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판오강이 자신만만하게 말한 것과 달리 엘프들은 거짓말을 잘 했다.
최연승은 어비스를 돌아다니다가 엘프들과 부딪힌 적이 있었다.
대부분은 크게 위험하지 않았지만 가끔 서로 엮이게 될 경우 엘프들은 정말 매우…
짜증나는 놈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살짝 화가 나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엘프들은 자기 종족을 매우 사랑하는 이들이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이제 그게 다른 종족들을 무시하는 걸로 발전하는 게 문제였다.
-저 숲을 점령하고 있는 몬스터를 치우면 이 주변에서 빠져나가는 길을 알려주겠다고 약속했었지? 자. 몬스터를 처리했다. 길을 알려다오.
-그 길은 우리도 모른다. 우리는 이 숲에서 선조의 이름을 잊을 정도로 오랫동안 지내왔으니까.
-길을 알려준다면서?
-대신 너에게 더 좋은 걸 주겠다. 바로 영광스러운 우리 엘프 종족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지. 너 같이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하찮은 존재에게는 정말 분에 넘칠 정도로 영광스러운 기회 아닌가?
-…지금 당장 길을 찾아내지 않으면 네놈들의 머리통을 목에서 분리시켜주마.
-야, 야만스러운 놈!
이렇듯 다른 종족 상대로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최연승도 그들을 반성하게 만들기 위해 수많은 주먹을 휘둘러야 했다.
‘하긴 지구에 있으면 엘프를 얼마나 만나봤겠나.’
성좌의 권속으로 일하는 아주 한정적인 엘프들만 만날 수 있었을 테니, 그들에 대해 오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엘프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엘프는 어비스에서 가장 명예로운 종족이라고 할 수 있지. 미(美)와 고결함을 갖고 있는 종족이 어디 흔한가.
…이런 말들을 하면 지구 사람들은 오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꼭 속고 있다는 보장은 없으니 괜찮지 않겠니?
-하긴 뭐 엘프들 중에서는 진짜 거짓말 안 하는 놈들도 있고, 놈들이 매번 거짓말만 하는 건 아니니까…
* * *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엘프 노인이, 시중을 드는 다른 엘프 몇 명과 함께 헌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엘프 노인은 감격한 눈빛으로 말했다.
“인간 종족이 이렇게 용맹하고 명예로울 줄은 몰랐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그리고 모든 인간 종족들이 용맹하고 명예로운 건 아니오. 우리 중화인민공화국 소속만 믿는 게 좋을 거요. 다른 나라는 아주 들개 같은 놈들이니까.”
판오강은 엘프 노인에게 친절하게 말했다.
지금 어비스에 나와 있는 기업이나 국가들은 새로운 지역을 발견하고 어비스의 종족들과 친해지기 위해 매우 필사적이었다.
중국 정부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이 노인이 이끄는 엘프 부족은 아주 유용하다.’
엘프 노인, 그렝노는 주변의 지형을 꿰고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몬스터까지 모르는 게 없었다.
게다가 부족의 엘프들은 또 어떤가.
지구에서는 없었던 마법과 스킬들로 온갖 희귀한 아이템들을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었다.
이걸 독점할 수 있다면?
“약속은 지켜주시겠지?”
“물론입니다! 몬스터만 잡아주신다면 용맹하고 명예로운 인간 왕국… 중국 왕국이었나요? 이름이 헷갈려서…”
“중화인민공화국. 왕국이 아니오.”
“하지만 말한 걸 보니까 왕국 같던데?”
“왕국이 아니라니까!”
‘인간들은 참 이상하기도 하군.’
그렝노는 속으로 눈앞의 인간이 참 특이하다고 느꼈다.
들어보니 맨 위에 있는 인간의 의지로 나라가 굴러가는데 그게 왕국 아닌가.
어리석고 무식한 놈들이라 그런지 왕국이 뭔지도 모르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상관없지.’
“어찌되었든 저 몬스터를 처리해주기만 한다면 중국 왕국의 영원한 동맹이 되겠습니다.”
“그 약속 꼭 지키셔야 하오.”
