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
003화
‘왜 안 들어오지?’
천칭의 여신은 의아해했다.
최연승이 탑에 들어서면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최연승이 아예 들어오질 않고 있었다.
-아다콰니엘, 가서 혹시 확인 좀 해주시겠어요?
-예. 주인이시여.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무장 천사, 아다콰니엘은 주인의 명을 받고 탑으로 향했다.
탑은 여신이 야심차게 준비한 완벽한 수련장이었다. 그런데 들어가질 않다니.
‘인간. 무슨 생각이지?’
그리고 그녀가 도착했을 때, 그녀의 차가운 얼굴에 황당함이 맴돌았다.
최연승이 없었던 것이다.
-주인이시여… 인간이 없습니다만.
-????
-주변을 확인해보겠습니다.
주변을 확인한 아다콰니엘은 금세 상황을 알아챘다.
-어비스의 마력 폭풍이 인간을 휩쓸어간 것 같습니다.
어비스는 우주와는 다른, 마력으로 구성된 혼돈의 차원이었다.
성좌들도 위협하는 거대 몬스터가 돌아다니고 때때로는 마력 폭풍이 불어 행성을 쓸어버렸다.
-말도 안 돼! 내 영역에 마력 폭풍이 불 리가 없는데?!
천칭의 여신은 경악했다.
성좌의 영역은 성좌의 힘으로 유지되고 통치된다.
그녀가 다스리는 땅에 마력 폭풍이 어떻게 침입한단 말인가.
-하지만 주인이시여. 마력 폭풍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찾아!
-…예?
-아다콰니엘, 그 인간을 찾아와줘요!
마력 폭풍에 휩쓸린 인간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어비스는 무한했고 성좌들도 모르는 공간이 많았다.
그러나 아다콰니엘은 충직한 천사. 그녀는 주인의 명령에 충실히 따랐다.
-예. 그리 하겠습니다.
* * *
심해에 들어가 본 적은 없었지만, 심해에 들어가면 이런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온몸이 거대한 압력에 짓눌리는 기분!
‘호흡하자.’
최연승은 물고기처럼 숨만 쉬었다. 그것 외에는 할 수 없었다.
‘이게 시련인가!’
과연 성좌의 권속이 되기 위한 시련다웠다.
마력 폭풍은 지금 당장이라도 최연승을 찢어 죽일 것처럼 거세고 사나웠다.
최연승은 그저 숨을 내뱉고 들이쉬었다. 그럴 때마다 진한 마력이 몸을 채웠다가 나갔다.
마력이 혼원신공의 내공으로 변하고 최연승의 뼈와 근육을 단련시켰다.
쇠가 담금질되듯이 육체가 마력으로 담금질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은 미친 듯이 고통스러웠다.
[마력이 육신을 단련시킵니다.] [뼈의 강도가 오릅니다.] [근육의 밀도가 오릅니다.] [단전이 확장됩니다!] [내공의 양이 늘어납니다.] […]‘이건 시련이다, 이건 시련이다…’
최연승이 죽지 않은 건 순전히 행운이었다.
원래라면 찢겨 나갔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정말 운 좋게 무사했던 것이다.
원인 중 하나는 최연승이 이 마력 폭풍을 무서워하지 않아서였다.
여신이 준비한 시련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덕분에 힘을 빼고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길 수 있었다.
폭풍 속에서 자고, 깨고, 자고 깨고.
몇 주일을 그렇게 반복했을까.
어느새 스스로가 뭘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게 되어버렸을 때…
마력 폭풍이 끝나고 최연승은 어비스의 영역 중 하나에 도착했다.
아무 성좌도 다스리지 않는 영역이었다.
* * *
콰콰콰쾅!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뱀 같은 몬스터가 땅을 뒤집고 사방을 부쉈다.
최연승은 그 모습에 압도되었다.
지구의 던전에서도 본 적 없는 몬스터.
‘저 정도면 A급 이상 아닌가?!’
이게 상대라니.
여신이 그를 너무 고평가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영역에 있는 몬스터는 저 암석 뱀이 전부였다.
“…후. 좋아. 롱■톤. 있는 건 시간이니 어디 한 번 해보자고.”
거대 암석 뱀은 최연승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땅을 헤엄치고 있었다.
인간이 벌레를 신경 쓰지 않듯 암석 뱀도 최연승을 무시했던 것이다.
아무리 전력을 다해 때려도 흠집 하나 내지 못하니 당연했다.
‘뚫을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할 뿐!’
최연승은 암석 뱀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바윗덩이를 붙잡아 내려놓았다.
주먹으로 이 바위를 깨고 말리라!
* * *
D 랭크 스킬, 혼원신공(混元神功).
이것이 최연승이 익힌 무공의 이름이었다.
거창한 이름과 달리, 이 무공은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았다.
무공서가 경매장에 몇 번 나왔음에도 이걸 진득하게 파는 헌터는 적을 정도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공이 쌓이는 속도가 너무 느렸던 것이다.
마법사들에게 마력이 생명이라면 무인에게는 내공이 생명!
