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괜찮은 던전이 있다면 얼마든지 해외로 날아가 던전을 클리어하고 몬스터를 레이드하는 것이 현대의 헌터였지만, 그것도 예외는 있었다.
바로 중국 쪽 제안이었다.
-중국 쪽에서 레이드 요청이 날아왔다고? 거절해. 미쳤어? 여권 뺏기고 납치당하고 싶어?
-설마 요즘 세상에 그러겠어?
-요즘 세상에 그러는 게 그 놈들이지.
-중국 쪽에 가야 한다면 무조건 선불로, 세 배는 불러야 갈 거다.
-세 배만 불러도 간다고? 난 열 배를 줘도 안 갈 것 같군.
-사실 나도 갈 생각 없었어. 그냥 받고 도망치려고 한 소리야.
보통 해외에서 온 헌터들은 어느 나라든 간에 꽤 특혜를 베풀어줬다.
진상을 부리더라도 꾹 참고 넘어가주는 것이다.
안 그랬다가는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없었으니까.
당장 프랑스만 해도 저번에 미국 헌터들을 부르기 위해 마을 하나를 통째로 비우고 극진하게 대접하지 않았던가.
…그런 점에서 중국은 정말 배짱 넘치는 국가였다.
던전 정보 허위 기재!
레이드 결과물 절도!
일방적 계약 파기, 보수 변경 등등!
한 나라에서 했어도 ‘와 저기는 진짜 미친 놈들인가봐 정부가 돌았나?’같은 소리가 나와도 모자랄 짓들을 무슨 트로피 모으듯이 연달아 저지른 것이다.
최연승은 지구로 돌아오고 나서 혹시 달라졌나 싶어서 황경룡한테 물어봤지만, 황경룡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 달라진 거 없다. 똑같은 놈들이야. 심심하면 뒤통수를 치는 놈들이지. 내가 갖고 있는 클랜 헌터들은 절대 안 보내.
이런 악명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당당하게 와서 제안을 하다니.
“내가 너희의 제안을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최연승 헌터. 무슨 오해를 하고 계신지 알겠습니다. 사악한 미국인들의 지속적인 세뇌와 음모로 인해 우리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으시군요.”
“…난 한국에 있을 때부터 중국 정부한테 맺힌 게 많았다. 30년 넘게 전에 기억 안 나나? 인천 앞바다에 나타난 몬스터 승황(乘黃). 그거 너희 놈들이 처리 못해서 이쪽으로 온 건데 뻔뻔하게 모른다는 소리나 하고…”
“오해입니다! 저희는 절대 그러지 않습니다!”
“어찌되었든 그런 오해를 받게 되다니 너무 슬픕니다. 최연승 헌터. 그 오해를 풀게 해주십시오. 우리 동아시아 헌터들끼리 뭉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본 헌터들하고 같이?”
가끔 해외 나가면 받는 오해 중에 어이없는 오해가 있었다.
-와, 한국, 중국, 일본은 동아시아 3국이니까 되게 친하겠네요?
-그럼 너는 프랑스인이니까 2차 세계 대전 때 독일하고 동맹 맺고 싸웠겠다?
-…미안합니다.
“개소리 그만하고 본론이나 말해라.”
“예!”
최연승이 아무리 오만하게 말해도 중국 쪽 헌터들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A급 헌터인 이상 저 정도 말할 권리는 당연히 있는 것이다.
솔직히 더 심한 놈들도 많았다.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와? 무릎 꿇고 대가리 박은 채로 말해!
-했, 했습니다!
-그럼 이제 너희 당 주석 개새끼 해봐.
-…그, 그건 제발…!
중국 헌터들이 갖고 온 제안은 생각보다 멀쩡한 제안이었다.
멀리서 온 엘프 부족 중 하나가 던전의 위치를 알려줬는데 이 던전을 공략하고 같이 보상을 나누자는 제안이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드래곤 인더스트리 담당자들은 계약서를 보고 말했다.
“멀쩡합니다. 딱히 독소조항도 없고요.”
“계약이 멀쩡해도 속이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지 않나?”
“예.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중국 땅에서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지, 이렇게 밖에서는 중국 정부도 미친 짓을 하진 않으니까요.”
