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50
.
.
예인을 찾아 옥상에 올라온 호준.
예인은 가볍게 힘으로 호준을 제압한다. 그리고 그의 깊은 상처를, 가혹하게 파헤치기 시작한다.
– 엄마는 네가 죽인 거야.
텅 비어버린 호준의 얼굴.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까만 눈에선 눈물만 흐른다.
예인은 그 얼굴을 만족스럽게 바라본다.
– 나랑 같이 가자. 재미있을 거야.
영원히.
점차 짙어지는 예인의 미소. 무언갈 예감한 호준이 팔을 뻗지만, 예인의 손이 더 빨랐다.
호준의 멱살을 잡고 있던 예인이, 그를 놓는다.
‘···!’
바닥으로 떨어지는 호준의 모습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이고···
와지끈.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화면은 까맣게 암전되었다.
과자를 먹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벌리고 보던 혜진은 충격받은 얼굴로 굳었다.
‘···뭐야, 설마 끝이야?!’
그러나 몇 초 뒤.
쿵- 쿵-
의 트레이드 마크인 음악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쿵, 소리와 함께 호준이 눈을 번쩍 뜬다.
– 허억···!
어리둥절한 얼굴로 일어나는 호준.
그는 자신이 기숙사 침대에 누워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 이게··· 뭐야?
···본격적인 8화의 시작이었다.
────────────────────────────────────
────────────────────────────────────
매번 놀래키는군
– 야, 수업 안 가냐?
호준은 얼떨떨한 얼굴로 자신을 가리킨다.
– ···나 말하는 거야?
– ? 그럼 여기 너 말고 누가 있냐?
호준은 낯선 룸메이트를 따라 방을 나선다.
그 이후로도 그는 얼떨떨한 얼굴로 학생들을 따라 이리저리 옮겨간다.
‘···뭐지?’
학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러갔다.
그렇게 이유도 모른 채 강의실을 오고 가며 일과를 보내던 호준은 순간 얼어붙는다.
최예인.
그 아이가 너무나 밝은 표정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광경을 보게 된 것이다.
– …!
그러나 예인은 호준을 알아보지 못 한다.
그제야 호준은 교실에 걸린 커다란 달력을 확인한다.
달력에 프린트된 날짜는 199X년도.
– ···!
클로즈업된 달력과 놀란 호준의 얼굴이 교차로 보이고, 호준은 깨닫게 된다.
그가 바로 과거에 있다는 것을.
그것도 예인이 살아있을 때의 과거였다.
당황하던 호준은 이내 실마리를 얻기 위해 예인을 따라다니기로 한다.
– 최예인~ 같이 가!
30여년 전 예인에겐 단짝 친구가 있었다. 키가 작고 커다란 눈을 지닌, 또래보다도 어려보이는 얼굴의 학생이었다.
호준은 운동장에서 둘의 대화를 엿듣는다.
– 예인아. 만약, 아주 만약에··· 네가 지금 임신을 했다면 어떻게 할 거야?
– ···뭐? 무슨 질문이 그래, 홍세미!
세미라는 학생은 어딘가 불안한 눈으로 예인을 바라본다.
– 그냥 만약에.
예인은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 으, 무슨 임신이야. 끔찍해. 나라면 그냥 죽어버릴 거야.
호준은 세미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본다. 그러나 예인은 눈치채지 못한다.
그저 세미가 오늘 컨디션이 조금 안 좋다는 생각을 할 뿐.
···그리고 그날 밤, 세미는 옥상에서 몸을 던진다.
– 애가 임신을 했었대.
– 아이고···.
–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고 죽은 거야, 그 어린 애가.
교복 입은 학생들이 가득한 장례식장.
예인의 얼굴은 텅 비어있다.
옥상에서 떨어지기 직전의 호준의 얼굴처럼.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예인은 실기실에 간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빤히 바라본다.
그녀가 자신의 모습을 본따 만든 조각상이었다. 두 눈에는 그녀가 세미와 함께 그린 X자 표시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 ···아아악!
예인은 조각상을 부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주 오지 않는 지하실에서, 마지막 작업을 시작한다.
예인의 마지막 작품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거대한 통 속에 들어가, 스스로를 석고에 가둔 것.
– 아무도 못 봤어? 이 학생 어디 갔는지?
– 어떻게 학생이 학교에서 사라질 수가···
그날 이후, 아무도 예인을 찾지 못했다.
