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4
34
034. 뇌신(雷神)인가, 천(天)인가(5)
“후…….”
헌터 협회 일본 지부.
헌터 지원을 통해 긴급하게 일본으로 올 수 있었던 김시현은 일본 지원 상층으로 걸어가면서도 자신의 옆자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형은 또 어디 간 거야….”
비행기에 내리자마자 무엇인가를 열심히 검색하더니 자신에게 별말도 하지 않고 열심히 튀어나가는 김현우를 생각하며 김시현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뭐냐고….”
김시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마트폰에 떠올라있는 뉴스를 보았다.
2시를 기점으로 일본에 시작된 재앙.
김현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재앙을 막으려고 온 것처럼 김시현과 함께 일본에 왔다.
‘이거, 뭐 있는 거 아니야?’
생각해 보면 저번에도 김현우는 크레바스가 나올 날을 정확하게 예측해서 자신들에게 전해주었다.
‘……’
정말 뭔가 있을 것 같은데? 하고 짧게 생각하던 김시현은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며 짧게 생각했다.
‘뭐, 당장 이렇게 생각하는 것보다 이번 일이 끝나면 물어보는 게 낫겠지. 게다가 그것보다도….’
김시현은 어느 한 문구를 다시 한번 읽어나갔다.
”이자나미’ 길드장의 사망이라…….’
…진짜 형 괜찮으려나?
김시현이 그렇게 일본지부의 회의실로 걸어 올라가며 김현우를 걱정하고 있을 때, 싸움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쾅!
천마의 검이 휘둘러짐과 동시에 김현우의 몸도 움직인다.
‘빠르다.’
눈에 어렴풋이 보일 정도의 속도.
허나 못 피할 것은 아니었다.
천마가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느껴지는 무형의 기운.
검에서 퍼지는 그 무형의 기운은 굉장히 얇고 예리했지만, 그렇기에 반대로 느낄 수만 있다면 피하기는 쉬웠다.
그의 뒤에 있던 상가가 천마의 검에 무참히 박살 난다.
그에 김현우는 천마에게 도약하는 것이 아닌, 한 걸음 한 걸음씩 확실한 족적을 남기며 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천마의 검이 휘둘러진다.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은 한 번, 그러나 김현우는 그 한 번의 휘두름으로 보이는 그것이 사람을 수십 조각으로 분해할 정도로 수많은 참격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오른발에 힘을 주고 힘껏 땅을 밀어내 천마의 참격을 피한다.
천마의 참격이 이어진다.
또 피한다.
김현우가 천마에게 다가가는 고작 5초 남짓한 사이에 벌어진 수백의 공격과 수백의 회피.
그 수백 번의 과정을 통해, 김현우는 천마의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 놀람의 기색이 스치고, 김현우가 곧바로 주먹을 휘두른다.
꽝!
“큭!”
김현우의 주먹이 천마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들었지만, 그것을 기적 같은 움직임으로 막아낸 천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쾅! 콰가가강! 꽝!
드디어, 진짜 싸움이 시작됐다.
조금 전처럼 회피 일변이나 공격 일변의 싸움이 아니었다.
천마의 검이 날카롭게 휘둘러져 김현우의 심장을 노린다. 김현우의 몸이 한계까지 비틀려 천마의 참격을 피해내고 발을 휘두른다.
막고, 회피하고, 공격한다.
천마는 사거리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듯 계속해서 몸을 뒤로 내빼며 검을 휘둘렀으나, 반대로 김현우는 천마가 멀어지려는 틈을 주지 않고 가까이 붙었다.
‘근접, 초 근접전이 내게는 유리하다.’
천마가 들고 있는 장검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사정거리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만 위력을 발하는 무기였다.
그렇기에 주먹 한번 휘두를 틈도 없는 아주 자그마한 거리는, 오히려 천마에게 있어선 약점이 된다.
콰가가가각!
김현우의 공격을 허공에서 막아낸 천마가 그 반탄력을 버티지 못해 저 멀리 날아간다.
날아가며 자세를 정비해 검을 휘두르는 천마.
김현우는 기다렸다는 듯 아예 그 ‘공간’을 비워버리는 것으로 공격을 회피하고-
“!”
날아가고 있는 천마의 앞에 도착해-
“이거나 처먹어라.”
허공에서 자세를 잡고, 주먹을 크게 당겼다.
발리스타처럼 팽팽하게 쥐여지는 근육들, 김현우가 앞에 다가와 공격을 준비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미 허공에서 한번 자세를 바꾼 천마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저 들고 있던 검집을 내밀어 김현우의 공격을 최소화 하려는 움직임만 보일 뿐.
그리고-
꽝!!!!
