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439)
나의 악당들 439화
65. 봄의 절정(14)
전세는 아군의 여러 기사 및 장교 들과 시뮬레이션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덕분에 내 반응도 즉각적이 었다.
나는 아이네스 백작에게,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참모인 포건에게 지 휘를 맡긴 다음 곧장 망루 아래로 몸을 날렸다. 뭉치를 태운 채 목책 아래에 서 있던 바이콘이 거칠게 투 레질을 하며 다가왔다.
치이이이익-!
한편, 새벽하늘을 환히 밝히던 화 염의 강은 또다시 치솟은 물의 장벽 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밀짚공을 단 불화살은 대개 허무하 게 꺼져 버렸다. 하지만 용병마법사 들이 마나로 점화한 역청 조각은 물 에 젖어 바닥을 뒹구는 와중에도 쉽 사리 꺼지지 않았다. 그렇게 맹렬히 뿜어진 수증기는 마도사 오그슐리조 의 숨결을 타고 적진을 덮쳤다.
“윽- 전진! 전진 앞으로!”
“대열을 지켜라!”
뜨거운 증기가 얼굴을 달궜지만 노 예병과 마법병들은 멈추지 않았다. 우렁찬 구령에 따라 전진할 뿐이었 다.
“좋아……. 공격 준비!”
고함을 지르는 동시에 바이콘의 고 삐를 쳐 낮은 목책을 단숨에 뛰어넘 었다.
랭볼트 경과 벤로우 경을 포함한 소수의 기사와 그들의 보조병들, 그 리고 마스터 에포즈 등 마나를 비축 해둔 마법사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었 다.
그들이 모여드는 사이, 보라색 광 채에 휩싸인 아탈란테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우웅!
십수 미터 위에서 유영하는 그녀의 등 뒤로 여섯 줄기 자색창이 치솟았 다. 이마에는 세 번째 눈이 번뜩였 으며, 진귀한 백색창인 ‘하얀 가시’ 에는 시꺼먼 먼지바람이 휘감겼다.
“Napidot-!”
“Napidot adang’t! Eurie juhon!”
우두머리가 떨치는 위용에 방어선 에 엎드려 있던 누데인족 전사들이
‘우와아아-!’ 하고 함성을 내질렀다.
이에 답하듯, 수증기 속에서 자태 를 뽐내던 삼색의 광채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거대 괴수의 촉수처럼 뻗어진 공허 의 창이 사슬갑옷의 병사들을 꿰뚫 었고, 하얀 가시를 휘두를 때마다 검은 돌개바람이 쏟아져 적진을 할 퀴어 댔다.
“발사! 저 마녀를 떨어뜨려라!”
조장들의 성난 고함에 방진마다 셋 씩 포함된 궁수들이 활을 쏘아댔다. 아탈란테를 사거리에 둔 방진만 해 도 스무 조가 넘었으므로, 그녀에게 집중된 화살의 수 역시 만만치 않았 다.
그러나 아탈란테는 방어 태세를 취 하거나 피하는 대신 하얀 가시를 쥔 오른손에, 아니, 거기에 낀 회색 반 지에 마력을 집중했다.
후루르릉!
반지에 새겨진 문자가 빛나며 바람 의 장막이 그녀를 휘감았다. ‘호르 히우 류’의 달인인 레우폰에게서 빼 앗은 마법의 반지였다.
반지에서 뿜어진 바람이 화살비의 궤적을 비틀었다. 절반은 엉뚱한 곳 으로 날아갔고, 나머지는 도로 노예 병들을 향해 쏟아졌다.
“마법병을 보호해!”
“방어 주문은 곧 깨진다! 계속 쏴!”
아탈란테가 시선을 끄는 사이 나와 기수들은 강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 다.
“아슬아슬하게, 구름 위로- 가呼운 걸음을!”
마스터 에포즈의 대규모 가속 주문 이 삼십여 인마에 깃들었다. 쏜살같 이 달음박질친 기수들은 거의 나는 것처럼 도약해 4미터 폭의 강줄기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남들보다 두 배쯤 더 높이 도약한 탓에 마치 구름을 타 넘는 듯 아찔 한 기분이 든다. 난 환희에 찬 고함 을 내질렀다.
