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72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72화
072 1997년의 행운들/ 블랙홀 엔터테인먼트
니콜라이는【제 3회 유니콘 미스 미스터 선발대회】가 시작되는 ‘볼쇼이(큰) 극장’으로 가던 중 급히 말했다.
“차 좀 세워 보세요.”
“네, 사장님.”
검은색 차 다섯 대가 외국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극장 앞 도롯가에 일렬로 나란히 섰다.
그러자 극장 앞 공터를 가득 메우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건장한 사내 열여덟 명이 우르르 내리니, 더욱 시선이 집중되었다.
달칵.
샤샤와 함께 차에서 내린 니콜라이는 커다란 간판을 바라보았다.
‘이 영화가 이때쯤 나왔었구나.’
러시아는 옐친 전 대통령 때부터 서양 문화를 받아들여 오다가, 자하르가 대통령이 되면서 완전히 개방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러시아인들도 지금은 서양 문화에 꽤 익숙해져 있었다.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아?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많네?”
샤샤의 말대로 모인 사람 중엔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많았다.
니콜라이는 간판을 보며 기자 시절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잃어버린 세계: 쥬라기 공원이라… 저 영화가 초대박이 났었지 아마. 이제 회사를 하나 차릴 때 됐군.’
【블랙홀 엔터테인먼트】
그가 생각하는 회사명이었다.
이 회사를 통해 세계의 문화 산업을 블랙홀처럼 러시아로 빨아들일 것이다.
선발대회를 시작한 것도 러시아 문화를 세계에 우뚝 서게 한 후, 독립국들이 자연스럽게 러시아 문화를 받아들이게끔 하기 위해서였다.
제대로 투자하려면 앞으로 초대박 날 영화라든가, 미래에 재능을 꽃피울 배우나 가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겠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처럼 영화명과 배우나 가수 이름을 보면 기억이 날 테니까.
니콜라이가 간판을 멍하니 보고 있던 때 주변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무슨 남자가 여자보다 더 잘생겼어. 저 사람 영화배우니?”
“처음 보는데. 신인인가?”
“신인 경호를 저렇게 해? 난 첨엔 자하르 대통령이 온 줄 알았잖아.”
“나도 깜짝 놀랐어. 우리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볼까?”
“그럴래?”
20대 초반의 여성 둘이 갈까 말까 고민하던 즈음 다른 곳의 여성은 니콜라이를 알아보았다.
-어머, 나 저 사람 알아. 전에 대통령 선거 때 자하르 후보랑 같이 활동하는 거 봤어.
-맞아. 기억난다. U마트랑 가스프롬 사장이야. 뉴스에도 자주 나왔잖아.
웅성거림이 점점 커지자 샤샤가 경호원들에게 주변 경계를 더 신중히 하라는 눈짓을 보내며 니콜라이의 팔을 툭툭 쳤다.
“안 가? 30분 전에 도착해야 하잖아.”
“어 그래. 가자.”
현실로 돌아온 니콜라이는 주변을 잠깐 둘러보다가 젊은 여자들이 몰려 있는 곳을 보며 미소 지었다.
꺄악!
“나야. 날 보고 웃었어”
“웃겨. 누가 봐도 나잖아.”
여자들이 자지러지듯 고함을 지르며 미소의 대상이 서로 자기라면서 옥신각신했다.
그녀들이 그러든 말든, 니콜라이는 바로 차에 올랐다.
“출발하세요.”
저런 젊은 여성들이 기자 시절의 니콜라이에게 관심을 보인 적은 별로 없었다.
악착같이 모아 투룸 전세 하나 마련하려고 빡빡하게 살았던지라 연애는 꿈도 꾸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180도로 바뀌었기에 그에게도 새 인연이 있을 것이다.
‘내 반쪽도 어딘가에 있긴 하겠지.’
* * *
대회엔 러시아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사회 저명인사들이 죄다 참석했다.
니콜라이의 권유로 자하르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알아서 눈치껏 자리를 빛냈다.
