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찾아오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긴 하지.”
게이트가 열리고 나서부터 지구에는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이 나타나는데 당연히 어비스에 살고 있는 이종족도 지구에 나타날 수 있었다.
물론 쉽게 가능한 건 아니었다. 어비스에서 지구로 뚫고 내려가려면 성좌의 힘 정도는 필요했으니까.
사실상 필멸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그러나 지구가 아닌 어비스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어비스의 온갖 종족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하긴 그 생각은 못했군.’
어떻게든 성좌한테 영역을 뺏어서 나아갈 생각만 했지, 그 뒤가 어떻게 될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걸로 문제가 생겼나?”
“이걸 문제라고 해야 할지…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생기는 일들은 다 생기고 있습니다.”
인간들이 새로 세운 도시들은 어비스에서도 꽤나 커다란 규모를 갖고 있었다.
인간 정도 숫자와 기술력은 어비스에서도 흔치 않은 것이다.
흥미를 가진 여러 종족들은 새로 생긴 인간들의 영역으로 찾아와 접근하기 시작했다.
종류도 다양했다.
인간들이 모르는 새 마법을 가르쳐준다는 종족부터 시작해서 어비스의 보물을 갖고 왔으니 교환하자는 종족, 근처에 던전이 있으니 값을 내면 알려주겠다는 종족…
물론 이들이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사실 이 정도면 온건한 편이었다. 아예 몇몇 종족들은 몰래 도시로 들어와 약탈하고 도둑질을 하려고 했으니까.
“…골치 아프긴 하겠군.”
“그렇죠!?”
화산파 헌터들은 최연승이 그들의 고충을 알아주자 반색했다.
어비스에 새로 생긴 도시에 나아가게 되면 몬스터나 상대할 줄 알았지, 이렇게 가지각색으로 다양한 어비스의 종족들도 상대해야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전부 출입 금지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어비스의 종족들은 알고 있는 게 훨씬 더 많았던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면 뭐가 있는지, 어떤 몬스터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이런 거래들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특히 다른 경쟁자들이 놓치지 않기 위해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하긴 남들은 던전 위치에 광산 위치 듣고 가서 챙기는데 우리만 못 챙기면 억울하긴 하겠군.”
“예. 그거 때문에 찾아오는 이종족들은 최대한 성실하게 대접하고 있긴 한데, 워낙 사기꾼들이 많아서 힘듭니다.”
-원래 어린 종족들은 쉽게 속기 마련이지.
나태의 여신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어비스에서 외진 곳에 있다가 조금씩 성장해서 진출한 종족들은 한 번씩 겪게 되는 시련이었다.
훨씬 더 지식이 많고 경험이 많은 종족들에게 이런저런 사기를 당하고 휘둘리는 것이다.
인간들이 바로 그랬다.
지구에서는 막대한 문명을 쌓아 올렸지만 어비스에서는 이제 막 태어난 아기와 같은 수준 아닌가.
-인간이 원래 남들한테 사기 당하고 그러는 종족은 아닌데.
최연승은 떨떠름했다.
당장 중국만 봐도 알겠지만 성좌들이 감탄할 정도로 악독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던가.
인간들은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
아직 적응이 덜 되어서 그렇지!
적응만 되면 어비스의 종족들도 매콤한 맛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게 분명했다.
-후계자가 아무리 인간 출신이라지만 너무 인간을 높게 평가하는 거 아니니?
-그래서가 아니라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나태의 여신은 인간이 가진 잠재력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긴 후계자 같은 존재가 나올 정도니 인간들도 얼마든지…
-…어떻게 납득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다이곤을 불러야겠군.
최연승은 고블린 왕 오다이곤을 부르기로 결심했다.
제리 쿠버 사장을 호위하느라 곁에 있었지만 이쯤이면 이제 괜찮을 테니까.
* * *
“방법이 있을 거다. 회사의 손실을 메꾸고 지표를 다시 흑자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그냥 신분을 지운 다음 잠적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은데.”
오다이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오다이곤은 제리 쿠버 곁에서 호위를 하면서 이것저것 주워들은 덕분에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다.
인간 세계에 대해 정확히는 알지 못해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놈은 들키면 목이 날아가도 몇 번은 날아갔을 거다.’
