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133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133화
윔블던 (11) – 눈과 눈의 싸움
【“게임, 페더러. 퍼스트 게임.”】
.
.
▷ SET 1
1 : 로저 페더러
0 : 신우주
첫 번째 게임이 끝났다.
내가 얻은 포인트는 SABR로 따낸 게 전부였다.
벤치를 향해 걷는 내내, 두근거렸다.
로저 페더러 선수의 서브 게임을 처음 경험했으니까.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
(김정배) – JTBS 해설
“역시 로저 페더러라는 말밖에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본인의 기술로 첫 포인트를 허락했다면 조금은 흔들릴 법도 한데, 냉정하게 이후 게임을 풀어나갔거든요.”
.
사람들은 로저 페더러 선수의 장점을 묻는 말에 선뜻 하나를 따서 대답하지 못한다.
노박 조코비치 하면 [“완벽한 베이스 라이너.”], 라파엘 나달이라고 하면 [“클레이코트의 황제.”]라는 표현이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이제 사람들은 로저 페더러 선수가 [“모든 것을 전부 잘한다.”]라고 대답한다.
올바른 표현이긴 했지만, 로저 페더러 선수를 오랫동안 알았던 분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서브.”]라고 이야기한다.
벤치에 앉자마자, 난 잠시 플레이어 박스를 돌아봤다.
그러곤 입 모양으로 보셨냐고 했다.
구질과 코스 또 목적까지 전부 달랐던 로저 페더러 선수의 퍼스트 서브는 전부 똑같은 위치, 똑같은 높이에서 라켓과 볼의 충돌이 일어났다.
리턴을 하나도 할 수 없었던 이유다.
예측 자체가 불가능했으니까.
처음엔 백핸드 방향을 염두에 두었다.
그런데 세 번 연속 포핸드 쪽으로 서브가 오더니, 40-15에서의 마지막 서브만 백핸드 방향으로 왔다.
동일한 토스.
동일한 바디 포지션.
동일한 스윙 궤적.
서브 자체는 120~125마일(약 193.1~201.2㎞/h)로 분명 빠른 편은 아닌데, 체감되는 속도는 135마일이나 그 이상이었다.
매치 동안에 적응할 수 있을까?
솔직히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어떻게든 해보려고 한다.
꼭 제대로 된 리턴을 해보겠다.
【“타임, 플레이어 레디.”】
매치를 재개하는 심판의 콜(Call)과 함께, 팬분들이 박수를 보내어 왔다.
센터 코트의 천장은 여전히 닫혀 있고, 그래서인지 꼭 오페라하우스 내에서 박수가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공기의 울림이 꽤 오랫동안 여운으로 이어졌다.
【“서브, 우주.”】
나는 아직 로저 페더러 선수만큼은 할 수 없다.
토스도 또 다른 부분도, 서브마다 달라진다.
그것이 부끄럽진 않다.
모든 선수가 그러니까.
로저 페더러 선수가 특별한 거다.
통, 통, 통.
통, 통, 통.
리턴 게임의 시작을 SABR로 했던 것처럼, 서브 게임의 시작도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으로 하려고 한다.
왼손에 쥐고 있던 공을 살포시 위로 던진다.
방향은 11시.
뒤이어 스윙을 가져갔다.
탕!
.
탕.
말도 안 돼.
이걸 받았어?
금방 내가 선택한 서브는 앨리라인을 바라보고 슬라이스로 볼을 더 멀리 튕겨 보내는 것이었다.
손에서 느껴지는 타격감도 좋았고 눈으로 좇는 궤적도 잘 들어간 서브라는 것을 보여줬는데, 페더러 선수는 옆으로 스텝을 밟으며 가볍게 내 서브를 받아냈다.
약간 슬라이스되어 백핸드 방향으로 넘어온 리턴을 백핸드 크로스로 받아쳐 보지만, 샷은 그대로 멀리 벗어나 버린다.
“아웃!!”
.
【“러브, 피프틴.”】
이런.
안 된다.
로저 페더러 선수가 리턴을 해냈다는 것에 놀라, 그다음 샷을 가져갈 때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평소처럼, 샷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야 한다.
이번엔 지금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거다.
통, 통, 통.
통, 통, 통.
“으아-!”
타앙-!
힘차게 그런팅(Grunting)하며, 서비스라인 방향으로 서브를 보냈다.
