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08)
408화
동해룡 리바오이아.
그녀는 지난번 헤어졌을 때와 마찬가지의 얼굴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온화한 여신님 그 자체다.
……그래서 더 무서운 거지만.
아무튼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저 웃음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간 그대로 회색 화면을 볼 테니까.
카르페는 아직 살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리비 님.”
“안녕? 아안녕? 흐응. 그거참 재밌는 말이네. 내가 안녕할 수 있을까아? 있지. 좀 들어 볼래? 어떤 미친 인간이 내 뱃속에 미친 벌레를 풀려고 하지 뭐니?”
“……곤란하셨겠네요.”
“응! 엄청 곤란했지. 카르페는 내 마음 이해하는구나? 역시 내 신도다워! 에헤헤.”
“헤헤…….”
“웃어?”
“죄송합니닷.”
카르페는 즉시 눈을 깔았다.
……지금 상황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한번 분석해 보자.
동해룡이 카르페를 어떻게 대해 줬는가.
내부를 탐험하고 있던 중 뜬금없이 등장하긴 했지만, 그녀는 아주 친근한 태도로 카르페를 대했다.
‘재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묻는 말에도 곧잘 대답해 줬고, 더욱이 찾기 어려운 퀘스트 몬스터도 손수 잡아다 카르페에게 건네줬다.
몬스터들의 부산물까지 몽땅 선물로 주면서!
그뿐인가. 마음에 드는 인간이라고 리비라는 애칭까지 허락하며 신도로 삼았다.
카르페가 그녀에게 무언가를 바친 것도 아니었으니 그냥 순수 100% 동해룡의 호의인 셈.
반면에 카르페는?
동해룡 내부에서 동해룡이 질색팔색을 하는 서빙제의 힘을 깨워 버렸다.
아니, 힘을 깨우는 거로도 모자라 서빙제 그 자체를 소환할 뻔했다!
그곳이 현실의 공간이 아닌 무의식의 공간이었다고는 하나, 사해가 가진 힘과 격을 생각해 보면 필시 현실에까지 그 영향을 미쳤을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동해룡도 기겁하면서 게이트를 닫아 버렸던 것일 테고.
카르페 입장에서는 목숨이 경각에 달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카르페의 개인 사정일 뿐, 동해룡이 거기까지 고려해 줘야 할 이유가 없었다.
‘즉, 비유하자면 이런 거지.’
카르페가 어떤 거대한 저택에 방문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곳의 주인이 카르페를 격하게 환영하며 먹을 것도 막 퍼 주고 재워 주기도 했다.
그런데 카르페는 저택에서 뭔가를 찾는답시고 이상한 괴물 비스무리한 것을 깨워 버리고 말았다.
그러곤 그 괴물을 쓰러뜨리기 위해 카르페는 저택 주인이 무진장 싫어하는 테러리스트를 저택에 불러들일 뻔한 상황!
여기까지 분석을 마친 카르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죽어야겠네.’
응. 그래. 죽자.
도대체 무슨 염치로 감히 살려는 마음을 품었던 거지?
사람의 염치라면 그래서는 안 됐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거늘.
-캬. 역시 최초로 이터니티를 깨운 인간답구만. 은혜를 통수로 보답하는 것도 역대급 스케일이야!
‘……끄응.’
유구무언이라. 입이 하나가 아니라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동해룡은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카르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할 말이 있으면 어서 해 보라는 듯.
저 미소만 보면 카르페 역시 헤헤 웃으며 어물쩍 넘어갈 수도 있을 것도 같았지만…….
‘그래선 안 되지.’
염치를 모르는 자. 짐승과 다를 바가 없을지니.
카르페는 솔직한 심정 그대로를 그녀에게 전했다.
“리비 님. 정말 죄송합니다. 많이 베풀어 주셨음에도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 인해 큰 폐를 끼칠 뻔했습니다.”
“……으응?”
카르페의 반응이 다소 의외였을까.
그녀는 살짝 당황한 듯 보였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제 잘못입니다. 어떤 처분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설령 죽음이라 할지라도요.”
여기서 죽는다면 지금까지의 노 데스 기록이 깨지게 되겠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저 미안할 뿐. 그게 카르페의 진심이었다.
-오올.
‘……무슨 반응입니까. 그건.’
