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50
제250화
#250. 제국의 서사 (1)
3차 대전은 현대인들에게 많은 인식 변화를 야기했다.
대표적으로 인터넷과 SNS가 독재 국가보단 민주정 국가의 몰락에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
또는 대기업이 통치하는 기업 국가가 어지간한 시민 국가보다 적어도 효율성 면에선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어쩌면 우리가 사실 평등보단 차별과 혐오를 더 갈망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깨달음.
한편으론 평화가 사라지면 평시에 그토록 중요시되던 인권, 환경, 평등, 동물, 소수자 권리 같은 게 개똥 취급받는다는 교훈.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과 서방의 PMC인 줄 알았던 SRSF와 얼라이언스 가디언즈가 실은 SR의 독립된 기업 군대였다는 충격이 대표적이다.
유럽과 러시아의 전쟁에서 그리고 미국 내전에서, 서방 세계의 시민들은 처음 자신 있었다.
“우리에겐 SRSF와 가디언즈가 있다!”
“멍청한 이반 놈들! 이란처럼 혼쭐이 나고 싶나?”
“미합중국 정부는 얼라이언스의 최대 주주야! 신합중국주의를 주창하는 반란군 놈들은 SRSF 선에서 전부 정리된다고!”
그리고 이것은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흑룡은 우리 중국의 자랑스러운 기업이다!”
“비록 SR과 커넥션이 있는 것 같지만, 흑룡의 임직원은 전부 중국인이야!”
그들은 평소 자신들의 자부심이자 방패였던 SR의 하위 조직들을 너무나 신뢰했다.
그리고 이 신뢰는 얼마 안 가 박살 났다. 처참하게.
대전쟁이 터졌고, SR의 명령만 듣는 얼라이언스와 블랙드래곤은 침묵했다. 그저 앵무새처럼 중립만 나불댔다.
원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도대체 왜?! 어째서 얼라이언스는 지원군을 안 보내는 거야!”
“얼라이언스 가디언즈가! 우리의 얼라이언스 가디언즈가 배신했어!”
“그 눈 찢어진 자본가 놈들이 언젠간 이럴 줄 알았어!”
유럽도.
“얼라이언스 북미 본사가 둘로 갈라졌다!”
“레이첼, 레이첼이 조국을 버린 거야!”
“우리가 SR과 얼라이언스에 얼마나 잘해 줬는데!”
“한국과 일본에 있는 미군을 당장 철수시켜!”
미국도.
“대륙이 온갖 민란으로 혼란스러운데! 어째서 우리의 흑룡은 가만히 있는 거야!”
“맙소사! 흑룡의 지원을 받은 군벌이 동북삼성에 괴뢰 정부를 세웠어!”
“블랙드래곤, 중국의 자부심이…… 이럴 수가!”
중국도.
이미 진실을 알고 있던 각국 고위층은 충격이 없었지만, 대다수 시민들의 충격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거대한 배신감, 절망, 분노, 좌절, 불안감 등등, 온갖 감정이 사회를 데웠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그러면…… 지금까지 정부와 우리 기업들은 SR의 기술과 군사력을 자기네 것처럼 속였던 건가?”
“이놈이나 저놈이나! 어휴, 정치인 놈들 믿고 전쟁을 지지했던 우리가 멍청했지.”
“우리나라가, 그럼 극동의 기업 국가 하나만도 못했다는 거잖아?”
“사실은 SR이 우리의 자원과 돈을 빨아먹으면서 발전을 방해했던 거야!”
많은 우여곡절 끝에 3차 대전이 끝났지만, 세계 주요국 시민들의 가슴에는 SR을 향한 실망과 배신감, 열등감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들은 마침내 AI 독립에 성공한 네오제를 시작으로 봇물이 터져 버렸다.
“3차 대전의 배후에 SR이 있었다더라! 대통령과 총리도 이를 인정했어!”
