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51
제251화
#251. 제국의 서사 (2)
우주에서 우주함 간의 전투는 이전에도 제법 있었다.
대표적으로 우주 해적 토벌이 있었고, 또 드물지만 3차 대전 당시 각국 우주군 끼리의 자잘한 전투도 있긴 했다.
하지만 장담컨대 함대 vs. 함대라는 거대한 대결은 여태 없었다.
그런 우주에 처음으로 거대한 두 우주군이 조우했다.
지구와 달 사이, 지구에서 약 20만 킬로미터 거리.
족히 1,000척은 되어 보이는 우주함들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마치 옛 전열함 시대의 해상전을 보는 듯한 광경.
SRSF의 전력만 해도 지금까지 키워 온 우주군을 싹싹 긁어모았다.
제1함대: 지구 궤도 함대
제2함대: 라그랑주2 방어 함대
제3함대: 라그랑주1 방어 함대
제4함대: 달 궤도 함대
제5함대: 트로이 주둔 전단
제6함대: 독립기동전단(지구)
제7함대: 독립기동전단(달)
제8함대: 독립기동전단(화성)
제9함대: 보급 정비 함대
제10함대: 회장 직속 함대
10개 함대에 속한 우주함의 숫자만 거의 200척에 달한다.
전함(메가코프급) 5척
순양함(익스플로러급) 48척
프리깃(인라이튼먼트급) 119척
보급함(캐피탈리즘급) 20척
그 외 천 단위의 전투기와 수송기, 드론까지.
“도대체 저 많은 우주함이 어디서 나온 거야……?”
“메가코프급이 5척이라고?! 정보국은 대체 뭘 한 거야?! 이걸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고!”
예상을 훨씬 웃도는 SRSF의 우주 함대에 지구연방 우주군, EFSF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연방정보국도 억울할 것이다.
그들은 아직 SRSF의 심우주 인프라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니까.
SR이 화성 너머로 진출했다고 해도 기껏해야 연구 기지 몇 개 정도만 지었을 것으로 추측했을 뿐이다.
L4, L5가 있는 트로이 소행성대는 굉장히 넓고 거대하다.
또 지구와 가까운 L1, L2와 다르게 소행성으로 가득 찼다.
심지어 SR의 우주 조선소와 공장은 기존 소행성 위에 건설한다.
이쯤 되면 아는 게 이상할 정도.
“뭘 믿고 자신만만했나 싶더니만, 이런 전력을 숨기고 있었군.”
“다들 겁먹지 마라! 우리 지구연방의 우주군이나 SR의 우주군이나, 우주에서는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EFSF는 처음에 살짝 당황만 했을 뿐, 얼마 후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들이 생각하기엔 SRSF와 자신들의 차이점은 단 하나, 반중력 엔진의 유무일 뿐.
오히려 숫자로 치면 중대형 우주함만 500여 척인 지구연방이 유리했다.
그렇게.
“공격!”
“함포 발사!”
양측의 함대전이 시작됐다.
피슈우웅.
콰앙! 콰앙! 콰앙!
레일건과 플라스마 레이저포가 서로를 향해 자비 없이 쏘아졌고, 탄환과 레이저 빔이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며 크고 밝은 섬광을 눈부시게 터트렸다.
번쩍, 번쩍, 번쩍.
월면에서도 대기권 아래 지구에서도, 최초의 우주함 대전이 관측됐다.
* * *
EFSF 제17지원 함대의 기함이자 순양함, 런던함의 승조원들은 전투가 시작된 지 10분 만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하나도 안 맞고 있습니다!”
“저 회피 기동은 뭐야!”
이는 런던함 승조원만 느낀 게 아니다.
연방 우주군 전체가 지금 이 순간 공통으로 느끼는 감상이었다.
EFSF 우주함이 쏜 함포는 SRSF 우주함의 회피 기동에 의해 대부분 빗나갔다.
미사일 또한 쏘는 족족 방어 레이저에 맞아 적함의 갑판에 도달하지 못했다.
“마치 치트키를 친 적을 상대하는 기분이야.”
