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90)
제190화
#189
퀘스트 시작으로부터 28시간이 지난 이튿날.
한국의 영웅 협회장 김정용은 비장한 얼굴로 어느 기다란 복도를 걷고 있었다.
현재 그가 걷고 있는 장소는 USN의 회의실로 향하는 복도였다.
그는 오늘따라 유독 길게 느껴지는 복도를 지나가며 아침에 하준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정말로……, 그렇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하준이 담담히 내뱉은 말에 잠시 입을 벌린 채 경악한 김정용이었다.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작전을 그가 내뱉었기 때문이었다.
-예.
그러나 하준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의견을 확신하며 담담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5개국을 지원하시겠다니…….
지금 하준은 홀로 차원 던전이 열린 6개국의 나라를 지원하겠다고 대답했다.
무모하며 불가능하다고 김정용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김정용은 자신이 무어라 부정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협회장 김정용은 한숨을 내쉬며 하준을 향해 말했다.
-제가 하준 생도님의 의견을 부정할 입장은 되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눈앞에 입을 열고 있는 소년은 이레귤러였다.
홀로 한 국가의 빌런 테러율을 줄여 존재 자체가 억제력이 되어버린 영웅.
협회장 김정용은 자신할 수 있었다.
눈앞의 소년이 현시대의 가장 강하며 위대한 영웅이라는 걸.
그럼에도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가 홀로 6개국의 차원 던전을 지원하겠다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무리를 하려는 거 같았으니.
그러나 하준은 협회장 김정용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마치 단순하며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듯이.
-예, 괜찮아요. 협상은 협회장님께 맡길게요.
그렇게 그 말을 남긴 채 협회장실을 떠난 하준이었다.
회상을 끝낸 김정용은 천천히 눈을 떴다.
‘협상’.
이레귤러가 6개국을 일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어찌 협상이라는 말이 나올까?
그 사실을 김정용이 모를 리가 없었다.
이레귤러, 그가 6개국을 지원하겠다는 카드를 들고 각국의 협회장과 협상하라는 말이었다.
아무리 6개국이 연합하였다고는 하나, 그들 또한 자신의 국가에 열린 차원 던전을 막아야 하니 지원이 늦을 수밖에 없는 상황 속 군사력으로는 뒤처질 수밖에 없는 한국은 영웅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의 대영웅 검왕과 신수사 리엘라 하니스 그리고 이레귤러라는 거대한 전력이 있다고 하여도 협회장의 생각으로는 영국과 비슷할 정도로 영웅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USN의 회의실로 향하는 그의 표정이 더욱 비장할 수밖에 없었다.
저 거대한 차원 던전에서 위협적인 마수가 물량처럼 쏟아질 것을 생각하면 하나의 강인한 힘보다는 다수의 영웅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니 말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보다 김정용은 하준의 의견을 무엇보다 존중하기로 했다.
그저 한국만을 지키겠다는 생각이 아닌 차원 던전이 열린 모든 국가를 지키겠다고 판단한 하준을 향해 그는 무모하다며 부정할 자격은 없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이레귤러에게 무모하고 무리라고 생각되는 일들을 가장 많이 맡겨온 것은 무엇보다 자신이었다.
그에게 무리라고 말하며 한국만을 지켜 달라는 것은 자신의 욕심이며 기만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그는 과거에 하준을 보며 결심한 말을 떠올린다.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과거 오래전 하준의 활동을 지켜봐 오며 결심한 말이었다.
그가 무리하고 무모한 선택을 한다면 자신은 그것을 말리는 것보다 최대한으로 지원하겠다고. 협회가 그리고 자신이 욕을 먹는다 하여도 개의치 않고 그를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그것이 오래전 자신이 소년을 바라보며 결정한 결심이었다.
뚝-
그렇게 쭈욱- 앞으로 나아가던 김정용은 어느 문 앞에 우뚝- 멈춰 섰다.
USN의 회의장의 문이었다.