내공이 많을수록 무인의 능력은 전체적으로 올라갔다.
같은 공격도 더 강해지며 더 빨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내공이 너무 느리게 쌓였으니 인기가 없는 건 당연했다. 거기다가 스킬 랭크도 낮았고…
사실 최연승도 몇 번 무공을 바꿀 기회가 있었다. 모은 돈으로 새 무공서를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혼원신공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느리고, 볼품없었지만…
혼원신공에는 특유의 정직한 매력이 있었다.
한 번 주먹을 휘두르고 한 번 발을 내딛을 때마다 내공이 쌓이고 정순해지는 게 느껴지는 매력이!
혼원신공은 크게 네 가지 기술로 구성되어 있었다.
혼원신공의 내공을 담아 지른다, 혼원권.
혼원신공의 내공을 담아 발차기를 뻗는다, 혼원각.
혼원신공의 내공을 담아 발걸음을 옮긴다, 혼원보.
혼원신공의 내공을 담아 손가락에서 기를 쏘아낸다, 혼원지.
내공을 모으는 심법은 따로 없었다. 혼원신공은 몸을 움직이면서 내공을 쌓는 무공이었다.
내공을 주먹에 담아 지르고, 주먹을 회수한다.
내공을 발에 담아 뻗고, 발을 회수한다.
이 단순한 과정을 반복하면 아주 적은 양이지만 단전에 내공이 쌓였다.
훈련할 때마다 내공이 쌓여서 강해진다!
지극히 간단한 논리였지만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었다.
느린 성장과 지루함을 참고서 스스로와 계속 싸워야 했다.
가장 힘든 싸움은 언제나 자기와의 싸움.
최연승은 한 번도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실 그에게는 재능이 있었다.
끝없이 노력할 수 있는 재능이.
* * *
…백년 조금 넘게 걸렸다.
롱■톤의 바위를 뚫을 수 있기까지.
‘내가 정말 재능이 없구나…’
최연승이 자괴감이 들 정도의 시간이었다.
요령은 내공을 담아서 안을 파괴하는 것!
[B+ 랭크 스킬, 을 익혔습니다.] [혼원신공의 경지가 올라갑니다.] [일류의 경지에 도달했습니다.]최연승이 익힌 혼원신공이 최연승의 경지를 알려주었다.
마법사들이 서클로 경지를 나눈다면 무공은 삼류, 이류, 일류 같은 식으로 경지를 나눴다.
이류 수준이면 보통 C급 헌터 취급을 받았고, 일류 수준이면 B급 헌터 정도는 됐다.
즉 최연승은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B급이 된 것이다.
“…100년 걸려서 말이지…”
스스로의 재능이 좀 부끄러웠다.
지구에서 B급 찍겠다고 했던 게 민망할 정도로!
헌터 중에서 무공 사용자는 극히 드물었고,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역시 중국 출신의 리 여원이었다.
무공 사용자로서 유일하게 A급 헌터인 사람!
모든 무공 사용자의 우상!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 무공 경지는 절정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6서클 정도의 마법사라고 보시면 되겠지요.
-더 위를 바라보고 계십니까, 선생님?
-예. 물론이지요. 저도 S급을 노리고 있습니다. 제 경지가 초절정에 도달하면, S급 헌터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삼류-이류-일류-절정-초절정.
그리고 최연승은 지금 백년 걸려서 일류.
‘와. 이 정도면 절정 가려면 천 년 걸리는 거 아닌가?’
-끼이잉…
“야.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냐.”
최연승은 부담스러워했다.
방금 쓰러뜨린 거대 암석 뱀이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던 것이다.
“정당한 싸움이었잖아!”
최연승이 강해지자 거대 암석 뱀도 최연승을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그래도 100년 동안 거대 암석 뱀만 보고 연습한 최연승을 이길 순 없었지만.
-끼이이잉…
“…으으윽!”
최연승은 그 눈빛에 결국 죽이는 걸 포기했다.
사실 먼저 공격한 놈도 아닌데 자기가 멋대로 수련 상대로 삼았던 것 아닌가.
“알겠다! 안 잡을게.”
-끼잉!
“후. 어디로 가야 하나… 방향을 모르겠군. 수련장이니까 아무 곳으로 가도 되나?”
-끼잉.
거대 암석 뱀은 몸을 낮추더니 최연승 앞에 타라는 듯이 자세를 잡았다.
“타라고? 정말?”
-끼잉.
“고맙다.”
계속 어비스를 걸어 다니는 건 사양이었다. 최연승은 냉큼 올라탔다.
“그러고 보니 뭔가 먹고 싶은데, 혹시 뭐 없나?”
-끼잉 끼잉.
롱■톤, 아니 거대 암석 뱀은 꼬리를 내밀더니 작은 바윗덩어리를 톡 떼어 내줬다.
“…???”
돌을 먹으라고?
여우와 두루미도 아니고??
최연승은 순간 암석 뱀이 두들겨 맞은 원한을 복수하나 싶었다. 그러나 암석 뱀의 눈동자는 순수했다.
