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와아아아-!
관객석에서 다른 경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동칭이 그렇게 온갖 어그로를 끌며 관심을 모았던 빅매치가 지금 막 시작되려 했으니까.
“자, 그럼 선수들 입장해 주십시오! 먼저, 동쪽 코너의 철마!”
진행자의 신호에 따라 카르페가 경기장 위로 올라가자 한층 더 격한 함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왔다! 철마!”
“철마 펀치! 철마 펀치!”
“천마현세 만마앙복! 천마신교는 무적이다!”
천마신교, 그리고 철마.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평가가 치솟은 플레이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태껏 소문만 무성했던 천마신교가 드디어 사람들 앞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철마는 사람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실력.
1,024강에서 64강으로 올라올 때까지 모조리 한 명의 권속만으로 상대를 스윕해 버렸던 것이다!
그중 특히 절정이었던 것이 바로 철마의 전 시합이었던 128강 경기였다.
그때, 상대는 정령사 계열 직업을 가진 여성 플레이어였는데, 아슬아슬하게 랭킹 in 1,000에 도달하지 못한 고레벨의 유저였다.
‘아무리 철마라고 해도 저런 최상위 유저를 스윕할 수는 없지.’
‘치열한 승부 끝에 철마가 승리할 듯. 이번에야말로 숨겨진 세 번째 권속을 볼 수 있겠네.’
하지만 철마는 그런 사람들의 예상을 완벽하게 배신했다.
랭킹 1,000위권의 정령사를 상대로도 오직 데스나이트 한 기로 정리해 버린 것이다.
그것도 철마가 데스나이트를 꺼낼 것을 예상하고 상성인 빛 계열의 정령을 꺼냈음에도 말이다.
사실, 경기 초중반까지 빛의 정령은 데스나이트를 상대로 근소한 우위를 가져가고 있었다.
이대로 철마의 첫 패배가 달성되나 싶었던 그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데스나이트가 돌연 앞으로 손을 뻗으며 지금까지 보여 준 적 없었던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음홧홧! 명계로부터의 부름!’
스킬이 발동되자 짙은 어둠이 깔리며, 어둠 속에서 데스나이트 기사단이 소환됐다.
데스나이트를 소환하는 데스나이트라니!
그 순간 좌중은 경악에 빠졌고 철마의 상대였던 정령사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 이후는 일방적인 게임이었다.
다굴에는 장사 없다고, 데스나이트 기사단은 정령들을 모조리 씹어 먹어 버렸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승리에 사람들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환호에 맞춰 데스나이트 기사단들이 관객들 앞에서 단체로 춤을 춘 건 덤이었다. 길리안과 그 기사단의 인기 또한 철마만큼이나 치솟고 말았다.
“아니, 근데 권속이 권속 소환해도 되는 거냐? 반칙 아닌가?”
“권속 스킬이면 상관없다는 모양이던데. 철마 말고도 다른 유저 권속도 쓰긴 쓰더라.”
“철마 님! 이번에도 데스나이트 소환해 줘요!”
“난 투구 기사도 맘에 들던데.”
바로 직전 시합에서 그런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 줬으니, 사람들의 환호가 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다.
대회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함성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자가 상대를 소개했다.
“그리고 서쪽 코너! 동칭 님, 입장해 주십시오!”
와아아아-!
철마의 소개 때보다는 못했지만 여전히 큰 함성이 들려왔다.
다만, 동칭 개인에 대한 응원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일어날 빅매치에 대한 기대감의 함성이었다.
“동칭 입을 그렇게 털더니…… 아무래도 힘들겠지?”
“절대 안 됨. 완전히 각 잘못 잡았지. 설마 저런 미친 데스나이트가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동칭도 확실히 세긴 한데…… 64강까지 별로 힘 안 들이고 올라왔잖아.”
“그런데 상대가 너무 안 좋네.”
“이래서 사람은 항상 입조심하고 살아야 하나 봐.”
