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04)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504화
다들 놀라는 광경이 마음에 들었는지, 조학림 지부장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게임들에는 하나같이 국가 대항전이 있었으니까요.”
머나먼 옛날, 세상을 주름잡았던 우주 전쟁 게임이나, 협곡에서 펼쳐지는 5:5 AOS 게임까지.
세계를 히트한 게임이라면 반드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국가 대항전이 있었다.
“그야 그렇지요. 하지만 워낙 갑작스러워서…… 보통 그런 대회는 1주년 기념으로 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김태상의 말대로 타이밍이 좀 뜬금없다는 느낌이 있긴 했다.
라세가 오픈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시점.
할 거면 1주년에 딱 맞춰서 하는 게 정상적이지 않냐는 소리였다.
“하하. 1주년이라고 하면 확실히 명분이 좋긴 하지요. 하지만 본사 측에서는 그런 것보다 유저 분들이 게임에 제대로 적응을 마쳤을 때가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적응?”
“얼마 전에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적응기가 끝났으니 메인스트림이 오픈되었다는 알림 말입니다.”
“아.”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 곳곳에서 돌연 솟구쳐 올랐던 빛기둥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으니까.
“허허. 그랬죠. 튜토리얼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죠. 거, 참. 지금까지 했던 것이 튜토리얼이었다라…….”
“뭐, 메인 스트림이니 뭐니 해도 그때만 거창했고, 사실 바뀐 건 하나도 없지 않나? 미지의 섬인지 뭔지 하는 거에 대해선 10대 길드들도 감을 못 잡고 있는 것 같던데. 아, 혹시 그쪽 분들은 알고 있어요? 알고 있으면 살짝 귀뜸 좀 해 줘 봐.”
천성호는 실실 웃으며 맞은편 사람들에게 말했으나, 네 명 중 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았다.
“……쯧. 농담 한 번 하기도 힘들군. 사람 무안하게스리.”
“하하. 여러분들끼리 친목을 다지는 건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국가 대항전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해 보겠습니다.”
이후 조학림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아직 정식으로 정해진 명칭은 없다. 월드컵이나 챔피언십 같은 명칭을 생각하곤 있지만 확정은 아니다.
국가 대항전은 단순히 PvP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현실의 올림픽처럼 라세에서 할 수 있는 각양각색의 종목을 구성해서 국가 간 종합적 우승을 가르는 형태가 될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여성(명찰 이름은 아르엔)이 살짝 감탄했다.
“꼭 전투 관련이 아니더라도 종목만 맞으면 우승할 수 있겠네요? 아, 저는 생산 직군이라…….”
“그렇지요. 종목을 전투에만 한정하면 참가 자체가 힘든 직업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 건 불공평하니까요. 구체적인 종목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비전투 직군도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이 꽤 있습니다.”
“와아. 재밌겠다.”
“아, 덧붙여서 종목의 우승자에겐 금메달이 수여될 겁니다. 올림픽처럼 가짜 금이 아닌, 100% 순금으로. 거기에 메달 수여자에게는 다른 부상도 주어질 예정입니다.”
역시 세상을 바꾼 기업다운 스케일이랄까.
생각보다 훨씬 더 본격적이다. 이쯤 되면 진짜 스몰 올림픽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지금 이곳에 계신 분들은, 제가 판단하기에 국가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 분들만 따로 모신 겁니다. 블랙 계정, 혹은 그에 준하는 계정 업적을 달성하신 분들이지요.”
라세의 블랙 계정이란 것은 단순히 전투력이 높다고 해서 혹은 배후령 등급이 높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라세라는 게임에 일정 수준 이상의 ‘공헌’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특수한 등급이다.
시스템적으로 말하면 ‘위대한 업적이 계정 정보에 기록됩니다!’라는 알림을 많이 봤다는 의미였다.
