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69)
369화
“여기도 오랜만이네.”
마도탑에 도착한 카르페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바로 보물 고블린의 은신처였다.
“오랜만이군. 드렛슈의 후예.”
“그래. 잘 지냈어?”
“보다시피 아무런 문제도 없다. 조금 더 자주 들르도록 해라. 이방인에게 있어 탐험이 숙명이라곤 하나, 명색이 이 탑의 관리자이지 않느냐.”
“알았어. 명심할게.”
보물 고블린들의 왕이자 마도탑의 서브 관리자 중 하나인 트레져.
그는 여전히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카르페를 맞아주었다.
“마실 차가 필요한가? 우리 보물 고블린들에겐 손님에게 차를 내주는 문화 같은 건 없지만 필요하다면 그리해 주마.”
“아니, 괜찮아. 나도 딱히 그런 걸 즐기는 성격은 아니라서. 그것보다 요즘 탑의 상황은 어때?”
“아주 순조롭다. 고질병이던 불면증이 싹 치료됐을 만큼 말이지. 흐흐.”
트레져는 말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음을 흘렸다.
“그 정도야?”
“그렇다. 내가 이렇다 저렇다 설명하는 것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는 게 빠르겠지.”
트레져는 그렇게 말한 뒤, 허공에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그러자 카르페의 눈앞으로 하나의 정보창이 등장했다.
띠링.
[마도탑 재정 현황]현재 카르페가 뚫어 놓은 40층까지의 재정 상태를 보여 주는 정보창이었다.
재정 현황창이 보여 주는 정보는 실로 막대했다.
각 층의 보물 상자에 어떤 아이템과 얼마만큼의 골드가 배치되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 주는 건 물론이고, 사망한 플레이어가 드랍한 아이템과 골드들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9층마다 설치된 상점의 수익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시설과 함정의 유지비 등, 돈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창이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수많은 숫자가 늘었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뭐가 많이 복잡하네.”
“흐흐. 네 녀석이 깊게 알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관리는 내 선에서 처리가 될 테니까. 지금 네가 봐야할 건 가장 아래에 있는 ‘세금’란이다.”
“오오.”
탑의 정당한 주인인 카르페는 탑의 방문인으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었다.
상점에서 판매되는 물건의 세금부터 시작해서 유저들 사이에 거래되는 품목의 거래 수수료까지.
평소에는 세금이라는 단어가 그리 달갑지 않았는데 거둬들이는 입장이 되자 이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현재 저장된 탑의 세금 : 718, 890 골드(실버 단위는 반올림으로 표시합니다)]“와, 71만 8천?!”
한화로 환산한다면 8억이 넘어가는 막대한 돈이었다.
“전부 네 녀석의 소유다. 원한다면 전부 가져갈 수 있다.”
“대단하네…….”
이래서 건물주 건물주 하는 거구나.
딱히 큰 노력을 들인 것도 아닌데 그야말로 돈이 복사가 됐다.
-옛날 PC 게임으로 치면 ‘성주’ 같은 거니 이 정도는 당연한 거지. 아니, 게임 규모로 따지면 이것도 적은 거야.
그런 천마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트레져의 말이 이어졌다.
“겨우 이 정도로 놀라선 곤란하다. 원래라면 더욱 많은 돈이 저장되어 있었지만, 최근에 거대 설비를 설치하느라 그쪽으로 돈이 빠져나가서 줄어든 거니까.”
“응? 거대 설비?”
“잊은 건가? 네 녀석이 명령하지 않았느냐. ‘갈취의 덫’을 설치하라고.”
“아아! 그랬지 참.”
갈취의 덫은 카르페가 40층을 돌파한 이후 설치 권리를 얻게 된 함정이었다.
함정에 빠진 플레이어의 HP와 MP를 흡수하는 특수 함정.
어떻게 보면 단순한 효과였지만, 이 함정의 진정한 가치는 다른 데 있었다.
바로, 플레이어의 HP/MP를 흡수해 낮은 확률로 ‘체력의 엘릭서’와 ‘마력의 엘릭서’를 생산할 수 있는 함정이라는 것!
“어, 잠깐. 그렇다는 건 설마?”