“돌격-!”
전장을 울리는 포효가 채 끝나기도 전에, 흩어져가던 수증기를 뚫고 커 다란 마수가 튀어나왔다. 송곳니를 드러낸 이각수는 마치 공성추처럼 선두의 방진을 들이받았다.
푸욱!
“꼬아악!”
방패병 하나가 나선 뿔에 꿰뚫려 대롱대롱 매달렸다.
“막아라! 은혜로운 알첸버- 꺽,”
검붉은 궤적이 반원을 그렸다.
풀헬름을 쓴 머리통이 창대와 손목 따위와 뒤섞여 하늘로 치솟았다. 도 끼창을 쥔 몸통은 뒷걸음질 치다 엉 덩방아를 찌었다.
노예병 예닐곱이 마수의 몸통에 치 여 나뒹구는 동안, 재차 그려진 궤 적은 입술을 달싹이던 마법병의 머 리를 횡으로 쪼갰다.
‘‘다, 죽여.’”
적기사는 웃음기 섞인 고함과 함께 다음 방진을 향해 고삐를 쳤다.
크릉.
바이콘은 거칠게 목을 휘저어 뿔에 꿰인 방패병을 노예병들 사이로 내 던졌다. 비늘 덮인 손이 그에게 향 하자 피 흘리던 방패병은 사방으로 혈편을 쏟아내며 폭발했다.
쩌렁쩌렁한 폭소가 뒤를 이었다.
적기사를 따라 강을 건너온 기수들 도 사나운 기세를 뽐내었다.
“쯧.”
푸른 망토를 휘날리는 기사는 주변 이 온통 잔챙이들뿐임을 깨닫곤 작 게 혀를 찼다. 그러면서도 마갑을 두른 건장한 전투마와 한 몸이 되어 날뛰기 시작했다.
칼날이 눈부시게 흰 마법검은 초인 적인 기량에 힘입어 사슬갑옷과 투 구 따위를 썩은 판자처럼 쪼개고 관 통했다. ‘참철의 기사’가 방진 하나 를 완전히 박살 내는 데는 일 분은 커녕 그 반의반도 걸리지 않았다. 은왕자의 기사들이 홀로 행동하는 것과는 달리, 밀그레스터 백작가의 기사들은 조그만 ‘랜스’를 이루었다. 선두로 나선 기사에 종자와 경기병 두엇이 붙어 보조병 노릇을 했다.
“가자, 부끄럼 없이 싸워라!”
“명예를 위하여!”
알첸버그의 이교도 노예군단이 아 무리 정예롭다 한들 그것은 병사의 기준이었다. 가혹한 단련을 견뎌낸 기사가 중무장하고 펼치는 기마 돌 진을, 서너 쌍의 창과 방패 그리고 화살 몇 발로 막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창, 들어!”
“갑옷 틈새나 말의 눈을 겨눠라!”
노예병들은 굳다 못해 비정상적인 결의로 자리를 지켰다.
기사들은 단호한 솜씨로 기창과 도 끼, 철퇴와 쇠도리깨를 휘둘러 장창 과 방패를 뭉개버렸다. 뒤따르는 보 조병들은 무너진 방진을 손쉽게 마 무리했다.
아탈란테를 휘감은 바람의 갑옷이 흩어지기 직전, 세 인영이 그녀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중력을 거스르듯 수십 미터 높이로 도약한 건 깃털을 형상화한 헤드기 어를 찬 남녀였다.
“태양의 기수여!”
‘셀-시드 류’의 새 대표자가 된 여 인, 틸로리아 오비르를 따라 다른 두 검호 역시 함성을 내질렀다. 그 리고 포물선을 그리며 추락했다.
“버텨라! 놈들을 묶어 두기만 하면 양익이 방어선을 넘어갈 수 있다! 마법병들은 주문을 서둘-”
그렇게 고함을 질러대는 노예군단 의 상급 지휘관을, 세 검호가 매처 럼 덮쳐갔다.
쐐액!
“이런, 위!”
