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68
제267화
방금, 강설은 쇠기둥에 후려쳐져 날아왔다.
“문양의 규칙을 알아낸 거야?”
“규칙성에 대해 짐작이라도 가는 게 있어?”
혜명과 치우가 강설에게 동시에 물어왔다.
강설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뭐야, 그럼….”
그는 나직이 말했다.
“처음부터 규칙 같은 건 없었어.”
“…규칙이 없다고?”
“전부, 속임수야.”
“어떻게 확신해?”
“그냥 느낌이야.”
“뭐? 고작해야 느낌만 가지고….”
느낌.
치우가 내뱉은 그 단어에 혜명이 입을 벌렸다.
“아… 설마? 아까 그 느낌이….”
“그놈의 느낌이 대체 뭐길래, 그래?”
여러 번 설명할 필요 없이, 강설은 직접 보여줄 생각이었다.
팟-!
그의 신형이 날았다.
‘처음에 어떤 발판을 밟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탓.
거북이 발판을 밟는 강설.
후우웅-!
또다시 날아오는 쇠기둥.
휘릭-!
강설은 몸을 회전하며 쇠기둥의 타격점을 정확하게 후려쳤다.
쩌어어어어어엉-!
“으으….”
치우가 감탄할 정도로 무식한 파훼법.
물론 그것도 이곳에 있는 강자들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강설이 발판을 밟으며 감지했던 기이한 감각. 손이 닿지 않는 부위가 간질거리는 듯한 느낌.
‘아까, 마지막 발판을 밟을 때 분명히 느껴졌어.’
마치 전기 신호처럼, 어떤 느낌이 전해져 왔었다.
강설은 어쩌면 문양은 눈속임일 뿐이고 발판의 규칙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도달했다.
이번엔 그것을 확인해 볼 차례였다.
타타탓-!
소나무, 백로, 연꽃.
철컥…
투우웅-!
피시싯-!
소나무 쪽에서 감각이 전해졌다.
날카로운 창과 비침이 강설이 있던 자리를 휩쓸었지만, 그것들은 그에게 닿지 못했다.
강설이 어느새, 다른 백로 문양 발판 위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철컥…
이번엔, 곧바로 정답.
강설이 학다리를 한 채, 뒤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가 다음 발판을 곧장 찾은 이유는 별 게 아니었다.
발끝에서 전해지는 찌릿한 감각이, 다음에 밟아야 하는 발판이 무엇인지 전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감각은 굉장히 낯설어 예민한 강설조차도 올바른 발판을 한 번에 찾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이번엔 운도 좀 따라줬다.
“확실해.”
강설이 그 기세로 정면으로 치달았다.
철컥…
투우웅-!
타아아아앙!
파바박-!
쩌어어어어엉-!
날아오는 창을 후려치고, 쇠기둥을 찌그러트리는 강설.
‘이제야 육체를 시험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어.’
발끝에서 전해지는 자극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이어질 정확한 발판을 밟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우선, 전해지는 감각이 낯설기에 정확히 어디를 가리키는지 알게 될 정도로 감각을 다듬을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또한, 발판의 위치를 알더라도 현재 취하고 있는 자세와 거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에 현재 자세에서 디디기가 불가능한 위치에 있는 발판이나 멀리 떨어진 발판들은 다른 발판을 밟으며 그곳까지 도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즉, 이 장애물들은 출구를 찾기까지 계속해서 발동한다는 거고 그때까지 장애물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강인한 육체여야 한다는 거겠지.’
강설은 어느새, 반대편 단상에 올라설 정도로 가까이 왔다.
드디어 끝이 났구나 싶었던 치우와 혜명은 다음에 이어지는 강설의 행동에 몸을 움찔했다.
“출구는 여기가 아니야! 발판을 전부 밟아야 하는 것 같아!”
강설의 외침이 전해지는 그 즉시, 혜명과 치우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몸을 날렸다.
팟-!
강설은 그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와탈라가 이 시련을 아무 이유 없이 준비했을 리가 없었다.
혜명과 치우에게 그가 깨달은 해법을 미리 전한다면 그들은 이곳에서 아무것도 얻어갈 수 없을 것이다.
‘내게 집중한다.’
그들이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할 일을 한다. 강설은 그렇게 마음먹고 다음 발판을 밟아 나갔다.
쩌어엉-!
쇠공을 후려치고.
철컥…
다음 발판을 밟는다.
후우우우웅…
탓-!
날아오는 쇠기둥을 오히려 밟아, 더 멀리 이동.
철컥…
원하는 발판을 밟는다.