우주함의 회피 기동은 탄환을 보고 피하는 것이 아닌, 포구의 각도를 순식간에 읽고 피하는 기동이었다.
그리고 이는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공격하는 쪽 또한 예지에 가까운 고도의 계산으로 함포를 쏴야 한다.
즉, 언제, 어느 때보다 각 우주함 내의 양자 컴퓨터와 AI의 역할이 중요하다.
“주포의 텅스텐 탄이 10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레이저 주포도 충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우주전에서 연방은 SRSF의 우주함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제15함대 궤멸!”
“연합 함대 기함 제우스 반파!”
오히려 적들의 플라스마에 아군 우주함들이 폭죽이 되어 가고 있었다.
“전술 AI! 전술 AI는 뭘 하는 거야! 놈들의 회피 기동을 예측해서 포를 쏘란 말이야!”
당연히 책임의 화살이 아군 AI에게로 향했다.
[파치지지직.]하지만 그 책임의 화살도 오래 겨눠지지 못했다.
EFSF의 진짜 고난은 이제 시작이다.
“뭐야! 컴퓨터가 왜 이래?!”
“전자전! 전자전입니다. SRSF가 전자전을……!”
“우리 전자전 AI는 뭘 한 거야?!”
“반응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연방군의 네트워크와 전산, 레이더, 사격 통제, 통신 장치가 순식간에 다운되었다.
“이건 말도 안 돼……. 분명 워 게임에서는 이런 건……!”
이는 우주 순양함 런던함도 마찬가지.
런던함을 비롯한 연방 우주군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잘못돼도 뭔가 많이 잘못됐어. 이럴 수는…….”
그러는 중에도 전투는 중단되지 않았다.
가상현실 워 게임과 달리 실전은 정지 기능이 없었으니깐.
번쩍, 콰아앙.
저 멀리 어느 연방 소속 우주함 중심부에서 폭발이 선명히 빛났다.
반파도 대파도 아닌 완전한 폭침이다.
몇 번째 폭침인지, 몇 번째 순양함인지, 이젠 카운트하기도 지칠 정도.
[지직…… 이상…… 긴급…… 치지지직……!]이를 보고해야 하는 런던함의 AI 오퍼레이터는 전자전에 맛이 갔는지 치직 소리만 반복할 뿐이다.
“…….”
“…….”
그리고 이것은 AI 오퍼레이터만 그런 게 아니다.
함장, 제독, 항해사, 갑판장, 포술장 등등, 모두가 같았다.
떨리는 양손,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경악하는 눈, 침이 반쯤 흐르는 쩌억 벌어진 입.
등과 꽉 쥔 주먹의 손아귀에는 식은땀이 흥건하다.
“저걸, 어떻게 이겨……?”
한 중국계 관측 장교가 중국어로 멍하니 중얼거렸다.
저 멀리, 어쩌면 의외로 가까울지도 모를 좌표.
거대한 파괴가 일어나고 있었다.
퍼엉, 퍼엉, 펑!
어느덧 저 파괴의 대기열은 여기 제일 뒷열의 우주 순양함 런던함에까지 다가오는 중이다.
“구축함! 어바인 반파!”
“프리깃 다낭, 무단 이탈합니다!”
먹통이 된 AI 오퍼레이터 대신 보고를 올리던 통신관이 비명을 지른다.
자신들을 호위하던 우주함들이 파괴되고 도망치는 게 대놓고 보였기 때문이다.
“모든 함포를 쏴! 쏘라고!”
“기만체 드론을 최대한 산개해!”
이미 전세는 기울었다. 압도적으로.
EFSF 우주군 중 절반은 폭침했고, 3할은 도망치고 있으며, 1할은 항복 신호를 애처롭게 발사한다.
남은 1할만이 처절히 저항한다.
포위하듯 넓게 펼친 적 우주 함대의 전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플라스마.
그중 적지 않은 수의 굵직한 빔이 순양함 런던의 함교로 쏘아졌다.
“젠장…….”
번쩍, 콰아아앙.
