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73
제72화
강설은 쟈마드에게 보호를 받으며 긴 통로를 내려갔다.
치이이…
트드드드드…
뾰족하게 튀어나온 지형이나 돌들은 쟈마드의 가죽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하고 그들의 침입을 허용했다.
“없어! 벽이 없어!”
“좋군, 이대로 내려가자.”
카렌과 쟈마드는 이번 기회를 잡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음을 기억하고 각오를 다잡았다.
슬슬, 긴 통로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떨어진다!”
“꽉 잡아!”
쒜에엑…
마침내, 통로를 빠져나오자 공허함이 찾아왔다.
“엥? 무….”
푸화아아악-!
‘물?’
강설은 이만한 규모의 지저호가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떨어진 충격으로 꽤 밑으로 꺼졌지만, 쟈마드가 그의 손을 잡아끌어 위로 올렸다.
“푸하악!”
“켁… 케엑… 호수라니.”
“다들 무사한 듯하니 일단 나가자고.”
철그럭, 철그럭.
카렌이 갑옷에 들어간 물을 빼며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일행은 지저호에서 벗어났다.
“호수 중앙에 떨어졌으면 빠져나오는 것도 한세월이었겠네.”
“이곳에서 뻗어 나온 지하수가 협곡 전체로 흩어지는 건가?”
“뭐,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니까.”
“호수로 떨어져서 다행이야. 다치진 않았으니.”
“천장이 엄청 높네? 공동의 규모가 상당한가 봐.”
카렌의 말대로였다.
강설은 그들이 있는 공간을 돌아보며 지형을 확인했다.
울퉁불퉁 솟은 종유석 기둥과 단단하고 미끌미끌한 지반.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공동.
강설은 정확한 확인을 위해 망토의 불거진 부분을 건드렸다.
툭.
[벤타의 장막이 발동합니다.]
후아아아앙…
[주변이 밝아집니다.]
“윽, 눈부셔!”
– 카렌 ㅋㅋㅋ
– *_* 내 눈!
– 카일병님, 근무 나가실 시간입니다.
“내 앞으로 와, 조금 나을 거야.”
“하, 한결 낫네. 만물상도 아니고 특이한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있구나?”
“그간 노력한 결과지.”
“부정은 안 할게. 좋네, 잘 보여. 음….”
카렌이 빛으로 환해진 주변을 보며 말했다.
“온통 거미줄이야. 저거 보여?”
“천장?”
“응, 구멍이 천장에 뚫린 이유가 있었구나. 저기까지 거미줄을 타고 가서 구멍을 뚫은 거야.”
그때, 잠잠하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녀의 마지막 자손’의 주요 내용이 변경됩니다.]
[‘그녀의 마지막 자손’이 ‘협곡 밑의 포식자’으로 변경됩니다.]
모험 11-1. ‘협곡 밑의 포식자’
드디어 길고 긴 수색 끝에, 거미의 흔적을 잡았습니다. 당신은 그늘 협곡의 포식자인 쿠파를 피해 협곡의 또 다른 포식자인 거미의 본거지까지 추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넓은 공동에 주인이 없을 리 없습니다.
당신은 이곳의 주인을 밝혀내고, 길었던 추격을 끝내야 합니다.
단, 이곳의 주인이 당신을 환영할 리는 없을 겁니다.
목표 : 아나킨드리아의 마지막 자손 정혈 획득.
목표 달성 실패 시 하문의 호감도 하락 및 홍련검의 재연마 실패.
현재 남은 시간 「71 : 59」
강설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맞게 찾아왔어!’
모험 내용이 변경되었다는 건, 강설이 옳게 가고 있다는 증거나 다름없었다.
쟈마드가 물었다.
“어쩔 거냐?”
“어?”
“마지막 자손인지 뭔지, 커다란 새가 잡아갔잖아.”