중국 정부가 개양아치 취급을 받고 있긴 해도 머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진상 짓을 할 때는 어디까지나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 헌터가 자기네 나라에 와 있는 상황.
이럴 때는 해도 됐다.
하지만 이렇게 어비스에, 다른 나라 헌터들도 많은 상황에서는 진상 짓을 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도 호구가 아닌 것이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
“B급으로 추정되는 던전이면 상당히 괜찮은 것 같습니다. 위치도 좋고요.”
“으음. 그러면 헌터들 데리고 공략에 나서볼까.”
“무공 사용자들만 데리고 가시는 건 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최연승이 데리고 온 가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무공 사용자들만 데리고 레이드를 나가는 건 좀 걱정이었던 것이다.
‘아직도 이러나?’
최연승은 담당자들의 태도에 아쉬워했다.
물론 걱정해주는 건 알고 있지만, 가까이서 본 이들도 이럴 정도면 다른 무공 사용자들에 대한 인식도 뻔했던 것이다.
“무공 사용자들만으로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지원이 필요하시면 바로 연락 주십시오.”
* * *
최연승이 말을 꺼내자 헌터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여들었다.
기대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들은 같이 하는 상대를 듣게 되자 인상을 팍 썼다.
“함정일 겁니다!”
“분명 최연승 헌터를 엿먹이려고 이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원래 자기 나라 싫어서 떠난 사람들만큼 무서운 사람도 없는 법.
중국 쪽에서 망명이나 다름없이 빠져 나온 화산파 클랜 헌터들의 원한은 무서웠다.
“다, 다들 그만해.”
리 여원의 딸인 아이리스가 입을 열자 시끄럽게 떠들던 헌터들이 조용해졌다.
아이리스는 성격이 소심한 대신 주먹으로는 대화를 잘 했던 것이다.
몇 번 얻어맞다 보면 그 뛰어난 말솜씨에 반박하기가 힘들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군.’
최연승은 속으로 신기해했다.
보통 뛰어난 헌터들은 성격이 대담하거나 겁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한국의 A급 헌터인 한세하 같은 경우에는 분노조절을 못할 정도로 성격이 화끈했으니…
그에 비해 아이리스는 헌터라는 게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소심했다.
사람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할 정도니 더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몇 번이고 확인해봤는데 함정은 아닌 거 같다.”
‘다른 꿍꿍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드래곤 인더스트리 쪽 담당자들은 뛰어났다.
이것저것 정보를 모아 오더니 한 가지 추측을 내놓은 것이다.
-최연승 님. 혹시 이 던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중국 쪽이 선점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남의 힘을 빌려서라도 최대한 빨리 던전을 클리어하려는 거죠.
-오… 그렇군. 던전을 클리어하기 전에 주변을 샅샅이 뒤져서 그걸 챙겨오라는 거군?
-…아, 아니.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요?? 그냥 알고 계시라고…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 듣는 최연승이었다.
황경룡이 옆에 있다면 ‘바로 그게 사업가의 정신이지’라며 칭찬했을 태도.
“저기 중국 헌터들인가봅니다.”
거친 소리를 내며 어비스의 가혹한 환경에 견딜 수 있게 특수제작된 차량들이 다가왔다.
안에는 중국 쪽 헌터들이 타고 있었다.
“…저건!!”
“알고 있는 놈들인가?”
루이스 왕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소림사 놈들입니다!”
“대머리가 아닌데?”
“…소림사라고 다 대머리는 아니라니까요!”
현대에 들어와서 중국 정부는 무당파나 소림사 같은 중국의 자랑스러운 문화 유산을 활용하고 싶어했다.
클랜 이름을 그걸로 짓는 건 그 중 하나.
‘억지로 이름 지어봤자 역효과 같은데…’
최연승이 보기에도 영 아닌 정책이었지만, 원래 위에서 까라면 까야 하는 것이 법칙.
중국처럼 살벌한 조직이라면 더더욱 잘 까야 했다.
“원한이 있는 표정이군.”
“저 놈들은 정부의 개나 마찬가지입니다.”
클랜이 당과 정부에 찍혀 제대로 박살나고 있는 사이, 그걸 막기는커녕 부추긴 게 클랜이었다.