판오강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대화를 아주 멀리 있던 최연승이 똑똑히 듣고 있었다.
“아니…”
-사기당하고 있구나.
[사기당하고 있는 것 맞다고 가…]너무 노골적이라서 도저히 사기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상황.
보아하니 엘프 부족 중 하나가 중국 정부 상대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엘프들이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
위험한 몬스터 나타났을 때 다른 종족 시켜서 처리하기!
“속는 걸 보니 한심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엘프들이 저럴 정도면 꽤나 강한 몬스터일지도 모르겠구나.
중국 정부는 B급으로 견적을 냈지만, 엘프들이 저럴 정도면 좀 더 위험하다고 봐야 했다.
B급이지만 뭔가 까다롭고 수상한 요소가 있다거나,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다거나…
‘하긴 몬스터 등급이 높아서 나쁠 거 없긴 하지.’
원래라면 헌터들의 목숨이 날아갈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지만, 잡을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같이 있는 헌터들을 단련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짐짓 모르는 척 중국 헌터들에게 항의할 수 있는 것이다.
“와. 엘프들입니다.”
“혹시 사진 찍으면 저들이 불쾌해할까요?”
“같이 사진 한 번 찍어보고 싶은데…”
“……”
최연승은 화산파 헌터들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외모에 속다니 아직도 수련이 멀었군.’
어비스에서 아름다운 종족이나 몬스터라고 믿으면 안 됐다.
당장 몽마 종족을 보라.
그렇게 아름다운 겉모습을 갖고 있지만 방심하는 순간 이라는 사악한 종족 스킬을 사용해왔다.
[가 많고 많은 예시 중에 왜 하필…]‘미안하다. 떠오르는 게 없어서.’
그렝노와 같이 온 엘프들은 헌터들의 반응을 즐겼다.
하찮은 종족들이 보내는 선망만큼 좋은 게 또 없는 것이다.
‘부러워해라, 하찮은 자들아!’
“잠깐. 나도 엘프들과 대화해보고 싶은데.”
최연승의 말에 판오강은 노골적으로 싫어했다.
엘프들이 다른 나라 헌터들과 접촉해서 좋을 게 없었던 것이다.
“저기 엘프들이 사실 다른 나라 헌터들을 무서워합니다.”
“괜찮다. 무서워해도 말만 통하면 되지.”
“…다른 나라의 헌터들과 억지로 대화하게 하면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그래? 직접 물어보지.”
판오강은 한 가지 착각하고 있었다.
최연승이 A급 헌터 중에서는 매우 예의 바르고 상식적인 축에 속했지만, 최연승도 충분히 억지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이다.
A급 헌터 중에 그나마 협력 가능하다고 판단해서 섭외를 한 것이지만 그건 커다란 실수였다.
“오. 그렝노라고 했나? 반갑군. 난 최연승이라고 한다.”
“반갑습니다. 최연승 헌터. 아주 강한 육체를 갖고 계시는군요.”
그렝노는 감탄한 듯이 말했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여기 있는 헌터들도 제법 강했지만, 최연승은 특출났던 것이다.
어지간한 엘프 영웅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강함!
‘더더욱 좋군.’
이런 강함이라면 인근에 자리 잡은 몬스터를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판오강은 그렝노를 노려봤지만 그렝노는 모르는 척했다.
엘프들 입장에서 인간 왕국 하나를 부리는 것보다는 두 개를 부리는 게 나았으니까.
“그런데 여기 엘프들은 무슨 성좌를 믿고 있지? 믿나?”
“무, 무슨… 저희가 감히 어떻게 그 분을 믿겠습니까?”
‘음?’
가끔 어비스에서 성좌를 믿지 않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마음먹는 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어비스에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인가 싶었지만, 의외로 자주 보이는 현상이었다.
-어중간하게 믿을 바에는 그냥 믿지 않는 게 낫지 않나?
어비스의 종족들 중에서는 상당히 영리한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성좌에게 신앙심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성좌가 모든 이들을 다 챙겨주진 않았다.
