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45
흐흐 웃으면서 연기를 뿜기 시작하는 원희수를 보며, 조연출은 조용히 생각했다.
‘정해졌네.’
자신의 감독님은 방금 만난 배우를 아주 마음에 들어하는 듯했으니.
이미 주연 캐스팅은 끝난 거나 다름 없었다.
*
【3단계 목표 달성률 : 8.2% 】
그새 5% 가량이 올랐다.
그저 감독의 앞에서 연기를 보인 것 뿐인데 말이다.
【원희수 감독이 기대 이상의 감명을 받은 것이 달성률 상승의 이유입니다.】
‘···그래?’
보기엔 그저 쿨하고 담담해 보이셨는데.
‘어찌되었든, 진희 연기를 했던 게 도움이 되었어.’
이는 ‘기원’의 감정선을 어려워했던 유일에게 브윈이 제시한 방법이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훈련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유일 님.】
유일은 떨떠름한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주차장에서 대기 중이던 차에 타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민우진이 고개를 돌렸다.
“···유일아.”
답지 않게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유일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민우진을 바라보자, 우진은 조용히 핸드폰을 내밀었다.
핸드폰에는 수십 개의 기사가 떠 있었다.
– [단독] 음주운전 배우 J, 지호열이었다
– 지호열 ‘드릴 말씀 없어··· 죄송하다’
– 배우 지호열 음주운전 적발··· TN 기대작 방영 무산될까
‘···저런.’
【는 TN에서 내년 1월에 방영 예정이었던 토일 드라마입니다. 지호열 이재영 주연, 제작비 약 200억의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유일 역시 알고 있었다. 방영 반 년 전부터 예고편을 빵빵하게 때리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해보시겠습니까?】
‘···안 봐도 알 것 같긴 한데.’
브윈은 곧바로 창을 띄웠다.
예상대로 커뮤니티 반응은 뜨거웠다.
【┗ 와 실화냐?
┗ 음주운전하는 ㅅㄲ들은 다 징역살아야 한다
┗ 저게 무슨 똥물 투척임;;?
┗ ㅅㅂ우리 재영이 돌려내
┗ 와 진짜 2년 전부터 기다렸는데···
┗ ㅁㅊ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
이게 에게 있어서 호재인지, 악재인지는 두고봐야 할듯 했다.
.
.
.
본래 은 TN채널에서 방영된 이후, 방송이 끝난 직후 곧바로 뉴블릭스에 업로드 될 예정이었다.
상반기 6월 편성이 잡힌 것 역시 운이 좋은 거였다. 대본이 다 나와도 이런 저런 이유로 편성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그러나.
“···죄송합니다.”
를 직접 기획했던 제작피디는 국장실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시X.’
국장은 소리나게 주먹을 내려놓았다.
이미 한바탕 퍼부운 뒤라 더 할말도 없었다.
는 몇 년 전부터 ‘올해의 기대작’이라는 꼬리표를 붙인 채 여기저기서 기사화되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하필, 주연 배우가 음주운전을 했다.
‘이 개새끼가 똥을 싸지르고 가 ?’
얼굴 반반하고 연기 좀 잘한다고 사방에서 우쭈쭈 해줬던 게 탈이었다.
국장은 사람들을 물리고 기획팀을 불러모았다.
“빵꾸난 편성은 어떡하죠···.”
“지금 들어간 작품들 몇 개 있지 않아?”
“다들 절대 안 된다는데요. 후반 작업 오래 걸린다고··· .”
하필 들어간 작품들이 모두 회차마다 공들인 CG가 필요한 작품들이었다.
TN 작품들 대부분의 CG를 담당하는 하멜 스튜디오는 꽉 찬 외주 일정으로 이보다 빠르게 작업할 수는 없다고 분명하게 말해놓은 상황이었고.
“돌겠네, 진짜.”
“···그, 국장님.”
국장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으며 직원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하나 더 있지 않나요, 그··· 샛별예고요.”
“…?”
그래.
기획안 확인했을 때 CG가 있긴 했지만··· 후반부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고.
들어보니 현재 1, 2화의 촬영이 마무리된 상태라고 했다.
‘···잠깐.’
이거, 잘하면 석달 안에 나올 수 있지 않나?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던 국장은 곧 결론을 내렸다.
의 방영시기를 5개월 이나 앞당기기로.
