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49
349화
퍼퍼퍽!
퍼퍼퍼억!
“아악!”
“아아악! 내 눈!”
화살을 맞은 곤의 전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뒹굴었다. 돌격밖에 몰랐던 곤의 전사들이 어느 순간부터 두려움을 느끼고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화염 장벽 때문에 더는 나갈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화염이 동굴 사람들 쪽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늑대발톱이 다급한 목소리로 금치에게 말했다.
큰어금니와 동굴 사람들은 목책에 바짝 붙어서 화염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대나무 통에 물을 담아서 목책에 부어라.”
확실히 전투 경험이 많은 금치는 능숙하게 전투를 지휘하고 있었다.
“목책 문을 열어줘야 합니다.”
늑대발톱이 금치에게 소리쳤다.
“저것들을 다 믿을 수 있소?”
“믿어야 하잖습니까.”
“한 번 배신한 놈들도 있다고!”
“그래도 다시 돌아왔습니다. 폐하라면 용서해 줬을 겁니다.”
“으음…….”
“어서 결정하세요!”
늑대발톱이 금치를 재촉했다.
“목책 문을 열어라. 동굴 사람들을 피신시켜라!”
그와 동시에 굳게 닫혀 있던 목책 문이 열렸고, 큰어금니와 이달투드워프들이 급하게 화염을 피해 목책 안으로 들어섰다.
쫘아아악!
여자들은 목책이 화염에 불타지 않게 대나무 통에 물을 담아 부었다.
좌아아악!
“저 화염이 전부 타오를 때까지는 시간을 벌겠군. 휴우우우!”
첫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는 생각이 드는 금치였다.
* * *
“전사들을 뒤로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이곳에 1만 명 이상을 이끌고 온 곤은 첫 전투에서 1,000명 이상의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1만 명에 가까운 전사가 남아 있었다.
“불이 꺼지면 다시 공격한다. 후퇴하라!”
곤은 이 전투를 너무 쉽게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할 놈들. 내가 저곳을 점령하면 한놈도 남기지 않고 다 죽일 테다.”
분노를 뿜어내는 곤이었다.
하지만 지금, 땅속에서일어서와 레드가 500여 기의 야크 전차를 끌고 빠르게 진격해 온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 * *
화염은 반나절이 넘게 타오르다가 꺼졌다.
“적들이 다시 공격하겠군.”
목책 위에 서 있는 금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꽤 많이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표시도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늑대발톱의 말에 금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가 오시기 전까지 막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 같소.”
“예?”
“연꽃과 왕검을 비롯한 혈족들을 피신시키는 것이…….”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전투가 잠잠해진 것을 보고 나온 연꽃이 금치에게 소리쳤다.
“폐하가 오시기 전까지 우리는 아무 데도 안 갑니다. 우리가 도망치면 누가 싸우겠습니까?”
연꽃은 완벽한 왕비의 자태를 보였다.
“옳은 말씀입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큰어금니가 할 말이 있답니다.”
그때 큰어금니의 옆에 있던 단단히가 늑대발톱에게 소리쳤다.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거지?”
“다시 목책을 열어 달랍니다.”
“뭐라고?”
금치가 놀라 되물었다.
“목책 위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같이 싸울 수가 없으니 나가겠답니다.”
단단히의 말에 금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위험해.”
“같이 싸운답니다. 그리고…….”
“그리고?”
“자신들이 다 죽으면 동굴에 있는 새끼들과 여자들을 잘 돌봐 달랍니다.”
“……후, 그건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라.”
“밖으로 나가서 싸우자!”
그때 큰어금니가 동굴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나가자!”
“큰어금니가 나가자면 나가는 거다.”
“다시 놈들이 공격해 옵니다.”
“어서 문을 열랍니다.”
“열어줘라!”
금치의 명령에 목책 문이 열렸다.
이제는 곤의 대군을 막을 화염병도 없다. 그 사실을 아는 듯 곤의 대군은 분노를 뿜어내며 거침없이 돌격해 오고 있었다.
“창을 던져라!”
다시 한 번 투창 명령이 떨어졌고 곤의 전사들은 돌격하면서 창을 던졌다.
슈우우웅!
파파팍! 파파팍!
적들의 투창 공격은 두꺼운 방패에 막혔다. 하지만 거대한 병력의 돌격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마, 마지막인가…….”
