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6)
026화
던전 중에는 고블린이 나오는 던전들도 있었던 것!
어비스의 고블린들이 모두 다 에페스 왕국의 고블린처럼 명예 높고 긍지 높은 건 아니었다.
궁지에 몰린 헌터들이 오다이곤을 보면 ‘아니! 저 고블린은 다른 고블린들과 달리 우리를 구해주러 온 거겠군!’이라고 반응하겠는가?
‘으아악! 몹인 줄 알았네!’라고 반응하겠지!
“아니, 어떤 놈이 저를 몬스터로 오해한단 말입니까?!”
“인간들이 좀 그러니 네가 이해해줘. 변신할 수 있나?”
“할 수는 있습니다만… 폴리모프 쓰겠습니다…”
6서클 마법, 폴리모프!
다른 종족으로 변신할 수 있는 강력한 마법이었다.
오다이곤은 한숨을 쉬고는 폴리모프로 변신했다. 그러자 창백한 얼굴의 미남이 나타났다.
“오. 잘생겼는데?”
“주인님. 자랑 같아서 조심스럽지만 제가 고블린들 사이에서는 미남으로 유명했습니다.”
“그, 그래. 별로 안 궁금한 사실 고맙다.”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다이곤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누가 봐도 인간 같았다.
복장은 좀 판타지에서 나온 마법사 같았지만…
“좋아. 그러면 가보도록 하지.”
말하는 사이에 계속 구울이 덤벼들었지만, 최연승은 손가락을 튕겨서 지력(指力)만으로 구울들의 머리통을 박살내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많아봤자 의미가 없었다.
“이렇게 포위만 하고 끝을 안 내다니. 보스 몬스터가 뭐하는 놈인지 궁금하군. 어디 숨어 있는 건가?”
“주인님. 아마 아닐 겁니다.”
“?”
“만약 지성이 있는 놈이었다면 이렇게 포위한 채로 두지 않고 뭔가 다른 걸 더 했을 겁니다. 이렇게 계속 구울만 보낸다는 건,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는 뜻. 주인님께서는 너무 강하셔서 상대할 일이 없으셨겠지만, 저는 들어본 적 있습니다. 타룬이란 몬스터입니다. 일명 구울왕이라고 불리죠.”
“오다이곤. 나도 상대해 본 적 있다. 어비스 경력이 몇년인데…”
“죄, 죄송합니다.”
구울왕 타룬!
구울 수천 마리의 형태로 나타나는 몬스터였다.
보통 구울 수천 마리를 보면 ‘이걸 조종하거나 소환하는 놈이 따로 있겠군’하고 생각하지만, 구울왕 타룬은 그 허점을 찌르는 몬스터였다.
놈은 수천 마리 전부로 이뤄진 하나의 몬스터를 이루는 것이다.
집단으로 돌아다니는 군체형 몬스터!
그래봤자 전부 기본형 구울이라 최연승이나 오다이곤 같은 강자는 건드릴 방법이 없었지만, 이 구울들을 전부 잡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한테는 공포 그 자체인 적이었다.
실제로 여기 들어온 파티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한 달 가까이 갇혀 있었던 것이다.
* * *
처음에 들어올 때만 해도 헌터들은 ‘구울들을 피해야 해!’생각 뿐이었다.
유적지 안에서 무슨 몬스터가 나올 지만 걱정했지, 이 안에서 설마 한 달 가까이 갇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이다.
“몬스터 없습니다! 확인 끝났어요!”
“뭐? 정말 없다고?”
“없으면 좋은 거 아닙니까!”
“입구부터 막아! 입구! 구울 들어오면 다 ■되는 거야!”
“잠깐. 여기 지하실이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허둥지둥 유적지 폐허 안으로 들어간 파티는 운 좋게 지하실을 찾을 수 있었다.
구울들도 지하실 문까지 열고 들어오지는 못했던 것!
다들 살았다고 그제야 한숨 돌렸지만…
문제는 그 때부터였다.
“어… 어떻게 빠져나갑니까? 보스 몬스터를 잡든, 출구를 찾든 해야 이 던전을 나가는데…?”
“……”
얼마 지나지 않아 헌터들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에 갇힌 것이다!
저벅, 저벅, 저벅-
끄르르르-
계속 위에서 들려오는 구울들의 소리. 수십 마리도 넘는다는 게 느껴졌다.
문을 열고 나갔다가는 그대로 숫자에 눌려 죽을 게 뻔했다.
결국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계속 흘러갔다.
하루.
이틀.
사흘…
“ 마법으로 불을 지르면?”
