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55)
“끄아아아아악!!!!!”
살려줘!!
“냐하하하하하!!! 회장 완전 웃겨!!”
뒤질 것 같은 내 심정은 아랑곳 않고 박장대소하는 도로시.
우리는 별빛 마나에 몸을 실은 채 무중력 상태가 된 뒤, 미친 속도로 바르토스관을 향해 공기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아찔한 정신을 온 힘을 다해 붙잡으며, 나는 목청이 터져라 비명만 질러댔다.
그렇게 날아가다 보니 그 먼 절벽에서 바르토스관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고작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콰앙──!
도로시는 망설임 없이 별빛 마나를 휘감은 발로 문을 부숴주었고.
나는 무중력 상태에서 벗어나 드디어 지면을 밟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우웨에에엑….”
바닥을 짚고 헛구역질을 해야 했지만.
그 와중에 도로시가 내 모습을 보면서 배를 잡고 쿡쿡 웃어대는 꼴은 좀 얄미웠다.
마법을 사용하며 들어온 까닭인지, 트럼프 병사들이 전투 태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절도 있는 제식이었다.
그들의 창이 일제히 나와 도로시 쪽을 향하고.
“누구한테 창을 내밀고 있어?”
도로시는 건방지다는 투로 말하며, 별빛 마나를 휘감은 손을 가볍게 휙 내저었다.
────── 「소성 폭발 (별빛 속성, ★4)」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레벨 130 트럼프 병사들의 머리가 순식간에 터져 나가는 놀라운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다채로운 색감의 별빛 폭발은 무척이나 형형했다. 마치 불꽃놀이를 보는 듯한 기분.
“선배, 나이스!”
“니히히!”
내가 엄지를 치켜세우자, 도로시도 활짝 웃으면서 내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회장, 이제 할 일 해야지!”
“네! 부탁할게요, 선배!”
“좋아, 이 누나한테 맡겨!”
자기 가슴께에 손을 올리고 의기양양하게 대답하는 도로시.
그 모습이 퍽 귀여워서, 급박한 상황임에도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나는 레드 카펫이 깔려 있는 커다란 중앙계단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정신없이 오는 와중에 시계탑을 확인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앞으로 악신이 부활할 때까지 5분 남았겠구나.
여기서 옥상까지 도달하는 데에도 대략 4, 5분 정도 소요될 터였다. 시간이 촉박했다.
───────── 「검은 토끼 (중립 속성, ★7)」
───────── 「난쟁이별 (별빛 속성, ★5)」
쿠와아아────!!
차라라라랑────!!
“우왁!”
층계참에 도달한 때.
검은 기운으로 일렁이는 토끼 형상이 옆에서 날아들었으나, 휘황찬란한 마나 폭발이 그 토끼를 막아냈다.
그 여파로 일어난 풍압이 내 몸을 가볍게 밀어냈다. 나는 옆으로 날아가 층계참을 나뒹굴었다.
“네가, 그 방해꾼이었구나?”
연금발을 늘어뜨린 단아한 용모의 학생회장, 앨리스 캐럴이 벌써 지겨워진 대사를 내뱉으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녀 주위에는 잿빛으로 빛나는 마법진이 구현되어 있었다.
“도로시 하트노바, 너까지 낄 줄은 몰랐는데.”
앨리스의 연분홍빛 눈동자가 옆으로 돌아가 도로시 쪽을 향했다.
도로시는 별빛 마법진을 전개한 채 웃는 얼굴로 앨리스를 경계하고 있었다.
“니히히. 역시 쓰레기였구나, 앨리스.”
“실망했어?”
“아니, 기뻐. 난 너 싫어했거든. 근데 지금은 너 줘패도 도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게 없잖아?”
메르헨 아카데미의 최고 전력 두 사람은 살가운 미소와 살기를 동시에 주고받고 있었다.
강대한 마나가 공간을 압축시킬 듯했다. 순간 생존본능이 아우성치는 탓에 다리가 후들거렸으나, 패시브 스킬 [빙제]의 효과 덕분인지 곧바로 차분해질 수 있었다.