금치는 거대하게 밀려드는 적의 수를 보고 체념한 듯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두두두! 두두두!
그때 지축을 울리는 야크의 발굽 소리가 들렸다.
“폐, 폐하가 오셨다!”
목책 위에 서 있던 전사가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치자, 절망에 빠졌던 전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폐하가 돌아오셨다!”
“적을 죽이자!”
땅속에서일어서는 대단한 존재가 분명했다.
* * *
두두두! 두두두!
“이건 무슨 소리야?”
곤이 놀라서 다급하게 물었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입니다.”
곤이 고개를 돌리자 땅속에서일어서와 레드가 야크 전차를 타고 거침없이 달려오고 있었다.
“쏴라!”
야크 전차에서 500발의 화살이 곤의 본진으로 날아들었다.
“우리도 왔다!”
그때 서쪽에서 흑수말갈과 퉁가가 이끄는 고래 고을 전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곤의 본진으로 달려들었다.
“도대체 놈들이 어디에서 나타난 거야!”
곤의 절규는 야크 전차부대의 함성에 묻혔다. 땅속에서일어서와 레드는 파죽지세로 적들을 몰아붙였다. 그렇게 처절한 전투가 밤이 새도록 계속됐다.
* * *
“피하셔야 합니다.”
곤의 전사는 전투가 불리해지자 곤에게 피하라고 말했다.
“피해? 내가 피해?”
“예, 피하셔야 합니다.”
“나는 강하다!”
“하지만 굴복시킨 전사들이 도망치고 있습니다.”
점령과 진격을 거듭한 곤의 부대는 한마디로 수만 많은 오합지졸이었다. 전투에서 승리할 땐 몰랐지만, 상황이 위태로워지자 충성심이 낮은 부하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내, 내가 졌다고?”
“아직 진 것이 아닙니다. 후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런 망할!”
“일단 지금은 물러나야 합니다.”
낮부터 시작한 전투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좋다. 다시 오자.”
그렇게 곤은 몸을 피해 도망을 쳤다.
* * *
“적들이 도망친다!”
곤의 수장들이 곤과 함께 도망치자 곤의 대군은 순식간에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바로 쫓아서 씨를 말려야 한다.”
레드가 내게 소리쳤다.
“우린 지쳤어. 여와와 여명이 무사한지부터 확인하자.”
내 말에 레드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놈들은 또다시 올 것이다.’
병력의 차이로 볼 때, 여전히 우리가 불리했다. 천운에 가깝게 승리했지만 이 밤에 적들을 쫓다가 역으로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다. 네 말대로 하자.”
그렇게 치열했던 전투는 잠시 멈췄다. 우리는 곤의 전사 3,000명을 포로로 사로잡았다. 그중 레드의 전사들도 500명 정도 되는 것을 확인했다.
“포로들을 모두 장대에 묶었습니다.”
인간 사냥꾼들이었던 이빨호랑이 부족 놈들이 씨족 사람들을 묶는 것처럼 우리는 포로를 묶었다.
“폐하를 뵈옵니다.”
그제야 목책 문이 열렸고 늑대발톱과 금치 그리고 연꽃과 여와가 왕검와 여명을 안고 전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와 레드의 앞에 엎드렸다.
“여와!”
레드가 여와에게 달려갔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살아줘서 고맙다.”
“돌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와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품에 안겨 있던 여명을 내밀었고, 레드는 자신의 딸인 여명을 조심스럽게 안고 미소를 보였다.
‘딸 바보군.’
“폐하께서 오셔서 겨우 이겼습니다.”
그때 늑대발톱이 내게 다가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리고 연꽃은 늑대발톱의 뒤에서 담담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왕비의 풍모가 물씬 풍겼다.
“아직 승리한 것은 아니다.”
“놈들이 모두 도망쳤습니다.”
“뒤에 더 많은 전사가 오고 있다.”
내 말에 자리에 모인 전사들이 기겁한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내가 있으니 반드시 승리한다.”
“맞습니다.”
“땅속에서일어서 폐하 만세!”
“만세!”
첫 승리에 내 전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연꽃! 고생했다.”
“아닙니다. 여기 왕검입니다.”
연꽃이 내게 왕검을 내밀었고 나는 왕검을 품에 안았다.
“여와야! 잠시 들어가 있어라.”