– 말도··· 안 돼.
호준은 충격받은 얼굴로 예인이 들어간 석고통을 바라본다.
그 순간, 교실에 있던 캘린더가 바람에 날리기 시작하고.
이상한 낌새를 느낀 호준이 지하실을 벗어나려 하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예인이 들어있던 석고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 쨍그랑!
호준은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 광경을 지켜본다.
이윽고, 깨진 석고 안에서 예인이 빠져나온다.
석고만큼이나 창백한 피부가 어둠 속에서 빛난다.
쿵-
예인은 천천히 목을 매민진다.
뚜뚜둑.
소름끼치는 소리가 지하실을 울리고.
예인의 시선이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쿵-
새까만 눈의 예인이 호준을 바라본다.
쿵-
– ···너구나.
예인의 소름끼치는 미소가 클로즈업 되던 순간, 화면이 까맣게 번졌다.
[60초 후에 ‘샛별예고 실종사건 8화’ 2부가 방영됩니다.]‘헉···.’
이혜진은 숨이 턱 막혔다.
중간 광고가 나왔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입이 바싹 마른 채로 남은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 ㅁㅊ..
┗ ㄷㄷ
┗ 예인이··· 미친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미쳤구나
┗ 눈 마주칠 때 심장마비 걸릴 뻔ㅠㅠㅠㅠㅠ
┗ ㄹㅇ 숨 참고 봄
┗ 그나저나 마지막 화 분량 오지네
물을 들이키며 실시간 반응을 확인하던 이혜진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의 진짜 마지막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
.
호준은 거친 숨을 뱉으며 다시 눈을 뜬다.
그러나 이젠 과거가 아니다.
– ···!
그는 옥상에 매달려 있다. 그것도 누군가의 손에 의지해서.
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승현이다.
– 형··· 조금만 더 힘내요···!
온몸에 상처를 입은 주제에, 승현은 기를 쓰며 호준을 끌어 올린다.
아슬아슬한 둘의 모습은 절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제발···!’
이혜진은 두 손을 모은 채 화면에 집중했다.
30분처럼 느껴지는 30초 간의 사투 끝에, 결국 호준은 무사히 옥상 위로 올라오는 데 성공한다.
– 찾았어.
– 뭘요?
– 지하실이야.
승현은 지하실에 예인이 있다는 것을 듣게 되고, 승현과 호준은 지하실에 있던 문제의 그 석고를 없애기로 한다.
둘은 지하실에 들어가 예인이 들어있는 석고를 망치로 깨기 시작한다.
날카로운 석고조각에 손과 얼굴이 베이지만, 호준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손에서 흐르는 피를 옷에 대충 닦은 채 계속해서 석고를 내려친다.
과거의 기억에 잠식당했던 예인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그들을 향해 달려간다.
– 안 돼···!
그러나 예인이 그들에게 다가가려던 그때, 그녀의 앞에 한 인영이 나타난다.
그 인영은 다름 아닌 세미.
세미의 환영을 본 예인은 그대로 굳고 만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예인의 당황한 얼굴.
세미는 그저 담담하게 예인을 마주본다.
덜덜 떠는 예인에게, 세미가 한 걸음씩 다가간다.
– ···널 용서한 건 아냐.
세미는 예인을 향해 손을 뻗는다.
– 그렇지만··· 네가 얼마나 외로웠는지는 알아.
그 말에, 예인은 무너지고 만다.
예인이 계속해서 학교에 있는 사람들을 현혹시키려 했던 것도,학생들을 귀신으로 만들려 했던 것도, 모두 외로움 때문이었으니.
석고가 모조리 가루가 되고 그 위에 불이 붙을 무렵.
예인은 사라진다.
쓸쓸한 음악과 함께, 텅 빈 운동장에 서 있는 호준과 승현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에필로그.
한동안 샛별예고에 대한 뉴스는 전국을 시끄럽게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시들해진다.
학생들 역시 괴담이 아닌 입시에 집중한다.
호준은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짧게 머리를 자르고 혈색 좋은 얼굴로 교실로 들어가는 호준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호준의 손엔 여전히 그 날의 흉터가 남아있다.
X자 모양의 붉은 흉터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쓰라린 듯 흉터를 매만지는 호준의 모습을 끝으로, 드라마가 끝난다.
.
.
.