김현우의 주먹질이 천마의 검집을 깨부수고, 그의 배에 직격타로 들어갔다.
폭죽 100개가 한 번에 터지는 것 같은 엄청난 소리.
천마의 눈이 휘둥그레 커지며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 그의 몸이 스스로가 부쉈던 건물에 처박힌다.
콰가가가각! 쾅!
부서졌던 콘크리트 잔해들을 해치고 천마의 몸이 파묻힌다.
김현우는 틈을 주지 않고 공격하기 위해 천마가 처박혔던 콘크리트 잔해를 향해 쏜살같이 튀어 나갔지만-
“신기하군.”
“!?”
치지지직…… 쾅!
김현우의 몸은, 그의 바로 앞에서 내리쳐지는 뇌격에 그대로 멈추어 버리고 말았다.
부서진 잔해 사이에서 천마가 걸어 나온다.
입고 있던 흑의가 찢어지고,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집은 이미 손잡이만이 남아 버린 천마.
그는 걸어 나오며 말했다.
“지난 계층에도 없었고, 지지난 계층에도, 나를 상대할 수 있는 녀석은 없었던 것 같은데……너는 누구지?”
치직…치지직……
콘크리트 잔해에서 걸어 나온 천마는 몸에 푸른 전력을 내뿜고 있었다.
김현우는 대답하지 않고 달려들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쾅! 쾅쾅쾅! 콰가가가각!
그의 주변에 내리치는 수십 줄기의 번개 덕분에 그 움직임을 제재당했다.
석양이 진 마른하늘에서, 푸른색의 뇌전이 내리꽂힌다.
기상으로 보면 기이하고도 괴변스러운 일.
허나 그것을, 천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고 있었다.
김현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씨발, 그건 또 뭔 말도 안 되는 스킬이야?”
그의 입에서 처음 나온 투덜거림.
천마는 그 말을 받았다.
“스킬? 너는 이게 스킬로 보이나?”
“그럼 아니라고?”
김현우의 물음에 천마는 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쥐고 있던 검을 다시 한번 고쳐 쥔 채 입을 열었다.
“그래, 확실히 계층을 오를 때 나를 막아서던 녀석들은 항상 죽기 직전에 그런 말을 하더군.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은 사기라고.”
천마의 입가가 미미하게 올라갔다.
무감정이 떠올랐던 그 눈빛에 약간의 빛이 돌아왔다.
“그래, 항상 그랬다, 내가 그 누구로 불렸을 때도, 그들은 항상 내게 ‘스킬’에 대해 물어왔지. 물론 그 누구에게도 답을 들을 가치가 없어 그 사실에 대해 답해주지 않았지만.”
천마는 미미하게 올라간 입가를 지우지 않은 체 검으로 김현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는 나를 한 번 때렸으니 답해주도록 하지.”
“마조히스트 같은 새끼.”
김현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고, 천마는 말했다.
“내가 사용하는 건 그 어느 것도 ‘스킬’이라는 미개한 시스템의 힘에서 파생되지 않았다.”
천마는 그렇게 말하며 김현우의 앞으로 다가왔다.
“!?”
순식간의 일.
김현우는 알아채지 못했다.
“처음 내가 사용했던 참격도, 지금 내 몸을 감싸고 있는 ‘뇌령신공(雷令神功)’도, 그리고 지금 너를 베어버릴 ‘천마신검(天魔神劍)’도.”
스킬이라는 이름 아래에 묶인 것은 없다.
천마의 뒷말과 함께 김현우는 휘둘러지는 천마의 검을 바라봤다.
그 찰나, 시간이 느려진다.
천마의 검이 느릿하게 올라가. 정확히 김현우를 일도양단하기 위해 움직이고.
그 콤마 단위의 시간에 김현우의 눈알도 함께 움직인다.
‘씨발.’
피해야 한다.
김현우의 뇌리에 깊게 박힌 생각.
하지만 그의 검이 느리게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도 김현우는 몸을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움직일 공간을 찾지 못했다.
뒤로 빠진다?
천마의 검에 사정거리를 더해주는 것뿐이다.
위나 아래로?
그 뒤에 천마의 이어지는 연계기에 베이겠지.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다른 잡놈들의 검에 비해서, 천마가 쥐고 있는 저 검은 한번 걸리는 순간 두부처럼 자신을 베어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김현우는-
“말하면서 공격하는 게 어디 있어-”
역으로 천마의 얼굴에 그대로-
“이 씨발새끼야!”
박치기를 했다.
쾅!!!!!!
천마의 느릿하게 움직이던 검이 순간 궤도를 잃어버린 채 비틀거리고, 천마의 눈이 과하게 찌푸려진다.