성좌 입장에서는 필멸자가 개미 같아 보이는데, 몇몇 돋보이는 이들만 챙기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냥 이득을 바라지 않고 믿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득을 바라고 믿는 이들도 많았다.
이런 이들은 자신들을 골라 줄 성좌가 나타날 때까지 버티곤 했다.
“를 믿는 것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을 텐데?”
“저희 같이 조그만 부족이 믿는 거 자체가 무례한 짓이니 말입니다.”
‘핑계 하나 잘 대는군.’
자기들이 안 믿겠다는데 굳이 최연승이 캐물을 필요는 없었다. 최연승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물러섰다.
* * *
“그렝노 님. 어떠셨습니까?”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 멍청한 인간 놈들은 속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더구나.”
그렝노는 만족스럽게 말했다.
“그렇지만 계획을 조금 바꿔야겠다.”
“어떻게 말입니까?”
“저기 인간들 중에 아주 뛰어난 전사가 있었다. 그 정도라면 몬스터를 확실하게 처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다른 놈들을 미끼로 써서 일을 확실하게 만들자꾸나.”
“좋은 생각이십니다!”
중국 헌터들이 들으면 분노해서 칼을 뽑을 소리였지만, 엘프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최연승이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먼저 온 중국 헌터들은 미끼 역할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 * *
“잠깐. 왜 그렇게 앞장서지?”
최연승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중국 쪽 헌터들이 너무 앞에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많은 인원이서 레이드를 시도할 때는 최대한 움직임을 맞추기 마련이었다.
혼자 앞으로 가면 몬스터들에게 집중적으로 얻어맞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중국 헌터들은 뭘 잘못 먹었는지 이상하게 앞에 가고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방금 말했잖나? 왜 이렇게 앞으로 가냐고.”
“저희가 불렀으니 그만한 책임을 지려고 하는 것뿐입니다.”
판오강의 말에 화산파 헌터들은 경악했다.
“최연승 헌터. 뭔가 수상합니다. 저 놈들이 뭘 꾸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렇게 가다가 매복해 있는 헌터들과 힘을 합쳐서 공격하려고 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참신한 의견이군.”
물론 그런 건 불가능했다.
지금 들어와 있는 던전은 일자형으로 길이 쭉 뻗어 있는 평야 형태의 던전.
헌터들이 숨어 있을 만한 곳도 없었을 뿐더러 최연승의 감각을 벗어나기도 힘들었다.
‘무슨 생각이지? 내가 전리품을 뺏을까봐 걱정이라도 되나?’
최연승은 의아했다.
물론 중국 헌터들이야 그런 걱정을 할 수 있었다.
원래 남한테 나쁜 짓 하던 놈들은 자기가 그대로 당할까봐 걱정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러나 최연승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중국 헌터들 상대로 시비 걸고 전리품 뺏기에는 성좌로서의 격이 있는 것이다.
-엘프들이 무슨 수작질을 부린 게 아닌가 의심이 되는구나.
-무슨 수작질이라니?
-영리한 몬스터 같은 경우에는 강한 전사가 오면 피하곤 하잖니. 피도 눈물도 없는 종족들 중에서는 가끔 미끼를 써서 불러내곤 하지.
-…!
최연승은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그러니까 지금 엘프들이 확실하게 던전을 클리어하는 걸 원해서 저렇게…?
‘와. 정말 대단하군.’
자존심 강한 두 쓰레기들의 속임수 싸움!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책임은 됐다. 정지해라. 움직임을 맞춰야겠다.”
“…!”
갑작스러운 최연승의 말에 중국 헌터들이 당황했다.
같이 레이드를 하더라도 다른 팀의 헌터들에게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었다.
아무리 등급이 높더라도 말이다.
“최연승 헌터. 그쪽에 명령할 권한은 없지 않습니까?”
“음… 그렇긴 하지.”
최연승이 납득한 것 같자 판오강은 다행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최연승은 납득한 게 아니었다.
“그러면 권한 없이 명령하지. 뒤지기 싫으면 당장 멈추고 이쪽으로 와라.”
“…!!!”
생각치도 못한 폭언에 분위기가 경악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