“흐흐. 그렇다. 네 녀석이 왔다는 소식에 이미 준비해 뒀지. 어이, 가지고 와라.”
“네입. 대왕님! 여기 있습니다요.”
트레져 뒤쪽에 서 있던 보물 고블린이 자그마한 상자를 가져왔다.
딸깍.
그리고 그 상자 속에서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세 병의 작은 물약들.
[체력의 엘릭서 x1 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력의 엘릭서 x 2 를 획득하셨습니다.]“가져가라. 앞으로도 엘릭서가 만들어질 때마다 보관해 두도록 하지.”
“……대박이네.”
어마어마한 골드에 이어서 쉬이 구할 수 없는 영약까지.
트레져가 자신만만해할 만했다.
“세금을 가져가는 것도 좋지만, 탑의 투자를 위해 저장해 두는 것을 추천하마. 설비와 설치와 유지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그래. 그게 낫겠지.”
트레져가 말하지 않아도 세금을 뺄 생각은 없었다. 카르페가 당장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세금을 투자해서 탑을 더 발전시키고 발전된 탑으로부터 더욱 많은 수익을 거둬들인다.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인 구조 아니겠는가.
“이런 갈취류 함정 종류는 더 없나?”
“함정에 관한 건 내가 아닌 다른 관리자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네 녀석이 탑을 더 높이 오를수록, 더 많은 서브 관리자의 인정을 받을수록 그 권한이 늘어날 터.”
그러니까 싸돌아다니지 말고 얼른얼른 탑이나 올라가라.
트레져의 눈빛이 왠지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좋아. 안 그래도 이번에는 탑을 오르려고 했어. 겸사겸사 관리자 인증도 좀 받고.”
“바람직한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픽시 퀸과는 한번 만났다고 했었나?”
“……그랬지.”
그리고 픽시 퀸의 장난질에 당해서 그대로 다른 층으로 강제 워프를 당했었다.
물론, 덕분에 40층을 쉽게 돌파할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이득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차분히 대화를 해 봐야지.”
“……대화가 통하는 족속이 아니다만. 뭐, 네 녀석이 알아서 할 일이다. 나는 내가 맡은 일이나 신경 쓰겠다.”
“그래. 두고 봐. 이번엔 다를 테니까.”
* * *
카르페는 현재 마도탑의 20층대를 오르고 있었다.
마도탑은 특수한 구조의 던전이다.
매 10층마다 보스가 존재하는데 그 보스를 클리어하고 다음 층으로 넘어가는 순간, 밑의 층으로는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때문에 40층을 클리어한 카르페의 경우 40층 이하의 층은 방문할 수 없는 게 정상이었지만…….
[플레이어가 40층을 클리어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41층부터 시작합니다.] [플레이어가 30층을 클리어한 기록이 없습니다. 21층부터 시작합니다.]카르페는 과거 25층에서 픽시 퀸과 조우했고, 그대로 워프해서 단숨에 40층을 깨 버렸다.
그리고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30층을 깨지 않은 채로, 40층을 깨 버리면서 클리어 기록이 엉킨 것이다.
그 결과 놀랍게도 카르페는 21층과 41층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일종의 히든 피스인 셈이다.
퍽!
“크어어어엉?!”
“지금 레벨에 다시 오니까 너무 쉽네.”
당시에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카르페는 그야말로 불도저처럼 탑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21층. 22층. 23층…… 그리고 25층.
최단 거리로 단숨에 25층까지 올라온 카르페가 기지개를 켰다.
“끄으. 드디어 도착인가.”
카르페가 굳이 경험치도 주지 않는 저렙존을 다시 오르는 데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처음 예정했던 대로 픽시 퀸과 다시 한번 만나기 위해서다.
“픽시 출현 조건이 25층과 35층 사이. 그리고 65층과 75층 사이에서 먹을 거로 유혹하는 거였죠.”
65층은 현재 카르페로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곳이라 남은 선택지는 25층밖에 없었다.
“자, 그럼 어디…….”
카르페는 인벤토리에서 북염존이 만든 ‘정령수 버섯볶음’을 꺼냈다.
