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57)
457화
“으으. 도대체 왜 내가…….”
리리스는 한숨을 포옥 내쉬며 앞으로 나섰다. 그녀가 허공에 오른손을 뻗자, 공간이 갈라지며 그곳에서 검 하나가 딸려 나왔다. 아공간 기능으로 아이템을 꺼낸 것이다.
“하아. 이런 드잡이질은 취향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네.”
우우웅.
리리스의 손에 응축된 마기가 검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러자 촤르륵! 소리와 함께 검신이 늘어났다.
-오. 사복검(蛇腹劍)인가. 누가 서큐버스 아니랄까 봐, 무기도 저런 걸 쓰는구만.
“그렇죠. 서큐버스와 채찍은 뗄 수 없는 관계지.”
사복검은 연검(軟劍)의 일종으로 검날이 마디마디로 나뉘어 있고, 그 마디를 와이어 따위로 연결시켜 놓은 채찍검이다.
일반적인 검보다 길고 변화가 다양하다는 강점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다루기가 까다로운 병장기였다.
“자, 멍멍아. 이리 오렴.”
“캐앵?!”
리리스의 사복검이 촤르륵 뻗어 나가서 그대로 얼음 늑대의 목을 감아 버렸다. 그녀가 힘을 주자, 마수는 저항도 하지 못한 채로 질질 끌려오고 말았다.
“좋아.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지난밤의 스트레스라도 풀어야겠어!”
촥! 촤아아악!
리리스는 끌고 온 얼음 늑대를 채찍검으로 후드려 패기 시작했다. 쉽사리 끝장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검의 옆면으로 때린 것이다.
“캐애앵!”
“후후. 감히 나에게 이빨을 내밀어? 철저하게 대가를 치러야겠지?”
사실, 비선공 상태였기에 이빨을 보인 적은 없었지만…… 지금 리리스에게는 그런 사실 여부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크르르릉!”
“아우우우우!”
“그래. 그래. 차라리 그쪽에서 와 주면 그나마 덜 귀찮으니 다행이야.”
채찍에 얻어맞던 얼음 늑대가 구슬픈 비명 소리를 지르자, 거기에 반응해서 다른 얼음 늑대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수의 ‘동족의식’이 발동한 것이다.
동족의식이 발동한 이상, 대마수의 뿔피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얼음 늑대 무리가 리리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후후! 주제도 모르는 짐승의 비명만큼 듣기 좋은 것도 없지.”
늑대 무리의 기세는 지하 대미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시무시했으나…… 상대가 너무 나빴다.
촥! 촤악!
사복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선혈이 난무한다. 얼음 늑대 무리는 제대로 된 공격조차 해 보지 못한 채로 그대로 썰려 나갔다.
띠링.
[레벨 업! 보상으로 포인트가 주어집니다.]버스 승차감 너무 좋고.
카르페는 일방적인 전투를 지켜보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약화되지 않은 진정한 마계 대공인가. 엄청나네요. 저 늑대들 그래도 상급 직전의 중급 마수들일 텐데.”
-뭐, 당연한 거지. 편차가 있긴 하겠지만, 마계 대공이면 최소 400레벨 후반 혹은 500레벨 초반일 테니까. 아무리 직접 전투 계열이 아니라곤 하지만 200레벨대의 마수에게 고전할 리가 없잖아.
[흥. 그 말이 맞다. 고작 이 정도로 놀라서야. 저 녀석은 아직 제대로 된 실력을 보이지도 않았다.]1층의 얼음 늑대가 워낙 조무래기이기도 했지만, 사실 그밖에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분명, 이 몸을 의식하고 있을 터.]“응? 어째서?”
[당연한 것이다. 마계 대공들은 하나같이 서로의 목을 노리고 있지.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모든 힘을 선보일 리 없지 않은가.]현재 리리스와 발라크는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태였지만, 그게 미래에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이 여정에서 그녀가 전력을 다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생명이 경각에 달하는 사태라도 일어난다면 또 모르지만.]비기(祕技)라는 건, 이름 그대로 비밀일 때 그 가치를 발하는 법이다.
마계는 강자존의 비정한 세상.
그런 세상에서 자신의 정보를 낱낱이 선보일 만큼 멍청한 대공은 존재하지 않았다.
“흐음. 뭐, 목적만 이룰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 지금도 넘치도록 충분하니까.”