-아니, 그냥 너답다 싶어서. 그래. 우리 애가 뽑기 중독에 날먹 중독이긴 해도 애는 착해요. 애는.
‘으휴.’
-뭐, 솔직히 한 번쯤 죽을 때 됐지. 애초에 지금까지 한 번도 로그아웃 안 당한 게 말이 안 됐던 거야. 그래도 첫 로그아웃 당할 때, 상대가 사해면 이거 나름 업적 아닐까? 어쩌면 타이틀 하나 던져 줄지도? 야, 이건 나도 안 해 봐서 모르겠다야.
‘형. 왜 이렇게 신났어요? 내가 죽는 게 그렇게 좋아?’
-껄껄.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구나. 그저 마음이 기꺼우니 웃음이 절로 피어난다.
‘죽어요. 제발.’
천마가 최선을 다해 카르페 옆에서 깐족대고 있는 동안에도 동해룡은 카르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조금 즐거워하는 모양새였다.
“흐응. 흐응. 그래. 그래. 그렇단 말이지? 흠. 그래. 맞는 말이야!”
동해룡은 카르페의 말을 곱씹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무슨 변명을 늘어놓을지 기대하고 있었거든? 인간이란 종족은 달변가가 많으니까 말이야. 너도 그럴 거라 생각했어.”
“무슨 염치로 그러겠어요.”
“아주 솔직하구나! 좋아. 좋아. 역시 이 몸이 보는 눈이 있는 편이야!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동해룡의 얼굴이 돌연 무표정으로 변했다.
“방금 네가 말했지? 죽음이라도 받아들이겠다고.”
“……네.”
“좋아. 알겠어.”
동해룡이 가녀린 손을 허공에 휘두르자 그녀의 등 뒤로 거대한 물 덩어리가 떠올랐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서빙제를 찌그러뜨린 바로 그 물 덩어리였다.
물 덩어리는 천천히 카르페에게로 다가왔고 카르페는 각오를 다지고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물 덩어리는 거대한 손 모양으로 변하더니 그대로 카르페를 잡아서 터뜨……
딱콩!
“아얏!”
터뜨리지 않고 갑자기 꿀밤 한 대를 먹였다.
아주 약간의 통증이 지나갔을 뿐, 죽음에 이르지 않자 카르페는 의아한 표정으로 슬며시 눈을 떴다.
동해룡이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흐응. 좋아. 기분도 좋으니까 방금 거로 용서해 주도록 할까?”
“어…… 정말요? 제 입으로 말하기도 그렇지만, 서빙제가 소환될 뻔했는데요? 큰일이 아닌지?”
“에엥? 큰일? 그게 무슨 소리니. 전혀 아니거든? 설마 그 사마귀가 내 몸속으로 전이할 수 있을 리가 없잖니. 여긴 내 공간이란다.”
그녀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급조된 게이트는 만 번 발생해도 만 번 닫아 버릴 수 있어. 딱히 큰 힘을 쓸 일도 아니지! 그냥 갑작스레 전이가 일어나서 놀랐을 뿐이야.”
“아.”
“그리고 한낱 인간을 죽여 봤자 어디다 쓰겠니? 게다가 너는 죽으면 살아나지?”
“그렇죠?”
“그럼 더더욱 의미가 없잖아. 그럴 시간에 잠이나 좀 더 자고 말지. 뭐, 카르페도 드렛슈에게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으니 그 부분도 정상참작 가능하고. 응. 뭐, 그런 거지.”
그녀는 자애로운 미소로 카르페에게 속삭였다.
“명색이 여신이 유일한 신도를 죽여서야 이상하겠지?”
아아. 동해룡 당신은 대체…….
이 정도면 현실에서도 동해룡교를 차려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다.
카르페가 감격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다.
빛밖에 안 보였다. 너무 눈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
“어, 그런데 리비 님. 잠깐만요.”
“응? 왜 그러니? 이 여신님의 자비를 칭송하고 싶어지기라도 했어?”
“아니, 그거야 언제든지 해 드릴 수 있는 건데, 그게 아니고요. 방금 이상한 소리 하시지 않았어요?”
“응? 이상한 소리라니?”
“마치, 드렛슈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던데요. 지난번에는 모르신다더니?”
“……아.”
카르페의 말에 동해룡이 크게 당황했다.
“아, 아닌데? 그런 소리 한 적 없는데?”
“아뇨. 하셨거든요.”