이번 3회 대회의 특별한 점은 14개 독립 국가들에서 참여한 사람이 러시아인보다 많다는 거였다.
이 대회는 예선과 본선을 모두 모스크바에서 치르게 되어 있었다.
전에 니콜라이가 자하르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 중 가장 먼저 시행된 것이 독립국들과의 비자 면제였다
그 때문에 마치 자기 나라처럼 오갈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무비자로도 1년간은 거주를 하면서 원하면 일도 할 수 있다.
러시아는 독립국들에게 그리 먼 나라가 아닌 느낌이었다.
사회자가 기쁜 소식을 전했다.
“대략 3개월 후인 12월 1일이면 드디어 모스크바에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입주가 시작됩니다. 그러면 1, 2, 3회 대회 입상자들은 모두 115㎡(35평) 아파트를 한 채씩 받게 됩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상자들이 자리에서 방방 뛰거나 눈시울을 붉히며 옆 사람을 껴안기도 했다.
“3개월밖에 안 남았대. 나 어떡해.”
“기념 촬영 끝나면 가서 보자. 건물은 벌써 다 만들어졌잖아.”
“그래, 꼭 가. 내가 유니콘 아파트 주인이 되다니. 아직도 안 믿겨. 엄마! 나 집 생겼어!”
러시아에서 유니콘 아파트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가격이 만만치도 않았지만 무엇보다 아파트의 질이 세계에서 최고였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영 TV에서 유니콘 아파트를 재조명하며 다큐멘터리식으로 두 편을 방영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한국 건설사들이 가장 먼저 와서 신기술을 배워서 갔고, 뒤엔 일본, 중국에서도 방문했었다.
한국을 제외한 서양에서는 아파트가 서민들의 집으로 인식되고 있었으나 여긴 그 반대였다.
유니콘 아파트에는 많은 특징이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큰 특징이 모든 입주자에게 ‘다차’를 주는 거였다.
비닐하우스 같은 곳에서 채소를 키울 수 있고, 주말 같은 휴일에는 거기서 보낼 수도 있는.
모스크바 외곽으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긴 했으나 러시아인들의 거리 개념은 다른 나라 사람과는 달랐기에 이런 거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회자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전에 대선 투표를 하셨던 분 중에서 투표 복권에 당첨되신 분들도 혜택을 보게 되는군요.”
1등 3명(55평). 2등 6명(45평).
3등 9명(35평). 4등 15명(25평).
전국에서 TV를 보고 있던 사람 중 이에 해당하는 이들도 방과 거실을 뛰어다니며 기쁨을 맘껏 표현했다.
자하르가 대통령이 되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거나 바뀌고 있었는데, 그중에 외국인의 러시아 부동산 비중을 5%까지 제한한다는 새로운 법이 생겨났다.
한 곳에서 대량으로 사는 것은 금지했고, 일반적으로 땅은 임대하는 식이었다.
정부의 행정업무가 모두 전산화되면 전국 시별로 5%를 지키게 될 것이다.
동시에 모든 집은 후분양을 해야 한다는 것도 법제화되었다.
이것들 역시 니콜라이가 제안해 진행된 일이다.
장장 여덟 시간 동안 진행된 예선과 본선 대회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마지막 행사인 기념 촬영을 위해 니콜라이도 자리에 섰다.
그런데 입상자들의 자세가 보기에 좀 그랬다.
남자들은 앞줄에 쭈그려 앉아서 ‘앉아 쏴’ 자세를 취했지만, 여자들은 뒤에 서서 니콜라이의 양옆으로 붙어서 찍었다.
나무 계단을 만들어 그 위에 올라가서 찍어도 될 일인데 왜 이렇게 했는지는 니콜라이만 알 것이다.
3회 때부터는 니콜라이를 중심으로 이렇게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대회를 만든 사람이 그였고 러시아에서 그의 이름이 너무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김민준도 참석해 전 대회 입상자면서 애인이 된 반쪽과 함께 입상자들에게 명함을 나눠 주었다.