“미쳤냐? 수십 마리도 못 잡고 꺼질 거다. 밖에 수백… 아니, 수천은 되었는데 불을 켰다가는 다 몰려올 걸.”
“그냥 의견을 내본 거다, 이 자식아!”
“모두들 그만해! 소리 크게 내서 좋을 거 없잖아!”
리차드가 외치자 일단 싸움이 멈췄지만, 헌터들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다들 이 상황에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식량은 얼마나 남았나?”
“…아껴 먹으면 10일 정도 될 거 같습니다.”
“…미치겠군.”
리차드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보통 던전 공략은 아무리 길어봤자 1주일 정도면 끝이 났다.
혹시 만약을 몰라 넉넉히 가져와도 2주일치를 넘기는 팀은 없었다.
10일이 남았다는 것보다 더 절망적인 건, 이 상황을 헤쳐 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다들 구조가 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리차드는 나름 재벌 가문 자식이니, 가문에서 다른 헌터들을 설득해서 구조를 보내지 않았을까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1주일이 더 지나자 모두 깨달았다.
구조대는 없다!
안 그래도 던전 입장 제한이 10명인데 9명이 들어온 상황.
문으로 1명만 더 들어올 수 있었다.
아무리 돈이 좋고 보상이 좋아도, 어느 누가 이런 위험한 던전에 혼자서 구조대로 들어가겠는가?
A급 이상 헌터들은 절대 도박을 하지 않았다. 하려고 해도 나라에서 나서서 말렸다.
“다 끝났어, ■■! 다 끝났다고! 비켜! 문 열고 나갈 거야!”
“저 자식 잡아!”
그나마 가장 경험 많은 헌터였던 가네안이 날뛰는 헌터를 제압했다.
미쳐서 지하실 문이라도 열면 그대로 죽는 것이다.
“이제 남은 식량도 거의 없다고! 뭐 어쩔 건데!”
“구울한테 죽는 것보단 낫겠지. 이 자식 묶어!”
“가네안 씨. 뭐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팀장. 더 굶어서 무기 들 힘도 안 생기기 전에 뭐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팀원들의 사나운 목소리에 리차드는 움찔했다.
평소에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거친 태도였다.
“지금 나가봤자 죽을 뿐이다!”
“어차피 여기 있어봤자 죽어! 구조대는 언제 오는데!”
“늦게라도 올 수 있…”
“개소리 하지 마, 멍청한 새끼야! 한 명만 들어올 수 있는데 어떻게 들어와! 이게 네가 쓰레기 같은 이유로 짐꾼을 데리고 온 탓이잖아! 저 새끼 때문에 입장이 한 자리 더 줄었어!”
“한 자리가 두 자리 된다고 지금 상황이 달라지나??”
리차드 말은 맞는 말이었지만, 2주 가까이 갇혀 있는 헌터들에게는 와 닿지 않았다.
“팀장이란 새끼가 지 사치 부리겠다고 짐꾼 따로 고용했을 때부터 불길했어!”
“짐꾼이 갖고 온 건 다 같이 나눠서 먹었다! 너도 먹었을 텐데?”
“그걸 어떻게 믿는데? 네가 몰래 더 처먹었을지 어떻게 알아?”
“뭐 이런…”
리차드는 어이가 없었지만, 자리의 공기는 그한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누구든 간에 책임을 질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눈치를 보던 짐꾼, 클레튼은 다급히 말했다.
“저… 저는 시킨 대로 했을 뿐입니다!”
리차드가 B-급 헌터긴 했지만, C급 헌터 대여섯명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반대편에 붙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
리차드는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충격을 받았다.
평소에는 싹싹하게 굴던 팀원들.
거기에 방금까지만 해도 아부를 하던 클레튼까지.
전부 다 배신을 때린 것이다.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충격적인 배신!
“짐꾼 놈도 이렇게 말하네. 몰래 빼돌린 게 사실이었군.”
“개소리 하지 마라. 너희가 협박했겠지!”
“팀장. 팀의 리더로 나댔으면 책임을 져.”
“뭐 어쩌라는 거냐?”
“나가서 길을 뚫어! B급 헌터 실력 좀 보자고.”
“내가 그 말을 들을 거 같냐?”
“안 들으면 어쩔 건데?”
리차드를 제외한 다른 헌터들은 전부 다 같은 편이었다. 리차드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여기서 죽는 한이 있어도 너희 같은 새끼들 좋은 짓은 못 시켜주겠다!”
“어이구. 도련님 주제에 배짱은 있네. 여기 인원을 다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우린 다 C급이라고.”
“난 반대다.”
“?!”
가장 연장자인 가네안이 말하자 다들 흠칫했다.