“SR에는 V프로그램이라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뇌파 조종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
“미국 내전은 사실상 SR의 뇌파 조종 때문에 진행된 거다!”
“트럼프는 SR이 죽였다! SR이 신합중국주의를 배신했다!”
세계 곳곳에서 각종 음모론(대부분 사실이다)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이름으로 발표되었고, 이로 인해 달 올림픽과 SR데이로 세탁되나 싶었던 SR 여론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흉흉해졌다.
“SR이 대전쟁의 배후였다고?! 그 대전쟁에서 난 아이들을 잃었어!”
“반드시! 반드시! SR과 성세류를 타도하리라!”
“저 만악의 기업 국가 세류는 나치 독일 그 자체야!”
“뉴럴 칩을 심은 사람은 당장 제거하세요! 우리 네츄럴이 당신들을 돕겠습니다!”
“SR과 얼라이언스에서 만든 모든 제품을 불태워!”
네츄럴을 중심으로 반SR 운동이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극심하게 일어났다.
그렇게 대전쟁이 끝났음에도 분노와 증오는 더욱 거세졌다.
“세류교다! 저 새끼, 세류교야!”
“밟아! 죽여!”
“여기가 얼라이언스 직원들이 거주하는 단지라고?! 불태우자! 불태워!”
“SRPD는 이미 불법으로 지정됐다! 쫄지 말고 조져 버려!”
“경찰과 군은 저 배신자 매국노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유럽과 북미, 중국에서 SR과 관련된 사람과 기업들이 집단 린치를 받아야 했다.
“전향! 전향합니다! 먹고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 기업은 SR의 울타리와 이별하고 정부와 국민의 기업이 되겠습니다.”
이에 일부는 전향을.
“무서워서 못 살겠다! 마침 성세류 회장님께서 무제한 이주를 허락하셨으니 이 망할 나라를 떠나자!”
“떠나자, 달과 우주로! SR에서 월면에 우리의 터전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주가 싫으면 지상도 있다! 좀 위험하지만, 연해주와 사할린으로 이주하면 땅과 주택, 기본소득을 준다더라.”
또 일부는 조국을 완전히 등지고 고향을 영원히 떠났다.
이 모든 것이 네오제의 강인공지능 가이아가 만들어지고서 1년도 안 돼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게 네오제는 미친 듯이 모든 자원과 인력을 갈아 넣어 탈SR을 진행했다.
우주에서는 어마어마한 물량의 우주 함대가 건설 중이었고, 지상에서도 3차 대전 때보다 더 많은 양의 지상군이 조직되고 있었다.
-나날이 극심해지는 반SR 운동.
-SR과 성세류 회장은 침묵을 유지.
-3차 대전 때도 위치를 지키던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 결국 완전히 철수. 또 전쟁 나나?!
그리고 SR과 성세류는 박해에 시달리는 울타리 안 사람들만 피신시킬 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SR은 도대체 왜 가만있는 거지?”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세계 각국은 이런 SR의 반응이 너무나 두렵고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탈SR과 우주 함대 건설을 멈출 수도 없는 법.
“놈들이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른다!”
“그러니 더더욱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오히려 그럴수록 군비 증강은 더 빠르고 크게 진행됐다.
“사상 최악의 기업 국가 SR에 대응하기 위해! UN은 지구연방(EF_Earth Federation)이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겠습니다.”
이런 전 세계급 군비 증강의 결실은 지구연방이라는 세계 정부의 탄생으로 절정을 이뤘다.
기존의 나약하기 그지없는 UN평화유지군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초국적 군사 정부가 탄생한 것이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 * *
3년 후, 2034년 여름.
두 세력의 군비 증강은 한계에 다다랐다.
“이젠 한계야! 인력도, 자원도, 경제도!”
“이 군대를 1년 더 유지했다간 정부도, 기업도, 다 망해!”
“SR과 싸우기도 전에 파산으로 멸망할 거다!”