휘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내달리기 시작하면서, 품 안에서 재해의 검집을 꺼내 앨리스를 향해 내던졌다.
재해의 검집과 내 몸이 작은 실로 이어져 있는 듯한 감각. 나는 머릿속에서 그 실을 잡아당겨 마법을 발동했다.
재해의 검집에 새겨져 있던 마법진이 연푸른빛을 발했다. 저장 마법, [빙결 폭발]이 발동되었다.
───── 「빙결 폭발 (얼음 속성, ★5)」
콰아아아아아────!
재해의 검집에서 차가운 마력이 폭발하며 빙결이 쇄도했으나.
앨리스가 소환한 잿빛 괴물이 이빨이 고른 입을 하 벌리며, [빙결 폭발]로 일으킨 마나 폭발과 빙괴를 흡수하듯 집어삼켰다.
───────── 「식신(食神) (중립 속성, ★7)」
여러 개의 안구가 몸체에 길쭉하게 도열되어 있는 굵직한 촉수 형태의 잿빛 괴물. 그것은 지면에 있는 잿빛 마법진으로부터 튀어나와 앨리스의 곁을 지키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내 마법으론 앨리스한테 흠집 하나 낼 수 없을 테니.
이미 나는 앨리스를 지나쳐 계단을 뛰어오르는 중이었다. 식신은 뱀처럼 기다란 몸을 내빼며 내 뒤를 추적했다.
에베베, 안 잡힘.
────── 「왜성 방출 (별빛 속성, ★5)」
차아아아아악───!!
별무리를 휘감은 형형색색의 광선이 공기를 가로질러, 식신의 몸을 꿰뚫고 소멸시켰다.
앨리스는 이미 옆으로 몸을 피해 도로시의 마법을 피한 채였다. 그러나 뺨의 피부 일부가 뜯겨나가는 건 미처 막을 수 없었던 모양.
도로시의 별빛 마법은 온갖 물리력을 복잡하게 다룬다. 이는 곧 순수한 파괴력으로 이어진다.
앨리스는 도로시의 마법 앞에서 방어 마법 따위로 자신을 지키는 행위가 무의미하단 걸 진작 알아챘으리라. 회피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히, 이 씹년이….”
앨리스는 뺨의 상처 부위를 짚은 채 살벌한 미소를 흘렸다. 이마엔 돋아난 십자 핏줄이 그녀의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
좋아, 문제없다. 이제 앨리스는 도로시가 막아주면 된다.
어느새 괴묘-체셔가 앨리스 곁으로 가서 가세했다. 진지한 표정. 도로시 하트노바를 앞에 두고 나를 신경쓸 여유는 없는 듯 보였다.
도로시라면 앨리스, 그리고 그녀의 8성급 사역마인 괴묘-체셔를 상대로도 버겁지 않을 것이다.
채애애앵────!!
콰과가가강───!!!
쿠우우우웅────!!
이어지는 도로시와 앨리스의 싸움.
도로시는 싸움 무대가 너무 좁다고 생각했는지, 건물 외벽을 크게 부수고서 앨리스를 밖으로 유인했다.
건물이, 지축이 흔들렸다. 천장에선 먼지가 연신 쏟아지길 반복했다.
서리낫의 냉기가 내 몸을 상당히 잠식한 까닭인지 몸이 꽤 둔해졌다. 그렇다고 속도를 늦출 순 없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내달렸다.
문득 반파된 외벽 너머, 하늘에서 결투를 벌이고 있는 도로시와 앨리스의 모습이 눈에 비쳤다.
무척 화려했다. 수많은 별무리와 형형색색의 마법진들이 일대를 지배하고 있었다. 광선이 쏟아지고, 화려한 별빛 폭발이 잇달았다.
이 메르헨 아카데미에서 도로시를 이길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얼마 안 가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를 것으로 여겨지는, 하늘의 축복을 몰아받은 천재이니.
콰아아아앙─────!!
차라라라랑─────!!
콰가가강───!!
