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88)
나의 악당들 288화
53. 한밤의 태양(7)
루크가 목에서 피를 뿜으며 뒤로 쓰러졌다. 그를 찌른 건 뭉치였다.
자빠지는 그에게 따라붙어 목젖 아 래에 박아 넣은 단검을 비트는 대 신, 뭉치는 재빨리 뒤로 몸을 굴렸 다.
쐐액! 섬뜩한 보랏빛을 내는 삼지창과 붉 은 수증기에 휩싸인 글레이브가 그 녀가 있던 공간을 난자했다.
각각 ‘황홀한 죽음’과 ‘핏빛 선봉 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무기들이다. 고대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그 위용 을 잃지 않은 이 전설적인 마도구들 은, 불행히도 전설의 영웅이 아닌 뼈만 남은 기사들의 손에 쥐어져 있 었다.
황홀한 죽음과 핏빛 선봉장, 둘 중 하나에 스치기만 해도 목숨이 위태 로울 상황이었지만 뭉치의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은 여전히 루크에게 고정된 채였다.
“께르륵-”
그는 장갑을 낀 손으로 피가 솟구 치는 목을 틀어막았다.
대동맥이 갈라지고 극독이 번지는 와중에도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의 생명력이 범인의 수준이 아님 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유령군마에서 떨어진 루크는 피를 울컥 뱉으며 하얀 지팡이를 휘저었 다. 그의 머리에서 ‘고대 지배자의 왕관’이 음울한 빛을 내며 품고 있 던 주문을 내놓았다.
꿀렁-
기괴한 소리와 함께 진녹색 점액 덩어리가 지팡이 끝에서 흘러나왔 다. 이어서 뻥! 하고 폭발하듯 갈라 진 점액질은 곧장 뭉치를 향해 쏘아 졌다.
“ O ”
■入* 9
막 몸을 일으키던 뭉치는 어깨를 비틀고 허리를 젖혀 네 줄기의 산성 화살을 피해냈다. 저 멀리 날아 수 도원의 외벽을 두드린 점액들은 刀 이이 살벌한 소리를 내었다.
뭉치가 몸을 비튼 틈을 노려 해골 기사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목 없는 기사, ‘둘라한’들 역시 유령군마에서 육중한 거체를 내리며 공격에 나섰 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 갑옷을 입고 관절에서 흘러나온 연기를 망토처럼 휘감은 둘라한들은, 왼손엔 잘린 머 리통을 든 채 오른손으로는 거대한 양날도끼를 회초리처럼 휘둘러대었 다.
사방에서 닥친 공격에 뭉치는 꼼짝 도 하지 못했다. 예닐곱 개의 무기 가 그녀를 잔혹하게 찢어발겼다.
“그으.”
극도로 예리한 고검(古劍), ‘거궐’ 을 쥔 해골기사는 멍청한 소리에 이 어 빈 이빨을 딱딱거렸다. 제 검에 썰려 피와 비명을 쏟아냈어야 할 조 그만 인간이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 져버렸기 때문이다.
휘
매미가 허물을 벗듯 잔상을 남기고 높이 뛰어오른 뭉치는 정신을 모아 시동어를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에 둘린 검은 목줄이 웅- 하고 희미하 게 진동했다.
‘흐릿함’ 주문을 둘러 반투명해진 뭉치는 아주 잠깐 언데드들의 인지 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 잠깐 사 이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단검을 던 졌다.
“끄, 끄으윽.”
루크는 재차 지팡이를 휘둘러 제가 타고 있던 유령군마에서 뼈와 살점 을 뽑아내 몸에 두르고 있었다. 시 체의 갑주가 상반신에 이어 목을 뒤 덮기 시작한 바로 그때, 뭉치의 손 에서 단검이 떠났다.
해골기사와 둘라한들이 루크의 앞 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뭉치가 던진 단검은 깜빡 점멸하여 그들을 지나 쳐버렸다.
팍!
상처를 부여잡고 버르적대던 루크 가 목을 세차게 뒤로 꺾었다. 이마 에 단검이 박힌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눈밭에 몸을 뉘었다.
동시에 죽음의 기사가 두꺼운 유리 창이 진동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루 크를 돌아보았다.
“한눈을 팔아?”
죽음의 기사에 맞서던 포이닉스는 두 번째 검, ‘검은 얼음’을 뽑았다. 빙하의 심을 품은 장검에 피가 뒤덮 였다. 순식간에 2미터까지 길어진 얼음 칼날이 죽음의 기사에게 쇄도 했다.
카가각!
죽음의 기사는 연기를 흩뿌리는 양 손검으로 새까만 얼음의 칼날을 막 아내었다. 그리고 왼손을 뻗었다. 검 은 충격파가 터지며 온갖 저주가 포 이닉스에게 쏟아졌다.
키이이이이-!
귀를 찢는 이명에 이어 허리가 굳 고, 눈이 멀고, 무력감이 팔을 휘감 고, 욕지기가 명치를 때렸다.
“어윽,”
비틀대며 물러선 포이닉스는 마력 을 끌어올려 저주에 저항했다. 혀까 지 깨물어 정신을 다잡았다.