화산파 클랜이 사라지면 그들이 중국 내에서 가지는 힘이 더 커지는 것이다.
그런 만큼 화산파 출신 헌터들은 소림사 출신 헌터들에게 살벌한 원한을 갖고 있었다.
“미국에 갔더니 출세했군?”
“너희들보다는 훨씬 나은 꼴이지. 익히라는 무공도 못 익혀서 마법으로 때운 주제에.”
화산파 헌터의 말에 소림사 헌터가 발끈했다.
아픈 곳을 찔린 것이다.
한 때 당 간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근데 소림사면 무공을 잘 해야 하지 않나?’
그러자 밑의 담당자들은 과잉 충성으로 날뛰었다.
‘소림사는 의무적으로 몇 명 이상의 무공 사용자를 만들어내라!’
‘만들어내지 못하면 박살날 줄 알아라!’
물론 무공 사용자는 이미 결과가 나와 있듯이, 억지로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결국 소림사는 최후의 방법을 선택했다.
그건…
마법을 써놓고 무공이라고 우기는 것이었다.
-…방금 속도 가속 마법을 쓰지 않았나?
-보법입니다! 여기… 이거 받으시고 좋은 곳이라도 가시지요.
-흠. 그렇군. 다시 보니 보법 같구만!
그에 비해 는 순수할 정도로 무공을 익힌 이들.
자부심이 넘칠 수밖에 없었다.
“흥. 오히려 그건 우리에게 약이 되었다. 우리 클랜의 헌터들은 대부분 무공과 마법, 둘 다 익히고 있으니까.”
“…!”
화산파 헌터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무공과 마법을 둘 다 같이 익히고 있다고?
“저거에 밀리면 어떡하냐?”
옆에서 듣고 있던 최연승이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마법과 무공을 둘 다 익히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잖습니까?”
“둘 다 제대로 못 익혔거나 약점이 있겠지. 게다가 쟤네가 무슨 방법이 있어서 무공을 그렇게…”
-후계자 네가 무공 배우는 방법을 전세계에 뿌렸잖니.
“…단시간에 익힐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너희들에 비해 그 깊이는 매우 약할 거야.”
“방금 말이 달라지지 않으셨습니까?”
“오해겠지.”
최연승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최연승이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뿌렸다고 해서 그 깊이가 쉽게 쌓이는 건 아니었다.
무공은 내공을 쌓고 초식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실전 경험도 중요한 것이다.
여기 화산파 클랜 헌터들은 최연승이 심심하면 불러서 팼… 아니, 훈련을 같이 했으니 그 경험은 질적으로 차이가 나리라.
“내… 내가 말할게.”
아이리스가 손을 들고 말하자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고 할 생각이지?”
“부… 부모ㄴ…”
“…그냥 하지 말자.”
바로 부모 욕을 하려는 아이리스의 모습에, 최연승은 기겁해서 말렸다.
지금 서로 크게 싸울 수는 없었던 것이다.
* * *
“그런데 요즘 이종족의 제안 중에 수상쩍은 제안들이 많다던데, 중국 쪽 클랜들은 그런 걸 어떻게 확인하고 있지?”
“저희는 각종 첨단 장비와 아티팩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완벽하진 않지만 말입니다.”
최연승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건 소림사의 B급 헌터, 판오강이었다.
들어보니 공산당 쪽에서도 엘리트 취급 받는 인재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지적이고 냉철해보이는 인상을 갖고 있었다.
“이번에는 확신이 있나?”
“예. 물론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타국의 A급 헌터를 섭외하지 않습니다.”
“어떤 근거가 있길래?”
“이번에 제안을 한 종족은 엘프 족입니다.”
“…그래서?”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엘프인 게 뭐 어쩌라는 거지?
그러나 판오강은 더 이상 뭘 말해야 하냐는 듯이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엘프 족은 거짓말을 안 하잖습니까?”
“…자네는 정말 유능한 인재로군.”
“칭찬 감사합니다.”
나태의 여신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린 종족들은 언제나 한 번 겪고 나가야 할 통과 의식 같은 거란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인간으로서 이렇게 사기를 당하는 걸 보니 마음이 좀 아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