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이제는 올라가야 할 때 (1)끝났다.
“…….”
물론 모든 일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은 아니었다.
“흐음.”
김현우는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네 개의 아티팩트를 바라봤다.
그러자 다시금 떠오르는 생각.
“……흠.”
끝났다.
분명 김현우 스스로는 개고생을 할 거라고 여겼던 네 명의 정복자 침입은, 김현우가 미처 힘을 제대로 내보이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힘을 내보이기는커녕 이제 싸우려고 밖에 나와 보니까 완전히 끝나 있었다.
그것도 이미 9계층에 쳐들어온 정복자 두 명은 소멸해 있는 상태였고, 한 명은 복날 개 맞듯이 맞고 있는 상태였으며 다른 한 명은 괴력난신에게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
“…….”
김현우는 완전히 찌그러져 있는 갑옷(아티팩트)를 들고 복귀했던 괴력난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분명 예전에는 소녀의 티가 강하게 났었던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그곳에는 꽤 성숙해진 한 여자가 있었다.
……뭐, 성숙해졌다고 해도 고등학생 정도였지만.
“쩝.”
아무튼, 그런 식으로 9계층에 찾아온 사천(四天)은 김현우가 미처 새로운 위업을 실험해 볼 새도 없이 허무하게 끝났다.
‘뭐, 내가 안 싸우고 끝난 건 좋은 일이지만.’
분명 처음에야 이렇게 꿀 빤 적이 없어서 일순 찜찜한 느낌까지 들었으나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역시 나쁘지 않았다.
게임으로 치자면 약간 보너스 스테이지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생각해 보면 범천의 업 자체도 그렇게 힘들게 얻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금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고.
“뭘 그렇게 끄덕거리나?”
“아니,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곧 그는 자신의 옆을 지나 맞은편에 앉는 노아흐를 향해 그렇게 답했다.
노아흐는 그런 김현우를 잠시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으나 이내 어깨를 으쓱이더니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우선, 요 1주일간 위쪽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일세.”
“……또?”
“그래, 분명 그쪽에서는 사천이 모조리 우리에게 씹혔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군.”
“……뭐 병력이 없거나 그런 건가?”
“그럴 확률은…… 뭐, 조금 낮다고 본다네.”
“……낮다고?”
“그래, 뭐 나도 설계자의 모든 능력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니네만, 적어도 그 능력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이곳에 보낼 하수인을 수급하기에는 충분할걸세.”
거기에 덤으로-
“만약 그가 당장 제재를 가하려 했다면 이전처럼 했겠지.”
“이전처럼?”
“그래, 요컨대 1계층과 9계층을 한 번에 이어버리면 되니까.”
“……아.”
물론 지금 이 9계층에는 1계층의 등반자가 올라온다고 해봤자 큰 피해 없이 막을 수 있는 이들이 많았으나 그와는 별개로 귀찮게 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었다.
그런데도 아직 탑의 최상층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오로지 침묵만을 유지하는 최상층.
‘뭐 저러다가 언제 또 지금처럼 정복자를 내려 보낼지 모를 일이지만.’
김현우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노아흐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뭐, 아무튼 그쪽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나쁘지 않을 일일세.”
“뭐 결국 준비하는 시간이 생기는 거니까.”
김현우의 말에 노아흐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다음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이 아티팩트에 관한 이야기일세.”
노아흐의 말에 김현우는 자신의 바닥에 깔려 있는 네 개의 아티팩트를 바라봤다.
각각 창과 검, 그리고 외팔 견갑과 건틀렛의 형태를 하고 있는 아티팩트.
그것들은 전부 일주일 전 칠대성을 포함한 청룡과 괴력난신이 최상층에서 내려온 정복자들을 잡고 얻은 것들이었다.
김현우가 그것을 바라보자 노아흐는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좀 아쉽더군, 분명 내가 봤을 때도 그들이 ‘위업(偉業)’을 휘두르고 있길래 분명 위업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네만……유감스럽게도 이것들은 위업이 아니네.”
“위업이 아니라고?”
“그래, 지금 이 아티팩트들은 모두 이곳에 내려온 사천의 업일세. 각각 나타와 검선, 여동빈, 그리고 백호와 두억신의 것이지.”
“쯧, 그럼 업을 먹어치워 봤자 눈에 띌 정도로 크게 힘을 모으지는 못하겠네.”
노골적인 아쉬움을 드러낸 김현우.
노아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만약 그들이 전부 위업을 떨어뜨렸다면 자네가 무리해서라도 그 위업들을 전부 흡수하도록 도왔을 테지만, 일반적인 업은 더 이상 자네에게 도움이 되진 않지.”
그의 말에 김현우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아티팩트를 바라보곤 말했다.
“……역시 개수가 많다고 강해지는 건 아니겠지?”
“뻔히 알고 있는 걸 물어보는군, 위업 정도가 되면 그 업의 크기만으로도 자체적인 능력이 몇 배로 껑충 뛰지만 일반적인 업은 흡수해 봤자 자신이 그 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잼병이 되는걸세.”
한마디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업을 가지고 있어봤자 힘을 키우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힘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소리지.”
노아흐의 확언에 김현우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한 번 더 날로 먹을 수 있으려나 했는데 그게 안 되네.’
일주일 전 김현우는 정복자들이 하나같이 위업을 들고 온 것을 보며 그것들을 전부 먹어치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애초에 칠대성들이야 제천대성 때문에 자신의 업을 되찾았으니 다른 녀석들의 업은 굳이 필요 없다며 자신들이 잡은 아티팩트의 소유권을 모두 김현우에게 넘겨버렸고 그것은 괴력난신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래서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김현우는 실망했으나, 이내 그 감정을 오래 가져가진 않았다.