“동칭 야 이 개색갸!!! 거품이라는 네 말만 믿고 전 재산 몰빵했다고오!!!”
동칭이 어그로를 끌었을 당시의 여론은 이미 싹 사라지고 없었다.
그만큼 철마의 경기력은 압도적이었으니까.
이제 동칭의 패배는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였고, 사람들은 제발 한 명의 권속이라도 쓰러뜨렸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너무 일방적이면 그것도 또 재미가 없는 법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안 나오냐?”
“화장실 갔나?”
“아, 급똥은 못 참지.”
동칭의 등장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진행자가 아무리 호명해도 동칭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동칭! 동칭 선수 없습니까? 앞으로 3분내에 올라오지 않으면 실격패 처리됩니다!”
하지만 그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동칭은 나타나지 않았다.
“설마, 도망간 건 아니겠지?”
“미친. 이렇게 판을 깔아 놓고 빤스런을 한다고? 재정신이냐??”
“아니, 그래도 나름 대기업 끝자락 스트리머인데 그런 미친 짓을 하지는 않겠지. 그건 3 : 0으로 스윕당하는 것보다도 더 최악의 짓인데.”
“그럼 도대체 왜 안 나오는데?”
“그건 나도 모르지…….”
사람들은 영문을 알 수가 없어서 그저 어리둥절해할 뿐이었다.
이곳에서 오직 단 두 명.
카르페와 천마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쯔쯔. 어째 예상이 빗나가질 않는구만. 역시 그놈이었어.
‘그러게 말이에요.’
* * *
사건의 전말은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하. 철마가 인기가 많긴 하네. 이 정도로 이슈가 될 줄은 몰랐는데.”
라세의 랭커이자 스트리머인 동물칭구칭구. 본명 최한섭. 나이 스무 살.
그는 불타오르는 게시판. 그리고 실시간 검색으로 떠오르는 자신의 닉네임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 판은 확실하게 깔렸어.’
최한섭은 관종이었다.
그것도 특급 관종.
그 남다른 관종끼로 굵직한 사고도 제법 쳤지만, 뛰어난 게임 솜씨로 논란을 잠재워 왔던 스트리머였다.
“캬. 구독 늘어난 거봐라. 이 맛에 스트리머 하는 거지.”
그는 최근 저조해진 시청자 수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 대회 참가로 반전을 노리고 있었는데, 웬걸. 철마라는 놈이 나타나서 관심이란 관심은 죄다 차지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어디서 근본도 없는 놈이 굴러와서는…….”
뭐, 천마신교?
최한섭이 보기에 천마신교는 운 좋게 신비주의 컨셉이 먹혀든 집단에 지나지 않았다. 그게 아주 못마땅했다.
누구는 어떻게든 콘텐츠 짜내려고 밤새 머리 쥐어뜯으며 고민하는데!
고작 신비주의 컨셉으로 인기를 날먹하다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런 일을 벌였다. 철마의 인기에 편승한 것이다.
‘흐흐. 이제 이기기만 하면 모든 게 오케이군.’
몇몇 사람들이 철마를 비하하는 발언을 꼬집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이 이기면 다 쏙 들어갈 말들이었다. 기껏해야 인터넷에 인성 논란 정도가 박제될 뿐이겠지. 그리고 그 정도는 승리의 훈장이라고 치면 별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자신감도 있었다. 어그로를 크게 끌긴 했지만, 철마가 거품이라는 발언은 정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유저 커스텀 떡칠 골렘이 강할 리가 없지.’
자신도 권속이라면 잔뼈가 굵은 플레이어다. 저런 형태의 골렘은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근거가 더 있었다.
최한섭은 권속을 다루는 유저들 간의 커뮤니티 일명 ‘전권협’에서도 가장 방대한 정보량을 가지고 있는 간부 중 한 명이었다.
권속 직업의 인구가 그리 많지 않다 보니 이 바닥은 자연스럽게 정보가 공유되었던 것이다.
“하. 최강의 권속 플레이어? 웃기는 소리.”