‘아악···! 호준아··· 승현아···!’
이혜진은 핸드폰을 붙잡았다. 뭐라도 쓰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당연히도 블루챗에는 그녀와 비슷한 마음인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렇게 이혜진은 불타는 일요일을 보냈다. 바로 다음 날이 알바를 가야하는 월요일이라는 생각은 잊은 지 오래였다.
*
의 최종화는 15.4%의 시청률을 올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반응은 예상대로 호의적이었다.
– ‘샛별예고 실종사건’ 한유일-김선아-박영현, 美친 연기력 배틀
– 작정한 TN···‘샛별예고 실종사건’, ‘웃는 마법사’ 논란 딛고 최고 시청률 돌파…
– ‘뭔가 보여주겠다’던 유재호 연출,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호평은 물론이고, 드라마 내용에 대한 반응 역시 뜨거웠다.
유 감독을 포함한 제작진들은 아직 드라마의 여운에 깊이 젖어있었다.
매일 같이 올라오는 단톡방만 봐도 그랬다. 유일은 축하하는 이모티콘으로 도배된 미톡을 보다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김선아는 단톡방에서도 잘 등장하지 않았다.
– 동료잖아요.
‘왜 도와주냐’는 김선아의 물음에 유일이 했던 답.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일이 그녀를 보며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다는 말은, 김선아에게도 그리 달갑지 않을 터였다.
.
.
.
마지막 촬영이 있기 이전에도 유일은 WW엔터테인먼트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었다.
시작은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스캔들에서부터 였다.
– 유부녀 K씨와의 열애 중인 男배우 누구?
– 연상녀와의 밀회 의혹··· 추락한 ‘워너비 남친’
– 드디어 입 연 주시현··· 불륜 스캔들 ‘사실무근’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올라간 각종 기사들.
오랜만에 핸드폰으로 기사를 보던 유일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극적인 제목에 비해 부실한 내용. 증거 하나 없는 찌라시 같은 기사들이었다.
중립적인 척 하는 악의적인 기사와 도를 넘는 댓글들을 읽던 유일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쎄해도 너무 쎄했다.
‘그러고보니, 주시현도 WW엔터 소속 아닌가?’
【맞습니다. 현재 주시현은 WW엔터테인먼트와의 재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설마.’
재계약을 위해 소속 연예인들의 스캔들을 터뜨리는 질 나쁜 소속사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다.
【맞습니다. 소속 연예인의 몸값을 낮추기 위해 만들어낸 스캔들로 보입니다.】
이건 김선아를 향한 경고다.
절대 나갈 생각하지 말라는 경고.
···생각보다 더 악질이네.
브윈은 유일의 생각에 답하듯 말했다.
【WW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케이두 미디어와 인수합병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케이두 미디어에서 작년부터 WW 엔터테인먼트의 인수를 고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합병 이전에 배우들의 재계약을 마무리하려는 듯 보입니다.】
아.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케이두 미디어는 케이두 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지?’
【맞습니다.】
유일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막막한 게 사실이었다.
···브윈이 다시 말을 걸기 전까지는.
【유일 님.】
‘왜?’
【이걸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곧바로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ㅋㅇㄷ그룹의 비리를 고발합니다
브윈이 띄워준 것은 케이두 그룹의 비리를 구구절절 폭로하는 글이었다.
【한 달 전에 올라온 게시물입니다. 이 게시물은 개인 블로그에 올라간 지 10분 만에 삭제되었으며, 현재는 검색이 불가능합니다. 당시 조회수 역시 5명이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런 걸 대체 어떻게 보여주는 건데···.
브윈은 낭랑하게 답했다.
【한번 인터넷을 통해 올라간 데이터는 어떤 형태로든 잔존합니다. AI 나노 딕셔너리, 브윈 V.15는 존재하는 대부분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유일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브윈. 이걸 써먹을 수 있을까?”
【···네. 내부고발자의 이야기가 기사화 되어 공론화 된다면, 수사를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무서운 AI다.
어찌되었든 지금은 브윈이 알려준 정보가 큰 도움이 되었다.
유일이 김선아를 도울 수 있겠다고 판단한 근거 역시 바로 그 정보들이었으니.
– 김선아 선배 : 준비됐어요.
문자를 확인한 유일은 곧바로 핸드폰을 들었다.
이런 일을 가장 잘 해결할 만한 사람에게 연락하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