‘이걸 먹어, 친구야!’
“…네 몸을 어떻게 먹을 수 있겠냐.”
-끼잉!
암석 뱀은 매우 감동했다.
[거대 암석 뱀의 모든 것을 이해했습니다.] [거대 암석 뱀의 움직임에서 따온 무공, 암사권을 깨달았습니다.]‘앗. 이런 것도 있군.’
일류의 경지에 오르니 나름 새로운 무공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혼원신공을 버리진 않겠지만 암사권은 나름 재밌는 무공이었다.
인간과는 다른 독특한 움직임!
쿠르르르릉!
그 순간 100년 전에 들어본 소리가 들려왔다.
마력 폭풍이 닥치는 소리였다.
암석 뱀은 기겁해서 몸을 틀었다. 저 마력 폭풍에 휩쓸리면 아무리 단단한 몬스터라도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연승은 다르게 생각했다.
“아. 시련을 끝내서 다음 시련으로 보내주려는 거군.”
-???
“가자. 롱■톤.”
-??????
“가자니까! 빨리!”
-끼잉… 끼이이잉…
암석 뱀은 울먹이며 마력 폭풍에 돌진했다.
반쯤은 자포자기한 마음이었다.
* * *
다음 영역에 도착했을 때, 암석 뱀은 탈진해서 부들거렸다.
“어비스에서는 다들 이렇게 이동하나봐? 참 신기하네.”
-끼이이잉!
마력 폭풍은 재해였지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암석 뱀은 이 미친 인간한테 상식을 알려주기 위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최연승은 알아듣지 못했다.
‘마력 폭풍은 정말 대단하군. 한 번 들어가면 마력이 온몸을 꽉 채워서 피로를 없애주고 육체를 단련시켜준다니.’
일류의 경지가 되자 마력 폭풍이 얼마나 대단한 회복 장치인지 느껴졌다.
이것이 여신의 힘인가!
‘성좌는 정말 대단하군… 이런 걸 마음대로 다룬단 말야?’
사실 마력 폭풍은 어마어마한 행운이었다.
마력 폭풍에 푹 담긴 최연승의 근육과 뼈는 무엇보다도 강하게 단련되었고 내공을 담는 단전은 한계까지 확장됐다.
무공을 익히기 위한 가장 완벽한 육체로 다시 태어난 것!
그리고 이걸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겪었으니, 이미 최연승의 육체는 신의 육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번 수련은 물인가?”
주변을 둘러보자 온통 물이었다. 그들이 착지한 작은 섬을 제외하면 바다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 속에서 싸우는 것. 그것 또한 좋은 수련이 되리라.
“롱■톤. 뒤로 물러서 있어.”
-끼잉?
“넌 돌 타입이니까 물에 약하겠지.”
-…끼이잉??
뭔 개소리야???
그러나 최연승은 거대 암석 뱀을 내버려두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컥!’
[지독한 독성을 품은 물이 몸을 파고듭니다!] [혼원신공의 내공이 빠르게 소모됩니다!] [내공이 전부 소모되면 목숨이 위험합니다.] [육체가 독에 물듭니다.] [육체의 독 저항력이 늘어납니다.]“허억, 허억!”
최연승은 바로 빠져나왔다. 내공이 없었다면 바로 죽었을 것이다.
“이게 어비스의 바다…!”
그냥 바다처럼 생각하면 큰 코 다쳤다.
‘방금 들어갔을 때 깊은 바다 속에서 뭔가 반짝였어. 그게 여신이 준 목표인가?’
아니었다.
‘이런 독 바다를 어떻게 뚫는지 잘 모르겠지만, 미래를 볼 줄 아는 여신이 제시했다면 나한테도 분명 방법이 있을 거다.’
아니었다.
“그렇군. 독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내공을 쌓는다. 그게 방법이겠군.”
이건 맞았다.
…시간이 더럽게 오래 걸렸지만.
* * *
이백년이 걸렸다.
최연승은 슬슬 지구가 걱정됐다. 강해지는 건 좋았지만 이렇게 느리게 강해져도 괜찮을까?
어비스의 시간과 지구의 시간이 다르다지만…
‘후. 지금 그런 거 신경 쓸 때가 아니지.’
-끼잉 끼잉.
이백년 동안 독의 바다에서 머무르면서 최연승은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요리였다.
독의 바다에서 보이는 몬스터들을 잡아서 갖고 나와서 요리를 해보려고 시도한 것이다.
마력 때문에 배는 고프지 않지만 무언가 먹고 싶다!
치이이이익-
“……”
-……
독의 바다에서 나온 물고기 몬스터들은 독성이 지독하게 강했다.
돌을 다듬어서 만든 도마 위에 올려놓으면 돌이 녹았고 금속으로 만든 칼을 대면 칼이 녹았다.
“…그냥 뜯어서 회로 먹을까?”
-끼이이이잉!
잘 몰라도 암석 뱀이 말린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암석 뱀은 우물거리더니 입에서 뭔가 툭 뱉었다.
빛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진한 색을 가진 광석.
바로 아다만티움이었다.