죽음의 기사는 그를 끝장내버리려 했으나, 샛별과 검은 얼음을 쥔 포 이닉스는 곧장 자세를 회복하고 기 세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게다가,
“ReQ’te not(나를 봐라)!”
조금 전에 포이닉스가 그랬던 것처 럼 초원의 대전사 역시 성곽 밖으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
우테콰이는 마력을 끌어올려 초원 전사 특유의 회색 바람을 둘렀다. 때로는 순응하고 때로는 거스르는 힘이 그를 감쌌다.
“우워어어어-!”
여신의 챔피언은 고양감을, 권능을 발에 담았다. 그리하여 180킬로의 거구가 눈 덮인 땅에 내리꽂힌 순간
우르릉-!
작은 지진이 일어났다.
죽음의 기사는 땅을 타고 흐르는 기이한 힘을 감지하고 피막 날개 같 은 망토를 부풀려 몸을 띄웠다.
하지만 둘라한과 해골기사들은 미 처 그에 반응하지 못했다. 우테콰이 의 흉포한 발구르기에 휘말린 언데 드들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몸을 비틀거렸다.
“포이닉스, 숙여라!”
밴시 떼의 비명을 단숨에 덮어버리 는 천둥과도 같은 고함.
막 저주들을 떨쳐낸 포이닉스는 귀 청이 떨어질 것 같은 음성에 뒤를 돌아보곤,
“ 이 미 친 새 TI-”
재빨리 몸을 던져 눈밭에 바짝 엎 드렸다.
콰아아아—
직후 장정 팔뚝만 한 굵기의 쇠사 슬 채찍이 불길을 두른 채 수십 미 터를 휩쓸었다. 땅을 덮고 있던 눈 이 불길과 맞닿으며 새하얀 수증기 를 뿜었다.
빠가각!
자욱한 물안개 속에서, 쇠사슬 채 찍에 걸린 해골기사들은 경쾌한 소 리를 내며 땅을 굴렀다. 주변을 어 정거리던 좀비 열댓 역시 지옥불에 휘말려 불타올랐다.
꽝!
거침없이 이어지던 채찍의 진격은 잘린 머리통을 방패 삼은 둘라한에 가로막혔다.
퍼렇게 질린 머리통을 강타한 쇠사 슬이 둘라한을 휘감았다.
“옳, 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묵직한 감각에 우테콰이는 냅다 쇠사슬 채찍을 잡 아당겼다. 키가 3미터에 이르는 거 대한 둘라한이 마치 텅 빈 오크통처 럼 요란스레 땅을 굴렀다.
하지만 둘라한은, 죽음의 왕이 거 느린 가장 강력한 하수인 중 하나답 게, 불타는 쇠사슬에 휘감겨 끌려가 는 와중에도 반격을 준비했다.
놈은 거추장스러운 도끼를 내던졌 다. 그리고 당기는 힘을 거스르는 대신 도리어 앞으로 몸을 날렸다. 거대한 몸집을 이용해 상대를 짓누 르려는 것이었다.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
“하!”
나부크의 달인인 우테콰이는, 사나 운 비웃음을 터뜨리며 둘라한을 맞 이했다. 왼손엔 여전히 지옥불길채 찍을 쥔 채로 오른손을 뻗어 둘라한 의 팔오금을 붙들었다.
휘릭!
우테콰이는 기민한 동작으로 발을 걸어 단번에 둘라한을 넘어뜨렸다. 그리고 넘어진 놈의 등을 덮쳤다.
온갖 사술을 몸에 두른 둘라한은 강철만큼이나 단단한 뼈를 자랑했지 만-
빠드득!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케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허리가 부러지 고 말았다. 고작 서너 호흡 만에 일 어난 일이었다.
아니, 상대는 거인의 힘을 자랑하 는 우테콰이였으니 그만큼이나 견딘 것이 대단한 일이었다.
초원의 대전사가 둘라한을 이리저 리 접어대는 동안-
뭉치는 제비처럼 몸을 날려 뒤로 물러섰고, 그녀의 앞으로 나선 포이 닉스는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해골기사들을 마주했다.
“이런 젠장, 다 꺼져-!”
어울리지 않는 휘황한 장비를 두른 해골기사들은 어찌어찌 포이닉스의 발목을 붙들었고, 죽음의 기사는 훌 쩍 날아 제 주인의 곁에 내려앉았 다.
또다시 기이한 울림을 낸 죽음의 기사는 루크가 타고 있던 유령군마 의 잔해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포이닉스는 해골기사들을 몰아붙이 면서도 곁눈으로 그쪽을 살피고 있 었다. 덕분에 죽음의 기사가 꺼낸 물건이 웬 석판임을 똑똑히 알아보 았다.
“……X팔, 묘비잖아. 저게 왜-”
그는 경악성을 내지르면서도 검은 얼음으로 붉은 글레이브를 흘려내 고, 샛별을 휘둘러 황금투구를 쓴 해골기사의 목을 날려버렸다.