그런 강자가 아무런 소리소문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자신이 아는 한 그런 권속 플레이어가 있다는 소문은 단 한 번도 돈 적이 없었다.
때문에 권속 직업 유저들 사이에서도 ‘철마는 거품이다’라는 소리가 많이 돌았다.
거대 코뿔소를 패대기칠 수 있는 수준.
딱 거기까지가 한계라는 게 전권협의 중론이었다.
“대진운도 완벽해. 흐흐. 철마의 인기는 내가 다 빨아먹는다.”
최한섭은 자신의 완벽한 계획에 감탄했으나.
그게 얼마나 엉성한 계획인지 드러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철마가 512강 경기에서도 스윕을 할 때도 여유로웠다. 저 정도 상대면 자신도 충분히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256강이 진행되자 그런 자신감도 사라지고 말았다.
철마가 256강 또한 단 한 차례의 고비도 없이 스윕해 버린 것이다.
상대가 제법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거품은 아닌가 보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아주 불안했다. 자신은 방금 철마의 상대로 스윕을 따낼 자신이 없었으니까.
혹시 자신이 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떠오르자 미친 듯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판을 키워 놨는데 져버린다면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손가락질할 것인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특급 관종인 그로서는 절대로 견딜 수 없는 일.
최한섭은 어쩔 수 없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또 하나의 플랜을 계획했다. 그러면서도 철마가 이번에 뽀록이 터진 것이라 믿었다.
와아아아아-! 철마! 철마!
“……이런 미친.”
하지만 그런 기대는 철마의 128강 경기에서 무참하게 박살 나고 말았다.
빛에 정령에게 밀리고 있던 데스나이트가 갑자기 데스나이트 기사단을 소환해 버린 것이다.
선수 대기실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던 최한섭은 그 광경에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이건 못 이긴다. 절대로.
저 정령사 유저는 자신이라고 해도 필승을 장담하기가 힘든 유저였다.
그런데 스윕? 그것도 압도적인 경기내용으로?
‘조졌다. 젠장!’
어그로를 끌었던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싶었으나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그는 현실을 부정하기보다 다른 선택지를 떠 올렸다. 정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준비했던 한 수였다.
‘어쩔 수 없지.’
최한섭의 시선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철마를 쫓았다.
그리고 바쁜 걸음으로 선수 대기실을 벗어났다.
* * *
“흐음. 이쯤이면 되려나?”
128강 경기를 끝낸 카르페는 도시를 벗어나 필드로 나왔다.
그것도 의도적으로 인적이 드물 만한 장소를 골라서 말이다.
현재 카르페가 있는 곳은 수도 제논 근처의 숲 안이었는데 제논 근처에서는 몇 안 되는 레벨 프리존 지역이었다. 그런 특성 때문인지 주변은 유저 한 명 없이 조용했다.
“자, 이제 나오지?”
부스럭.
카르페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조금 멀찍이 떨어진 숲에서 한 명의 유저가 튀어나왔다.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있는 남성 플레이어. 그가 기분 나쁘다는 듯 카르페에게 말했다.
“뭐야? 알고 있었나?”
“그렇게 티 나게 따라오는데 모를 수가 있나. 다른 친구들도 얼른 나오는 게 좋을걸.”
“하.”
가면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차자 플레이어 4명이 추가로 등장했다.
하나같이 다들 가면을 쓰고 있었다.
“어이없는 놈이네. 따라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이런 곳으로 왔다고?”
“그렇지. 조용하고 좋잖아.”
“이 새끼가…….”
대놓고 무시를 당하자, 선두에 있던 가면 남자가 으르렁거렸다.
가면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동칭 최한섭이었다.
그는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 수도 있는 요소를 모두 가린 채 카르페를 은밀히 미행했던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그들이 생각할 때만 은밀했지만 말이다.
“후회하게 해 주지.”
최한섭의 계획은 실로 간단했다.
자신과 철마가 대회에서 싸우면 자신의 필패다.
그렇다면, 싸우지 않으면 된다.