문양은 처음부터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식, 날아오는 장애물들은 굳이 보고 피할 이유가 없었다.
강설은 눈을 감고 다른 감각에 집중했다.
쒜에엑-!
아수라는 날아오는 장애물들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강설에게 전달했고, 강설은 그 움직임을 이용할지 회피할지만 결정하면 되었다.
눈으로 보지 않으니, 신체에 전해지는 기이한 감각 또한 점차 강해졌다.
찌릿…
찌릿…
이곳이다.
다음은 여기다.
마치 발판이 그를 부르는 듯한 느낌.
쩌어엉!
콰아아앙!
공간을 시끄럽게 울려대던 소리도 점차 잦아들었다. 다른 이들도 발판의 감각에 점차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때때로 울리는 장애물과의 충돌 소음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들일 것이다.
설홍과 미아가 침을 꿀꺽 삼키고 뒤로 물러나 있었다.
설홍이 겁을 집어먹은 미아를 끌어안고 앞을 바라보았다.
“대단해… 모두….”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땐, 한 편의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군더더기 없는 동작들.
더군다나, 그들의 표정이 모두 신이 난 듯 미소를 띠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강설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이게… 와탈라의 힘인가?’
황금 신상이 가진 힘 중 극히 일부만을 맛본 것에 불과할 텐데도 체내에 생전 느껴본 적 없는 활력이 솟아나고 있었다.
이것은 그의 육체가 만들어낸 기운이 아니었다.
아예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힘을 발견한 느낌.
마치 다른 세계로 빠져들 것만 같은, 그런 생경한 감각이었다.
무아지경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다.
쿠구우우우우웅…
이건 공간에 울려 퍼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존재만으로도 몸을 떨게 만드는 감각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였다.
정신이 어딘가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가 혼절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육체가 현실에 뿌리를 깊게 박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궁…
쿠궁…
쿠구궁…
철컥…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혜명과 강설 그리고 치우의 발끝이 한 연꽃 발판 위에 놓였다.
그 상태로 셋 모두 몸을 뒤틀어 날아오는 쇠공을 후려쳤다.
콰아아앙-!
콰아앙!
콰아아아아앙-!
한 편의 잘 짜여진 공연이 마침내 끝이 났다.
– 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
– 미쳤다! 멋있어!
– 와 ㅋㅋㅋ 흥건해졌어.
“와아아….”
설홍과 미아가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방금의 움직임은 육체가 선사할 수 있는 짜릿한 감각의 총체나 다름없었다.
그 순간.
촤라라라라라라라락…
강설 일행이 디딘 발판이 전부 뒤집혔다.
그 전체를 볼 수 있는 설홍과 미아는 감탄했다.
“그림….”
발판은 한 폭의 그림으로 변했다.
꽃잎이 흩날리는 어느 날의 풍경이었다.
드드드드드…
공간이 진동했다.
강설은 수상함을 눈치채고 몸을 날려 설홍에게 되돌아왔다.
덥석.
“앗….”
그리고 설홍과 미아를 양어깨에 들쳐메고 발판 위로 떨어졌다.
동시에, 그들이 디딘 장소가 서서히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 엘리베이터였어?
– 내려간다, 꽉 잡아~!
– 뭐야 ㅋㅋㅋ 맞은편은 그럼 왜 만들어둔 거야 ㅋㅋ
– 그것조차 눈속임이라니… 와탈라 제법이구나.
그들이 아래로 내려가는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치우가 먼저 입을 뗐다.
“나만 느낀 거 아니지? 그 감각 말이야.”
혜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탈라가 언급했던 정신의 힘이라는 게 이런 건가? 뭔가… 다른 느낌이었어.”
강설은 그 말에 동의했다.
‘그 기이한 감각이 금세 사라졌다. 아직은 체득하지 못한 건가?’
마치 꿈에서 깨어났을 때, 꿈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떠올리는 것마저 힘든 것처럼 방금까지 마음껏 사용하던 감각이 순식간에 다시 잠들었다.
덜커어어엉…
* * *
강설 일행은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새로운 공간으로 이어지는 장소에 도착했다.
위를 올려다보니 까마득한 높이에 아까 그들이 있던 공간이 보였다.
저벅…
저벅…
앞으로 조금 나서자,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웬 석상들이….”
황금 신상의 모습을 본뜬 듯한 사람 크기의 석상들이 각자 병장기를 쥔 채로 일정한 간격으로 흩어져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치우가 웃었다.
“이거 금 밟으면 바로 덤벼들 것 같은데.”
“저 사슬들은 왜 내려와 있는 거지?”
“어라? 그러게?”
