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7)
027화
“대답이 없군. 지구 출신 맞나?”
“맞… 맞는데.”
리차드는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무심코 대답한 것이다. 사실 지금 꿈을 꾸는 건지 아닌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구… 구조대다!!”
쓰러져 있던 C급 헌터 한 명이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배가 고파서 널브러져 있었는데도 어디서 힘이 나왔는지 다들 벌떡 일어섰다.
“구조대가 왔다고!?”
“말도 안 돼! 정말?!”
“진, 진짜 구조하러 왔어! 으흑흑! 우린 살았다고! 젠장…!”
어떤 헌터는 흐느끼고, 어떤 헌터는 울부짖었다.
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왔을 때 찾아 온 구원!
이렇게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냉정하게 반응한 사람이 있었다. 가네안이었다.
“쿨럭, 쿨럭… 모두 전투 준비해, 멍청이들아!”
“??!”
“가네안 씨. 뭐하는 겁니까? 드디어 미쳐버린 거요?”
“멍청한 놈들아! 던전 입장 제한은 한 명만 남았어! 어떻게 두 명이 들어오냐!”
“!!!!”
그 말에 헌터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던전에는 온갖 환상을 보여주는 몬스터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눈앞의 둘은…?
헌터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무기를 들지는 않았다. 그만큼 지치고 힘이 빠진 것이다.
“아. 제한이 한 명 남았었나? 오해하게 해서 미안하군. 난 던전 문으로 들어온 게 아니라서.”
“아… 아니라면?”
“어비스에서 여기로 떨어졌다.”
어비스 실종자!
가끔 게이트나 던전에 잘못 휘말리거나 해서 어비스로 실종되어버린 사람이 나오곤 했다.
대부분은 돌아오지 못하지만 정말 운이 좋은 경우 돌아오는 일이 있었다.
“어비스 실종자??”
“그런 거지.”
“어떻게 믿을 수…”
“안 믿어도 상관은 없는데, 그쪽이 안 믿는다고 뭐 할 수 있는 게 있나?”
최연승의 말에 가네안은 무심코 납득했다.
어비스로 실종되고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강하다는 걸 보장했다.
그런 사람이 쌩쌩하게 둘!
그에 비해 여기 헌터들은 전부 다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였고 서로 팀워크도 맞지 않았다.
“그… 그렇군.”
“그래. 그러니까 적당히 의심하라고. 도와주러 온 사람 기분 상하니까. 그래서 지구에서 온 거 맞지?”
“맞다…”
“후.”
최연승은 감격한 표정으로 떨림을 참아야 했다.
갑자기 말하던 놈이 혼자 눈 감고 부들부들 떨자, 헌터들은 의아해했다.
‘마약하는 놈인가?’
‘왜 저래?’
그러나 가네안은 알아차렸다.
‘어비스 실종자가 맞구나…!’
어비스는 지구와 시간 개념이 달랐다.
어비스에서 며칠만을 보냈는데 지구에서 몇 년이 지난 건 흔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어도 사람을 망치기에는 충분했다.
어비스 실종자들은 대체로 어딘가 한구석이 망가져서 돌아왔던 것이다.
팔다리 중 하나가 날아간 건 운이 좋은 편!
정말 멀쩡하게 돌아온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구로 돌아올 방법을 찾아서 저러는 거군.’
멍하니 대화를 듣고 있던 리차드가 물었다.
“잠깐. 위의 구울들은?”
“구울들? 다 죽었다.”
“???!?!”
“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여기 이 친구가 대단한 마법사거든.”
최연승은 오다이곤을 가리켰다. 오다이곤은 어색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이 사람도 어비스 실종자인가?”
“그래. 이 사람은 더 슬픈 사연이 있지. 기억을 잃었어.”
“……”
오다이곤은 최연승을 무심코 쳐다볼 뻔했다.
주인님…!!
“쯧쯧. 기억을 잃었다니…”
“젊은 친구가 안 됐네.”
중얼거리는 헌터들의 말이 더욱 더 오다이곤을 슬프게 만들었다.
감히 하찮은 놈들이 누굴 동정해?
‘대단한 마법 사용자다!’
가네안은 최연승의 말에 경악했다.
둘이서 구울 무리를 다 쓸어버렸다는 건…
‘설마 A급의 수준일지도 모른다!’
리차드 파커가 B-급인데 A급 헌터가 뭐 그렇게 대단한가 싶을 수도 있었다. 한 등급만 차이가 났으니까.
그러나 A급과 B급은 차원이 달랐다. 가네안은 한 번 A급이 싸우는 걸 본 적이 있어서 더더욱 잘 알고 있었다.
그건 괴물들의 영역이었다.
“그러면 그쪽도 마법 사용자… 맞나?”