검은 토끼, 흰 토끼, 날개 달린 백마를 탄 트럼프 병사들이 군단처럼 대규모로 소환되었다. 개체 하나하나가 나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하수인들이었다.
그러나 도로시는 손짓 한 번으로 별빛 마력을 발산해 앨리스의 하수인들을 아주 가볍게 없애버렸다.
휘황찬란한 별빛과 잿빛이 천공을 메웠다. 연이어 셀 수 없이 전개되어 가는 마법진 무리들.
도로시와 앨리스의 싸움은 굉음을 울려대며 일파만파 스케일이 커져 나가고 있었다.
이윽고, 나는 옥상에 도달했다.
“하아, 하아….”
숨을 고르면서 으리으리한 옥상의 전경을 살폈다. 바르토스관 외관에 걸맞은 호화로운 디자인. 외곽에서부터 뻗어 있는 아름다운 구조물들은 제 몸에 박혀 있는 마석을 훤칠하게 빛내고 있었다.
그리고 옥상 바닥을 메우고 있는 거대한 마법진.
수많은 획이 구불구불하게 새겨져 있는 기이한 형태. 그 마법진은 선명한 붉은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악신 네피드가 부활할 전조였다.
마법진 정중앙에는 이질적인 연노란빛을 발산하고 있는 직사각형의 비석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영원의 비석]이었다. 옥상 주위로는 시간 가속화 장막이 둘러진 채였다.
돌연 몸이 붕 뜨는 듯한 감각이 들어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지직, 조금씩 노이즈가 일고 있었다. [영원의 비석] 영역에 들어온 탓에 나타나는 현상인 듯했다.
그러나 곧 있으면 악신이 부활하므로, 내 시간은 아주 잠깐 가속되고 그치리라.
“후우.”
숨을 고르며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았다. 이제 승부를 볼 때였다.
[영원의 비석] 앞으로 달려갔다. 예상대로 비석 앞에는 금빛으로 빛나는 회중시계가 마력을 발하며 둥실둥실 떠 있었다.‘환상 시계’. 시간 마법의 촉매제.
이제 이 시계만 잡으면…!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끄윽!!”
마법진이 강렬한 빛을 발하고, [영원의 비석]이 풀리며.
막대한 마력의 기둥이 섬뜩한 붉은빛을 흩뿌리며 하늘로 끝없이 솟구쳤다.
그 여파로 내 몸은 붕 날아가 난간에 부딪치고 말았다.
뒤통수에서 격통이 일었다. 하마터면 기절하는 줄 알았다….
“아으으윽…. 끄흐흐.”
그러나 신음성과 함께 절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내 손엔 환상 시계가 쥐어진 채였으니.
“됐다…!”
안 늦었다. 성공한 것이다!
이내, 도로시와 앨리스가 싸우고 있던 하늘에 붉은 오로라가 가득 드리웠다. 도로시는 놀란 눈치였다.
그녀들 위로 하늘을 덮을 만큼 거대한 눈동자 하나가 세상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앙그라 마이뉴. 악신의 하수인이었다.
이어, 붉은빛 기둥에서 튀어나온 파멸룡-아지 다하카가 하늘을 비상하며 기괴한 울음소리로 포효하고.
바르토스관 옥상을 장식하고 있던 화려한 구조물들이 저마다 꾸물거리는 시꺼먼 밀웜들에게 잡아먹히기 시작했다. 그 거대한 벌레들은 구조물이 있던 자리를 대신했다.
나는 난간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무거운 마나가 대기를 잠재웠다. 몸이 찌그러질 것 같은 압박감. 심연의 어둠이 옥상 전체를 메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건 그 이후였다.
발밑 어둠 속, 침잠해 있던 수많은 안구가 위로 떠올랐다. 붉은 눈동자와 검은 자위로 이루어진 섬뜩한 눈이었다.
이어 옥상 중심으로 시선을 옮기자, 붉은빛 기둥 안에서 한 여인의 희미한 그림자가 내 눈에 비치기 시작했다.
옥상을 메운 어둠은 그 여인의 검은 드레스 밑단. 그녀의 의복은 어둠 그 자체이니.