버스 기사가 전력으로 밟지 않는다고 그게 무슨 큰 문제겠는가.
승객이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으면 그만이지!
“어, 그런데 방금 레벨 업으로 160레벨이 됐는데, 왜 스킬팩이 안 들어오죠?”
-말 안 했었나? 3차 전직부터는 20레벨마다 스킬팩 하나씩 줘.
“엑? 그게 뭐예요? 그럼 170레벨에 받는 거야? 2차 전직 때와 비교해서 텀이 너무 길지 않아요?”
1차 전직 때는 5레벨, 2차 전직 때는 10레벨마다 주더니, 여기서 또 2배로 튀어 버리다니.
뽑기 인생 카르페로서는 불만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너무하네. 스킬팩을 그렇게 걸어 잠그면 고레벨들은 어디서 스킬을 얻나! 가뜩이나 수급처도 없는데!”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아.
“네? 어째서요?”
-3차 전직쯤 되면, 그때부터 배후령들이랑 사이가 좀 많이 좋아지거든?
그래서 3차 전직 이후에는 배후령에게 퀘스트를 많이 받을 수 있다. 꼭, 호감도 최대치일 때 습득할 수 있는 ‘배후령 스킬’ 같은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직업 스킬을 배후령 퀘스트로부터 획득할 수 있었다.
-3차 전직부터는 특수 직업 루트도 많이 열리고, 그에 따른 직업 전용 스킬도 많이 생기고 하다 보니 그런 거지.
그래서 3차 이후부터는 라세의 직업군이 엄청나게 세분화되기 시작한다. 같은 프리스트 계열이라도 힐에 특화된 직업이 있고 버프에 특화된 직업이 있고 하는 식이었다.
천마의 설명에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겠네요. 배후령으로부터 스킬 습득 기회가 있으니까 원래 주던 스킬팩은 덜 준다. 이거 아니에요.”
-요약하면 그렇지.
“그럼 여기서 질문.”
-뭔데?
“내 배후령은요?”
-…….
다른 유저들은 배후령들에게 스킬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알겠다.
그래서 스킬팩을 덜 준다는 것도 납득 가능하다.
“그런데 내 배후령은 스킬 퀘스트 같은 거 안 주던데?”
-…….
“즈기요. 말 좀 해 보실래요? 혹시 제가 3차 찍고 난 다음부터 스킬을 막 퍼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느낌 같은 거 안 왔어요?”
-……안 왔는데.
“나도 배후령한테 퀘스트받고 싶다…….”
그 논리대로라면, 배후령한테 퀘스트 못 받는 유저는 그대로 10레벨마다 스킬팩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당연하게도 라세에 그런 배려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 뭐냐. 그런 경우에는 뭐 마도왕 NPC들이 직업 스킬을 준다거나 그러지 않을까? 인형합일처럼.
“……그럴 수도 있긴 하겠네요. 그런데 어떤 NPC가 주는데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쓰읍. 그렇겠죠.”
-뭐, 밸런스상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마도왕 같이 사기적으로 고점이 높은 직업은 이런 식으로라도 제약을 둬야지.
객관적으로 이해가 가는 말이긴 했으나…… 역시 그 당사자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결코 카르페의 양심이 터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후우. 정리 끝! 후후. 스트레스가 조금 풀린 것 같네.”
어느새 리리스는 얼음 늑대들을 모조리 도륙해 버린 상태였다.
뺨에 묻은 피를 살짝 핥으면서 돌아오는 리리스의 모습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후후. 후후후후.”
“쿠리는 리리스 님이 무서운 거다요……. 서큐버스 무섭다요…….”
쌓였던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았으면 저럴까.
카르페는 리리스에게 부산물을 조금 더 챙겨 줘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 * *
시험 장소인 1층을 넘어 대미궁 2층.
아직 저층이다 보니 이렇다 할 큰 특징은 없었다. 다만 1층이 나름대로 손을 거쳐 정비된 느낌이었다면, 2층은 완전 날것 그대로인 느낌 정도가 달랐다.
“후후. 좋아. 여기도 멍멍이들이 잔뜩…….”
2층에 주로 등장하는 마수 역시 얼음 늑대들이었다. 1층보다 개체 수가 조금 더 늘어나고, 1층에서 보이지 않던 박쥐 같은 마수도 소량 등장했다.
촥! 촤아아악! 촥!
하지만 의미가 없는 건 똑같았다.