설마 아무 능력도 없는 일반인이 어비스에서 오래 살아남고 구울 무리를 쓸어버리진 않았겠지?
“나는 무공 사용자인데.”
“……”
“……”
“……”
그 순간 어색한 침묵이 맴돌기 시작했다.
‘뭐지? 이 불쾌한 침묵은?’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헌터들이 그를 보는 눈빛이 바뀐 것이다.
약간…
골동품 보는 눈빛!
이유는 모르지만 상당히 불쾌하다!
“왜 그렇게 쳐다보지?”
“아, 아니… 무공 사용자를 너무 오랜만에 봐서.”
“…???”
무공 사용자를 오랜만에 봤다고?
최연승이 떠날 때만 해도 무공 사용자 숫자는 제법 됐다.
물론 마법 사용자보다는 훨씬 적었고, 무공 사용자들은 ‘그냥 우리도 마법이나 배울 거 그랬다’하며 푸념했지만…
무공에는 무공만의 장점이 확실히 있었던 것이다.
“지금 지구에는 무공 사용자가 없나?”
“없지는 않은데… 엄청 희귀하지…?”
“무공을 왜 익히냐? 나 처음 봤어.”
최연승이 헤매고 있는 사이, 무공은 지구에서 ‘이런 걸 왜 익히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약한 스킬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 몇 년이지?”
“2039년이네. 얼마나 지났나?”
“…30년 지났군.”
“허…”
“최고 기록이 28년이었나…? 그 사람 어떻게 됐지?”
“지금 정신병원에 있을 텐데.”
“그 다음이 27년이었나? 그 사람은 뭐 하고 있지?”
“자서전 쓰고 있지 않았나? 이었던 거 같은데.”
“뭐? 그런 걸로 책을 써?”
“야. 베스트셀러야, 베스트셀러.”
헌터들이 희귀생물을 보는 눈빛으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지구에서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날 동안 어비스에서 있었다니!
시간 감각이야 다르니 어비스에서는 몇 달 정도 지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 혼돈의 공간에서 살아남는 건 보통 행운이 아닌 것이다.
“끙… 뭐, 무공이 어떻게 됐든, 30년을 헤맸든… 그건 나중에 해도 될 일이지. 일단 이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가자고.”
“보스 몬스터를 찾았나?”
“아니. 이 던전은 구울을 전부 쓸어버리면 클리어되는 형식 같아. 아까 쓸어버렸을 때 몇 마리 도망쳤으니 마저 가서 잡아야지. 그런데…”
최연승은 일행을 둘러보았다.
“상태가 별로 안 좋군? 먼저 들어오길 잘 했어.”
“……”
피골이 상접한 헌터들!
목소리도 떨리고 손발도 떨리고…
이대로 내버려뒀으면 한두명은 죽었을 것 같았다.
누가 보면 저들이 어비스 실종자인 줄 알 것이다.
“뭐라도 먹여야겠군.”
“먹… 먹을 게 있어!?”
헌터 중 한 명이 벌떡 반응했다.
“내가 어비스에서 뭘 먹고 살았겠나?”
“…어, 그러게? 뭘 먹고… 산 거지?”
“그냥 버틴 거 아냐?”
쿵-
그 답은 바로 나왔다.
최연승이 바닥에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싼 종이를 던진 것이다.
“뭘 먹긴. 자급자족했지. 여기서 본 사람?”
“?”
“???”
“쯧쯧. 이래서 서양인들은… 그 유익한 프로를 안 봤단 말이야?”
오다이곤도 의아해했다.
그게 대체 뭐지?
“한 번 보면 인생에 도움이 될 거다. 그 프로의 교훈이 무엇이냐? 사람은… 어지간한 건 다 먹어도 된다, 이거지.”
‘????’
‘뭔 소리야?’
‘아시아의 헌터 교육 프로그램 같은 건가?’
“오다이곤. 불 지펴라.”
“예. 주…”
-주인님이라고 하지 말라니까?
“…형님?”
“그래.”
‘무슨 이런 불경한 짓을…!’
오다이곤이 스스로를 자책하는 동안, 다른 헌터들은 기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약간 창백하고 잘생긴 오다이곤과, 무슨 근육질 전사 같이 생긴 최연승.
아무리 봐도 최연승이 부하처럼 생겼던 것이다.
게다가 무공 사용자면 아무리 봐도 마법 사용자보다 약할 텐데 왜 형님 대접을 받지?
‘기억을 상실해서 그런가?’
‘어. 그럴지도.’
헌터들이 고민하는 사이 오다이곤은 불을 지폈고 최연승은 식칼로 고깃덩어리를 큼지막하게 잘라 프라이팬 위에 올렸다.
최연승이 어비스에서 수많은 식재료를 연구했지만 없는 재료를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결국 언제나 만만한 게 고기 요리였다.