런던함 함장의 입에서 나온 욕설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 * *
인류 최초의 우주함 대전의 승자는 SR이었다.
온 인류가 이를 망원경과 카메라로 실시간 목도했다.
압도적인 물량으로 이기거나, 못해도 SR에 많은 양보를 받아 낼 줄 알았던 세계 각국의 시민들은 공황에 빠졌다.
“핵! 가지고 있는 모든 핵을 한반도에 쏴 버려!”
“SR의 본진인 극동이 초토화되면 우리가 유리해!”
공황에 빠진 사람들은 이성을 잃었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해 버렸다.
인류의 숫자를 줄이고 싶었던 SR에는 너무나 고마운 명분 제공이기도 했다.
피슈우우우, 콰아아아아.
지상에서 심심치 않게 핵무기가 쏘아진다.
극동, 그것도 한반도를 향해.
지이이이이잉, 퍼엉.
그러나 이를 포착한 SR의 궤도 함대가 레이저로 한반도로 향하는 모든 핵미사일을 격추한다.
지금까지 한반도로 쏘아진 핵은 총 5,007발. 이 중 목적지까지 도착한 것은 단 한 발도 없었다.
비록 놈들의 핵 공격을 무사히 막았지만, 어쨌든 핵을 쏘았으니 SR도 대응하는 것이 인지상정.
번쩍, 번쩍, 콰아아아.
중국 대륙 전체에 SRSF의 반물질 폭격이 곧이어 시작됐다.
우주에서도 볼 수 있는 거대한 섬광과 유리화된 크레이터가 지표면에서 아름답게 빛났다.
♬♬~♬~♪
바흐 관현악 제3번 2악장이 함교에 고풍스럽게 울려 퍼진다.
번쩍, 번쩍, 쿠웅.
동시에 지구 지표면, 중국대륙에서는 반물질 폭발이 리듬에 맞춰 터졌다.
“이게 우주 전쟁의 낭만이지.”
“‘은하영웅전설’ 콘셉트인가요?”
“그렇다고 해 두자.”
“이 전쟁이 끝나면 아마, 중국 한족은 소수민족이 될 거예요.”
“중화 사상에 전 애들이야. 이웃으로 두면 시끄러우니 줄이는 게 옳아.”
메가코프 1번 함에 앉은 나는 세라와 함께 우아하게 와인 잔을 들었다.
이렇게 있으니 정말 〈스페이스 오페라〉에 나오는 냉혈한 제국 같았다.
그래, 전부터 꼭 한번 해 보고 싶긴 했어.
“회장님, 방금 시진핑과 공산당 수뇌부가 숨어 있던 지하 벙커까지 유리화 완료했다는 보고입니다. 이것으로 중국은 완전히 정리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와인을 음미 중인데, 옆에서 SRSF의 참모이사가 내게 경례와 함께 보고를 올린다.
“회장님! 다른 궤도 함대에서도 보고입니다. 북미와 유럽, 인도, 남미, 중동, 러시아까지 주요 거점을 전부 유리화 완료했다고 합니다.”
“그래 보입니다.”
뒤이어 다른 참모이사들이 우주군의 궤도 폭격 결과를 보고한다.
“지구제압사령부(옛 얼라이언스)에 점령을 명하세요.”
“알겠습니다.”
5일 전의 첫 함대전에서 우리는 대승을 이뤘다.
대승도 그냥 대승이 아니다. 지구연방의 우주군을 말 그대로 증발시켜 버렸다.
그 전투로 우리는 제우권을 완전히 확보했고, 이후의 전쟁은 지금과 같았다.
“그나저나 상황이 이런데도 연방군 사령부는 항복 의사를 안 비추는 겁니까?”
“그게, 우리의 궤도 폭격이 너무 과했나 봅니다. 연방군 사령부와 네오제의 지도층까지 날려 버렸는지 응답이 없습니다.”
“……?”
참모이사의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세라를 바라보았다.
‘진짜야?’라는 물음을 표정에 담고서.
“휘이~.”
그러자 세라가 먼 산을 보듯 심우주를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세라……?”