지휘관에겐 중무장한 호위병이 여 섯이나 붙어있었다. 그러나 공중에 서의 강습이 워낙 급작스러웠던 탓 에 호위병들의 반응은 충분히 빠르 지 못했다.
써컥!
두 검호가 추락하는 힘을 온전히 실은 참격으로 호위병 둘을 베어버 렸다. 틸로리아 역시 넓적한 도로 호위병 하나의 팔을 자른 뒤, 부드 러운 연계 동작으로 지휘관의 울대 와 수염을 한꺼번에 그어버렸다.
“잡아라!”
감정이 거세되다시피 한 알첸버그 의 노예병들은 분노나 당혹감을 느 끼기도 전에 검호들에게 무기를 휘 둘렀다.
그러나 그 칭호가 헛된 것은 아니 라, 세 검호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유려한 동작으로 되받아친 뒤 땅을 박찼다. 동시에 그들이 찬 헤드기어가 진동했다.
쿠흥.
압축된 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세 남녀는 도로 강너머로 날 아가 버렸다.
그들에게 다급히 활을 겨누던 궁수 들은 검은 빛과 함께 날아든 돌개바 람에 휩쓸려 피범벅이 된 채 나뒹굴 었다.
은왕자의 두 기사와 여덟 갈래로 나뉜 랜스들이 소규모 방진을 스무 개 넘게 분쇄하기까지는 채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니 그제야 주문 을 완성한 마법병들을 책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이 기수들을 향해 화염구 내지 는 ‘강화된 화살번개’ 따위의 공격 주문을 날리기 직전. 강 건너편에서 하레스 키스들의 호위를 받으며 대 기하고 있던 전투마법사 넷이 빠르 게 주문을 외웠다.
“Dam, minan, dissem!
“Cium, judio, fulgurnos!”
그들은 밀그레스터의 전투마법사 중에서도 비교적 경지가 높은 자들 로, ‘주문차단’에 특히 재능이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이 빠르게 읊은 역 주문에 막 공격 주문을 쏘아내려던 마법병들은 마나가 역류해 연달아 피를 토했다.
전투마법사들의 마력이 미치지 못 하는 곳에 있는 마법병들은 기어코 공격 주문을 쏘아댔으나, 대부분의 기수들은 기민하게 산개하여 회피했 다. 포이닉스는 저급한 주문을 파훼 하는 바이콘의 두 뿔을 이용해 화염 구를 흩어냈고, 랭볼트는 푸른 망토 를 휘둘러 창처럼 기다란 번개화살 을 흡수했다.
“빌어먹을.”
대열의 좌익을 지휘하던 상급 지휘 관이 낮게 지껄였다.
틸로리아의 강습에 목숨을 잃은 자 는 우익의 오백 노예병을 지휘하는 지휘관이었다. 그가 죽었으니 하나 뿐인 상급 지휘관이 좌우익 전체의 지휘를 떠맡게 되었다.
노예병들의 긴 대열은 중앙에서부 터 허물어지고 있었다. 적기사를 필 두로 한 기병들은 예상보다 훨씬 강 력해서 산개한 대형으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었다.
“대열 중앙의 백인대장들에게 전해 라.”
고심하던 지휘관은 입술을 질끈 깨 물며 명령을 내렸다.
“각자 재량대로 저 기병들을 봉쇄 하도록. 양익이 강만 넘으면 성백께 서 마무리를 해줄 테니.”
그 명령을 내린 직후 상급 지휘관 은 뜬금없이 피를 쏟아내며 모로 쓰 러지고 말았다. 그와 그의 호위병들 로서는 영문 모를 일이었겠으나, 이 는 적기사와 함께 강을 건넌 암살자 가 저지른 일이었다.
지휘관의 유언이 되어버린 전언에 중앙의 백인대장들은 곧장 명령을 내렸다.
“집결하라! 집결하여 적의 돌파를 저지한다!”
대열의 양익이 연녹색으로 빛나는 강을 건너는 동안 중앙의 노예병들 은 적으면 쉰 명, 많으면 백 명 단 위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이백 명이 넘는 사상 자를 낸 탓에 모여든 덩어리는 덩치 도 작았고, 수도 서넛에 불과했다.