어차피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아쉬운 눈으로 바라봐도 딱히 나오는 것은 없으니까.
“뭐, 그럼 그냥 다른 애들 나눠줘서 전력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는 게 맞겠네.”
“그게 좋을 것 같네.”
김현우는 빠르게 미련을 털어버리고 입을 열었고. 노아흐도 그런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현우는 마침내 일주일 전 노아흐에게 말했던 마지막 부탁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내가 전에 부탁했던 그 눈동자에 대해서는 좀 알아봤어?”
“아, 그것 말인가?”
김현우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한 노아흐.
그가 일주일 전 노아흐에게 부탁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김현우는 범천의 업을 얻고 아직 몸이 제대로 깨어나지 않았을 때, 그가 허수 공간에서 만났던 ‘눈동자’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했었다.
“뭔가 알아낸 거라도 있어?”
김현우의 물음에 노아흐는 잠시 고민하는 듯 짧은 침음성을 냈고.
“……확실한 건 아니지만, 짚이는 것이 있기는 하네.”
곧 노아흐는 입을 열었다.
***
하남.
거대한 장원의 건물 중 한 곳.
그곳에서 김시현은 어색한 표정으로 사람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곳 중에서도 TV가 틀어져 있는 공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와~ 존나 커!”
“실화냐?”
“내가 용궁에 있을 때도 저런 크기는 본 적이 없는데……!”
그곳에 보이는 것은 소파에 앉은 채 저마다 개성 있는 옷을 입은 채로 TV 속에 나오는 영화배우를 평가하고 있는 세 수인, 아니 대성들이었다.
소의 머리를 하는 우마왕은 감탄했다는 듯 손뼉을 탁치며 TV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고.
“와, 얘는 더 큰데?”
“실화?”
그것은 바로 옆에 있던 북해대성과 구신대성도 마찬가지였다.
“야, 내가 말했지? 개쩐다고.”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에서 제천대성이 그들과 함께 TV를 감상하며 입을 열고 있었고. 그들은 TV에는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왠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은 제천대성은 입을 열었다.
“자 봐라, 이제 한 3분 뒤에는 진짜 완전 초미녀가 나오거든?”
“초미녀라고?”
“그래, 거의 미모가 그 꼰대놈 딸 막내쯤 되는 여자가 나온다 이거야.”
“미친……!”
제천대성의 말에 저마다 외마디 감탄사를 내뱉으며 집중하고 있는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김시현은 이내 시선을 돌려 그 옆을 바라봤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뿌연 연기와 매캐한 냄새.
누가 봐도 그 연기의 정체가 담배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김시현이었으나 그는 매캐한 냄새에 미처 코를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쪽을 바라봤다.
뻐끔-
“와, 쥑이네. 이게 그 현대 기술의 발전이라는 건가?”
“그러게 말이야, 옛날에는 잿대 갈아서 털고 개지랄을 해야 겨우 한 대 필까말까 했는데 요즘에는 그냥 다발로 팔아버리네.”
그 매캐한 연기 사이에서는 이산대성과 혼천대성이 서로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다만 피우는 담배는 이산대성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던 곰방대식 담배가 아닌, 한국에서 팔고 있는 국산담배와 외산 담배들이었다.
“……이야! 이거 죽이네. 담배맛이 막 이리저리 바뀐다? 이거 뭐라고?”
이산대성의 질문에 그 옆에 있던 청룡은 대답했다.
“몰X다”
“뭐? X라? 뭘 모른다는 거냐?”
“아니, 그러니까 몰라라고.”
“아, 너도 모른다고?”
“……그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대화를 이어나가는 이산대성과 청룡, 혼천대성은 그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별반 관심이 없는 듯 빨간색 곽을 잡고 자신의 입에 담배를 몇 까치 물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일련의 과정과 함께 땅바닥에 잔뜩 버려져 있는 수많은 담배곽들을 바라본 그는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건물의 문을 닫았다.
“……개판이네.”
물론 김시현도 일주일 전 김현우를 통해 칠대성의 존재를 전달받기는 했다만 김현우의 호출로 인해 그를 찾던 중 보게 된 풍경은 그로서 좀 멍한 느낌을 받게 해주었다.
‘……마치 동네 아저씨들이 노인정에 모여 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지.’
김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였으나 이내 시선을 돌려 다른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오늘 그가 이 장원에 온 이유는 애초에 김현우가 잠시 볼 일이 있으니 한번 와보라고 한 것 때문이었으니까.
김시현은 멍해진 정신 속에서 다시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이유를 떠올리며 김현우가 있을 만한 다른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긴 뒤 문고리를 잡았고.
“……그, 그러니까, 이렇게?”
“역시 너는 너무 나약하구나.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네 스승은 목석보다도 더한 놈이라 철저하게 들이밀어야 한다, 이말이다!”
“그, 그래도…….”
“그래도고 자시고! 내가 저번에 노골적으로 자리를 만들어줬는데도 제대로 써먹지를 못하지 않았느냐! 설마 이대로 네 스승을 빼앗길 생각이느냐?”
“무, 무슨? 스승님을 누구한테 빼앗긴다는 거냐!”
“당연한 것을 물어보는구나, 네가 이렇게 어물쩡거릴 동안 아마 네 적인 그 풍만한 체형을 가진 그 녀석의 또 다른 제자는 금방이라도 네 스승한테 들이밀 거다.”
“그, 그게 무슨!”
“그러니까 빼앗기고 싶지 않으면 빨리 제대로 따라하거라. 내가 지금까지 본 결과, 빈약한 네 몸으로 네 스승을 유혹하려면 이것밖에 없다.”
“무슨 개소리를! 비, 빈약하지 않다! 아직 나는 성장기라는 말이다!”
“…….”
김시현은 자신이 문고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감사하며 쥐었던 문고리를 조심스레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