전투가 격해져 계속 지켜보고 있을 순 없었지만, 죽음의 기사가 든 석 판에 무언가 희끄무레한 게 스미는 건 확인할 수 있었다.
포이닉스는 저것이 루크의 영혼이 라는 것에 전 재산과 손목을 걸 수 있었다.
“야, 이 시체 새끼야! 개수작 부리 지 말고 이리 와!”
석판을 거둔 죽음의 기사는 버럭버 럭 악을 질러대는 미남자를 흘긋 돌 아보았다. 이전과 같은 붉은 충격파 가 터지고, 또다시 온갖 저주를 끌 어안은 포이닉스는 쌍욕을 지껄이며 물러섰다.
후우웅.
루크의 시체를 품에 안은 죽음의 기사가 검은 망토를 부풀려 날아올 랐다. 그리고 사방을 가득 메운 죽 음의 군세를 내려다보며, 왕을 대신 하여 명령을 내렸다.
___ 9999
창백한 청색의 충격파가 터졌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머리와 어깨에 눈을 덮은 채 멍하 니 비틀거리던 망자들이, 수천 구의 시체가 일순 정지했다.
그리고 일제히 입을 쩍 벌렸다.
그어어어어-
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氷 氷 氷
“이런, 개, X팔, 엿, 같은-”
난 날숨마다 욕을 뱉으며 샛별과 검은 얼음을 정신없이 휘둘렀다.
안 그래도 해골바가지들이 단체로 덤벼든 탓에 정신이 없는데, 데스나 이트 새끼는 루크의 시체와 영혼을 챙겨 도망치며 어택땅까지 눌러놨 다.
그어어어—
덕분에 몸이 꽁꽁 얼어붙은 좀비들 이 그야말로 개 떼처럼 덤벼들고 있 었다.
쾅/
신경질적으로 내뻗은 손바닥에서 피보라가 터졌다. 수십 구의 좀비가 산탄총 세례 내지는 클레이모어에 휩쓸린 양 걸레짝이 되었다.
“그으으. *따닥* 그워어!” 유니크 혹은 레어 장비로 무장한 해골기사들은 피보라에도 끄떡하지 않고 집요하게 무기를 휘둘러왔다. 거기에 둘라한들까지 둔중한 걸음으 로 덤벼오는 중이었기에 도저히 정 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으하하! Hatanka’aO, Su—ray!”
뒤에서 웬 미친놈이 얼어붙은 대지 에 양발을 처박은 채 지옥불을 휘둘 러대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진즉에 이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을 것이다.
“포, 포이.”
지친 목소리에 얼른 돌아보니, 운 검을 쥐고 내 옆을 지키던 뭉치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였다.
“뭐야, 괜찮아? 다쳤어?”
“아니, 숨, 수믈, 못 쉬게써요.”
순식간에 몰아친 전투에 지친 녀석 은 어째 혀가 꼬인 듯한 소리를 내 었다. 그제야 난 녀석이 좀비들의 사체에서 흘러나온 ‘부패의 안개’에 중독되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으, 젠장.”
한껏 피를 내어 검은 얼음을 길게 늘인 뒤 앞을 휩쓸었다. 좀비들을 썰며 나아가던 얼음 칼날은 까가강!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박살 났다.
“흐읍,”
난 순간적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끌어올린 마력이 심장을 통해 혈기 로 전환된다. 피로 이루어진 얼음의 파편이 내 지배하에 놓였다.
이어지는 폭발.
콰과광!
수류탄 너덧 개가 한꺼번에 터진 것 같은 폭발을 뒤로하고, 비틀거리 는 뭉치를 안아 올렸다.
“우테콰이!”
놈은 내 고함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쇠사슬 채찍을 크게 휘둘러 사방에 불덩이를 흩뿌렸다.
수도원을 향해 달려가니 컨휘어가 기다렸다는 듯 밧줄을 내려주었다. 덕분에 순식간에 막벽에 올라설 수 있었다.
“깜빡 속았소, 경.”
중년의 성당기사, 카바르 경이 민 망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부끄럽게도 헛된 역정을 쏟았군. 미리 언질이라도 주지 그러셨소.”
“아군이 속아야 적도 속는 법입니 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난 뒤이어 올라오는 우테콰이에게 손을 뻗으며 말을 이었다.
“이 신성결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습니까?”
카바르 경은 대답 대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밴시와 구울, 혼령, 불타는 두개골 등 온갖 언데드들이 제 몸을 불사르며 오색 광채의 커튼 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건, 잘 모르겠소.”
“모르겠다뇨?”
“성자님 부재 하에 신성결계를 펼 치는 일은 드문 일이라서……
이런 젠장.
얼굴을 쓸어내리며 신성결계를 확 인했다. 애당초 카바르 경에게 질문 을 한 것도 지금 언데드의 공세를 맞이한 신성결계가 위태롭게 흔들리 고 있어서였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겠군요.”
“……동의하오.”
난 휘하의 용병들과 막벽과 탑에 늘어선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그리 고 고함을 질렀다.
“무기 들어! 전투준비-/”
물결치는 빛의 커튼 아래에서, 망 자를 맞이하는 생자들은 결연한 표 정으로 무기를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