“아니, 아마도 그건 자손이 아닌 것 같아.”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
“거미가 커다랗긴 했지만, 이만한 공동을 혼자서 독차지하고 있는 건 말이 안 돼. 거기다 천장과 벽에 온통 거미줄인데 혼자서 이 많은 거미줄을 지었을 리가 없어.”
“동감이다. 집이 이만큼 거대하면, 주인도 그만큼 커다래야지. 아마, 놈은 하수인일 거다.”
카렌이 둘의 대화를 들으며 재촉했다.
“결론은 앞으로 가야 한다는 거지?”
“그래, 가자.”
그때, 어디선가 속삭임이 들려왔다.
실바람처럼 가벼운 목소리였다.
– 가까이 와라… 가까이…
강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둘에게 물었다.
“누가 말했어?”
“아니?”
“난 아니다.”
“방금 말소리가 들렸는데….”
“무슨 말소리?”
“아닌가… 일단 가자.”
카렌이 발걸음을 옮기는 강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애들이나 할 법한 장난을 걸어왔다.
“워!”
“…뭐 해?”
“안 놀라네.”
“장난치지 마.”
“장난이 아니라, 확인한 거야.”
“확인?”
“아까 말소리가 들렸다며, 뭐라고 했어?”
“가까이 오라고, 가까이.”
“음….”
셋의 시선이 교차했다.
판데아에서 구르고 구른 셋이다.
이쯤 되면 모두 눈치채야 했다.
“정신 마법.”
“정신 조작까지 사용한다고?”
“골치 아프겠네.”
카렌이 가슴 정중앙을 두들기며 말했다.
“나만 믿어. 난 정신 마법 같은 건….”
“정신 조작 저항? 그건 봉인된 상태잖아.”
“이런….”
쟈마드가 천천히 앞으로 향하며 일행에게 경고했다.
“근처에 적이 없는 걸 보니, 아주 먼 거리에서 정신 공격을 한 것 같은데 이 정도면 꽤 수준이 높다고 봐야겠지.”
“정신 마법만 정통한 거라면 좋겠지만, 상대가 거미라는 점. 다들 기억하지?”
“기억한다. 여덟 개의 다리에 여덟 개의 눈. 일반적인 거미는 그렇지.”
“이런 곳에 터를 잡았으니 덩치도 클 거고, 우리 다리를 다 합쳐도 상대가 안 되네.”
“주의하면서 가자고.”
벤타의 장막이 주변을 환하게 했기에 강설 일행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찐득한 거미줄이 사방에 깔려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오래된 마차, 희귀한 문양의 그릇과 잡동사니들도 거미줄에 엉켜 나뒹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백골들까지.
“많이도 잡아먹었군.”
“…그러게.”
강설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희생자들의 최후를 목격하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키리도 여기 있는 걸까?’
키리가 허무하게 목숨을 잃은 것도 10년은 더 된 일이었으니 어쩌면 저기 뒹굴고 있는 백골 중 하나일 수 있었다.
툭.
강설이 뒹구는 백골의 해골을 들고 양쪽 눈이 있던 자리에 파인 시커먼 구멍을 바라보았다.
너도 언젠가 이런 결말을 맞이할 거야. 이렇게 되고 싶진 않았는데….
끔찍한 메아리가 자꾸만 연상되었다.
휙휙.
강설은 머리를 흔들며 해골을 한쪽 구석으로 치웠다.
그런 강설의 귓가로 예의 속삭임이 다시 한번 전해져왔다.
– 가까이 와라, 아이야… 불의 은총을 입어라…
까드득…
강설이 눈살을 찌푸렸다.
스윽-
앞서 걷던 카렌이 강설의 앞을 한쪽 팔을 수평으로 펼쳐 막았다.
“멈춰.”
어느샌가 쟈마드가 강설의 뒤에 와 있었다.
그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강설이 천장을 비롯하여 모든 공간을 눈으로 훑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붉은 동그라미.
키이이이-!
모두, 거미의 눈이었다.
소름이 끼치는 다리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데도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으니, 그 광경이 더 혐오감을 조성했다.