“···방금 연락했는데, 후반 작업은 대체 어떻게 하냐고 하시는데요···”
“내부 인력이든 외부 인력이든 다 붙여서 어떻게든 해봐!”
“네, 넷!”
*
“···그렇게 된 겁니다.”
유재호 감독의 말에 유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곁에 앉아있는 김선아와 박영현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예상대로군요.】
이 의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는 것은, 브윈이 말해준 예상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흐··· 그래서 앞으로는 촬영이 더 촉박해질 것 같네요.”
유재호는 잠에서 덜 깬 곰 같은 얼굴로 기지개를 켰다.
“아으으, 내가 다시는 드라마 하나 봐라.”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유재호의 얼굴에는 은근한 자신감이 떠올라 있었다.
아무리 일정이 촉박하고 외부에 휘둘려도 자신 있다는 듯한 표정.
“TN에서는 그냥 땜빵용 드라마로 넣을 심산인 듯 한데 말이지···”
하지만 유재호는 지금껏 그가 참여했던 어느 작품보다 이번 드라마에 자신이 있었다.
“그건 너무 자존심이 상한단 거죠. 안 그래요?”
유일은 웃어 보였다.
“그럼요.”
유일 역시 유재호 만큼 자신이 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으나, 박영현과 김선아 역시 같은 생각이라는 것은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
“···아, 기말 너무 싫다.”
이혜진은 힘겹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자신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바쁜 한유일도 학교를 다니고 과제를 제출하는 것을 생각하면 마냥 한탄하기도 부끄러웠다.
덕질 대상이 지나치게 열심히 살면 생기는 뜻밖의 부작용이었다.
‘···잠깐 쉬었다 하자.’
아주 잠깐 쉬는 건 괜찮겠지.
이혜진은 핸드폰을 들고 빠르게 커뮤니티를 훑었다.
뜻밖의 소식을 알게 된 건 그때였다.
-샛별예고 1월부터 방영한대
‘…뭐?!’
이혜진은 놀란 눈으로 내용을 확인했다.
[누가 나 기절시켰다가 1월에 깨워줘]
┗ 헐 ㅁㅊ
┗ 아니 근데 이렇게 빨리? 지금 촬영 중인 거 아니야?
┗┗ 지호열이 쏘아올린 작은 공..ㅋ
┗┗ 아···
┗┗ 숙연···
┗ 급하게 나오는 것 같은데 퀄리티 제대로 챙겨서 나오면 좋겠다ㅠ
┗ ㄹㅇ
‘헐.’
이혜진 역시 지호열이 출연한다는 드라마가 무기한 연기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 자리에 이 자리할 줄은 몰랐다.
블루챗 역시 난리였다. 이혜진이 시험공부에 허덕이는 동안 새 떡밥들이 생긴 것 같았다.
[@dbdlf_tkfkd 헐 벌써 포스터 뜸 (사진) (사진)]
‘미쳤다.’
이혜진은 홀린 듯 사진을 클릭했다.
어두운 학교를 배경으로, 교복을 입은 세 명의 학생들.
가장 뒤에 서 있는 건 김선아.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사랑스러운 얼굴로 정면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왜 무섭지?’
얼굴이 창백한 탓일까. 혹은 눈빛이 묘하게 빛나서일까.
포스터만 봐도 그리 호락호락한 캐릭터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앞에 서 있는 건 박영현이었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살짝 어둡고 건강한 피부, 그리고 무쌍의 눈을 크게 뜬 그의 모습이 보였다.
박영현은 어딘가 불안한 얼굴로 허공을 보고 있었다.
‘···오.’
처음이었다. 박영현이 성숙해 보인 것은.
‘아역 느낌이 많이 가셨네···?’
지금껏 수도 없이 봐온 배우인데, 이제야 그렇게 느끼게 된 것이 신기하긴 했다.
그리고 가장 앞에 서 있는 학생.
바로 한유일이었다.
덥수룩한 머리에 혈색 나쁜 피부.
지금껏 봐온 한유일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히키코모리 폐인 같아···!’
물론 얼굴은 여전히 잘생겼다.
기분 좋은 얼굴로 포스터를 뜯어보며 감상하던 이혜진은 문득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근데 왜··· 창문에 X표시가 되어있지?’
페인트칠을 한 듯 창문마다 칠해진 검붉은 X표시.
피를 떠올리게 하는 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