설마 이럴 줄은 몰랐다는 천마의 표정.
‘다음 공격을 하기 전에, 천마를 끝낸다.’
김현우는 인정했다.
천마는 적어도 ‘지금의’ 자신보다는 강했다.
그렇기에 그는 곧바로 움직였다.
검을 잡은 천마의 손을 내리친다.
“큭!”
천마의 입에서 처음으로 튀어나온 신음.
그는 검을 놓쳤다.
뒤늦게 기묘한 보법을 밟으려 다리를 움직이는 천마의 다리 사이에 발을 끼워 넣은 김현우는 그대로 어깨를 쳐올렸다.
턱이 올라가는 천마.
곧바로 그의 주변에 뇌전이 쏟아졌지만.
김현우는 피하지 않았다.
꽝!
그의 몸에 뇌전이 직격 했다.
그러나 김현우는 그 공격을 무시하고 부릅뜬 눈으로 천마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갔다.
천마의 뇌격을 피했다간 연계가 끝나고, 연계가 끝나면 이런 기회는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김현우는 잘 알고 있었기에.
콰가가가각!
김현우의 몸이 다시 한번 움직여. 천마의 몸을 후려친다.
천마가 막아내려 급하게 양손을 들어 올렸으나, 미처 그 힘을 전부 받아내지 못하고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흡!”
곧바로 날아오고 있는 천마의 뒤로 도약한 김현우는, 천마가 날아오는 그 경로에서 자세를 잡았다.
붉은 도깨비를 상대할 때 사용했던, 그 자세를 다시 한번 잡는다.
그리고- 천마의 몸이 김현우의 손에 닿았을 때,
‘패왕경(?王勁).’
김현우가 탑에서 연구했던 그만이 무술이. 다시 한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짧지만 역동적인 움직임.
꽝!
공격을 맞음과 동시에 천마의 몸이 크게 흔들리고, 그의 몸이 마치 총탄처럼 날아간다.
쾅! 콰가가강! 쾅! 쾅!
부서진 잔해를 파고 들어가, 그 뒤에 있는 건물까지 날아가 박살내버리는 천마의 몸.
김현우는 여전히 자세를 풀지 않은 체, 천마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건물을 바라보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쿵…쿠구구궁!
“……!”
김현우는 잔해를 헤치고 빠져나온 그를 바라봤다.
입고 있는 흑의는 이미 전부 다 헤져 상의를 완전히 드러내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부서진 검집만이 쥐어져 있었다.
자신의 무기를 잃은 그 상황에서, 천마는 웃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확연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그래, 너는 신기한 게 아니라 대단한 것이었군. 내가 맨 처음 등반자가 될 때를 제외하고 사용하지 않았던 전부를 사용하게 하다니…!”
“뭐?”
김현우는 그렇게 물으면서도 자세를 잡고는 발로 짓누르고 있는 천마의 칼을 꾹 쥐었다.
아무리 세게 찍어 눌러도 부서지지 않기에 잡고 있는 것이 고작인 그의 검.
그러나 천마가 무기를 잡지 못하게 하면 충분하다고 김현우는 생각했다.
그와 함께 천마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솟아져 나온다.
“!!”
푸른색의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그의 주변에 쉴 새 없이 뇌전이 내리친다.
석양이 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그 공간에서 내리치고 있는 뇌전이 천마의 주변을 밝게 비춤과 동시에 그의 등에 푸른 아지랑이가 솟아나와 하나의 원을 만든다.
푸른빛으로 이루어진 광원.
그동안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김현우가 직접 몸으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마력이 천마의 몸 안에서 흘러나오고, 이내 그의 몸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마가 입을 열었다.
“지키는 자여.”
“……?”
“혹시, 검이 없으면 내가 검술을 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 말과 함께-
“!!”
-천마의 손에, 푸른색의 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불안정한 형태의, 검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하게 파직거리는 뇌전의 기운이 한데 뭉친다.
그 모습에 김현우는 본능적으로 위험함을 느끼고 그에게 달려들려 했다.
“보여주마.”
김현우의 몸이 도약해 천마에게로 튀어나간다.
쾅!
하늘에서 뇌전이 떨어져 내리지만, 이번에도 김현우는 그 벼락을 몸으로 받아냈다.
온몸이 저릿거리는 격통을 느끼면서도 그는 튀어나가길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게 바로-”
김현우의 손이 천마의 끝에 닿았으나-
“내가, ‘뇌신’이자 ‘천(天)’이라 불렸던 이유다.”
‘극-천뢰령신검.’
이미-
콰가가가각─!!!!!
-천마는 뇌전의 검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