SR도, 지구연방도, 누군가 먼저 방아쇠를 당겨 주기만을 간절히 원하던 때.
“다들 눈치만 보고, 아주 답답하군!”
“우리 중국이 먼저 나서겠다!”
지구연방의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중국이 제일 먼저 총대를 멨다.
* * *
중국 어선은 예로부터 골치였다.
각 나라의 영해를 가리지 않고 물고기들을 쓸어 가는 것은 기본이고, 중국 어선이 다녀간 곳에는 어망을 비롯한 온갖 쓰레기가 즐비했다.
심지어 단속에 나선 각국 해경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해적에 준하는 짓까지 벌였다.
만약 북한 같은 소국의 어선들이 저 ×랄을 했다면 과감히 침몰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저 해적 어선들의 뒷배는 중화 사상으로 뇌가 전 전랑 외교의 끝판왕 중국이었다.
“중국은 인구가 많아서 물고기도 많이 필요하다!”
“소국이면 얼마 먹지도 않을 테니 양보해라.”
“뭐? 우리 어선을 공격하겠다고? 확, 희토류 규제 맛 좀 볼래?!”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대들면 대들었지, 어떤 자정 작용도 하려 들지 않았다.
그랬던 중국의 전랑 외교가 어느 순간 분노 조절 잘해가 되었으니, 바로 신중국 담당 일진 SR이 한국을 먹어 치우고 더 나아가 북한과 일본까지 먹어 치우자 감히 짖지를 못하게 되었다.
“중국어선? 허가 안 받은 거면 걍 격침시켜.”
SR의 수족이 된 각국 총독 정부는 지금까지 참아 왔던 응어리를 풀 듯, 불법 중국 어선이 보이는 족족 격침했다.
“감히 중국 인민을 공격해?! 그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다!”
당연히 중국에서는 발작했다.
“해 봐.”
“…….”
발작만 할 뿐이었다.
“너희 어선이 우리 영해에 허락 없이 들어오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중국은 인구는 많은데 바다는 좁다!”
“그래? 그 인구 우리가 더 줄여 줄까?”
“…….”
중국이 SR에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결국 중국은 이를 갈면서 복수의 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동북삼성도! 그리고 바다도!
언젠간 다시 찾는 날을 고대하면서 숨을 참았다.
“중국 공산당에서는 중국 어민들에게 분명히 경고한다. SR 영해에서 허락 없이 조업하지 마라!”
내전으로 힘과 권위를 잃은 중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자국민들에게 경고를 날리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의 인내는 대전쟁이 끝나고 지구연방이 결성될 때까지도 이어졌다.
그랬던 중국의 와신상담이 마침내 끝을 맺었다.
동아시아.
남한 총독부.
SKCG(Sounth Korea Coast Guard).
옛 6공 시절부터 운용되던 해경의 태평양급 경비함 3017함의 레이더가 오늘따라 이상했다.
“이, 이게 뭐야……?”
“통신도 이상합니다!”
“설마 이게 다 중국 어선이라고?”
“이 짱개 새끼들이 미쳤나?”
족히 8,000척은 되어 보이는 중소형 어선들이 우르르 영해를 넘어오고 있었기 때문.
“바로 출동해서 격침시킬까요?”
“아니, 이건 우리의 손을 떠난 거다.”
“그럼, 설마……?”
“전쟁의 신호탄이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요.”
“혹시 모르니 양자 레이더로 스캔이나 진행해. 망명자들일 수도 있으니.”
경비함의 승조원들은 처음엔 당황했다가, 얼마 후 저게 무슨 의미를 뜻하는지 이해하곤 결연한 자세를 취했다.
“스캔 결과 보고! AI가 조종하는 무인선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중국답지 않은데? 사람이 전혀 없으면 나중에 명분 만들 때 불리할 텐데?”