이 공간의 천장에는 고리 형태의 사슬 몇몇 개가 내려와 있었다.
벽에는 또 이상한 글자들이 적혀 있었고.
혜명이 들고 있던 황금 신상이 첫 번째 시련 때와 마찬가지로 입을 열었다.
– 깨달아라, 육체의 나약함을.
“…뭐?”
방금까지는 육체의 중요성을 강조해놓고서는, 이제는 육체의 나약함을 깨달으라니.
휙휙 변하는 가르침에 모두가 의문을 드러낼 때쯤.
– 정신이 뒷받침되지 않는 육체는, 한낱 고깃덩이에 불과하다.
그리고는 이번엔 마치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말을 반복해서 했다.
– 무지함을 깨우쳐라, 무지함을 깨우쳐라, 무지함을 깨우쳐라, 무지함을 깨우쳐라….
“꺄아아악!”
“뭐, 뭐라는 거야!”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분 나쁘게 같은 말을 주절거리는 황금 신상.
– 전부가 아님을 깨우쳐라.
그리고 이렇게 말을 마쳤다.
치우가 잠시 황금 신상을 바라보다가 이렇게 제안했다.
“이번엔 동시에 뛰어드는 게 어때?”
끄덕…
혜명과 강설이 동의를 표했다.
“자, 그럼….”
스윽…
“지금!”
강설 일행은 설홍과 미아를 제외하고 그들 앞에 그려진 선을 넘어, 석상들이 기다리고 있는 공간으로 나아갔다.
팟-!
파팟-!
쿠구궁…
곧장 반응이 오는 석상들.
“역시!”
그들은 강설 일행을 향해 병장기를 휘둘렀다.
후우웅…
쒜에에에에엑-!
창을 휘둘러오는 석상.
석상은 기이할 정도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석상을 상대하는 자들은 전부 막강한 실력자들이었고, 석상의 공격에 두 눈 뜨고 당해줄 정도로 굼뜨지 않았다.
휙-!
강설이 고개를 숙여 창을 회피했다.
스으으으…
그리고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
‘뭐지? 방금 뭔가 다른 움직임이….’
창을 휘두르는 석상에게서 기이한 감각이 느껴졌다.
마치 눈으로도 확인한 그 움직임이, 다르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이건… 첫 번째 시련의 그 감각이다!’
그렇다는 얘기는, 석상 또한 눈속임일 수 있다는 소리였다.
뻐어어억!
“…우으윽!”
터어어어어엉!
“아아악!”
끈 떨어진 연처럼 날아가는 혜명과 치우.
그들은 설홍과 미아가 있는 곳까지 빠르게 물러났다.
“분명히 피했는데….”
“이걸 봐….”
혜명이 가사를 들추고 법의 속 가슴팍을 슬쩍 보여주었다.
그의 가슴팍이 시뻘겋게 부어있었다.
분명히 이상한 일이었지만, 강설은 아직도 석상들과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
후우웅-!
빠르지만, 강설에겐 느린 공격.
석상의 방패가 앞으로 죽 내밀어졌다.
몸을 틀기만 해도 피할 수 있는 움직임.
그러나.
강설은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몸이!’
쿠우우웅-!
결국, 방패에 얻어맞고 나가떨어지는 강설.
[시초의 뼈가 충격을 집어삼킵니다.]
[시초의 뼈가 공복 상태입니다.]
[시초의 뼈가 모든 충격을 소화합니다.]
투웅…
퉁-!
그그그긍…
강설이 튕겨 나온 후에야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 멈추는 석상들.
강설은 치우와 혜명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이번 시련에 숨겨진 비밀을 곧장 눈치챘다.
“이거….”
“그래.”
강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또 다른 석상이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볼 수 있는 방법은….”
모두 그 방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까의 시련을 통해, 와탈라가 이야기한 정신의 힘을 느낄 수 있었기에.
“아까 그 감각을 더 예리하게 다듬으란 소리겠지.”
치우가 혀를 내밀며 말했다.
“몸으로 맞으면서 배우라는 거구나. 이 자식!”
황금 신상의 양쪽 관자놀이에 두 주먹을 문대는 치우.
– 와탈라 : 아, 하지마요오.
– 아파! 아파욧!
강설이 웃었다.
“그래도 나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는 거네.”
– 와탈라 : 엥? 아닌데…
– 뭐야… 너…
– ㅋㅋㅋㅋ 와탈라도 예측 못 한 눈사람.
혜명이 조용히 읊조렸다.
“시간이 많지 않아. 되도록 빨리 이곳을 돌파해야 해.”
끄덕.