– 불의 삶을 위해… 네 살을 바쳐라…
“시끄러워.”
강설이 그의 소환수들에게 말했다.
“전부 죽여.”
키이이이이이-!
쿠파가 들고 사라졌던 거미와 비슷한 크기의 거미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쟈마드가 바위 갑옷을 사용합니다.]
[산의 주먹의 특수 효과가 발동합니다.]
[스노우맨이 바위 갑옷의 효과를 받습니다.]
일단, 쟈마드는 강설의 몸과 그의 몸을 바위로 둘러싸 거미로부터 보호했다.
후우웅-!
콰직!
가볍게 휘두른 일격에 거미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경험치가 적립됩니다.]
[유황 거미를 처치했습니다.]
치이익…
유황 거미의 피가 닿았던 자리가 조금 파였다.
“피에서 유황 냄새가 난다, 조심해라. 요정!”
팟-!
카렌은 이미 거미 몇 마리를 처치한 후, 또 다른 거미의 머리를 걷어차고 있었다.
푸화악-!
[경험치가 적립됩니다.]
[유황 거미를 처치했습니다.]
“카하하! 장난하는 거냐고! 이게 다야?”
찌이익-!
카렌의 오른쪽 어깨 갑옷이, 수많은 거미 중 하나가 뿜어낸 거미줄에 노출되었다.
“흐압!”
카렌은 거미줄이 심상치 않은 강도라는 걸 느끼고 몸을 회전했다.
휘이익-!
그 커다란 거미가 공중으로 붕 떠올라 머리부터 추락했다.
파지익…
키이익!
콰직!
[경험치가 적립됩니다.]
[유황 거미를 처치했습니다.]
“뜨거운 거 좋아해? 나도 마찬가지야!”
온통 회색 일색의 카렌.
재가 되어버린 그녀의 모습에서 딱 하나 타오르는 게 있다면 그녀의 눈동자였다.
붉은 눈동자가 열기로 번들거렸다.
“거미는 전부 죽여줄게!”
콰직!
[경험치가 적립됩니다.]
[유황 거미를 처치했습니다.]
쟈마드가 뒤편에서 마차 바퀴를 휘둘렀다.
후웅-!
푸화악-!
치이익!
쿵! 쿠우웅!
[경험치가 적립됩니다.]
[유황 거미를 처치했습니다.]
키… 키이익!
거미들이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강설의 귓가에 계속해서 속삭임이 전해졌다.
– 저항하지 마라… 불을 받아들여라…
“어이. 듣고 있지?”
– …….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곧 가니까.”
강설이 위험에 노출될 것 같으면, 카렌과 쟈마드가 나서 거미를 으깨버렸다.
그 많던 거미들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키이이이!
한 거미가 울며 뒤돌아 도망치자, 다른 거미들도 따라 울며 그 거미를 따라 도망쳤다.
“쫓을까?”
“아니, 뭐가 숨어있을지 모르니까 천천히 움직이자.”
“뭐, 그러든지.”
바닥은 거미들의 피로 흥건했다.
“이걸 피라고 해야 할지 유황이라고 해야 할지….”
“성가시긴 하다만, 굳이 문제 될 건 없다.”
강설은 미리 가져온 병 중 하나에 거미의 사체에서 쏟아지는 피를 담아 보았다.
[유황 거미의 피를 얻었습니다.]
‘역시나.’
이 거미들은 아나킨드리아의 자손이 아니었다. 그 아종이거나 아예 다른 종이거나.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네.”
“스노우맨, 여길 봐라.”
공동엔 거미줄만 있는 게 아니었다. 거미줄로 칭칭 감긴 고치도 점차 등장했다.
“고치?”
“안에 뭔가 있다.”
“…거미 아닐까?”
“아니, 아무래도 거미에게 먹이가 된 자 같다.”
그렇게 말하며 쟈마드가 부서진 나무 조각을 휘저어 고치를 찢었다.