“물론 사람도 중간중간 타고 있습니다. 가족이 인질로 잡힌 죄수들로 추정됩니다. 무엇보다 저 어선들 안에 생화학 무기가 가득 실려 있습니다.”
“중국답군. SRSF에 지원 요청하도록.”
“이미 AI가 보고를 올렸습니다.”
모두가 아주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대비해 온 것처럼 움직였다.
그렇게 약 1시간 뒤.
번쩍, 번쩍, 콰아아아아.
서해 곳곳에서 거대한 폭발과 섬광이 터졌다.
그렇게 대서사의 첫 단추가 채워졌다.
* * *
원래 명분이란 머릿수 많고 목소리가 크면 유리한 법이다.
서해에서 침몰한 어선 중 절반 이상이 생화학 무기를 가득 담은 맹독충 무인정이고, 그나마 타고 있던 사람들 또한 중범죄자라는 사실은 철저히 조명받지 못했다.
“SR이 기어코 선을 넘었다! 생계를 위해 평화롭게 조업하던 우리 어민들을 무차별 도륙했다!”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냈다.
“미합중국을 비롯한 지구연방 회원국은 만장일치로 중국을 지지하고 SR을 규탄합니다.”
합이라도 미리 맞췄는지 바로 지구연방에서 호응이 왔다.
그리하여 열린 첫 전투는 대리전.
“진격하라! SR에 빼앗긴 동북삼성을 되찾자!”
“배신자 흑룡군벌을 멸하라!”
그동안 영토 수복을 위해 온갖 훈련을 해 왔던 중국 인민해방군이 마침내 진격에 나섰다.
“막아라! 항복하는 순간 우린 다 죽는다!”
“베이징 정부는 지난 민란 당시 내륙에 있던 우리 가족과 형제들을 무참히 살육한 놈들이다!”
“가족들의 복수를 하자!”
이에, 동북삼성에서 괴뢰 정부를 구성하고 있던 흑룡군벌이 대응에 나섰다.
“우리 뒤에는 SR이 있다! 블랙드래곤의 용아병이 있다!”
수적으로 압도적으로 밀리지만 군벌들은 자신 있었다.
그렇게 두 군대의 대리전이 시작됐다.
“우리 러시아도 빼앗긴 극동을 되찾는다!”
“백두산 폭발 배후에 SR이 있다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원수를 갚자! 재해로 희생된 태평양 함대의 복수를 하자!”
이어서 러시아 또한 연해주로 군대를 보냈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육군이 SR의 북쪽과 서쪽을 압박한다.
블랙드래곤의 용아병(블랙드래곤의 가디언즈)과 흑룡군벌들이 고기 방패가 되어 이를 막는다.
흑룡 군벌에서 적지 않은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이는 오히려 SR이 원하는 것.
그렇게 궤멸한 흑룡군벌을 블랙드래곤이 하나둘씩 흡수했다.
한편 전쟁의 방아쇠가 된 서해에서는 중국 해군이 출동했다.
하지만 SR네이비의 AI 잠수함에 의해 3시간도 안 돼 전멸했다.
이렇게 중국과 러시아가 먼저 나서 주니 지구연방도 이제 걸릴 게 없었다.
명분이야 원래도 차고 넘쳤다.
-속보! 지구연방, 기업 국가 세류를 향해 선전포고.
-명분은 지난 대전쟁 배후설과 중국 어민 대학살 그리고 SR의 등급제 통치에 고통받는 총독부 시민들의 해방!
-SR의 V프로그램 파훼 통신탑 보급 완료. 뉴럴 칩 시술자들은 통신탑 인근에서 벗어나지 말 것.
지구 연방군이 지상과 우주에서 움직였고, SR가디언즈 또한 이에 맞섰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전장은 지상도 바다도 아닌 우주였다.
특이점 전쟁에서 제우권은 곧 제공권이자 제해권이니까.
-지구연방 우주군, SR의 제1월면 도시 서라벌로 출격!
인류 최초의 대규모 우주함 대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