픽시는 동화 속 팅커벨처럼 생긴 일종의 요정이었다.
장난을 좋아하며, 제멋대로 여기저기 쏘다니는 천진난만한 종족.
그리고 픽시에게는 ‘미식가’라는 희한한 설정이 붙어 있었는데 극한의 요리 스킬을 가진 자가 ‘정령계’ 요리 재료로 만든 음식에 반응한다는 히든 피스가 숨어 있었다.
“나와라…….”
카르페는 버섯볶음 하나를 콕 집어서 허공에 흔들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픽시가 떡밥을 물었다.
휘이이잉!
던전 한쪽에서 갑작스러운 돌풍이 발생했다.
그리고 돌풍이 그쳤을 때, 그 속에서 자그마한 요정이 뿅하고 나타났다.
“와, 뭐야! 뭐야! 어디서 이런 맛있는 냄새가 나는 거야!”
픽시는 등장할 때부터 허공에 코를 킁킁거렸다.
그리고 이내 카르페를 발견하고는 쪼르르 날아왔다.
“인간! 그거 뭐야! 냄새가 너무 좋은데 나 주면 안 돼?”
카르페에게 다가온 픽시는 아쉽게도 여왕이 아니었다. 아마도 매번 픽시 퀸이 반응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응? 응? 인간! 지금 내 말 듣고 있어?!”
“아, 이거? 먹고 싶어?”
“응응응! 먹고 싶어!”
카르페가 버섯볶음을 휙휙 흔들자 픽시의 고개도 버섯볶음을 따라서 휙휙 돌아갔다.
“제발 나 주라. 응? 인간은 친절하잖아.”
도대체 언제 봤다고 친절 운운인지 모르겠지만, 픽시는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카르페가 씨익 웃었다.
“싫은데?”
텁.
카르페는 그 자리에서 버섯볶음 한 접시를 통째로 입에 넣어 버렸다.
“꺄아아악! 이게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라니? 내 걸 내가 먹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 아니……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너무해. 그렇게 많은데 조금은 나눠 줄 수도 있잖아!”
“내 맘이지.”
“히이이이잉.”
말썽쟁이에 자기중심적인 종족이긴 했지만, 그래도 소유권 개념은 확실했는지 카르페를 공격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픽시는 일반 개체라도 200레벨이 넘는 종족이었고 전투가 벌어진다면 카르페로서도 필승을 장담하기 힘들었음에도 말이다.
카르페가 한입에 버섯을 삭제한 게 너무나 안타까웠는지 그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리고 카르페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버섯볶음 꺼냈다.
방금 전에 꺼낸 한 접시가 아닌 수십 접시를 동시에!
“어, 어, 어……?”
어린 픽시는 카르페가 좌판 벌이듯 펼친 버섯판에 언어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먹고 싶어?”
“응! 응! 응!”
카르페가 짖으라고 하면 그대로 짖을 기세였다.
“그럼 부탁 좀 하자. 부탁을 들어주면 버섯을 나눠 줄게.”
“부탁? 뭐든 말만 해! 혹시 여기 있는 몬스터가 괴롭혀? 내가 전부 처리해 줄게!”
“아니, 그런 거 말고.”
“그럼? 우웅.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
“아니 할 수 있어. 별로 어렵지 않거든.”
“그래? 그럼 할게!”
“좋아. 그럼 여왕 좀 불러와 줄래?”
“어…… 우리 여왕님?”
“그래. 픽시 퀸 루리아. 그녀와 할 얘기가 있어.”
“뭐야! 여왕님이랑 아는 사이였구나!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어린 픽시는 나타났던 것처럼 돌풍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휘이이이잉!
다시 돌풍이 일기 시작했다. 어린 픽시가 등장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규모의 돌풍.
돌풍 속에서 수십 마리의 픽시가 동시에 등장했다.
픽시 퀸이 자신의 부하를 대동한 채 나타난 것이다.
“감히이 건방지게 날 불러낸 인간이 누구…… 어? 드렛슈 후예?”
그녀는 카르페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카르페 주변에 주르륵 깔린 버섯들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
“어서 와. 오랜만이야.”
카르페가 웃었다.
지금부터 협상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