횡령, 분식회계, 투자금 유용 등 하나만 걸려도 박살나는 금융 범죄들을 연속으로 저지르는 대담함.
이놈을 믿고 대표로 뽑은 파커 가문의 우두머리가 불쌍해질 정도였다.
대체 어쩌다가 이런 미친놈을 뽑았지?
“잠적이라니!! 아직 안 끝났다. 내가 투자한 곳이 대박만 나면 장부를 다시 만들 수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소리 같은데… 아. 잠시만.”
오다이곤은 말하다 말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예. 예. 예? 그게 정말입니까? 아닙니다! 물론 좋습니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뭐지?”
“최연승 헌터께서 나를 불렀다. 잘 있어라.”
“…잠깐! 이대로 가면 어떡하라고!”
제리 쿠버는 기겁해서 오다이곤을 붙잡았다.
만약 이 일이 들키면 감옥이 문제가 아니었다.
목숨 걱정부터 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그 알렉스 파커가 가만히 있을까?
당장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목을 자르려고 할 게 분명했다.
오다이곤 같이 강한 헌터가 옆에 붙어 있지 않으면 두려워서 잠을 잘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알아서 잘 해봐라. 지금처럼 개짓거리를 한다면 계속해서 안 들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 네 능력을 믿는 거다. 인간.”
“고맙… 아니. 안 돼!”
“뭐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나도 동행하겠다.”
“어비스에 새로 지어진 도시에 가는 건데 동행하겠다고? 괜한 의심을 받으면 어떡하려고?”
“걱정 마라! 그런 걸로 의심 받지는 않으니까! 누가 그런 걸로 의심을 하겠나? 새로 생긴 도시를 보면서 사업 고민을 했다고 생각하겠지!”
제리 쿠버의 말이 맞았다.
지구는 고블린들의 왕국처럼 굴러가지 않았으니까.
보통 대표가 경쟁 기업의 도시에 가서 구경을 하면 탐사를 하거나 염탐을 하러 갔다고 생각하지, 배신을 하러 갔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이다.
“흠… 알겠다. 말씀을 드려보고 허락을 받아보지.”
‘최연승 그 헌터 놈 무시무시한 모양이군.’
제리 쿠버는 속으로 생각했다.
오다이곤의 태도는 단순히 등급 높은 헌터에게 보여주는 존경이 아니었다.
뼛속 깊이 박혀 있는 충성심!
아래 헌터를 얼마나 살벌하게 쪼아댔으면 저렇게 충성심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등급 높은 헌터들이 무시무시하단 건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일 줄이야…
‘하긴 내 목을 날려버리려고 협박했으니…’
솔직히 최연승이 모시고 있는 성좌도 악신 성좌가 아닌지 의심이 갔다.
지금 그의 처지가 가릴 처지가 아니니 입 꾹 다물고 있긴 했지만…
“데리고 오라고 하시는군.”
“휴…”
“내 앞에서 돋보이려고 하면 죽을 줄 알아라.”
오다이곤은 살기를 담아 경고했다. 그 살기에 제리 쿠버는 심장이 멎는 듯했다.
“물, 물론이지. 난 돋보일 생각이 조금도 없다.”
* * *
“재무제표를 조작하고 투자금을 다른 곳에 꼬라박았다고?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인재인데?”
최연승은 경악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다이곤은 제리 쿠버를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이 자식이 돋보이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아, 아직 투자한 게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곧 오르기만 하면…”
회사 실적이 내려가고 파커 가문의 회장, 알렉스 파커는 연신 쪼아대자 제리 쿠버는 장부를 조작한 다음 투자금을 위험한 주식에 박았다.
걸리면 뒤지겠지만 안 걸리면 다 복구할 수 있었으니까.
‘저런 놈이 드래곤 인더스트리에 없어서 다행인데.’
최연승은 솔직히 안심했다.
저 놈이 만약 드래곤 인더스트리였으면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파커 그룹 쪽에 있어서 망정이지…
“보니까 주가가 꽤 많이 내려가 있는데 회장이 의심하는 거 아닌가?”
“곧 회복하면 됩니다.”
“…네가 꼬라박은 주식이 대박난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하는 거지?”