레드는 조금 전과 사뭇 다른 목소리로 여와를 불렀다.
“예?”
“여명이 볼 모습이 아니다.”
“무, 무슨…….”
여와가 영문을 몰라 되묻다가 배신한 부하들이 짐승처럼 묶여 있는 것을 보고 말꼬리를 흐렸다.
“연꽃과 왕검도 들어가 있어.”
이제는 상벌이 이루어져야 하는 순간이다.
‘다 죽일 것 같은 눈빛이군.’
레드는 자신을 배신한 전사들을 그냥 두지 않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레드를 배신하고 포로가 된 500여 명의 전사가 검을 들고 있는 레드를 보며 벌벌 떨고 있었다.
‘말려야겠지.’
나는 레드가 포로들을 다 죽일 것 같았다.
“폐하…….”
그때 단단히가 내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옆에 지점장도 함께 있었다.
“할 말이 있나?”
“이달투드워프2가 배신했다가 죽임을 당했다고 합니다.”
내 왕국에서도 배신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죽었어?”
“예, 다른 이달투드워프들에게 죽었습니다.”
단단히가 말했고 지점장이 내 눈치를 봤다. 물론 저들도 이제 머리 위에 펫이라는 문구가 뜨지 않았다.
‘저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함께 살아갈 수도 있지만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이상해졌을 것이다.”
내 말에 단단히가 놀란 눈빛을 보였고, 지점장도 똑같았다.
“이제 스스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내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고 싶지도 않을 거고.”
“저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점장이 내게 말했지만, 나는 지점장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달투의 언어 이능도 사라졌으니까.’
나는 단단히를 봤다.
“혹시 못 알아들으시는 겁니까?”
펫의 속박에서 풀려났어도 단단히는 명석함을 보였다.
‘어쩌면 단단히는 별종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펫이 되어서 똑똑해진 것이 아니라 동굴 사람 중에서 별종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 나도 변했다.”
내 말에 단단히가 놀랐지만 애써 담담한 척했다.
“큰어금니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고 물어봐라.”
내 말을 단단히가 통역해서 큰어금니에게 말했다.
“큰 사람들이 자신들을 죽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해라.”
“예, 폐하!”
다시 통역했고 큰어금니가 다시 단단히에게 말했다.
“나중에 폐하가 죽으면 그때는 어떻게 되냐고 묻습니다.”
“으음…….”
그들의 외모는 인간과 다르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죽은 후 저들은 현생인류의 미움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순간 공룡들이 득실거렸던 던전이 떠올랐다.
“새로운 곳으로 가서 살고 싶냐고 물어봐라.”
“예?”
“저들이 살만한 새로운 장소가 있다.”
저들을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구에서 이달투드워프들이 사라진 것은…….’
나 때문일지도 모른다.
단단히가 큰어금니에게 말하자 큰어금니의 눈빛이 떨렸다.
“큰 사람이 없는 곳이냐고 묻습니다.”
“없다. 하지만 거대한 괴물들이 있는 곳이라고 알려줘라.”
“괴물이라 굽쇼?”
“이 검은 용의 뼈로 만든 검이다.”
나는 단단히에게 천부의 검을 보여줬다.
“용들이 있는 곳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공룡들이 있는 곳이었다.
내가 단단히에게 말한 곳과 이 세계 중 하나가 진짜 지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지금 살아가는 이 세상이 내게는, 그리고 내 혈족과 백성들에게는 진짜 지구다.
“전쟁이 끝나면 그곳으로 가겠답니다.”
큰어금니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고맙게도 전쟁이 끝난 후에 간다고 말하는 큰어금니였다.
‘내가 가진 무기들을 다 챙겨서 보내면 되겠지.’
이달투드워프도 인간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현생인류가 없는 곳에서 이달투드워프들은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라.”
나는 그렇게 말하고 단단히를 봤다.
“저도…….”
“너도 가고 싶으냐?”
“……예.”
“네 짝과 새끼들은?”
“데리고 가고 싶습니다.”
“그들이 따라간다면 막지 않겠다.”
“감사합니다. 폐하!”
단단히가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네놈들을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이다!”
한편 레드가 자신을 배신한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나는 레드가 자신의 부하를 모두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리려 했지만, 레드가 내게 오지 말라고 손짓했다.
‘다 죽이면 어쩌지…….’
레드는 이미 모든 것을 잃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