철마가 사냥 중에 ‘우연히’ PK를 당해 접속 불가 페널티를 받게 된다면, 자신은 싸우지 않고도 부전승을 할 수 있었으니까.
“무슨 짓 하려고 따라왔는지는 물어볼 필요 없을 거 같고. 그런데 너 누구야? 딱히 원한 살 짓은 한 적 없…… 아, 있나? 그런데 넌 그놈이 아닌데.”
“흐. 정체를 알려 줄 것 같았으면 얼굴 가리고 목소리를 바꿨겠냐?”
“하긴 그렇겠지.”
카르페는 별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유로운 태도가 최한섭의 신경을 다시 긁었다.
“언제까지 여유로울 수 있나 보지. 언서먼 필드(Unsummon Field)!”
최한섭이 스킬을 발동하자 카르페와 가면 플레이어 다섯을 포함하는 거대한 마법진이 땅바닥에 등장했다.
그리고 카르페의 눈앞에 등장하는 알림창.
[언서먼 필드의 영향권에 노출되셨습니다. 스킬에 노출된 모든 플레이어는 15분 동안 권속을 소환할 수 없습니다. 또한 해당 범위 내의 모든 권속은 강제로 역소환됩니다.(플레이어 한정)]-헐. 무슨 날파리인가 했는데 제대로 미친놈이었네? 이 극강 페널티 스킬을 진짜 쓰는 놈이 있다고?
스킬이 발동하자 천마가 경악에 가까운 탄성을 뱉었다. 그리고 카르페 또한 만만치 않게 놀란 상태였다.
‘와. 무슨 이런 개사기 스킬이 다 있어요? 설마 이거 9성 스킬?’
-아니, 8성이다.
‘미친. 8성 스킬이 이런 개사기 능력이라고? 어이가 없네.’
이 정도 효과면 그냥 권속을 다루는 직업은 죽으라는 소리와 다름없는데 고작 8성이라니. 쉽게 납득이 되질 않았다.
-효과가 개사기인 건 맞는데…… 사실 쓰는 놈은 진짜 거의 없어. 페널티가 너무 극악이거든.
라세 모든 스킬을 통틀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페널티 스킬.
그게 바로 언서먼 필드였다.
‘무슨 페널티길래?’
-일단 습득 조건 자체가 정신 나갔지. 권속을 다루는 직업만 익힐 수 있거든.
‘……네?’
카르페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서 되물었지만, 천마는 제대로 들은 게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이거 권속 소환 금지 스킬인데 권속 플레이어만 익힐 수가 있다구요? 무슨 그런 게 다 있어?’
스킬 설명을 보면 이건 피아를 가리지 않고 전부 적용되는 필드 스킬이었다.
즉, 상대 또한 권속을 소환할 수 없다는 소리였다. 권속을 다루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권속 직업이 권속을 소환 못 하면 그냥 샌드백 아닌가?’
-그래. 그러니까 썼겠지. 저 가면 놈은 네가 철마란 걸 알고 쫓아왔다는 거고.
‘그렇겠네요. 아하. 그래서 여럿이서 쫓아왔구나.’
자신의 권속을 봉인하는 대신 상대의 권속도 봉인한다.
그리고 상대의 전력을 막은 상태에서 동료의 힘을 빌어 상대를 쓰러뜨리는 게 언서몬 필드의 기본 사용법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괜찮은데요? 길드전 같은 곳에서 써먹으면 꽤 쏠쏠하겠는데. 하긴, 플레이어 한정이라고 되어 있는 거 보니 대놓고 PvP 스킬이긴 하네.’
-그런데 막상 대규모 싸움에서 써먹으려면 애매해. 범위가 그리 넓지도 않고, 시간도 짧으니까. 딱 지금같이 한 놈 PK 할 때나 써 먹을 만하지.
‘흐음. 그래요? 그렇게 생각해도 꽤 쓸 만한 거 같은데.’
-뭐, 여기까지만 보면 그렇지.
