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따라가시면 안 됩니다!”
어마어마한 사태에 정신없던 와중에도, 중국 헌터들이 기겁해서 달려들었다.
기억을 잃은 천샤이치가 해외 헌터들을 쫄래쫄래 따라가는 걸 그냥 내버려뒀다가는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것이다.
S급 헌터인 천샤이치는 단순히 전투력뿐만 아니라 중국 헌터들의 우상이자 아이콘이었다.
그런 천샤이치를 해외 헌터들이 사악한 마음으로 조종해서 조작된 인터뷰라도 딴다면?
-천샤이치, 중국의 인권 유린 행태에 분노… 강렬하게 비판!
-충격, 천샤이치가 중국의 헌터들이 얼마나 혹사당하고 있는지 밝히다.
-중국 관환일보 ‘천샤이치는 사실 중국인이 아니다’ 극렬 비판…
…뒷일이 어떻게 되든 간에 천샤이치 관리하던 헌터들은 여럿 죽어나갈 게 분명했다.
“놔라 이놈들아! 왜 이러는 거냐!”
“천샤이치 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리 오세요!”
“엉엉엉! 너희 이 노인네가 고기 먹는 게 싫어서 그렇지!”
천샤이치는 중국 헌터들의 제재에 눈물을 흘리며 투정 부리기 시작했다.
물론 말이 투정이었지 주먹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중국 헌터들은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커헉!”
“으헉!”
“너희들은 뭐하는 거냐! 이 노인네가 끌려가는데 가만히 두고 볼 거냐!!”
“……”
“아니…”
천샤이치에게 비난 받은 한국 헌터들과 이카로스 클랜의 헌터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딱히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되게 미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잘못한 건가?’
‘동아시아 전통에서는 노인을 공경하긴 해야 한다더군.’
중국 쪽 담당자가 성질을 내며 황급히 명령을 내렸다.
“뭐해?! 막아! 곧 기자들이 이쪽으로 온다고! 해외 기자들도 있는데 이 꼴을 보여줄 생각이야??”
“하, 하지만… 지금 천샤이치 님을 어떻게 막겠습니까?”
“기억 다 잃은 노인네잖아!”
“헌터가 아니셔서 모르는 겁니다! S급 헌터인 이상 기본 피지컬이 어마어마하단 말입니다!”
“닥치고 가서 몸으로라도 막아!”
담당자가 아무리 성질을 내도 막을 수 없는 건 막을 수 없는 거였다.
엉엉 울며 주먹을 휘두르는 천샤이치의 모습에 중국 헌터들은 다가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고위 강화 마법이 서너개 넘게 깃든 저 주먹은 묵직한 철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기자들 온다! 어떻게든 말려!”
담당자들 머릿속에 ‘천샤이치 난동!? 중국 정부가 제대로 식사도 주지 않아…’같은 헤드라인이 아른거리는 사이, 누군가 한 명이 기지를 발휘했다.
“천… 천샤이치 님! 드셔도 됩니다! 드셔도 됩니다!”
뚝-
천샤이치가 주변을 부수는 걸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정말이야?”
“예! 가서 마음껏 드세요!”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해외 헌터 중 한 명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저 새끼들은 왜 자기들이 대접을 안 하고 최연승 헌터한테 떠넘기는 거야?”
‘닥쳐…’
중국 헌터들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안 그래도 짜증나 죽겠는데 기름을 붓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진작 그래야지. 이 노인네 굶겨 죽이는 줄 알았잖아!”
“예! 예!”
“그래. 가자!”
천샤이치는 싱글벙글 웃으며 최연승의 뒤를 쫓았다.
최연승은 잠깐 고민했다.
‘이 인간 데리고 가도 되나?’
괜히 조카들 밥 주는데 깽판쳐서 분위기 깨뜨리면…
최연승의 눈빛을 눈치 챘는지 천샤이치가 다급하게 말했다.
“나 먹을 것만 챙겨주면 아주 가만히 있을게! 쫓아내지 말아주게!”
최연승이 아무리 어비스를 오랫동안 떠돌아다녔다고 해도 최연승은 기본적으로 한국 출신의 성좌였다.
밥 달라고 간절하게 부탁하는 노인을 매몰차게 거절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에이. 그럽시다. 따라오십쇼.”
그 모습을 본 정원욱이 감탄했다.
“훌륭하군. 중국의 S급 헌터와 친밀한 모습을 쌓는 건 대외적으로도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이오.”