“라세 유저들에게 거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길드를 창설하셨다거나, 혹은 경매장에서 어마어마한 거래량을 보유하셨거나, 혹은 라세에 큰 영향을 끼칠 만한 퀘스트를 수행·완료하셨거나…… 아니면 그런 직업을 보유하셨거나. 어쩌면 전부 다 해당될 수도 있겠군요. 이곳에 계신 모든 분들은 라세에서 나름대로의 길을 개척하고 계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국가 대항전 정보는 그런 업적을 달성한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혜택이었다.
국가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큰 사람들에게 미리 정보를 접할 기회를 주고, 많은 준비를 하여 본 무대에서 좋은 경기를 펼쳐 주기를 바란다는 취지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조학림이 말하는 취지가 그렇다는 거였고 진실이 어떤지는 또 모를 일이었다.
“하하. 제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통합 우승 가능성이 꽤 큰 편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한국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객관적으로요.”
“음? 그래요? 한국에 10대 길드가 있다곤 해도 다른 나라랑 비교하면 좀 약하…… 아, 죄송합니다. 회장님. 결코 마모니즘 길드가 약하다는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허허. 괜찮습니다. 마모니즘이 10대 길드 중에서 중하위권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닙니까.”
“그럴 리가요. 아직 세상이 마모니즘의 진면목을 모르는 것일 뿐입니다.”
“하하.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천성호 님께서도 실력이 대단하셔서…….”
두 재벌 플레이어는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해 주기 바빴다.
사실, 어물쩍 넘어가기는 했으나 천성호의 말은 틀림이 없었다.
마모니즘 길드가 10대 길드이긴 하지만, 10대 길드 중 중하위권 정도로 평가받는다.
물론, 길드원 중에서 상위 랭킹 100위 안의 인물도 몇 있었으나 그것은 다른 길드 또한 마찬가지.
게다가 마모니즘 길드원이라고 해서 꼭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한국 국적의 공식 랭커 중 천외천이라고 부를 만한 존재는 천검뿐.
그런데 어째서 조학림은 한국의 우승을 점쳤는가.
“천마님 때문이군요.”
그때까지 조용히 말을 듣고 있던 류세아가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조학림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현재 가장 이슈가 되는 플레이어가 아닙니까. 어떤 예측도 불허하는 비상식적인 존재이지요. 그 사람이 국가 대항전에 참여만 해 준다면 우승도 결코 꿈이 아닙니다.”
현 라세에서 가장 유명한 플레이어라면 단연 천마다. 그가 남긴 영상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 행보 하나하나가 일반 유저는 꿈도 꿀 수 없는 경지의 것이었다.
그런 천마가 한국 국적의 플레이어라는 건, 웬만한 유저라면 전부 아는 사실이었다.
“천마? 아니, 그러고 보니 잠깐만…….”
천성호는 갑자기 생각이 미쳤다는 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여기는 국대 가능성이 높은 가능성만 모인 자리이고…… 천마가 한국 유저라면.”
천성호의 시선이 정훈에게 향했다. 정확히 정훈과 그 오른쪽에 앉아 있는 남성을 향해서였다.
“지금 이 자리에 천마가 있다. 그렇게 해석이 되는 거네? 이야, 이거 내가 세계적 유명인과 같이 있었구만. 몰라 봬서 미안합니다. 자, 그래서 두 사람 중 누가 천마입니까?”
천성호의 말에 살짝 소심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가 입술을 달싹이는 그 순간.
“없습니다.”
대답은 정훈의 왼쪽에서 들려왔다.
무표정한 얼굴의 류세아가 담담하게 중얼거린 것이다.
“네? 세아 씨가 그걸 어떻게 확신…… 아.”
“그러고 보니 천마가 에덴 길드에 속해서 싸웠던 적이 있었죠.”
류세아를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세 유저라면 절대로 모를 수가 없는 상급 악마 솔로 레이드가 그때 일어났으니까.
당시 천마는 솔로 레이드뿐만 아니라, 에덴 길드 소속으로 수많은 악마를 때려잡았었다.
그녀가 다시 쐐기를 박았다.