“아냐. 네가 잘못 들었어. 드렛슈? 누구야 그게?”
“아니, 분명히…….”
“잘못 들은 거라고 했다?”
“……넵.”
어쩌겠는가.
여신님이 그렇다고 하시는데.
“아무튼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란다. 카르페, 너. 앞으로 조금 피곤할걸?”
“네? 어째서요?”
“그야, 내가 보는 앞에서 그 벌레가 준 선물을 깨 버렸잖니? 엄청 자존심 상했을 거야.”
“……그런 거예요?”
“그런 거지.”
“아니, 징표도 날아갔으니 이제 접점이 없는 거 아닌가…….”
“아하하. 너 생각보다 되게 순진하구나? 설마 그 벌레가 자신이 한 번 찍은 수컷을 그리 순순히 포기할 것 같아? 어림도 없지.”
동해룡은 정말 웃긴 말을 들었다는 듯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그 녀석은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을 통틀어도 가장 욕심이 많은 벌레야. 혹시 그거 아니?”
“네? 어떤 거요?”
“암컷 사마귀는 필요가 없어진 수컷을 잡아먹어 버리거든? 너무 깊게 얽히지 않는 걸 추천할게. 뭐, 그러고 싶지 않아도 힘들겠지만.”
“…….”
잠깐 상상해 봤는데 벌써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아, 맞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내 부탁도 좀 들어줄래?”
“부탁이요?”
“그래. 이번 사건을 용서해 주는 대가로? 음. 만약 제대로 해 주면 보상도 줄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뭐든지 하겠습니다.”
“아하하. 역시 카르페는 재밌다니까. 좋아. 계약 성립.”
동해룡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카르페의 눈앞으로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서빙제의 파편 처치] [동해룡은 감히 자신의 몸속으로 스며들려고 했던 서빙제에게 모욕을 주려 합니다.세상을 여행하면서 서빙제의 파편을 쓰러뜨리십시오.
서빙제의 파편은 곧 서빙제의 분신입니다. 동해룡의 인정을 받은 당신이 서빙제의 파편을 쓰러뜨리는 행위는 동해룡에게 큰 만족감을 줄 것입니다.] [쓰러뜨린 서빙제의 파편에 따라 보상의 수준이 증가합니다.] [일정 이상으로 쓰러뜨릴 경우 특수한 이벤트가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서빙제의 파편을 쓰러뜨릴 시, 동해룡과 서빙제의 호감도가 증가합니다.]
“……어?”
-헐. 미친. 이게 또 이렇게 된다고?
반지가 사라지면서 파괴되었던 서빙제 관련 퀘스트가 요상한 형태로 부활하고 말았다.
* * *
“후우. 그럼 이제 진짜 마무리 여정이네요.”
동해룡과 헤어진 카르페는 다음 행선지로 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이걸 따라가면 된다 이거지?”
카르페의 앞으로 검은색 구체가 둥둥 떠올라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무의식의 공간에서 어린 드렛슈가 말했던 마지막 퀘스트.
바로 인형술의 짝이 되는 또 다른 9성 스킬을 향해 카르페는 나아가는 중이었다.
-겸사겸사 어인족 마을 퀘스트도 수행하면 더 좋고.
“그것도 해야죠.”
사실 카르페는 어인족의 마을에 있는 퀘스트 대부분을 클리어 한 상태였으나 갑작스레 새로운 퀘스트가 발생하고 말았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이것도 원인을 따져 보면 카르페 때문이었다.
어인족의 장로인 렛슈가 갑작스러운 동해룡의 방문에 혼비백산했고, 이게 다 평소에 드렛슈 님만을 섬기고 동해룡을 섬기지 않아서 그렇다며 동해룡의 신전을 건설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카르페는 렛슈에게 새로운 신전 건설에 사용될 재료를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말았다.
신전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장소와 검은색 구체가 나아가는 동선이 겹쳤던 터라 카르페는 둘 다 한 번에 해결할 계획을 짰다.
“뀨웃! 뀨!”
묵향이 검은색 구체를 잡으려고 폴짝폴짝 뛰어다녔지만, 검은색 구체는 요리조리 피하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향아. 걔 괴롭히면 안 돼.”
“뀨우웅…….”
“주군. 구체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으로 보아 곧 도착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난 후.
“여기구나.”
카르페는 목표로 하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