마찬가지로, 페더러 선수는 리턴을 해냈다.
탕.
아까도 또 지금도, 자세는 무너졌지만 리턴 자체는 굉장히 깊은 곳으로 잘 떨어졌다.
특히 지금은 센터마크 쪽으로 오고 있다.
이러면 난 뒤로 물러나야 한다.
스트로크를 강하게 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난 재빨리 그립을 고쳤다.
플랫(Flat) 서브를 보낼 때 쥐었던 콘티넨털 그립에서 평소의 풀 웨스턴으로 바꿨다.
하프발리가 아닌 제대로 된 포핸드를 가져가기 위해서인데, 와이퍼(Wiper) 스윙을 가져가면 조금은 더 강하고 멀리 떨어지는 샷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탕!
잔뜩 톱 스핀이 걸려 네트를 넘는 볼.
만족스럽진 않았으나, 리턴이 워낙에 잘 들어왔기에 최선인 샷이라고 생각했다.
이젠, 로저 페더러 선수의 스트로크를 받을 차례다.
2000년대 가장 완벽한 샷으로 불리는 포핸드를.
탕!
.
.
탕!
분명히 내 서브 게임이었는데, 로저 페더러 선수가 포핸드를 가져간 순간부터 공수(攻守)가 바뀌었다.
천장이 닫혀 있기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볼이 스트링에 닿을 때마다 나는 소리도 기존에 듣던 포핸드와는 달랐다.
어딘지 모르게 경쾌했고.
그리고 또렷했다.
마치, 샷을 받아낼 때마다 느껴지는 로저 페더러 선수의 강한 자신감이 소리로도 전달되는 것 같았다.
탁.
“아….”
짝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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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 워커) – Wimbledon TV 코멘테이터
“러브, 써티. 인상적이었던 출발 이후에 고전하고 있군요. 뭐, 지금까지의 전적을 보면 무리도 아니긴 합니다. 로저 페더러는 최소한 신인들에겐 노박 조코비치보다도 더 가혹한 선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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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튼 휴잇) – BBC 해설
“일반적으로 테니스 선수가 10종류의 서브와 스트로크, 그리고 20종류의 콤비네이션을 갖고 있다면, 로저 페더러는 정확히 그 두 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매우 똑같은 자세에서 처리해 냅니다.”
(사만다 스미스) – BBC 코멘테이터
“로저 페더러를 처음 만나는 선수들도 바로 그런 부분 때문에 고전했죠.”
(레이튼 휴잇)
“테니스는 눈이 가장 중요한 종목입니다. 수없이 많은 서브 혹은 스트로크를 소화하며, 눈에 익숙해진 것들이 생기게 되죠. 거기에서 얻은 정보에 몸이 반응합니다. 그런데 로저 페더러처럼 자세의 변화가 거의 없는 선수라면, 상대하는 쪽에선 체득한 것들을 활용할 수 없게 됩니다.”
.
아- 아깝다.
지금은 충분히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코트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번 퀸스 클럽 때와 마찬가지로, 이곳 센터 코트의 베이스라인 부근도 잔디가 사라지며 맨땅이 드러나 있다.
생각보다 볼이 살짝 높게 튀었다.
“후우-”
하지만 그것은 핑계가 될 수 없다.
어차피 사정은 같으니까.
잠시 뒤로 물러나 수건으로 땀을 닦은 후, 다시 듀스(Deuce)코트로 들어섰다.
얼마나 실점한 거지?
여섯 번 연속인가?
앤디 머리 선수를 만났을 때도 여섯 번 연속으로 실점한 적은 없었는데, 매치가 시작되자마자 정말 사정없이 밀려나고 있다.
그래도, 조금 전 랠리는 즐거웠다.
포핸드를 주고받았을 때의 속도.
점점 빨라지는 게 좋았다.
그리고 점점 압박감이 커진 것도 재미있었다.
어떻게 포핸드만으로 그것이 가능한 걸까?
분명 나는 일정한 템포로 랠리를 가져가고 싶었는데, 로저 페더러는 선수는 아첼레란도(Accelerando/점점 빠르게)를 가져가 나를 스트린젠도(Stringendo/점점 서두르며)로 만들었다.
서두르다 보니 마음이 쫓겨 코트의 사정을 신경 쓸 수 없었고, 결국 그게 이번 실점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어떻게든 득점을 올리고 싶다.