천샤이치가 어떻게 됐든 간에 쌓은 명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수많은 깽판을 친 덕분에 중국 정부는 싫다는 사람들도 천샤이치에 대해서는 좋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런 천샤이치와 친밀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정치적으로 좋은 수였다.
당장 중국 정부부터가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고, 천샤이치와 관련된 여러 기업들도 최연승을 신경 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매번 중국과 마찰이 일어나는 한국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쌓아둬서 나쁠 게 없었다.
“그냥 밥 한 끼 준다는 생각으로 한 일이었는데.”
“…그, 그렇군. 그게 더 대단한 걸지도 모르겠군.”
* * *
중국에 왔다고 최연승은 중화요리 풍으로 음식을 준비했다.
촉룡의 고기를 썩둑썩둑 자른 다음 각종 조미료를 넣고 밑간을 하고, 같이 쓸 야채를 먹기 좋게 자르고…
‘어비스에서 기른 야채도 좀 넣어봐야지.’
하나둘씩 농사 품종을 늘리는 오크들은 최연승의 소소한 기쁨이었다.
어느 누가 오크들이 이렇게 농사를 잘 지을 거라고 예상했겠는가.
‘고기 기름에 볶고, 야채 넣어서 다시 볶고…’
아다만티움 냄비 안에 도는 기름이 고기와 야채를 익히며 특유의 향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마력 섞인 향기 때문에 벌써 안에 있던 헌터들은 슬슬 군침이 돌 정도였다.
“이게 무슨 요리지?”
천샤이치는 의아해했다. 본 적 없던 요리가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짜장면을 모른다고?”
“그게 뭐냐?”
“저런. 기억을 잃어서 모르나보군.”
“아니…”
천샤이치는 억울했지만 최연승은 대답할 틈을 주지 않았다.
숙련된 요리사 같은 손놀림으로 한 상이 빠르게 차려졌다.
어디서 한 번씩은 본 적 있던 호화로운 중화요리들의 총집합!
무슨 요리인지 잘 모르는 클랜 헌터들도 눈빛을 반짝일 정도였다.
이미 최연승의 실력은 확실하게 알고 있는 만큼 기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다리지 말고 먹어라. 계속해서 내올 테니까.”
“아니에요. 요리하고 계신데 그냥 우리끼리 먹을 수는 없죠.”
권영승은 젓가락을 집었다가 한세하의 말에 슬며시 내려놓았다.
살면서 한세하보다 예절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먹어도 된다니까.”
“얼마나 걸린다고. 기다릴래요.”
“먹으라니까.”
“기다릴…”
“…그냥 먹으면 안 되냐?”
스몰우드가 눈치 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최연승은 먹으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자리에 있는 헌터들은 오늘 가장 고생을 많이 한 이들이었다.
성취감과 피곤함과 기타 등등의 감정을 가지고, 헌터들은 허겁지겁 식사를 시작했다.
“이렇게 같이 모여서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군.”
“절반 넘는 놈들은 어비스로 끌려갔다지만…”
“야. 식사할 때 밥맛 떨어지게 왜 그런 소리를 해?”
서로 다른 클랜 헌터들끼리 모여서 이렇게 식사를 하는 경우가 드물었기에, 식사 분위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화기애애했다.
각자 어떻게 싸웠는지 떠들고 어떤 마법을 썼는지 이야기 나눈 다음에 중국 정부가 치사하게 굴었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뒷담을 깠다.
“…이거 진짜 맛있는데?? 뭐지?”
“평범한 맛이 아닌데?”
최연승의 요리를 처음 먹어보는 몇몇 헌터들은 별 생각 없이 몇 술 떴다가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던 것이다.
볶음밥의 밥알 하나하나가 기름을 두르고 있어서 그런지, 고슬고슬하면서도 감칠맛이 도는 게…
자연스럽게 허겁지겁 먹게 됐다.
“평소에 먹어본 적 없는 요리라서 그런 거겠지.”
“…뭐라는 거야 이 미친 미국 놈이? 이거 한국에서는 길마다 파는 요리거든?”
“중, 중화요리라면서…?”
최연승은 헌터들이 모여서 먹는 걸 흐뭇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천사 성좌의 권속들한테도 크게 한 상을 차려준 덕분에 그들도 알아서 잘 먹고 있었다.
“이렇게 대접을 받으니 좀 미안하군.”
아멜리아의 말에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미안해 해야지.”
“…그, 그렇군. 미안하다.”
“됐어. 너희들 예뻐서가 아니라 저기 한세희 헌터 먹이려고 차려준 거니까.”