“예!”
‘생각보다 훨씬 더 미친놈이잖아?’
“그래. 제리 쿠버. 널 응원하겠다. 원하는 만큼 여기 머물러도 좋다.”
최연승은 상냥하게 말했다.
이러다가 사건 터지면 제리 쿠버는 아마 지구로 못 돌아갈 수도 있었다.
돌아가는 순간 미국 정부의 감옥으로 들어가야 할지도 몰랐으니까.
그러면 아마 평생 어비스의 도시를 떠돌아야 할지도…
“주인님. 저 놈을 따끔하게 벌하시지 않으십니까?”
“내가 왜? 내 기업도 아닌데.”
최연승의 기업이나 황경룡의 기업에서 저런 짓을 벌였다면 사지를 찢어놨겠지만, 제리 쿠버는 파커 그룹 쪽 대표였다.
망친다 하더라도 최연승이 화낼 일은 아닌 것이다.
‘원래 저렇게 폭탄으로 쓰려고 섭외한 건 아니었는데…’
상대 성좌도 견제하고 스파이 노릇을 시키려고 섭외했는데, 스파이 일은 안하고 적진에서 자폭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어쨌든 오다이곤. 잘 와줬다.”
“예!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오랫동안 기다렸던 오다이곤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최연승을 쳐다봤다.
드디어 그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때가 온 것이다.
“잡상인 퇴치 좀 해주겠나?”
“…예?”
* * *
“그러니까 인간. 여기 묻혀 있는 순도 높은 화령석의 가치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위치가 궁금하지 않나? 너희의 저 기계를 팔아주면 위치를 알려주겠다.”
“…몬스터의 뱃속에서 나오는 게 왜 묻혀 있다는 거지? 뒤지고 싶지 않으면 꺼져라.”
“이건 정말 아무한테나 알려주지 않는 던전인데…”
“말하는 꼴을 보니 너희 부족 놈들이 공략하다가 실패한 던전을 우리한테 시키려는 게 분명하군. 꺼져라!”
오다이곤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손님들을 쫓아냈다.
다크 엘프부터 시작해서 수인족, 악마 등 다양한 놈들이 와서 개수작을 부리는 걸 계속 듣고 있으니 짜증이 안 날 수가 없었다.
‘싸우고 싶다. 싸우고 싶다.’
오다이곤이 폭력적인 성격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참다 보면 어떻게든 한 번 싸워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졌다.
“이건 정말 좋은 기회인데…”
퍽!
오다이곤은 정장 입고 들어온 상대의 말에 기다리지 않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냥 휘두르는 것 같아 보였지만 무려 다섯 개의 마법이 걸린 강력한 풀스윙!
상대도 마법을 쓸 줄 알았지만 그대로 맞고 쓰러졌다.
“커헉!”
“이… 이게 무슨 짓이오! 미국 정부에 항의할 거요!”
“응?”
거짓말을 파악하는 몇 개의 마법을 걸어놓고 있던 오다이곤은 상대가 거짓말을 하자마자 일단 몇 대 때리고 봤다.
하지만 방금 미국 정부에 항의한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너희 인간이냐?”
“당연히 인간이지! 우리를 뭘로 보고!!”
“아. 미안하게 됐군. 인간으로 위장한 놈들인 줄 알았지.”
말하고 나니 오다이곤은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다.
최연승이 기껏 맡긴 일인데 이렇게 실수를 저지르다니.
주인님께서 실망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오다이곤은 솔직하게 최연승을 불러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제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뭐 그렇게까지 미안해 할 건 없다. 중국 쪽에서 온 헌터들이니 수상해서 주먹이 나갈 수도 있지.”
“과연…”
오다이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중국 헌터들한테는 주먹을 먼저 날려도 되나보군.’
최연승이 나오자 중국 쪽에서 온 헌터들은 긴장한 얼굴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나한테 할 제안이 있다고?”
“예! 명예로운 A급 헌터, 최연승 헌터께서도 충분히 만족하실 만한 제안일 겁니다!”
“……”
최연승은 매우 떨떠름한 표정으로 헌터들을 쳐다보았다.
‘얘네는 뭔 자신감으로 제안을 하러 온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