2층의 마수들 역시 리리스의 사복검에 모조리 썰려 나가고 말았다.
카르페와 인형들이 제대로 전투에서 활약하기도 전에 말이다. 카르페는 환하게 웃으며 드랍템들을 모조리 수거했다.
“허허. 좋구먼.”
버스 기사님이 의욕에 차신 건 아주 훌륭한 일이지.
물론, 그 의욕의 원인이 스트레스이고 그 스트레스의 원인이 카르페와 발라크인 건, 좀 생각해 볼 문제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3층. 4층. 5층…….
밑으로 내려갈수록 마수들이 확실히 강해지는 게 체감됐지만, 그래도 여유로웠다. 대마수의 뿔피리와 리리스의 조합은 그만큼 사기적이었다.
5층부터는 카르페를 제외한 묵향과 인형들, 그리고 발라크도 본격적으로 전투에 합세했다. 리리스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지만, 마수의 숫자가 많았던 탓이다.
그리고 그렇게 권속과 부하들이 열심히 발로 뛰고 있는 동안, 카르페는 놀았느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카르페 역시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었다.
캉! 카앙!
“오. 여기에 또 마한보석이!”
카르페는 땀을 훔치며 열심히 곡괭이를 찍어 대고 있었다.
시작은 지하 4층에서였다.
이미 광부의 참맛을 알게 된 카르페의 눈은 지하 대미궁 벽면에 박힌 기묘한 광물을 놓치지 않았다.
검푸른색의 특이한 보석.
호기심에 곡괭이질을 해서 하나 캐 봤는데…… 이게 의외로 굉장한 물건이었다.
띠링.
[마한보석 원석] [등급 : 레전더리] [분류 : 보석] [세상에서 오직 한 곳. 마계의 지하 대미궁에서만 구할 수 있는 특이한 보석입니다. 마기와 한기가 어우러져 독특한 빛을 뿜어냅니다. 수집 상인에게 보여 주면 비싼 값에 매각할 수 있습니다.] [마계 최초로 마한보석 원석 채굴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체력 +3, 손재주 +3이 증가합니다.] [???의 고대신이 엄지를 치켜세웁니다.]사실 마한보석 자체가 카르페에게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마법 소재도 아니고 제작도 아닌, 그저 보석.
그냥 희소성이 엄청난 보석이라 가치가 높을 뿐이지, 실용성 따위는 전무했으니까.
하지만 거기에 격렬하게 반응한 것이 바로 리리스였다.
‘와. 이거 뭐야? 너무 이쁜 보석인데? 인간. 이거, 나 주면 안 돼?’
사실, 이건 몬스터를 잡고 드랍된 것도 아니고 채광으로 얻은 보석이라 소유권이 100% 카르페에게 있는 상태였다. 계약서에도 명시된 사안이다.
‘흐음. 귀한 보석이니 비싸게 팔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나한테 팔아 줘! 제발! 내가 더 열심히 할게!’
‘허허. 선생님. 그럼. 주판 좀 튕겨 봅시다.’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자, 리리스의 의욕이 약 3배 정도 치솟았다.
서큐버스가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리리스만 그런 것인지 몰라도 오직 이곳에만 구할 수 있는 보석에 리리스의 눈이 돌아가고 만 것이다.
-……하긴. 생각해 보면 여기 들어오는 놈 중에 ‘채광’ 스킬을 들고 있을 미친놈은 없을 거 아니야.
마계 대공이나 리리스의 시험을 통과한 자만 들어올 수 있는 장소다.
여기서 채광이나 하고 있을 정신 나간 존재는 오직 카르페뿐이었다.
‘유저’ 최초가 아닌 ‘마계’ 최초 업적이 이뤄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흐음. 누가 보스 몬스터라도 한 마리 잡아 오면, 이걸로 좋은 티아라라도 하나 만들어 줄 수 있을 거 같은데…….”
“티, 티아라?!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봐!!”
그렇게 약 30분 후.
“헉. 헉! 여, 여기! 잡아 왔어!”
쿵!
리리스가 어디서 구해 왔는지 거대한 호랑이 같은 걸 잡아다 카르페 앞에 던졌다.
띠링.
[축하합니다. 보스 몬스터 ‘어비스 슈타론케’를 처치하셨습니다.]“…….”
-아니, 마계 대공은 무슨 왕관에 환장한 놈들밖에 없나…….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