘스트가 떠올랐다.
띠링.
[마도왕의 다섯 번째 유물 (1)] [퀘스트 분류 : 직업 시나리오] [퀘스트 제한 : 마도왕의 의지를 잇는 자] [마도왕이 남긴 암호문을 해석하십시오. 해석에 성공하면 다음 퀘스트로 연계됩니다.]카르페가 탄식을 뱉었다.
“아오. 그냥 편하게 알려 주면 되지 도대체 왜 이런 쓸데없는…….”
-재밌군.
“네? 이게요?”
-흐흐. 넌 모르겠지만 수수께끼가 또 내 전문 분야지. 좋다. 마도왕 드렛슈. 도전을 받아 주도록 하마.
자신이 활약할 타이밍이 나왔다는 사실에 천마가 크게 의욕을 불태웠다.
-보통 이런 형식의 지문은 먼저 숫자 부분에 주목해야 해. 세 개의 달. 두 번째 달. 그리고 다섯 개의 안개꽃. 즉 3, 2, 5…….
하지만 오랜만에 의욕을 불태우는 천마보다 먼저 나서는 이가 있었으니.
“아하하. 드렛슈 님이 또 유치한 장난을 해 놓으셨네요. 저한테도 종종 하곤 하셨는데……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풀어드릴게요.”
띠링.
[‘수석 연구원 엘리스’가 플레이어의 권속으로 등록된 상태입니다.] [퀘스트가 자동으로 클리어됩니다.]그렇게 말한 엘리스는 별거 아니라는 듯 펜으로 슥슥 뭔가를 적더니 이내 짝! 하고 손뼉을 쳤다.
거기까지 정확히 30초가 걸렸다.
“칼 에하르 협곡 속에 봉인해 놓았다고 해요. 구체적인 위치는 지도에 표시해 둘게요.”
띠링.
[마도왕의 다섯 번째 유물 (2)] [퀘스트 분류 : 직업 시나리오] [퀘스트 제한 : 마도왕의 의지를 잇는 자] [당신은 마도왕 드렛슈가 남긴 암호문을 멋지게 해석하셨습니다. 미니 맵에 위치된 장소로 찾아간 뒤 그곳에서 다섯 번째 유물을 획득하십시오.]-…….
천마가 크게 의기소침해했다.
* * *
공방 밖으로 나온 카르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생각해 보니까 황당하네. 이거 만약에 엘리스가 없었으면 라마르크 왕성 지하에서 연구일지 뒤져서 찾아내고 아크람 언어도 익혀야 하고, 거기다 수수께끼까지 풀어야 했던 거잖아. 와, 난이도 실화인가.”
-그 모든 걸 한 방에 스킵한 너도 실화인가 싶다. 드렛슈가 봤다면 노잼이라고 빡쳤을 듯.
“그 인간은 좀 빡쳐도 돼요. 그 인간 때문에 내가 고생한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밖으로 나온 카르페에게 티나를 비롯한 권속들이 다가왔다.
“주군.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응? 뭐가?”
“적마의 세실리아. 그녀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무래도 기억에 걸려 있던 봉인의 일부가 풀린 모양입니다.”
“아아. 그랬지, 참.”
마도왕 드렛슈는 무슨 의도인지 몰라도 인형들을 봉인할 때, 기억에 금제를 가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카르페가 마도왕 관련 퀘스트를 수행하다 보면 새롭게 기억을 떠올리곤 했다.
“흐음. 적마(赤魔)라. 붉은 악마라는 건가. 설마 적마도사는 아니겠지?”
“뛰어난 마법사이긴 합니다. 주군.”
“……설마 흑마법과 백마법에 능통하며 칼도 잘 쓰고 얼굴도 잘생긴 만능형이야?”
“아닙니다. 마법에 능통하지만 검을 쓰지는 않습니다. 잘생겼다는 표현보다는 아름답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군요. 그녀는 여성체니까요.”
“……그래.”
카르페는 왠지 모를 진한 아쉬움을 느끼며 말을 이어 갔다.
“하긴, 이름부터 그래 보이긴 했어. 그래서 어떤 인형이야?”
“다소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지긴 했지만 선량한 인물입니다. 드렛슈 님에게는 모자라지만 강력한 마법을 구사하는 인형입니다.”
“저 역시 기대됩니다. 주군. 실로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군요.”
티나와 길리안이 새로운 인형에 기대감을 품고 있는 반면.
“으으으…….”
미라쥬와 로이어드는 잘게 몸을 떨고 있었다. 마치, 떠올리기도 싫다는 듯이.