“‘류블류 결혼정보회사’예요. 독립국들과 코리아의 1등 신부, 신랑감을 연결해 주니까 관심 있으신 분은 꼭 연락 주세요.”
김민준은 러시아어를 몰랐기에 반쪽인 그녀가 명함을 척척 잘도 나눠 주었다.
* * *
‘월드 볼’ 두 번째 1등 당첨자는 세 명이었다.
러시아, 미국, 벨라루스.
1등 총 당첨금.
-10억 3,557만 달러(대략 9,320억 원).
한 명당 대략 3,106억 원.
1년에 155억 3,000만 원.
월드 볼의 두 번째 잭팟이 터지면서 세계가 또다시 떠들썩거렸다.
러시아의 판매량이 가장 높기에 확률적으로 러시아에서 1등이 나온 건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인구 930만 명의 소비에트 독립국인 벨라루스에서 나온 건 뜻밖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일은 벨라루스인들이 러시아를 더욱 친근하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 파워볼(92년 4월 22일 첫 추첨).
미국 메가밀리언(96년 9월 6일 첫 추첨).
러시아 월드 볼(96년 9월 1일 첫 추첨).
미국의 두 복권이 거의 먼저 자리를 잡고 잘 진행되고 있다가 갑자기 ‘월드 볼’이 나오면서 복권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판매량이 더 줄 거란 거였다.
이를 해결코자 미국의 복권 관계자들이 워싱턴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이대로는 안 되겠습니다. 당분간은 괜찮겠지만 이렇게 몇 년만 흐르면 월드 볼에 잡아먹힐 겁니다.”
“이길 방법이 없잖아요.”
“이기긴 힘들어도 비슷하게 갈 방법이 있긴 합니다.”
“뭡니까?”
“월드 볼처럼 파워볼과 메가밀리언도 인터넷으로 판매하면서 외국인도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흐음. 그러자면 법을 고쳐야 하는데….”
“복권에서 들어오는 세수가 얼마나 큰지 다들 아시잖습니까. 고쳐야 한다면 무슨 방법을 써서든 고쳐야죠.”
그렇게 해서 미국의 파워볼과 메가밀리언도 합법적으로 외국인이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일 줄 알았는데.
미국은 법을 쉽게 고치는 나라가 아니었다.
법을 미국과 통일시 하는 깊은 문화가 있었던지라.
결국, 미국의 두 복권은 원래 역사처럼 그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월드 볼’은 이렇게 세계 복권 산업을 재빨리 점령해 나가고 있었다.
* * *
백악관.
미국 복권과 월드 볼에 관한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는 걸 클린턴과 CIA 국장이 보고 있었다.
“블랙홀에서 월드 볼을 운영했던가요?”
“네.”
“니콜라이, 저 사람은 참 별 사업을 다 하는군요.”
“전에 말씀하셔서 조사해 봤는데 태국이, IMF에서 지원해 주기로 했던 자금 중 아주 일부만 받아들였습니다. 그 이유가 러시아에 대출해 주었던 돈을 1년 일찍 모두 달러로 받아서였습니다.”
CIA 국장은 유니콘 그룹, 가스프롬과 태국 은행들의 대출 관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얘기를 들은 클린턴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가스프롬의 가스와 원유를 50년간 수입하는 것을 요구했고요.”
“…!”
“계약은 이미 체결됐습니다. 그런데 가스프롬의 사장이 바로 니콜라이 저 사람이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자하르가 후보 시절 때 선거대책위원장이 저자였으니, 태국에 가스프롬의 가스와 원유를 50년간 팔아먹게 한 인물은 저자가 확실할 겁니다.”
클린턴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보통 인물이 아닌 줄을 알았지만….”
클린턴이 니콜라이를 생각하고 있을 때, 니콜라이는 다음 미국 대통령인 조지 부시를 생각하고 있었다.
* * *
굼 백화점 블랙홀 사장실.
니콜라이는 자주 못 오는 사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전화 온 데 없었어요?”
“영국에서 데니스 씨에게 연락이 왔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사장님이 들어오신다고 하니까 다시 연락한다고 했습니다.”