찌이익-
“끔찍해라.”
카렌이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에는 거미에게 체액이 다 빨린 채 미라가 된 시체가 있었다.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있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키리 또한 저런 죽음을 맞이했을 거란 생각에 강설은 점차 분노했다.
“가자, 거미든 뭐든 전부 끝내야지.”
쟈마드가 카렌에게 물었다.
“검을 못 뽑아도 괜찮은 거냐?”
“그래서 말인데, 미리 뽑아두는 건 괜찮지 않을까?”
“휘두를 수는 있고?”
“…그 말이 맞네. 하던 대로 때려 부수지, 뭘.”
카렌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사실 그녀의 상태는 심각한 상태였다. 마음에 빗장이 잠긴 것처럼 누군가를 위해 검을 뽑지도, 휘두르지도 못하니 그녀도 속으로는 괴로울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으니, 지켜봐야겠지.’
지켜보는 것.
강설이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
저벅. 저벅.
공동의 통로가 점차 확장했다.
이 안에 거대한 존재가 있다는 듯이, 계속해서.
“주인. 아무래도….”
우뚝.
카렌이 발걸음을 멈추자, 일행도 따라 정지했다.
“여긴 것 같은데?”
용의 둥지라고 착각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
사방에 가득한 거미줄과 고치.
특히나 고치가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잔뜩 쌓여있는 것이 강설의 심기를 어지럽게 했다.
키이이이이…
– 후후… 제 발로 여기까지 오다니… 재밌는 아이구나. 나는 아타락이다. 아나킨드리아, 그녀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자손이지.
강설은 고개를 들어 넓은 공간을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거대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의 거미가 사선으로 짜인 거미줄에 매달려 있었다.
통찰안이 그녀의 정보를 눈앞에 가득 채웠다.
[아타락 : 아나킨드리아의 마지막 자손]
등급 : 영웅
추정 레벨 : 18~30
고대의 불거미 여왕, 아나킨드리아.
한때 세상 모든 이들이 그녀의 존재를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사라졌고 이제는 그녀의 전설 또한 잊혔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피를 이어받은 새로운 여왕 거미가 모습을 드러내니 그녀의 이름은 아타락입니다.
기본 능력 : [물기 2], [신경독 주입 3], [거미의 속삭임 2], [달콤한 꿈 1], [거미줄 폭탄 1], [지속 : 집 지키기 1], [지속 : 움직임 포착 1]
특수 능력 : [유황 포화 1]
‘영웅 등급….’
강설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아타락은 예상대로 평범한 상대가 아니었다.
키이이…
– 먹이와 대화를 나누는 건 생소한 경험이지만… 내 입맛을 돋우었으니 기회를 주마… 아이야.
키이이이…
–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너희로는 만족할 수 없어. 더… 더 많은 먹이를 협곡으로 데려오너라.
“대가는?”
키이이…
– 불의 은총을 내려주마.
강설의 눈앞에 선택지가 떠올랐다.
[당신은 거대한 여왕 거미, 아타락을 마주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당신을 잡아먹는 대신 불쾌한 제안을 해왔습니다.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1. 불의 은총이란 게 뭡니까?
2. 그것이 무엇이든, 받아들이겠습니다. 새로운 불의 여왕이여.
3. 아나킨드리아는 죽은 겁니까?
4. 제가 해야 할 일을 정확히 말씀해주십시오.
5. 다른 제안은 없습니까?
……
이런 제안은 꽤 신선했기에, 평소라면 강설도 꽤 신중에 신중을 기해 대답했을 것이다.
그는 대답을 미루고 주위를 빙 둘러보았다.
수많은 고치.
수많은 목숨이 여기서 사라졌다. 그의 말 키리 또한.
그러니, 타협은 없다.
강설이 아타락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제안은 거절한다. 이제 거기서 떨어질 준비나 해.”
아타락이 분노로 몸을 떨었다.
키이이이이-!
– 저 작은 놈들을 모조리 죽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