“마스터! 마스터! 세실은 나중에 찾으면 안 돼? 나, 세실은 무서워!”
“이건 또 신선한 반응이네.”
미라쥬는 그렇다 쳐도 진중한 로이어드까지 이런 반응일 줄이야.
카르페가 티나를 쳐다보자 그녀는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왜 저런 반응인지 모르겠군요. 세실이 가끔 돌발행동을 일으키긴 했지만 그것 외엔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선량합니다.”
“그거야 티나는 안 당해 봤으니깐…….”
뭔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두 반응이 재밌었지만, 미라쥬와 로이어드에겐 안타깝게도 ‘유물을 얻지 않는다’라는 선택지 따윈 없었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 드디어 룸의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었다.
[룸의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었습니다!] [룸 속 세계수가 성장하여 ‘룸 속 꽤 많이 자란 세계수’가 되었습니다.] [세계수가 부여하는 축복의 효과가 소폭 증가하였습니다.] [광산과 과수원이 확장되었습니다.] [지금부터 권속들의 ‘원정’ 기능이 개방됩니다.] [다람쥐 일꾼이 광산 지하에서 ‘음침한 갱도’를 발견하였습니다!] [다람쥐 일꾼이 과수원 인근에서 ‘지하 터널’을 발견하였습니다!] [원정 목록에 두 가지 장소가 저장됩니다.]“……원정?”
그 이름만으로도 어떤 기능인지 대충 감이 잡혔다. 카르페는 서둘러서 룸 항목을 열어 새로운 기능을 확인했다.
[원정]-룸에 소속된 권속들로 하여금 지정된 장소로 원정을 보낼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원정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원정은 플레이어가 접속하지 않은 시간에만 가능합니다. 권속들은 스스로의 판단으로 던전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원정을 통해 일부 아이템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음침한 갱도’에서는 주로 광석과 금속류 재료를 얻을 수 있고, ‘지하 터널’에서는 각종 열매류와 약초 등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아주 드물게 희귀한 소재를 발견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원정을 통해 권속들의 성장이 가능합니다. 던전이 깊어질수록 등장 몬스터가 강해지며 획득하는 경험치 또한 증가합니다.
-원정 기능은 하루에 5시간만 가능합니다.
-권속의 호감도가 낮을 경우, 권속이 원정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호감도 관리에 주의하십시오.
-원정 중 권속의 HP가 0이 될 경우, 24시간 동안 원정에 참여할 수 없게 됩니다.
*현재 원정 가능한 던전 (2)
“와, 씨. 대박. 진짜 그 원정이네.”
-켁. 이게 무슨 망할 놈의 컨텐츠야!
정령계를 떠나온 후, 얼마나 아쉬웠던가.
매일 접속할 때마다 들어오던 공짜 경험치와 아이템. 자는 동안 자동으로 돌아가는 오토 사냥의 참맛이 어찌나 그리웠는지.
정령계를 떠난 이후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자동 사냥이 지금 부활한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정령계와 달리 ‘원정’을 통해 플레이어의 경험치는 획득할 수가 없었다.
“크으. 그래도 이게 어디야. 권속들 레벨이라도 오르면 그것만으로도 대박이지.”
-미치겠네. 그 노예 짓을 또 해야 한다고?
“허허.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잖아요. 아니, 이런 게 생겼는데 어떻게 안 해!”
-끄응…… 그건 그렇긴 한데. 그래도 5시간만 하는 거니 좀 낫긴 한가?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주군. 바라던 바입니다.”
“뀨뀨!”
“좋아. 이 여세를 몰아서…….”
카르페는 인벤토리에서 85레벨 보상으로 받은 중급 스킬팩을 꺼내 들었다.
“지난번에 크게 액땜을 했으니 이번에는 좋은 게 뜬다. 이건 팩트다.”
지난번의 스킬팩에서 나왔던 스킬은 5성 ‘콜링 썬더.’
한껏 높아진 카르페의 눈에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등급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설욕을 하고 말리라!
-5성이면 꽤 좋은 건데…… 아니, 그것도 애초에 묵향이 익히고 있던 스킬이라 강화까지 해 줬잖아. 그 정도면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은 친 거 아니야?
“어허. 부정 타게스리. 뽑기 전에 귀신이 떠드는 거 아닙니다. 시끄럽고 간다!”
카르페는 힘차게 카드팩을 뜯어 젖혔고.
파앗!
허공에 다섯 장의 카드가 떠올랐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