한세희 먹이는데 다른 헌터들도 따로 빼놓으면 좀 그러니 같이 대접해 준 것이었다.
그러나 최연승의 말에 아멜리아는 다른 식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쑥스러워하나보군.’
원래 정의로운 의인들 중에서는 가끔 선행을 베풀고도 칭찬 받는 걸 쑥스러워하는 자들이 있었다.
“최연승 헌터. 선행을 베풀고 그걸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
“…?”
“여기 있는 헌터들에게 식사를 대접한 건 훌륭한 일이니, 가슴을 당당하게 펴라.”
“…왜 비싼 밥 먹고 헛소리를 하지? 쫓아내달란 소린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입 닫고 밥이나 먹어라.”
최연승의 싸늘한 반응에 아멜리아는 시무룩해져서 다시 앉았다.
밥 몇 술 뜨던 아멜리아는 문득 떠올라서 입을 열었다.
“아. 할 말이 있다.”
“그래. 말해봐라.”
최연승은 밖의 문을 쳐다보며 말했다.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쫓아낼 기세가 엿보였다.
아멜리아는 그 모습에 황당해졌다.
A급 헌터에 영국 왕족 출신인 아멜리아를 이렇게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하물며 같은 A급 헌터라도 이러지는 않았다.
“…내 주인의 전언을 전하려고 했는데.”
“아. 그런 거였나? 말해봐라.”
최연승은 금세 태도를 바꿨다. 아멜리아는 살짝 서러워졌다.
아까 한 말이 그렇게 나쁜 말 같지도 않은데…
“사라진 헌터들이 의 영역으로 끌려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시는군.”
“!”
최연승은 깜짝 놀랐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끌려간 헌터들 중에 성좌의 권속들이 몇몇 있었다. 그들을 통해 끌려간 곳을 알아낸 거지.”
“…아.”
최연승은 그제야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최연승도 황광아오를 통해 그가 끌려간 곳을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성좌로서 자각을 좀 가지렴…
-여신도 말 안 했으면서 이제 와서 이러기인가?
-이걸 따로 말을 해줘야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거란다.
“그렇군. 알려줘서 고맙다.”
“몬스터 웨이브가 끝나는 대로 아마 구출대가 조직될 것 같다.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까.”
어마어마한 혼란을 겪고 많은 희생자를 내긴 했지만, 중국 쪽에서 일어난 몬스터 웨이브는 그 끝을 보이고 있었다.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 일이 끝나면 거짓말처럼 일상이 돌아오리라.
물론 중국 정부는 머리 좀 싸매겠지만 그건 최연승이 알 바는 아니었고…
-그런데 구출대라니. 설마 직접 가려는 건 아니겠지.
최연승은 설마 싶었다.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어비스에 떨어져서 성좌의 영역으로 침투하지는 않는 것이다.
-인간들이 그런 무모한 방법을 선택하진 않겠지.
-그러면?
-아마 와 교섭하지 않을까? 성좌전을 걸 수도 있고.
-아… 그런 방법이 있겠군.
도 헌터들을 데리고 있는 것보다, 이들을 이용해서 더 많은 이득을 얻고 싶어 할 것이다.
“최연승 헌터!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앗. 뭐지? 혹시 중국 정부가 이번 일에 책임감을 느끼고 전리품 권리를 완전히 포기라도 했나?”
“…그건 하늘이 무너져도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런 게 아니라, 일본 쪽에서도 몬스터 웨이브가 거의 끝나가고 있답니다. 한 마리만 남았고 그 한 마리도 지금 거의 포위했대요.”
“…!”
최연승은 솔직하게 놀랐다.
“일본에 A급 몬스터가 여럿 나왔다고 들었는데…?”
중국은 S급 몬스터 하나가 사납게 날뛰었지만 일본은 A급 몬스터가 여럿 나왔다는 소문이 강하게 돌았다.
어떻게 보면 이게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황이었다.
덕분에 해외 헌터들도 지원을 꺼리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든 잡았다고?
핵이라도 썼나…?
“소문에 과장이 좀 있었나봅니다. 세 마리였고, 유인하고 나눠서 각개격파 했답니다.”
“말은 되긴 하는데 뭔가 좀 이상하긴 하군. 소문과 너무 다른데.”
“소문과 다른 경우는 종종 있잖습니까.”
“하긴 그것도 그렇지. 설마 못 잡았는데 잡았다고 하진 않았을 테고.”
“하하하. 설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