“뭡니까, 가네안 씨? 도련님 편들어주는 겁니까??”
“아니. 누구의 편도 들 생각 없다. 지금 싸워봤자 여기가 무너지기라도 하면 다 같이 죽을 테니까.”
“그러니까 저 새끼를 제압해서 밖으로 내보내자고요! 뭐라도 해봐야 할 거 아닙니까!”
“거기에 걸 바에는 차라리 구조대가 올 가능성에 걸겠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하지 마!”
“가네안 씨 필요 없어! 치워버리고 우리끼리 잡아버려. 아니, 가네안 씨도 묶어서 던져버리자고!”
떠드는 사이 리차드가 선수를 쳤다.
-아흘로스의 고속 빙탄!
5서클 마법, !
리차드가 가문의 지원으로 구할 수 있었던 마법책. 거기에서 배운 마법 스킬이었다.
평범한 얼음 화살 같아 보였지만, 이 마법의 강점은 반응속도에 있었다.
한 번 만들어서 띄워 놓으면 어느 순간에라도 발사할 수 있는 것!
언제 어디서 기습을 받을지 모르는 던전에서 이런 장점은 매우 컸다.
‘이런 상황에서 쓰게 될지는 몰랐지만!’
“가장 먼저 다가오는 새끼 3명은 무조건 죽는다!”
리차드는 자기 자신한테 이런 면모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평생 가문의 힘으로 곱게 커왔던 그였다. 한 번도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도 없었고 이런 결정을 내려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그는 정말 좁은 세상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좀 더 생각을 하고 살았을 걸 하고 후회가 됐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리차드는 빙탄 3개를 띄워서 조준하며 이를 악물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있다면 절대 저런 새끼들한테 속지 않겠다…!’
만만한 재벌 3세 도련님으로 생각했던 리차드가 물러서지 않고 5서클 마법까지 먼저 시전하자, 나머지 헌터들은 당황했다.
먼저 움직이는 3명은 저 화살을 맨몸으로 맞아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마법을 걸어봤자 저것보단 늦는다!
‘협박 좀 하면 우리 말 들을 줄 알았는데…’
‘저거 5서클 마법이다! 맞으면 즉사야!’
“…진, 진정하라고. 도련님.”
“한 마디만 더 하면 너부터 쏴버린다!”
배신당한 사람의 분노는 무서웠다. C급 헌터들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렇게 헌터들은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기세가 꺾인 헌터들은 리차드에게 나가라고 협박하지는 못하고 수군거리기만 했다.
“이제 진짜 남은 식량이…”
“…짐꾼 놈. 넌 앞으로 이틀에 한 끼만 먹어.”
“아… 아니! 그럴 수가…!”
“이 새끼가 기껏 배려해줬더니… 삼일에 한 끼만 먹어. 싫으면 밖으로 나가던가.”
“……”
멀리서 희미하게 그들의 대화를 들은 리차드는 침을 뱉었다.
이제 실망도 되지 않았다. 허탈하기만 할뿐.
“가네안… 아니, 가네안 씨는 저쪽으로 안 갑니까?”
“지금 가면 좋을 거 없어 보여서.”
“…왜 이제까지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습니까?”
“뭐가?”
“다들 날 저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내가 말했으면 듣기나 했겠나? 날 쫓아내지 않고?”
“…그것도 그렇군요.”
리차드는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었다. 가네안이 충고를 해줬으면 못 믿고 화부터 냈을 것 같았다.
가네안은 다시 말했다.
“그래도 자네는 괜찮은 사람이야.”
“뭡니까, 이제 와서. 밖이랑 달리 여기서는 아부해도 안 나옵니다.”
“자기 잘못을 알고서 고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장점이거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무슨… 깨달아봤자 뭐합니까. 여기서 저 새끼들이랑 같이 죽게 생겼는데…”
가네안은 대답하지 않고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마지막까지 피우지 않고 있던 한 개였다.
그는 한 입 깊게 빨고 건넸다. 리차드는 얼굴을 찡그리며 받았다.
“너무 쉽게 포기하지 말게.”
“…얼마나 버텼죠? 한 달 가까이 버틴 것 같은데 이게 뭐가 쉽게 포기하는 겁니까?”
“이 나이까지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거든. 잘 생각해보게. 포기했는데 바로 그 다음 순간에 구조대가 오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나?”
“크크큭. 보기보다 농담도 잘 하십니다. 정말 누가 와준다면 제 전재산이라도…”
쾅!
그 순간 위에서 문이 부서졌다. 그리고 웬 처음 보는 근육질의 남자가 위에서 툭 떨어졌다.
“혹시 지구 출신인 놈들 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