두두두-
커다랗게 뭉친 노예병들의 헐거운 틈새로, 금빛 사슬갑옷에 판금 흉갑 을 걸친 일백여 정예병과 서른 명도 넘는 제국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 다. 좌우에 제자들을 거느린 늙은 달인도 함께였다.
“적, 기, 사-!”
일흔 가까운 노인의 성난 고함이 여 명이 비치는 들판을 뒤흔들었다. 기 사를 따라 랜스를 이룬 종자와 경기 병들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떨었다.
“으흐하하!”
달리 ‘광소(狂笑)의 기수’라고도 불 리는 적기사는 별명에 어울리는 웃 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안장에서 투 창을 뽑아 들어 벼락 같이 내던졌 다.
카앙!
호프컨 성백은 매를 닮은 검을 들 어 투창을 튕겨내고 인상을 찌푸렸 다. 슬쩍 내려다보니 얇은 가죽장갑 에 피가 비쳤다. 고작 투창 한 자루 를 막아내느라 손아귀가 찢어진 것 이다.
늙은 달인이 얼굴을 굳힌 사이, 적 기사는 고삐를 당기며 물러섰다. 랭 볼트와 일곱이 된 랜스가 그를 따라 강으로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하 늘을 노닐며 살수를 펼치던 자안의 악마는 진즉에 자취를 감춘 다음이 었다.
“쫓아라!”
호프컨 성백의 호통에 적기사와 기 병들의 등을 향해 화살비가 쏟아졌 고, ‘산상의 린하우’에서 파견한 마 법사들도 파괴의 구를 퍼부어댔다.
구오오오!
그를 막아선 건 방어선의 망루에 선 늙은 마도사의 숨결이었다.
오그슐리조의 돌풍이 화살을 흩어 내었다. 하지만 파괴술사들도 이번 엔 작정을 한 듯 자색의 구체들은 허무하게 깨지지 않았다.
마도사가 허연 눈썹을 꿈틀거리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돌풍이 더욱 거 세어졌고, 파괴의 구들은 끝내 궤적 이 틀어지고 말았다.
슈우우- 콰앙!
“으아악!”
“이런 X발-”
방어선과 연녹색 강, 들판에서 연 달아 폭발이 일어났다. 거기에 재수 없이 적중 당한 왕국군 병사들은 순 식간에 먼지가 되었다. 비명을 지른 건 목책이 터지고 참호가 무너진 여 파에 휩쓸린 이들이었다.
그러는 동안 거센 돌풍 아래를 내 달린 적기사와 기병들은 단숨에 강 을 뛰어넘었다. 그들을 쫓던 늙은 성백과 기병들이 그대로 강으로 몸 을 던지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화르륵!
강기슭에 숨어 있던 용병마법사들 이 일제히 화염구를 쏘았다. 눈앞에 커다란 불덩이가 솟구치자 제국의 기병들은 흠칫 멈춰서고 말았다.
“이런 간악한-” 서둘러 장갑에 깃든 마법을 발동하 려던 호프컨 성백은, 이글거리는 화 염구들이 그의 머리 위로 스쳐지나 가는 광경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그 화염구가 향하는 곳을 바 라보고 신음을 흘렸다.
“제기랄.”
콰과광!
노예병들 한복판에서 폭발이 일어 났다. 적기사와 기병들을 막느라 밀 집대형을 이룬 탓에, 고작 대여섯 발의 화염구에 병력이 이백 가까이 증발하고 말았다.
“각하, 계속 공격해야 합니다!”
“아닙니다, 파괴술사들이 저 허름 한 목책들을 모두 깨부술 때까지 기 다려야 합니다!”
“이 치욕스러운 전과를 왕자께 보 고할 셈이십니까! 공격합시다!”
들판 한쪽을 뒤덮은 맹렬한 화마를 돌아보며 성백은 잠시 침묵을 지켰 다.
“……물러난다.”
노인이 씹어 뱉듯 말했다. 그와 눈 빛을 마주한 제국기사들은 입을 다 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