호쾌한 철판 스테이크!
“그릇이 없군. 뭐,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긴 하지만.”
쾅!
최연승은 근처에 굴러다니는 돌을 주먹으로 부순 다음 위를 손바닥으로 쓸어냈다.
그러자 매끈하게 만들어진 석판이 생겨났다.
“…!!!”
생전 처음 보는 묘기!
“이, 이건…?”
“뭐야. 이것도 처음 봐? 무공 사용자들이 진짜 없어지긴 했나보군.”
최연승은 당황했다.
이건 어비스로 가기 전에도 무공 사용자들이 자주 하던 짓이었다.
즉석 도구 만들기!
돌의 울퉁불퉁한 표면은 내공으로 쫙 긁어버리면 매끈해지는 것이다.
치이이익-
그러는 사이 잘 달궈진 프라이팬이 고기를 익히기 시작했다. 붉은색 고기가 자글자글대는 소리를 내며 육즙을 흘려댔고…
꼬르르륵-
모인 헌터들은 침을 뚝뚝 흘리며 눈을 부릅떴다.
마치 굶주린 짐승들 같았다.
“누… 누구부터 주실 겁니까…?”
최연승은 그 질문을 받고 피식 웃었다. 그러자 질문을 던진 헌터가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혔다.
“누군 주고 누군 안 줄 거 같나? 그냥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고기는 넉넉하니까.”
최연승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정체불명의 고기 스테이크가 한 덩어리씩 날아왔다.
“식사 시작!”
모두들 미친 듯이 먹기 시작했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맛있다!’
‘정말… 정말 너무 맛있다!’
며칠 굶었는데 뭐든 안 맛있겠냐만은, 이 스테이크는 정말로 맛있었다.
영혼을 팔 수 있을 것 같은 맛!
고기의 육즙부터 시작해서 감칠맛이 장난이 아니었다.
‘밥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최연승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기를 물어뜯는 헌터들을 쳐다보았다. 어비스에서 고기는 많이 나와도 쌀은 구하기가 힘들었다.
우걱우걱-
고기를 뱃속으로 우겨 넣던 헌터들은 이상하게 힘이 회복되는 걸 느꼈다.
배가 고팠는데 든든한 고기가 들어가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고갈된 마력이 회복되고 있다!
‘뭐, 뭐야?’
‘힘이 차오르는 이 느낌은…?’
마치 고급 마력 포션을 먹었을 때 느끼는 회복력!
다들 수군거리면서 서로를 쳐다보자, 최연승과 오다이곤은 찔리는 표정을 지었다.
-얘네 혹시… 제일 질이 떨어지는 고기 준 거 눈치 챘나?
-주인님. 그러니까 그 고기는 버리는 게 낫다고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버리기는 좀 아깝잖아. 그리고 얘네는 배가 고파서 뭐든 다 잘 먹을 줄 알았지.
어비스에서 돌아다니다보니 쌓이는 게 고기였고 남는 게 부산물이었다.
그 중 마력이 별로 없어 퍽퍽한 고기들은 애물단지였다.
최연승이 안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걸 뭐하러 먹겠는가.
그래서 슬쩍 구워줬는데…
“으흐흑!”
“크흑…!”
“????”
울어?!
그렇게 맛이 이상했나?
‘아니. 잘 먹었잖아?’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헌터들은 눈물콧물 흘려가며 고기를 입안에 쑤셔 넣었다.
죽음에서 목숨을 구했다는 게 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준 것이다.
앞으로는 정말…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겠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만큼은 진심이었다.
가네안은 천천히 고기를 삼키며 중얼거렸다.
“허… 대단하군. 이런 고기를… 오해한 게 미안할 정도인데.”
“무슨 소리십니까?”
“보게. 마력이 회복되고 늘어나는 게 느껴지지 않나? 저 사람이라고 이런 희귀한 고기를 산더미처럼 갖고 있지는 않을 걸세. 우리를 위해 일부러 꺼낸 거지.”
“…어비스에서 헤맸으니 사람이 그리웠던 거겠죠.”
“그렇다 할지라도 사람 본색은 달라지지 않아. 이렇게 아끼지 않고 베풀어주다니… 아까도 보게. 내가 몬스터라고 했을 때도 화를 내지 않았잖나.”
강자의 여유!
가네안이 몬스터라고 하든 말든 상관이 없었기에 최연승은 가만히 있었지만, 가네안에게 그건 다르게 보였다.
정말 그릇이 큰 사람이다!
“자네도 저런 사람과 친해지게. 저런 놈들 말고.”
“무슨… 누군지도 모릅니다.”
“왜, 그러면 저기 헌터들하고 앞으로도 같이 다닐 생각인가?”
“……”
절대 아니었다. 리차드는 고개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