하지만 언서먼 필드의 최악인 점은 따로 있었다.
-스킬 습득 시 소모되는 스킬 포인트 4. 그리고 스킬을 발동하게 되면 스킬 소멸. 홀리 세크리파이스와 마찬가지로 일회용 스킬이다.
‘……미친.’
-그래. 미친 스킬이지. 고작 PK 한 번 하겠다고 스킬 포인트를 4씩이나 날린다고? 진짜 미친 거지. 기껏 PK 성공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부활할 텐데.
그 귀한 스킬 포인트를 4개나 소비해서 단 한 번의 PK라니.
스킬 포인트가 정말로 썩어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상이었다.
-혹시 또 모르긴 하지. 진짜 특정 시간에 상대를 접속 불가로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고려해 볼 만할지도.
‘……아하.’
그리고 천마의 그 말에 카르페는 상대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카르페가 피식 웃으며 가면 남자에게 물었다.
“너, 동칭인지 똥침인지 하는 걔냐? 지금 내가 죽어서 가장 이득 볼 사람은 걔뿐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PvP와 관련된 퀘스트를 받아서 쫓았을 뿐이다.”
“뭐, 그러시겠지. 그런데 너 스킬 포인트 썩어 돌아? 그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의문인 PvP 퀘스트 보상이 뭔지는 모르겠다만…… 스킬 포인트 4개랑 8성 스킬 카드 한 장보다 보상이 좋아?”
“이, 이익! 그 입 닥쳐!”
최한섭은 발작에 가깝게 소리를 질렀다.
그는 안 그래도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중이었다.
혹시라도 갓 스킬을 얻을 걸 대비해서 고이 아껴 두고 있던 스킬 포인트를 이번에 모조리 때려 박은 것이다.
감히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 만큼 극심한 손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일 수억 명의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일방적으로 깨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죽었으면 죽었지, 그의 자존심상 그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소환 불가라…….”
카르페는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부터 묵향을 소환하려 했지만 소환이 되지 않고 있었다.
-이건 너한테 상태 이상이 걸리는 게 아니라 필드에 적용되는 스킬이니까. 트랩도 아니라서 해금이 발동되진 않겠지.
‘그러네요. 텔레포트 불가 지역에서 디맨션 게이트를 발동 못 하는 거랑 비슷하네.’
카르페의 해금이 만능 스킬에 가깝긴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황을 풀어버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크크. 상황을 포기했나. 철마? 그래. 권속 플레이어가 권속을 사용할 수 없으면 그냥 샌드백일 뿐이지. 자, 다들 준비해.”
그리고 그 말을 신호로 최한섭의 뒤에 있던 네 명의 가면 플레이어가 각자 무기를 빼 들었다.
“진짜지? 저거 잡으면 약속한 돈 주는 거지?”
“알았으니까 후딱 처리하기나 해.”
“급하기는. 소환 막혔는데 뭐가 걱정이야? 15분이면 충분하지.”
그들은 비릿하게 웃음을 흘리며 카르페에게 다가왔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권속 직업이 언서먼 필드에 당하게 되면 죽음 외의 다른 결말은 없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권속 직업일 때의 말이었지만.
카르페가 다가오는 그들을 보며 마주 피식 웃어 버렸다.
[공격에 노출되셨습니다. PK 페널티가 발생하지 않습니다.]-진짜 재수 없는 놈이네.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래. 누구나 다 그럴싸한 계획이 있는 법이긴 하지.”
-처맞기 전까지는 말이야.
파악!
카르페가 가면 플레이어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 * *
그리고 바로 그게 지금 동칭이 경기장에 오르지 않는 이유였다.
나올 수가 없었다. PK를 하려다 되려 PK를 당해 버렸으니까.
“야, 이 새끼 어디 갔어!!!”
“빤스런이냐?! 쪽팔린다! 동칭 안 나오냐고! 야 이 똥침 새끼얔!!”
카르페는 그렇게 부전승으로 32강에 올라갔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