마침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띠리리링♬-
비서실장이 바로 받아서는 수화기를 넘겨주었다.
-대회는 잘 끝났어?
“방금 잘 끝내고 들어왔지. 무슨 일 생긴 거야?”
-엘리엇이 투기 세력 두 곳을 더 끌어들였어. 소로스의 퀀텀펀드와 로버트슨의 타이거 펀드라고 하는데. 두 곳 다 상당히 큰 자금을 굴리는 곳이야.
“환율 상황은?”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지. 태국이 걸어간 길을 똑같이 가. 그리고 일본이 단기 대출을 모두 거둬들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어.
일본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는 일본 자금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었다.
일본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았기에 일본 은행들과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이 갑자기 자금을 회수해 버리면?
‘한국이 급격히 무너진 때와 똑같네.’
-인도네시아는 얼마 못 갈 것 같다.
“내가 신호 주면 바로 움직일 수 있게 준비해 둬.”
-준비야 항상 해 두지. 참, 보너스 준 거 정말 고맙다. 내 생전에 이렇게 큰돈을 받아 본 건 처음이야.
“태국에서 많이 벌었잖아. 형이 중간에서 실수 없이 잘해 줬으니까 보상해 줘야지. 인도네시아 상황도 잘 끝나면 넉넉히 줄게.”
-나는 그냥 블랙홀에 뼈를 묻을래. 아, 잡스가 전해 달라더라. 종합검진 받았는데 아무 이상 없다고. 그런 것도 보고하냐?
니콜라이는 전에 스티브 잡스에게 3개월에 한 번씩은 꼭 종합검진을 받으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보고하라고 하진 않았는데, 자기 건강까지 챙겨 줘서 고마웠던 모양이다.
“다음엔 3개월마다 형이 꼭 물어봐.”
-CEO의 건강을 이렇게까지 철저히 챙기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다.
“그건 그렇고. 우리가 사들인 IT 기업들 주식 모두 미국 블랙홀 법인으로 옮겨.”
-진심이야? 미국 IT 기업들 주식 때문에 미국에서 네 이미지 안 좋다는 거 알면서도 옮기라고?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옮겨 놔.”
-우와 너 진짜 배짱 좋아. 알겠다. 옮겨 놓긴 하겠지만 나 솔직히 이번에도 조금 겁난다. 미국이 아무리 자유 민주주의 국가고 자본주의 국가라지만 여론을 무시 못하잖아.
여론의 힘이 세지면 법을 넘어서는 권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뜻.
“형이 무슨 걱정하는지 알아. 해결할 방법이 있어.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닷컴버블(IT버블)이 터져서 팔아야 할 때가 되면, 미국 법인이 니콜라이에게 더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기에 옮기라고 한 거였다.
영국 기업이 미국 IT 기업들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과 미국 기업이 그런 것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니까.
“아 맞다. 미국에서 올해에 상영될 예정인 영화나 지금 제작하고 있는 영화 목록 좀 만들어서 보내 줘. 또, 할리우드에서 이름 좀 있다는 배우들 이름과 가수들도.”
-그런 거는 인터넷으로도 찾을 수 있잖아?
“그럼 형이 찾아서 만들어 주면 되겠네. 난 그럴 시간 없거든. 여기 사람들도 바빠.”
명단을 쭉 훑어보면 초대박 날 작품과 인기 있을 배우, 가수들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디즈니 주식 좀 천천히 사 둬.”
-디즈니는 갑자기 왜?
“앞으로 할 사업에 포함되는 일이라서.”
-너 또 뭔가 새로운 사업 시작하려나 본데. 알겠다. 양쪽으로 대조해서 명단 만들어 보내고, 디즈니 주식도 천천히 사들일게. 기대된다. 네가 새 사업을 시작한다니 말이야.
니콜라이는 마지막으로 미국의 적당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하나 알아보라고 지시를 내렸다.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회사를 인수해서 뜯어고치는 편이 더 빠를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