일방적으로 밀리는 건 싫다.
로저 페더러 선수가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건 정말로 싫다.
통, 통, 통.
통, 통, 통.
볼을 튕기면서, 서브를 정했다.
가장 강하게 쳐보려고 한다.
“으아-!!”
타앙-!!
네트를 넘어가는 볼.
서브는 라인 안쪽에 떨어졌다.
* * *
【“피프틴, 써티.”】
“와아아-!!”
“휘익!!”
“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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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T 1
3 : 로저 페더러
0 : 신우주
로저 페더러의 그림 같았던 백핸드 위너가 윔블던 센터 코트 팬들의 환호성을 끌어냈다.
테니스 황제가 보여주는 품격 있는 쇼(Show)에 관중들은 열광하고 있지만, 신우주의 플레이어 박스 쪽은 그렇지 못했다.
“젠장. 확실히 오늘 뽕알이가 좀 이상하다니까?”
“그야 페더러가 상대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고.”
“?”
“안드레이! 너는 느끼고 있지?”
“…그래.”
앞쪽으로 살짝 몸을 빼고 있던 안드레이 시미치가 씁쓸해하며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그 역시, 오늘 신우주의 상태를 염려했다.
컨디션이나 부상 문제 때문은 아니었다.
신경 쓰이는 건, 멘탈적인 부분이다.
“평소의 테니스를 전혀 못 하고 있어.”
오늘 신우주는 ‘테니스 선수’가 아닌 ‘로저 페더러의 팬’으로서 매치에 임하고 있다.
네트 너머의 상대를 적(敵)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보니, 공격해 득점해야 한다는 요소가 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서브도 또 그라운드 스트로크도 승리를 위한 것이라기보단, 동경해온 상대에게 칭찬을 받아보려는 일종의 보여주기식 몸부림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된다면 승리는 고사하고, 우상으로 여겨온 이에게도 실망감만을 안겨다 줄 것이다.
문제는 이를 전달할 방법이 없다는 것.
테니스는 게임 중 코칭이 불가능하다.
“우주가 긴장하지 않는 부분에만 집착했어.”
“그야, 쟤가 워낙 이상했으니까.”
“센터 코트로 와선 괜찮아 보였지. 나는 우주가 평소대로 매치에 나설 거라고 믿었어. 이번에도 내 실수야. 조금 더 우주를 의심하고, 정신을 차리게 했었어야만 해.”
금방 안드레이가 말한 부분은 매우 중요했다.
톱 레벨 선수를 맡으려면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스스로 톱 레벨의 선수였던 적이 없고, 선수 경험 자체도 부족하다는 한계가 또 한 번 소년의 발목을 붙잡고 말았다.
만약 현역 시절에 톱 레벨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는 테니스 코치였다면, 소년의 심리 상태를 단번에 파악하곤 정신을 차리도록 따끔한 한마디를 전달했을 것이다.
과거의 로저 페더러도 이와 같은 이유로, 피터 카터(Peter Carter)가 아닌 페테르 룬드그렌(Peter Lundgren)을 택했다.
로저 페더러 스스로 [“나의 진정한 첫 번째 코치.”]라고 말한 피터 카터는 좋은 스승이자 또 좋은 친구였지만, 톱 레벨의 경쟁 단계에선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었다.
와일드카드로 나선 1998년 바젤 오픈에서 안드레 애거시에게 처참히 패배해야 했던 것도, 피터 카터가 할 수 있는 가르침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기랄. 내가 우주를 망치고 있어.”
“안드레이….”
“뭘 거기까지 말하고 그래.”
“진심이야. 그리고 또 사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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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페더러. 네 번째 게임.”】
.
“….”
“….”
연이어 네 개의 게임 포인트가 로저 페더러에게 넘어간 지금, TNU의 침묵은 한층 더 깊어진다.
그런데 그때.
“우주!!”
“응?”
플레이어 박스 반대편, 로열 박스에 앉아 있던 데니스 포포비치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치기 시작했다.
“여긴 윔블던이야!! 소풍 온 거야?!”
【“거기, 진정해 주세요.”】
“오늘처럼 네가 실망스러웠던 적은 없구나!!”
【“한 번만 더 소리치면, 퇴장 조치하겠습니다.”】
“할 테면 해!!”
【“경비원.”】
경기 진행 관계자와 이야기를 끝낸 주심이 경비원을 로열 박스로 보내 데니스 포포비치를 끌고 나갔다.