나는 짜게 식은 눈으로 세라를 불렀다.
“이게 다 우리 임직원들의 안전을 위해서 그런 것이에요! 괜히 시가전이니 정글 게릴라니 하면서 귀찮게 하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주요 거점 외에 또 어디 어디를 유리화했는데?”
“얼마 안 했어요…….”
세라의 반응에 나는 미간을 구기곤 직접 검색했다.
“인류의 60퍼센트……? 못해도 40억이 죽은 건가?”
“중국을 쓸어 버려서 유독 크게 느껴지는 것이에요.”
그렇게 나온 수치에 나는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지상의 자잘한 일은 어지간하면 세라와 가디언즈의 참모이사들에게 맡겼는데, 뒤늦게 후회가 밀려온다.
“아니, 이렇게 되면 우리와 적대하는 세력을 만드는 게 어려워지잖아? 지금의 네츄럴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물론 내가 인류애가 넘쳐서 이러는 게 아니다.
이 또한 통치와 통제 때문이다.
우리가 전 인류를 지배하면 이제 SR의 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혹여나 다른 성계에 있는 외계 문명이 나온다면 모를까, 그전까지는 SR 원 툴로 가야 하는데 이건 좋지 못하다.
아무리 나와 세라가 철저히 관리한다지만, 인간은 본래 망각과 나태가 패시브인 종족.
그래서 겉으로나마 위협적인 대항 세력이 필요했다.
“회장님! 로키 산맥에서 연방 정부의 이름으로 항복 신호가 방금 들어왔습니다.”
그때였다. 이런 내 바람(?)을 우주가 들어주기라도 했는지, 오퍼레이터를 통해 반가운 지상 소식이 전해졌다.
“최후까지 피신한 네오제와 연방 정부 생존자들인 모양입니다.”
“그런가요? 다행이군요. 다들 공세를 멈추세요. 그리고 수고 많았습니다.”
“SR을 위해 헌신합니다!”
찌푸려진 내 표정이 펴지자, 굳어 있던 함교의 분위기가 빠르게 풀렸다.
* * *
지구, 북미 워싱턴 DC.
지구제압북미사령부(옛 얼라이언스 북미 지부).
거대한 우주 전함 메가코프 1번 함이 대기권을 뚫고 지상으로 강림한다.
“…….”
“…….”
2킬로미터 크기의 거대 우주함이 저공 비행하는 매우 보기 드문 장관이지만.
지상에서 이를 보는 연방정부와 네오제 생존자들의 표정은 결코 좋지 못하다.
“성세류 회장님이 오셨습니다! 일동, 차렷!”
펠리컨을 타고 엄중한 경호를 받으며 도착한 DC의 백악관은 기둥 하나 없이 터만 남은 상태였다.
백악관뿐 아니라 DC의 절반 정도가 우리 우주군의 궤도 폭격으로 유리화되어 더더욱 을씨년스러움이 컸다.
“SSR! 승전 축하드립니다.”
“승전 축하드립니다!”
백악관이 있었다는 유리화된 터 앞에 도착하자, 마크 저커버그와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가 저 멀리서 내게 축하 인사를 보낸다.
경호를 맡은 가디언즈에게 막혀 애타게 손을 흔드는 것이 애처로울 뿐이다.
“저 셋은 어쩌실 건가요?”
세 얼간이를 발견한 세라가 내게 그들의 처우에 대해 물었다.
“쟤네는 어디 편에 섰었는데?”
“네오제 회원이다 보니깐 지구연방에 서긴 했는데, 적극적으로 가담하진 않았어요. 딱 우리가 지난 3차 대전에 했던 수준?”
“그 정도면 내버려 둬. 기업인들이 다 그렇지, 뭐.”
“알겠습니다.”
짧은 순간 세 거대 기업을 구원한 나는 다시 발을 움직였다.
저 앞에 영혼이 완전히 나간, 구시대의 지도자들이 항복 서명을 하기 위해 서 있었다.
훗날 인류제국 혹은 은하제국의 기원으로 불리는 기업제국 세류가 건국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