“네. 이 자리에 천마님은 안 계십니다.”
“그럼 어떻게 된 겁니까? 국가 대표가 될 만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면서요? 그럼, 사실 천마는 그 정도 업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말입니까?”
그 당연한 의문에 답한 것은 조학림이었다.
“하하. 아마도 불참하신 모양이군요. 제가 연락을 드린 분은 총 아홉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참석을 약속해 주신 분들은 여기 여섯 분이지요. 아마도 참석하지 않은 세 분 중에 계시지 않겠습니까.”
“아, 뭐야…….”
천성호는 김샜다는 듯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도 지부장님은 알고 있는 거 아닙니까? 천마가 누구인지. 안 온 사람들 중 누군데요? 이름이라도 좀 알려 주시죠.”
“제가 아는 건 어떤 계정이 업적을 달성했는지 아닌지의 여부뿐입니다. 실제 어떤 캐릭을 키우시는 것까지는 저 또한 열람할 수 없는 권한이지요. 물론,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그걸 다른 분께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거 딱딱하시기는.”
천성호는 끝까지 투덜거렸지만, 그 이상 물어보진 않았다. 적어도 자기가 지금 하는 말이 억지라는 걸 알긴 하는 모양이었다.
이후로도 국가 대항전에 이야기가 조금 더 오갔다.
“……해서, 종목은 많으면 20종목 정도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합쳐서요. 부디 멋진 활약을 부탁드립니다.”
모임이 끝을 맺자, 천성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류세아에게 다가와선 치근거렸다. 의지 하나만은 높이 살 만했다.
“세아 씨. 어떠신가요? 이후 저녁 식사라도 같이하심이?”
“……죄송합니다. 저도 이후 일정이 있어서. 모두, 즐거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류세아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 방을 빠져나갔다.
“히잉. 사인받으려고 했는데…….”
아르엔이라는 명찰을 쓴 여성이 입을 삐죽이며 천성호를 흘겨봤다.
너 때문에 도망갔다는 힐난이었지만, 천성호도 어지간히 얼굴이 두꺼운 인간이었다.
“뭐, 그쪽 분이라도 같이 식사하실래요? 제가 살게요.”
“됐네요! 미친 인간이야! 진짜!”
정훈 역시 소란을 틈타서 살짝 빠져나왔다. 조금 더 이곳을 견학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나, 어떻게든 말을 걸고 싶어 하는 김태상이 거북해서였다.
“후우. 진 빠지네.”
무슨 보스 레이드라도 뛴 느낌이다.
이쯤 되면 천마가 골탕 한번 먹어 보라고 일부러 내용을 말 안 해 준 것 같은…….
“아니, 진짜 그건가? 왠지 낄낄거리고 있을 것 같은데…….”
정훈이 합리적인 의심을 하며 집으로 향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삐리링.
“응?”
핸드폰에서 알림이 날아왔다. 배후령 어플이다.
귀신도 제 말 하면 안다더니 딱 타이밍 좋게 연락이 온 것이다. 정훈이 피식 웃으며 어플을 켜는 순간,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발신인은 천마가 아니었다. 배후령 어플에 포함된 ‘친구 메신저’에서 날아온 메시지였다.
[천검 류세아 : 카르페 님. 모처럼 밖에서 만났는데 커피 한잔하실래요? 근처에 맛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아, 혹시 일정이 있으시면 죄송합니다. 잊어 주세요.]“뭐야.”
역시 알고 있었구나.
* * *
집으로 귀가한 카르페는 바로 게임에 접속했다.
-어, 왔냐? 어때? 내 말대로 재밌었지? 본격 월드 클라스 라세도 국가 대항전을 한다 이 말…… 너 왜 이렇게 실실 웃고 있냐?
“속보.”
-속보?
“본인. 천검에게 번호 따임.”
-……나가서 뭐 잘못 먹었냐? 뭔 미친 소리야?
“후후. 와타시 어쩌면 좀…… 인기 있을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