[강력한 마족을 감지했습니다!!] [적과의 레벨 차이가 극심합니다!!] [※ 당장 도망치십시오!] [※ 당장 도망치십시오!] [※ 당장 도망…………. [ 파멸의 악신 네피드 ]Lv : ■■■
종족 : 마족
속성 : 어둠, 불, 허무
위험도 : 극■
심리 : [ ■■■■■■■■■■■■■■■■■ ]
“네피드….”
떠오르는 경고창을 치우고 악신을 가까이서 목도하자, 생존본능이 격렬하게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빙제]의 효과가 없었다면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을 터.
저 여자를 쓰러뜨리려면 얼마나 강해져야 하는지 짐작조차 안 간다. 애당초 쓰러뜨릴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기필코 저 최종 보스를 쓰러뜨릴 것이다. 약한 생각은 죽어도 안 한다.
그러니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각오를 다지기 위해.
후우웁, 하고 숨을 한껏 들이마신 뒤, 한 여자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도로시!!!”
이름의 주인 쪽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길 또한 내 쪽으로 돌아갔다.
어느새 그녀는 마녀 모자까지 벗어 던진 채 연보랏빛 머리칼을 흩날리고 있었다. 그 표정은 사뭇 진중하게 굳어 있었다.
종말의 풍경을 등지고, 다채로운 빛깔의 별무리를 띄워 유독 빛나고 있는 별의 마녀를 향해.
나는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내질렀다.
“왜 그렇게 열심히 단련하냐고 물었었지?!!! 세상은 악신한테 멸망해!!! 그걸 막기 위해서였어!!!”
나는 즐겨하던 게임 지옥 난이도에 최약체로 빙의됐다.
“나는!!! 이 세계의 멸망을 막고!!!”
살고 싶은데 주인공 새끼 컨트롤 상태가 심각했지.
“이 세상도, 너도!!! 그리고 나도!!! 전부 구해낼 거야!!!”
그러면 어쩔 수 없잖은가.
“그러니까 내가!!!”
내가.
“악신을!!!”
배드 엔딩을 막는 수밖에.
“쓰러뜨릴게…!!”
굳어 있던 도로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를 향해 팔을 쭉 뻗고는 검지와 중지를 펼쳐 V 모양으로 만들고서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녀. 알겠다는 사인.
특유의 ‘니히히’ 웃음소리 또한 절로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검은 화염비가 쏟아지고 있는 전장. 붉은빛 기둥 속 악신 네피드는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악신의 어둠 드레스 밑단이 점점 떠올라 내 몸을 집어삼켜 가고.
다섯 쌍의 검은 날개가 펼쳐져 거센 폭풍을 일으켰다.
붉은빛 기둥 속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짙은 그림자.
악신.
나는 그녀의 위압적인 자태를 눈에 담으며, 환상 시계의 역방향 버튼을 꾹 눌렀다.
────────뚝.
아주 잠깐, 시간이 멈추고─.
째깍, 째깍, 째깍━─━─━─━─━─━─━─━─.
시계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규칙적인 소리와 함께 주위가 찬연한 금빛으로 물들며.
마치 동영상을 역재생으로 튼 것처럼 악신과 하수인들이 마법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 몸을 집어 삼켜가던 네피드의 어둠 의복 또한 점점 해수면이 내려앉듯 사그라지고 있었다.
문득 부유감이 느껴졌다. [영원의 비석]이 발동됐던 영역 안에 있는 모든 것들, 먼지 한 톨조차도 가속되었던 시간 만큼 시간 역행 현상을 겪어야 하니까.
나도 원래대로라면 그 부작용을 겪어야 하는 처지겠지만…. 뭐, 악신의 조기 부활을 막았으니 이로써 시련 클리어 아니겠는가. 이제 시련의 동굴로 되돌아갈 일만 남았겠지.
뇌가 뒤틀리는 감각이 느껴지자 더는 아무런 사고도 할 수 없었다. 서서히 내 의식은 아득한 너머로 멀어져 갔다.
●
그리고 눈을 떴을 땐.
나는 아직 시련의 한복판에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