현재 차원 던전의 게이트가 열린 국가의 협회장들이 모여 있는 장소.
그는 최대한 하준이 힘들지 않게 하도록 회의실의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갔다.
소년을 뒤에서 지원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니.
* * *
현재 각 국가 수도 상공에 차원 던전이 열린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하여, 차원 던전이 열리지 않은 국가의 지원으로 국가 간, 지역 간의 이동이 합법적으로 가능한 상태이다.
서울 역시 일부 대피하지 못한 시민을 제외하고 휑한 상황이었다.
마법과 기술이 발달한 현대 시대에서는 하준의 예상보다 시민 대피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마 오늘 밤쯤은 서울의 모든 시민이 대피를 완료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 서울에 남은 영웅들과 협회의 요원들은 차원 던전의 브레이크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 방식은 차원 던전이 열린 다른 나라와 동일했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 제 방벽 마법진을 새겼어요.
하준은 그 휑한 서울 시내를 걸으며 안나와 통화하고 있었다.
현자의 힘을 이어받은 안나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방벽 마법.
안나는 그 대마법의 술식을 차원 던전이 열린 국가의 협회에 공유했다.
어차피 마법의 발동에 필요한 것은 마력이니 다수의 마법사를 동원하며 안나의 대마법을 발동 및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테니 말이다.
-마법 자체가 현자의 기운으로 만들어져 특별한 거지 발동에 필요한 마력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니까요. 마력만 있다면 누구라도 발동하는 게 가능할 거예요.
그녀의 말대로 현자의 기운은 만들어진 마법이 특별한 것이지 발동에 필요한 마력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현자의 기운은 어디까지나 새로운 마법의 창조를 도우며 공기 중에 떠도는 마력을 조종하여 무한한 마력을 만들어주는 힘이었다.
다시 말해 다수의 초인과 술식만 있다면 그 누구라도 발동이 가능한 마법이었다.
-모든 마법진의 설치는 끝났어요. 이제 그 마법진에 마력만 불어넣으면 곧바로 발동할 거예요.
무한한 마력의 생성으로 지칠 일이 없는 안나는 차원 던전이 열린 각국을 게이트를 타고 돌아다니며 그 수도의 중심지 바닥에 차원 던전에 필적한 거대한 마법진을 땅에 새겨 놓았다.
어차피 이미 새겨져 술식에 마력만을 부여하면 되는 상황이기에 현재 서울에 모인 영웅 중 상급과 최상급을 제외한 중급, 하급의 영웅들은 마법진의 발동 역할을 맡았다.
차원 던전에서 떨어지는 마수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책이었다. 이것은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또한 시행한 방책이었다.
“수고했어.”
-아니요, 마법진 자체를 그저 바닥에 새기는 거뿐이라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마법을 발동하기 위해 힘을 쓰는 영웅분들이 힘들겠죠. 일단……, 그것보다 하준 씨, 어제 말했던 거 사실이죠?
“그래.”
안나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하준은 덤덤한 목소리로 수긍하듯 대답했다.
이미 하준이 차원 던전이 열린 전 국가를 지원하겠다는 말을 아카데미에 모였을 때 아이들에게 말해 놨으니 말이다.
-너무 무리는 하지는 마세요.
“그래, 너도.”
-그럼 저는 이만……,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서요.
“그래, 수고해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하준은 전화를 끊었다.
현재 현자의 힘을 이어받은 그녀는 방벽 마법 말고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다른 마법 또한 준비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안나와의 전화를 끊은 뒤, 하준은 잠시 조용해진 서울 시내를 산책했다.
아주 잠깐의 일탈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이지만 자유를 느끼고 있었다.
내일이 되면 하준은 그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여야 할 테니 말이다.
그렇게 시내를 산책하며 다시 집으로 향하는 도중.
띠리링! 하는 문자음에 하준은 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했다.
문자는 협회장 김정용에게서 온 문자였다.
그 내용은 간결했다.