치우와 강설이 고개를 끄덕인 후, 자세를 잡았다.
“누가 먼저 튕겨 나오는지 내기할까?”
“좋아, 식사 뒷정리 담당은 그 사람으로 하자.”
끄덕.
치우의 제안을 냉큼 받아들이는 혜명.
강설도 고개를 끄덕였다.
“간다!”
팟-! 파밧-!
그들이 어떤 결과를 내든, 강설은 눈앞의 석상에 집중하기로 했다.
‘가장 치명적인 건, 보이지 않는 석상에게 아까처럼 붙잡히는 거야. 계속 움직여야 해.’
후우웅…
석상의 무딘 칼이 횡으로 그어졌다.
이곳의 석상들은 그래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설계된 건지, 모든 병장기가 뭉툭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정통으로 얻어맞게 된다면, 정도 이상의 타박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에 긴장해야 했다.
‘일단 석상의 공격은 피했고… 다음은!’
회피한 석상의 첫 번째 공격 이후에 다음 동작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그사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격이 날아올 것이 분명했다.
찌릿-!
‘뒤!’
이미, 보이지 않는 석상이 뒤에 있었다. 어째서 아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첫 번째 시련을 통과할 때 느꼈던 그 감각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휘릭-!
볼썽사납게 앞으로 구르는 강설.
그러나 그 판단은 옳았다.
‘피했어!’
치우가 소리쳤다.
“혜명! 피해!”
콰아앙!
“아악!”
치우는 혜명의 위기를 경고했지만 정작 자신이 먼저 튕겨 나갔다.
– 치우제과 : 브레스 피해요옷! 구석으로오!
– 치우 님이 사망했습니다.
– 달그락… 달그락… 설거지는 즐거워!
– 치우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치우! 하하하하하! 너….”
터어어엉-!
“으으윽….”
혜명도 안심하고 있던 찰나에 다른 석상의 기습을 받아 치우와 같은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충격을 금방 해소한 치우와 혜명은 곧바로 다시 석상들이 가득한 곳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들이 맹렬하게 다시 도전한 이유는, 아직도 강설이 석상과의 대치에서 밀리지 않고 있어서였다.
후우웅-!
찌릿!
‘느껴져!’
강설은 지금, 짜릿한 감각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었다.
마치 조금씩 감각을 흘리던 보가 무너져서 온천지가 물바다가 되는 것처럼, 새로운 감각에 사로잡혔다.
흐느적…
현상이 왜곡되어 보이는 아지랑이처럼, 구불구불한 윤곽을 점차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익숙해지고 있다.’
스으읍…
찌릿!
‘솟구쳐야 해!’
터어엉-!
석상의 공격을 그대로 타고 올라 조금 높게 뛰어오른 강설.
휘휘휙…
그가 방금 있던 곳으로 주먹세례가 가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서히, 서서히 감각에 익숙해졌다.
보이지 않는 석상이 어쩐지 보이는 것만 같은 느낌.
– 무지함을 깨우쳐라.
황금 신상이 했던 말.
후우웅-!
휙-!
터덩!
이미, 강설은 깨우치고 있었다.
– 무지함을 깨우쳐라.
무지함.
그동안은 알지 못했다.
이런 감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와탈라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탁-!
내려서는 그의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분명 무언가 있었다.
‘보여!’
보일 리 없던 석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실에 드러난 석상들보다 조금 더 길쭉한, 원숭이처럼 생긴 석상이.
– 전부가 아님을 깨우쳐라.
보고 느끼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후우우웅…
강설이 팔을 바짝 당긴 후, 원숭이 석상의 안면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방금의 소리는 오직 치우와 혜명만이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은 들려온 소리에 놀라 강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그곳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저 멀리 나가떨어지는 원숭이 석상.
강설은 원숭이 석상을 후려친 이후,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섰다.
새로이 인식한 감각의 후유증 때문은 아니었다.
저 멀리, 닿지 않는 곳에 문이 잠시 비추었다.
부적이 덕지덕지 붙은, 사슬이 치렁치렁 늘어진 거대한 문이.
인간이 저 거대한 문 앞에 놓이면 볍씨처럼 보일 것이다.
쿠구우우우우웅…
[선지안이 새로운 능력을 개화합니다.]
[인식할 수 있는 힘의 종류가 늘어납니다.]
[시야에 정신을 투영합니다.]
강설이 읊조렸다.
“찾았다… 문.”
드디어, 문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다.
[경이로운 발견! 신비로운 물체를 발견합니다.]
[허무(虛無)의 문을 인식합니다.]
문은 줄곧, 그의 곁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