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1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001화
Prologue
“야, 너 왜 축구 안 해?”
어린 시절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축구, 농구, 야구.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공놀이들에서, 난 한 번도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핸드볼 선수셨던 아버지.
올림픽 효자종목이란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비인기 종목으로 늘 찬밥 신세라, 고생하신 것에 비해서는 돈을 많이 벌지도. 그렇다고 유명해지시지도 못했다.
“우주야. 너 설마, 핸드볼이 좋은 거니?”
체육 시간에도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전화를 선생님으로부터 받으셨던 날, 아버지는 설마 하시며 나를 핸드볼 경기장으로 데려갔다.
텅 비어있던 체육관에서 아버지는 내 손에 공을 쥐여주셨고, 그걸 골대로 던져보라고 했다.
그런데, 난 그냥 볼을 놓아버렸다.
“아들? 어디 가?”
“재미없어요.”
“아들!”
아버지는 내가 핏줄을 이어받아 핸드볼을 하게 될 운명이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아니었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어지간한 구기종목은 물론이고 수영/태권도/육상 등. 아버지의 대학 선·후배들이 트레이너로 있는 곳에서 잠깐씩 시간을 보냈다.
말 그대로 잠깐.
수영은 발을 담그자마자 포기했고, 태권도장 안에서는 도복을 갖춰 입기도 전에 하기 싫다며 나가자고 떼를 썼다. 그나마 달리기는 좀 했지만, 전문적으로 배울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3년에 걸쳐 노력한 아버지도 마침내 지치시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따로 재능이 있을 거라며 무리해서 운동을 시키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팡.
팡.
“…….”
하굣길을 달리해 걷던 나의 눈을 사로잡은 어떤 풍경이 펼쳐졌다.
“으아- 놓쳤다!”
“그걸 못 잡으면 어떻게 해?”
“쏘리, 쏘리-!”
모자에서 신발까지 전부 새하얗게 맞춰 입은 어떤 어른이 달려오는 것을 보며, 나는 살짝 벌어진 철조망 틈에 끼어 있던 주먹 정도 되는 크기의 구체로 손을 뻗었다.
“꼬마야, 그거 좀 위로 던져줄래?”
“…….”
“꼬마야?”
나는 지금도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촉감.
그날의 날씨, 공기, 냄새.
하늘의 색과 심지어 구름의 모양, 위치까지.
쥐고 있던 물체를 뚫어지라 바라보던 나를 달려온 아저씨는 이상한 듯이 쳐다봤고, 고개를 들어 올린 나는 씨익 하고 웃으며 철조망이 쳐진 담장 위로 힘껏 집어 던졌다.
“어? 어?”
고개를 잔뜩 위로 젖힌 아저씨가 당황했고, 나는 곧장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이렇게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어? 뭐?”
그러곤 그 길로 곧장 집으로 내달렸다.
큰길을 지나고, 골목을 뛰었다.
그 날따라 유독 느리게 움직였던 엘리베이터를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던 때, 종종 마주치고 했던 옆집 아주머니가 그런 날 보고는 화장실이 가고 싶은 거냐고 물었다.
“아뇨.”
“아니라고?”
“네. 저, 하고 싶은 게 생겼어요!”
“응? 그게 무슨…… 소리니?”
“히-”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아주머니는 무척 당황하셨던 것 같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는데도, 탈 생각도 하지 못하시고 멍하니 날 바라보기만 했다.
곧바로 집이 있는 층수를 누른 나는 다시 허리를 꾸벅 숙이며 외쳤다.
“안녕히 계세요-!”
참으로 재미있는 건, 그때 그 인사가 정말 사실이 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뒤, 나는 다시 부리나케 달렸다. 복도식 아파트를 가로지르며, 집 앞에 도착한 나는 벨을 손가락으로 몇 번이나 누르며 소리를 질렀다.
“엄마-! 엄마아-!”
머지않아 문이 열렸고, 내게 무슨 일이 생긴 줄로만 아셨던 어머니는 놀란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왜? 무슨 일이야?”
“엄마!”
“어?”
“나…….”
“응?”
“테니스 할래!”
“?!”
과거의 여러 날과 마찬가지로, 그날 역시 잊을 수 없다.
퇴근한 아버지의 앞에서 난 똑같이 말했다.
“테니스를 해? 우주 네가?”
어머니보다도 더 깜짝 놀란 아버지는 입을 살짝 벌린 채로 한참을 날 바라보셨다.
“다시 말해봐, 우주야. 진짜, 테니스 하고 싶어?”
“네.”
“……왜?”
“음- 그게…….”
어째서인지는 지금도 정확히 얘기할 수 없다.
아니,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
테니스 코트 위.
몇 번째인지 세기도 힘든 우승 인터뷰 자리에서 테니스를 하게 된 이유에 관해 질문을 받게 된 나는, 지난날을 떠올리며 내가 코트에 발을 내딛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저기, 우주 씨?”
“아, 네. 제가 테니스를 하게 된 이유요?”
“네. 벌써 수백 번도 더 받은 질문이시겠지만, 늘 그때마다 모르겠다고 이야기하셨죠. 하지만 오늘이라면. 오늘의 이 특별한 우승이라면, 대답하실 준비가 되지 않으셨을까 해서요.”
“하하. 네. 그렇네요.”
“그럼?”
내가 테니스를 하게 된 이유.
그건 그날.
그러니까, 처음 테니스공을 손에 쥐었던 날.
“사랑에 빠졌거든요. 첫 만남에서.”
지금은 지긋지긋한 원수처럼 느껴지는 이 녀석에게 첫눈에 반해 버렸기 때문이다.
환호하는 사람들 아래로, 난 손을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