뜻밖에 일어난 소란에 관중석은 잠시 술렁였고, 매치를 다시 진행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쪽을 멍하니 보고 있는 신우주.
곧, 소년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졌다.
* * *
▷ SET 1
5 : 로저 페더러
0 : 신우주
(롭 워커)
“이 재능 넘치는 친구도, 어쩔 수 없는 것 같군요. 페더러의 벽은 너무 높게 느껴집니다.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기도 했죠.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들이 어린 나이 때 전부 같은 일을 겪었으니까요. 하지만, 윔블던의 센터 코트에서 이런다는 건 본인에게도 실망스러울 겁니다.”
.
지금 난, 나에게 너무 실망했다.
내가 바보였다.
멍청이 같으니.
벤치에 앉아, 수건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러곤 손으로 얼굴을 꾹 눌렀다.
눈물이 났다.
대체 왜 그랬지?
나는 내 테니스를 해야 했다.
그런데, 재롱만 잔뜩 부렸다.
그게 너무 부끄럽고, 또 그것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하게 했다는 게 참을 수 없을 만큼 괴로웠다.
진짜로 지금까지 뭘 한 거람?
오늘의 난 0점이다.
수건을 걷고, 천장을 바라본다.
.
(사만다 스미스)
“울었나요? 패기 넘치는 도전자도 결국은 15살 소년이라는 게 이런 부분에서 느껴지는군요. 지금까지의 상황에 크게 좌절한 것 같습니다. 단 14분 만에 세트 포인트를 내어줄 위기에 몰렸죠. 상대가 강한 것도 있지만, 오늘 이 소년도 분명 무기력합니다. 많은 주목이 쏟아지고 있고, 또 현재 열리는 유일한 윔블던 매치인데 팬들에게도 지금의 전개는 뜻밖이자 실망스러운 상황일 겁니다.”
(레이튼 휴잇)
“울었던 것 같습니다. 감정적으로 무너져버린 것 같군요. 저런 식으로라면 로저 페더러는 더더욱 이길 수 없습니다. 어쩌면, 우주는 본인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오늘 패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늘 빵을 구워왔는데, 오늘은 자신이 구워질 수도 있어요. 안타깝군요. 분명 이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친굽니다.”
.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부터 생각했다.
윔블던의 센터 코트.
대회의 역사를 모두 기록해 두는 기록실.
위대한 선수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
이곳에서, 난 압도를 당했었다.
【“타임, 플레이어 레디.”】
계속해서 천장을 바라보다, 라켓과 수건을 챙기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코트 위로 박수가 쏟아졌지만, 지금은 아까와 느껴지는 게 완전히 달랐다.
팬들은 날 동정하고 있다.
그래.
이건 동정의 박수다.
짝짝짝짝-
투어에 뛰어든 후 처음으로, 이 손뼉 소리가 듣기 싫어졌다.
.
(송민희) – JTBS 캐스터
“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힘이 되어주고 싶은 정도입니다. 하지만 신우주 선수.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럴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거든요.”
(이형택) – JTBS 해설
“그렇습니다. 그래도 지난번 로저 페더러의 서브 게임에서 처음으로 써티 포인트까지 갔지 않습니까? 조금씩이지만 분명 나아지고 있으니까, 이번 서브 게임부터 포인트를 쌓았으면 합니다.”
(송민희)
“세트 포인트 게임에서 신우주의 서브.”
.
난 이곳에 무엇 때문에 왔을까?
어째서 코트에 있는 걸까?
누군가를 실망하게 하려고?
아니.
그건 절대로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사랑하는 이들을 기쁘게 만들기 위해?
그들이 웃는 모습을 보려고?
아니.
미안하지만, 그것 또한 아니었다.
내가 윔블던까지 오게 된 것.
그리고 코트에 있는 것.
그것 모두, 내가 테니스를 너무나도 좋아하고 테니스가 나를 행복하다고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거면 된 거다.
그거면.
“후우-”
숨을 길게 내어 쉬고, 허리를 살짝 굽히며 왼손에 든 볼을 코트에 튕긴다.
통, 통, 통.
통, 통, 통.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인사도 하지 않았다.
안녕?
늦었지만, 반가워.
짧게 건넨 인사 뒤에 나는 바로 볼을 토스했고, 몸이 이끄는 대로 스윙을 가져갔다.