[협상을 무사히 마쳤습니다.]그 문자 내용에 하준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조금 반신반의했지만 아무래도 협상을 무사히 끝마친 모양이다.
솔직히 차원 던전이 발생한 모든 국가를 지원하겠다는 말에 앞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그들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레귤러가 지원하겠다는 말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차원 던전이 일어난 각 국가로 통하는 게이트를 협회의 지하에 준비해 놨습니다.]문자를 확인한 하준은 간단한 답변을 보낸 뒤, 다시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고 시내를 걸었다.
물론 목적지가 딱히 정해진 건 아니었다.
이렇게 여유를 느끼는 것이 지금 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산책하는 것일 뿐이니 말이다.
그렇게 시내를 산책하고 있을 때, 하준의 앞에서 한 소녀가 하늘에서 가볍게 착지해 하준의 앞에 섰다.
물론 이전보다 강대한 기운을 품고 있었기에 그녀가 착지하기도 전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하준은 미리 알 수 있었다.
“이레귤러.”
레인.
그녀가 등에 날개를 집어넣으며 하준에게 다가가 말했다.
“놈의 위치가 예상되는 장소를 찾았다.”
놈이란 당연히 엘프의 왕을 말하는 것일 거다.
다만, 놈의 위치가 예상되는 장소를 찾았음에도 이곳에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곧 그녀의 시선이 하늘로 향하는 것을 보고 그녀가 왜 지금 당장 그 장소로 향하지 못하는지 알 수 있었다.
“미국의 차원 던전, 그곳 너머에서 놈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레아논이 말했다.”
“결국 게이트가 열려야 갈 수 있다는 말이네?”
“그래.”
뭐, 솔직히 하준도 예상은 했었다.
게이트 너머에 놈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말이다.
그녀의 말을 들으니 확신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때 레인의 눈동자가 용안으로 변하며 그녀의 입에서 레아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엘프의 왕 헤르모르스를 죽인다면 아마 상공에 게이트 또한 사라지겠지.]“혹시 도움이 필요해?”
[아니.]혹시 몰라 물어봤지만, 고개를 젓는 레아논이었다.
레아논이 말했다.
[거인의 왕 기간트마키아드를 죽일 생각이라면 쓸데없는 데 힘을 쓰지 말고 마력을 아껴라. 그것이 유일한 가능성이다.]그 말에 하준은 미간을 좁혔다.
파쇄의 마력으로도 그를 죽일 수 없는 존재라고 필라텐에게 들었으니 말이다.
그때 한 발짝 가까이 다가온 레아논이 하준을 눈을 매섭게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파쇄의 마력. 그 본질을 깨달아라, 이레귤러.]“본질이라고?”
[너를 따르는 망령들의 목소리를 잊지 마라.]그 말과 함께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레아논이었다.
그가 검지를 들어 올리며 천천히 하준의 이마에 갖다 대는 순간.
화아아악!
한순간에 주변의 풍경이 변했다.
익숙한 풍경.
하준은 이 장소를 모를 수가 없었다.
붉은 피처럼 노을이 진 하늘과 무수한 뼈로 가득한 공간.
이제는 익숙한 이 공간은 하준의 심상 세계였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레아논의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드워프의 왕, 호르톤. 그가 가진 마력의 본질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만이 아니다.]그 순간 뼈로 이루어진 바닥 사이에서 절규와도 같은 비명과 함께 무수한 손들이 솟아나 하준의 온몸을 휘어 감았다.
고통스러운 비명과 분노에 찬 고성이 들려왔다.
원성이 가득한 망령들의 비명이 하준의 귓가에 가득 울리고 있을 때.
레아논의 이어지는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이레귤러.]세상이 다시 변했다.
하준이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붉게 물든 하늘도 뼈로 이루어진 바닥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시 본래의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던 하준의 시선이 눈앞의 레아논을 향하자 하준을 똑바로 주시하던 레아논이 입을 열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너는 놈을 죽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