방향은 본능에 맡겼다.
“으아-!!”
타앙-!!
【“피프틴, 러브.”】
.
(송민희)
“바로 저거죠! 에이습니다! 오늘 본인의 서브 게임에서 처음으로 앞서 나가면서 출발합니다.”
.
지금 눈앞에 있는 상대는 내가 존경하는 분이다.
로저 페더러.
세계 최고의 선수.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최소한 내겐 로저 페더러 선수가 노박 조코비치 선수는 물론이고 역대 어떤 테니스 선수를 데려오더라도 더 위대한 선수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코트 밖이나 연습 때 만난 거라면 또 모르지만, 지금은 내가 꺾고 올라서야만 하는 상대에 불과하다.
그것 외에는 생각하지 않겠다.
인정을 받는 것 따위.
통, 통, 통.
개나 줘버리라지.
통, 통, 통.
나는 볼을 다시 토스했다.
“으아-!!”
타앙-!
백핸드 방향으로 들어간 서브를 상대가 여유 있게 받아냈다.
줄곧 느꼈지만, 리턴을 참 쉽게 했다.
듀스코트의 살짝 구석진 곳으로 향해지는 리턴을 쫓아간 뒤, 포핸드 크로스를 가져갔다.
탕!
.
탕!
다시 같은 방향으로 넘어오는 볼.
난 공격적으로 갈 생각이다.
탕!
바로 직선으로 샷을 밀어 보내며 한 발 앞으로 나아갔고, 그것을 상대가 백핸드 슬라이스로 받아내는 것을 보면서는 확신을 품고 네트 앞을 달려들었다.
짧게 떨어진 볼을 강하게 받아쳐 구석으로 보냈다.
상대는 그걸 쫓으려고 했으나 라켓을 가져다 대지는 못했다.
“오-!”
.
【“써티, 러브.”】
짝짝짝짝짝.
.
(사만다 스미스)
“지금은 좋은 위너입니다.”
(레이튼 휴잇)
“뭔가, 분위기가 바뀐 느낌이 듭니다. 지금의 득점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이 소년의 모습이 조금이나마 엿보였습니다. 자기 조절을 잘해서 자신감이 되살아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지켜봐야죠. 상대는 로저 페더럽니다. 그래도, 분발해 줬으면 하는군요.”
.
“으아-!!”
타앙-!!
.
【“포티, 러브.”】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다.
처음부터, 득점만 생각했어야 했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더 말이다.
이제야 겨우, 가슴 속에서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던 감정이 가라앉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서 있는 곳.
내가 서 있는 이유.
그것들이 조금 더 또렷하게 변했다.
“으아-!!”
타앙-!!
.
“폴트!!”
퍼스트 서브가 네트에 걸리며 폴트(Fault)가 선언되고, 한번 크게 숨을 내쉬며 감정을 정돈한 나는 세컨드 서브를 가져갈 준비를 했다.
평범한 킥(Kick)서브는 보내지 않을 거다.
지금 이런 분위기 또 이런 흐름이라면.
나는 반드시 도박을 걸어야만 한다.
설령 더블 폴트가 되더라도, 퍼스트 서브처럼 있는 힘껏 최대한 강하게 집어넣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통, 통, 통.
통, 통, 통.
“으아-!!”
타앙-!!
깜짝 놀라는 상대.
그리고 심판의 콜이 이어졌다.
【“게임, 우주. 여섯 번째 게임.”】
“와아아아-!!”
“휘—익!!”
짝짝짝짝짝.
겨우겨우 게임 포인트 하나를 따냈을 뿐인데,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내어 왔다.
지금까지의 상황도 있고 또 로저 페더러 선수를 상대로 얻어낸 첫 번째 게임 포인트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난 그것이 전혀 기쁘지 않았다.
여전히 내게 실망하고 있다.
이어지는 상대의 서브 게임.
나는 자세를 낮췄다.
로저 페더러 선수의 서브를 받아내는 건 매우 어렵다.
꼭 네트 너머를 가려놓은 것만 같다.
똑같은 토스.
똑같은 타격점.
똑같은 동작.
그런데, 쏘아지는 방법만 다르다.
그렇지만, 난 해내야 한다.
“후우-”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이번 게임에서 브레이크(Break)를 가져오는 것이다.
타앙-!
파열음과 함께, 내 몸이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